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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의 서재

세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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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
작품등록일 :
2020.01.20 21:43
최근연재일 :
2021.06.22 22:00
연재수 :
2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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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1
추천수 :
12
글자수 :
1,72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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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5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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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isode 01. 묶인 천사-음산한 골목(3)

DUMMY

시영은 어렵사리 이번 사건과 관련 있는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아미 때문에 어렵게 들어간 것과는 달리, 전언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일은 쉽게 진행되었다.


의사는 그가 해성의 제자인 것을 알아보고는 필요한 정보를 그냥 넘겨주었다. 필요한 정보는 의식 불명 사건에 대한 피해자의 정보였는데, 진료 카드와 문서 형식으로 정리되었다.


“이거, 하나 더 만들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상관은 없지만, 왜지?”

의사는 의문을 품은 눈길로 시영을 바라보았다. 시영은 문서를 겉면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입을 열었다.


“읽을 분들이 많아요. 스승님도 있고, 로제 형사님도 읽으셔야 해서요.”

“그렇군. 조금만 기다리게.”

의사는 금방이라도 100개는 만들 기세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게 5분 정도가 지나자 똑같은 문서를 한 개 더 받을 수 있었다.


시영은 밖으로 나가며 스승님과 로제를 대단하고 여겼다. 새삼 느꼈지만, 이들의 이름을 대자 간단하기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그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라는 걸 의미했기에, 시영은 어서 이 사건을 해결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영은 무엇을 위해 이 사건을 빨리 해결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당연히 빨리 해결해야 했지만, 의식 불명 피해자들의 미소를 위한 것인지, D-Zero의 진실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풀 수 없었다.


어느 쪽도 그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했다. 하나를 버릴 수는 없었기에 힘겹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앞으로 소인이 지나갔다.


소인은 상처투성이였다. 시영은 그가 무사한 것에 안심했지만, 여전히 걱정되었다. 아직 그가 혼자서 싸우려는 이유를 알지 못했기 때문일까, 이미 걸음은 그를 쫓고 있었다.


소인은 한 병실에 들어갔고, 시영은 걸음을 멈췄다.


“나거인, 1인실이네.”

시영은 조심스레 그 병실의 문틈으로 눈을 가져갔다. 그의 눈으로 소인과 닮은 커다란 사내가 입원 중인 모습이 들어왔다. 소인은 옆에 있었고, 한눈에 봐도 그들은 형제였다.


“소민이는 안 왔어?”

커다란 나무 같은 사내, 거인이 말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볼수록 그는 어딘가 힘겨운 고목(古木) 같았다.


“오늘 토요일이잖아. 소민이는 학교 갈 일이 있어.”

“그래? 그럼 다행이다. 난 또 소민이가 연락이 안 돼서.”

그 순간 소인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다 괜찮을 거야. 전부 다.”

소인은 가쁘게 숨을 쉬며 시영의 스크롤을 움켜쥐었다.


“그럼, 형, 미안한데 나도 조금 바빠서 말이야. 다음에 올게.”

“알았어, 나 없다고 밥 굶지 말고 잘 챙겨 먹어.”

거인은 힘겹게 웃으며 말했다. 일어날 수도 없는 상태였지만, 마음만은 이미 일어선 것 같았다.


소인이 밖으로 나가자 병실 앞에 있던 시영과 마주쳤다. 서로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고,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소인이었다.


“대체 어떻게 여길···”

“하하하, 오늘 자주 보네?”

시영은 어색하게 웃으며 소인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 흔들림을 발견한 거인은 문 앞을 바라보았다.


“누구세요?”

“아, 안녕하세요.”

시영은 처음 보는 거인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소인이 친구인가요?”

“아, 저는, 소인이의 동료입니다. 동료.”

“동료요?”

거인은 말도 안 되는 호칭에 피식거렸다.


“재밌는 친구군요. 잠깐 들어와 줄래요?”

시영은 자연스럽게 거인의 병실로 들어갔다. 거인은 시영을 처음 봤지만, 나쁜 사람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


“미안해요. 보다시피 몸이 이래서,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줘요.”

“아뇨, 전 괜찮아요. 그나저나 어쩌시다가···”

시영은 거인을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거인은 익숙한 듯 미소를 지었다.


“소인아, 너도 들어와.”

“난 바빠.”

소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원래 저런 애는 아닌데···”

“무슨 일 있으셨어요?”

거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곧 고개를 세게 저었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D-Zero 당시, 제 동생들을 구하려다 다쳤거든요. 제가 멀쩡해야 애들도 편할 텐데, 괜히 다쳐서 몇 개월 동안 고생만 시켜서 삐뚤어진 것 같아요.”

거인은 소인이 떠난 복도를 바라보며 걱정 가득한 한숨을 쉬었다.


“동생‘들’이요?”

“아, 소인이한테는 소민이라는 쌍둥이 누나가 있어요.”

“아하.”

“근데, 동료라면서 그것도 몰라요?”

거인은 인상을 쓰며 시영을 노려보았다. 시영은 당황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정말 동료 맞습니까?”

거인의 집요한 물음에 시영은 체념한 듯 입을 열었다.


“소인이한테 스크롤을 빼앗겼어요.”

끝까지 말하지 않으려 했지만, 지금으로선 사실대로 말하는 게 최선이었다. 거인은 시영의 자초지종을 듣자 역으로 사색이 되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전 그런 줄도 모르고···”

거인은 어쩔 줄 몰랐다. 시영은 손사래를 치며 그를 안심시키려 했다.


“괜찮아요. 소인이가 돌려줄 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것보다도 실례가 안 된다면 거인 씨와 소인이, 소민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거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시영에게 냉장고에서 물 한 병을 꺼내길 부탁했다. 시영이 물을 가져오자 단숨에 들이켜더니 입을 열었다.


“저와 소민이, 그리고 소인이의 아버지와 어머니, 즉, 우리 부모님은 돌아가셨습니다. 꽤 오래전에 돌아가셨는데, 좋은 이야기는 아니네요.”

거인은 덤덤하게 이야기했고, 시영은 코를 훌쩍거렸다.


“한순간에 가장이 된 저는 삼 남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이터널로서 말이죠.”

“이터널? 그게 뭐예요?”

“이터널을 모르세요?”

거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동안 여행 다녔거든요. 한 6개월 정도?”

“아, 그럼 모를 수 있죠. 여행이라, 좋죠. 저도 다치지 않았으면 동생들이랑 갔을 텐데···”

거인은 아쉬움에 시큰거리는 코를 닦으며, 가장 최근에 간 여행을 생각했다. 벌써 3년도 더 지난 일이다.


“이터널은 유마 교수님이 만든 신소재 갑옷을 입은 병사를 말해요. 하지만 완성되기도 전에 D-Zero가 발생했죠. 그 때문에 제대로 된 활약도 못 해보고···”

“슬픈 이야기네요.”

시영은 안타까움에 탄식했다.


“지금은 대장만 남아있어요. 어쨌든, 제대로 된 활약이라는 것도 없이 D-Zero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죠.”

“제대로 완성만 됐다면 분명 멋진 활약을 펼쳤을 거예요.”

“말만이라도 고마워요. 검은 모자님.”

“전 시영이라고 해요.”

“시영 씨, 고마워요.”

거인은 편한 미소를 지었다. 시영의 눈에 들어온 그의 미소는 사막 한 가운데 있는 선인장에서 피어난 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렇게 어려운 상황이라면···”

“아뇨, 시영 씨, 이터널의 착용자라면 생계 걱정은 없다고 봐도 괜찮아요. 이터널의 착용자가 되는 순간 많은 지원을 받거든요.”

“그 정도면 이터널이 되기는 엄청 어렵겠네요?”

“뭐, 그렇습니다.”

“거인 씨, 엄청 대단한 분이셨네요?”

“그래 봐야 지금은 이터널이기 이전에, 나거인이라는 사람이 제대로 활동할 수 없는 상황이죠.”

거인은 웃으며 말했지만, 시영은 그 말에 서글픔이 몇 방울 묻어 있음을 느꼈다.


“전 항상 고민했어요. 제가 동생들에게 부모님의 역할까지 해줄 수 있을지를요.”

시영은 거인의 다리를 바라보았다. 깁스한 다리는 움직이기조차 힘들어 보였다. 보다 보니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엄지로 눈물을 닦으며 거인의 눈으로 시선을 옮겼다.


“분명, 거인 씨가 모범을 보였기에 소인이가 엇나가지 않았을 거예요.”

“시영 씨는 그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죠?”

“거인 씨는 믿음이 있었죠?”

“믿음··· 이요?”

거인은 눈을 깜빡거렸다.


“분명 동생들을 잘 키울 수 있다는 믿음이요. 그런 믿음 없이는 이터널이 될 수 없었을 테고, 다리를 다칠 각오를 하면서까지 동생들을 지킬 수 없었을 거예요. 그 이유가 증거가 증거에요.”

시영의 말에 거인은 예전 일이 떠올랐다. 시큰거리는 코를 풀기 위해 손 닿는 곳의 휴지를 뽑았지만, 마른 코에 콧물이 나올 리 만무했다.


“알아주니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시영 씨가 여길 온 이유가 뭐죠?”

거인의 물음에 시영은 올라온 감정을 추스르며 생각을 정리했다.


“의식 불명 사건과 사람들이 괴인으로 변하는 사건의 연결점을 찾고 있어요.”

“아, 그 사건들이라면 뉴스에서 봤어요. 혹시 직업이 탐정이신가요?”

“어··· 네.”

“혹시 강해성 탐정님 아세요?”

“네, 제가 그분 제자예요.”

“세상에!”

거인은 몹시 흥분했고, 시영은 그 모습에 어색하게 웃었다.


“그, 그럼 그 두 사건의 연결점이라는 게 있나요?”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 연결점에는 분명 소인이가 있을 거예요.”

“소인이? 우리 소인이가요?”

상황을 모르는 거인은 무슨 일인지 짐작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소인의 행동과 동생을 찾아온 시영으로 인해 뭔가 있음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제 동생을 잘 부탁드립니다.”

거인은 시영에게 손을 내밀었고, 시영은 그 손을 정중하게 잡았다.


“물론이죠.”

두 사람은 미소를 지었다.


한편, 병실 바깥에서는 이터널이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의 낯빛은 좋지 않았고,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시영은 거인의 배려로 잠시 쉬기로 했다. 병실 안에서 문서를 꺼내 조심스레 읽어보았다.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은 찾지 못했지만, 분명 이들 사이에 뭔가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40대 중년, 10대 학생, 70대 노인, 20대 회사원 등 보면 볼수록 오리무중이었지만, 그럴수록 시영은 피해자들의 특이사항을 꼼꼼하게 살폈다.


“시영 씨, 주스라도 드실래요?”

“괜찮아요.”

잘 모르는 거인이 보기에도 시영의 표정은 심각했다. 시영은 그의 친절까지 거절하며 뭔가 알아내려 애를 썼지만, 쉽지 않았다. 무언가의 공통점이 나올 것 같긴 했지만, 그것을 뭐라 정의할 수 없었다.


“특이사항, 복부에 장기 같은 물체가 있음?”

그 중, 한 사람의 몸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24세의 남성으로 키에 비해서 몸무게가 마른 편으로 신체적으로 질병 같은 건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은 없었지만, 특이사항에 적힌 복부에 생긴 장기 같은 물체라는 것 하나가 시영의 눈을 사로잡았다. 뒷장의 X-ray 사진으로 복부에 생긴 장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정교하게 만들어진 둥근 돌 같은 모양이었다. 낯익은 모양이었고, 잠시 생각하던 시영은 품속에서 돌을 꺼냈다.


“시영 씨, 그건 뭔가요?”

“아, 이건 어제 공원에서 주운 돌이에요.”

“공원에서요?”

거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작스럽게 꺼낸 돌은 의아했고, 그로서는 공원에서 주운 돌을 꺼낸 이유를 예상하지 못했다.


시영이 꺼낸 돌은 어제 소민과 창연이 싸운 자리에 남아있던 이상한 돌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돌과 피해자의 몸 안에 있는 장기는 누군가 제작한 것처럼 일정한 모양이었다. 덧붙여 돌을 주웠을 당시에는 붉은 글자가 빛나고 있었다.


“거인 씨, 혹시 중환자실이 몇 층에 있는지 아시나요?”

“아마, 3층일 거예요.”

“감사합니다.”

시영은 거인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갔다.


“저야말로 고맙습니다, 시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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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pisode 01. 묶인 천사-음산한 골목(1) 20.07.15 34 0 14쪽
12 Episode 01. 묶인 천사-새로운 만남(3) 20.07.13 44 0 14쪽
11 Episode 01. 묶인 천사-새로운 만남(2) 20.07.12 38 0 11쪽
10 Episode 01. 묶인 천사-새로운 만남(1) 20.07.12 35 0 12쪽
9 Episode 01. 묶인 천사-검은 모자(2) 20.07.12 33 0 13쪽
8 Episode 01. 묶인 천사-검은 모자(1) 20.07.11 36 0 16쪽
7 Episode 01. 묶인 천사-괴물의 마석(3) 20.07.09 48 0 12쪽
6 Episode 01. 묶인 천사-괴물의 마석(2) 20.07.09 45 0 11쪽
5 Episode 01. 묶인 천사-괴물의 마석(1) +2 20.07.08 9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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