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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의 서재

세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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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
작품등록일 :
2020.01.20 21:43
최근연재일 :
2021.06.22 22:00
연재수 :
2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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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2
글자수 :
1,72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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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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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isode 01. 묶인 천사-괴물의 마석(3)

DUMMY

쌍둥이는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일까. 소인은 어렵지 않게 소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천사의 도움이 있었기에 더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그게 아니어도 본능적으로 소민을 찾을 수 있었다.


소민은 공원에 있었고, 그곳에서 창연이라는 이름의 기사와 싸우고 있었다.


창연은 얼음 창을 사용하는 기사로 소인은 그를 약간은 알고 있었다. 아마 소민도 소인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좋고 나쁜 감정 없는 그저 누군지 아는 그런 사이였다.


그럼에도 소민과 창연이 서로 죽일 듯이 싸울 이유는 분명 소민이 [괴물의 마석] 때문이다. 마석으로 미쳐버리는 바람에 흉폭해진 채로 사람들을 습격했다면, 창연도 그것에 휘말렸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는 건 소인뿐만이 아니었다. 근처에 숨어 있는 검은 모자를 쓴 사람도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정황상 소인이 이곳으로 오기 전부터 그들의 싸움을 지켜본 것 같았다.


소인은 검은 모자에게 관심을 보였다. 운동장에서 만난 고속이나 창연처럼 그가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아닌, 처음 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소인은 검은 모자가 무슨 행동을 할지 몰라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소민과 창연은 소인과 검은 모자가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계속해서 싸웠다.


전체적으로 소민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거침없이 채찍같이 휘어지는 검을 휘두르는 소민에 비해, 창연은 그녀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에만 급급했다. 소인은 이런 상황에서 내심 소민이 이기길 바랐다.


검은 모자는 한심하게 숨어만 있었다. 소인은 일반인이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은연중 발견한 그의 허리춤에서 미세하게 떨리는 하얀 해방기를 발견하자, 그가 일반인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행동거지를 보면 영락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었다. 그래서일까, 검은 모자는 긴장감에 부스럭대는 소리를 냈고, 소민과 창연은 즉시 움직임을 멈추고 검은 모자를 노려보았다.


소인의 생각으로는 검은 모자가 소민의 광기 어린 눈빛과 창연의 서늘한 눈빛 때문에라도 무서워하는 게 분명했다.


소민이 혀를 차는 것을 신호로 두 사람은 공원에서 사라졌다. 검은 모자는 한참이 지나, 두 사람의 기척마저 희미해질 때에야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두 사람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검은 모자는 공원을 둘러보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소인은 천천히 몸을 숨겼다.


내심 검은 모자의 행동이 궁금해진 소인은 몸을 숨긴 채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검은 모자는 두 사람이 싸웠던 장소 중앙에 서 있었다.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소민이 있던 자리의 피 웅덩이와 창연이 있던 자리에서 내리는 작은 눈 결정을 흥미로운 눈길로 번갈아 보았다.


소인은 내심 격렬한 싸움 중 소민이 가지고 있던 마석이 떨어지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마석은 고사하고 그들이 싸웠던 장소에는 그 흔한 돌덩어리 하나 없이, 모래만이 가득했다.


검은 모자는 공원을 빠져나갔고, 소인은 그의 허리춤에서 흔들리는 해방기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그와는 달리, 그의 해방기는 소인과 소민의 하얀 해방기와 똑같은 물건이었다.


소인은 지금 상태로는 절대 소민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아마 계속 소민을 막는다고 해도 언젠가는 체력이 다 해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해방기가 주어진다면 몰랐다. 그녀와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확실하게 나아진다.


해방기는 이상 세계 현상을 해결하는 물건 중 하나다. 하지만 이 해방기에는 숨겨진 사용법이 있었다. 그건 해방기로 스크롤을 사용해 힘을 해방하는 것이다.


소인은 여전히 검은 모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몰라도 상관없었다. 고속과 창연도 어쩌다 보니 알게 되었고, 기본적으로 해방기 소지자들이 누구이며, 무슨 행동을 하는지는 그에게 있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더군다나 검은 모자가 이번 사건에 관련되는 것도 원치 않았고, 끌어들이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소인은 잠깐 망설였다. 어쩌면 저 사람이라면 우리를 도와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해방기 소지자, 달리 말하면 믿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말도 같았다.


망설이던 소인은 결국 사슬을 그의 허리춤으로 발사했다. 많이 능숙해졌기에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도 허리춤에 달린 해방기를 낚아채는 데는 전혀 어렵지 않았다.


대성공이었다. 빼앗은 순간 달리기 시작한 소인은 확신할 수 있었다. 당시 검은 모자와 소인의 거리는 공원의 시작과 끝 정도였기에 그가 쉽게 쫓아오지 못할 게 분명했다. 아니, 분명 그랬어야 했다.


거리상의 여유가 있었음에도 소인은 숨을 헐떡거릴 수밖에 없었다. 해방기를 뺏긴 검은 모자는 눈에 불을 켠 것처럼 빠르게 달려왔다. 과장을 조금 더 보태서 육상 선수처럼 달려왔기에 소인은 여유 없이 죽기 살기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 거리는 조금씩 좁혀졌다. 소인은 검은 모자의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없었기에 일부러 모퉁이만을 돌아 그를 헷갈리게 했다.


검은 모자가 이곳에 살던 사람이라도 모퉁이를 도는 것으로 나름대로 거리를 벌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생각이 조금 짧았다. 소인 역시 모퉁이를 돌 때 약간 시간이 지체되었기에 결과적으로는 쓸데없는 저항과도 같았다.


그랬기에 소인은 일부러 지름길을 선택했다. 지름길은 달리기에도 적합하지 않고, 지나갈 수 있을지도 의문인 길로 단적으로 길이라고 하기에도 위험한 장소였다. 하지만 소인은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기에 사슬로 벽을 넘는 것과 같은 갖가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움직였다.


결과적으로 검은 모자를 따돌릴 수 있었다. 소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소민과 창연이 싸웠던 공원의 음수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 사람한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미안해.”

소인은 혼잣말로 들릴 리 없는 사과와 함께 음수대에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빼앗은 해방기로 향했다. 잘못된 행동임을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홀가분했다. 드디어 소민을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의 빛을 봤기에 나온 기쁨인지, 그림자처럼 드리우는 검은 모자에게 드는 죄책감인지는 그로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조심스럽게 물을 마시려 했다.


“내 카드덱 내놔!”

그 외침은 마치 천둥 호랑이가 포효하는 것과도 같았다. 로켓처럼 빠르게 날아들었을까, 아니면 돌풍처럼 세차게 다가왔을까. 대지가 놀란 것처럼 쩌렁쩌렁한 외침, 따돌렸다고 생각했던 검은 모자는 음수대를 뜀틀처럼 뛰어넘었다.


소인은 이미 물을 마신다는 원래 목표로 잊어버릴 정도로 두려움을 느꼈다. 불같이 화를 내며 달려오겠다는 생각에 틀어놓은 물이 넘치는 것도 모른 채 도망치기 바빴다.


하지만 어디선가 날아온 구체에 맞아버리자 움직일 수 없었다. 보라색으로 빠르게 회전하는 구체는 소인의 움직임 자체를 막아버렸다.


검은 모자는 소인이 맞은 것과 똑같은 구체를 만들어 던졌다. 소인은 그제야 그가 던진 구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가 던진 두 개의 구체가 소인의 몸에 닿은 순간, 그것은 서로 합쳐져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양방향의 회전을 이뤄냈다.


“범인은 반드시 사건 현장에 돌아온다더니!”

소인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도둑, 범인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었다. 그것보다도 더 싫은 건, 잠깐이지만 도둑질을 정당화하려는 자신이었다. 마음은 분명 도둑질을 했기에 두려움을 느낀 것이었지만, 억지로 그걸 기쁨으로 포장하려 했다.


최악이었다. 소인은 힘이 풀리며 주저앉았다.




벤치에 앉은 소인은 당황스러웠다. 생각과는 달리 검은 모자는 자신에게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와 함께 음료수 두 개를 가져오는 황당한 모습에 소인은 잠깐이지만 두려움을 느꼈다.


“기다렸지? 저 자판기는 내가 가진 카드는 사용할 수 없어서 조금 걸렸어. 자, 여기.”

검은 모자는 음료수를 건네며 친절하게 다가왔지만, 소인은 그가 부담스러웠다.


“힘들지 않아?”

“절 언제 봤다고 친한 척이죠?”

검은 모자는 소인의 사나운 질문에 적잖이 당황스러워했다. 소인은 기세를 몰아 그를 노려보았다.


“내 이름은 시영이라고 해.”

“아, 네. 시영 님.”

“편하게 형이라 불어.”

“아, 네.”

시영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해맑게 웃고 있었고, 소인은 그 미소에 기분이 나빠졌다. 뭔가 자신을 가소롭게 보는 것 같았다.


“이름이 뭐니?”

“소인이에요.”

“소인이라, 좋은 이름이네.”

“저, 정말 죄송한데요. 제가 잘못한 건 알겠어요. 그러니까 친한 척은 안 해주셨으면 해요.”

“음, 소인이가 뭘 잘못했지?”

시영의 물음에 소인은 비관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고백했다. 차라리 이렇게라도 말하고 나니 속은 후련했다.


“잘못했으면 뭘 해야지?”

간단하지만 지금은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복잡한 질문이었다.


“벌을 받아야 해요.”

소인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벌 대신에 나랑 이야기를 좀 나누는 건 어때? 최소한 벌 받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

시영은 활짝 미소 지었다. 사실상 소인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으세요?”

“우선 방금 싸운 두 사람의 이야기?”

시영은 소민과 창연을 말하고 있었고, 소인은 당황했다.


“아, 소인아, 너 방금 싸웠던 무서운 여자애랑 조금 닮은 것 같은데?”

“아, 아니에요!”

소인은 벌컥 화를 냈고, 시영은 몸을 움찔거렸다.


“아, 아니야? 그럼 말고.”

“죄송해요.”

소인은 이 문제로 대화 자체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그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건, 이 시영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이것과 관련한 이야기를 물어볼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해서든 누군가 엮어버리게 된다.


누군가 우리의 일에 끼어드는 걸 원하지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상황에서 그의 대화를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우선권은 무조건 시영에게 있다. 소인은 그에게 죄를 지었고, 시영은 안타까울 정도로 고맙게도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용서할 것 같았다.


“스승님이 그러셨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본다면 망설임 없이 도와주라고.”

그때, 소인은 어디선가 들어본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승님이 누구신데요?”

“강해성 탐정.”

“네?”

소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이가 없어졌다.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소인은 혀를 찼고, 시영은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세상에는 들먹여도 되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어요. 어떻게 거짓말을 해도 강해성 탐정님을 들먹일 수 있죠?”

“어?”

시영이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자 소인은 더욱 기세등등하게 그를 쏘아붙였다.


“제가 아무리 잘못했어도,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영이라고 하셨죠? 시영 님, 지금 실수하는 거예요.”

“아니, 소인아, 그게···”

“제가 정말 죄송하니까 그냥 벌을 받을게요. 경찰서에 연락이 온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거니까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해요.”

소인은 세상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미소가 가득했던 시영의 표정은 황당함으로 범벅이 되었다.


“아니, 진짠데 뭐가 거짓말이라는 거야?”

시영은 소인을 바라보며 검은 모자를 고쳐 썼다. 소인은 한숨과 함께 슬픈 걸음을 옮겼다.


“이 카드덱이 문제인가?”

해방기를 한 번 바라본 시영은 고개를 돌려 우울하게 걷는 소인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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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pisode 01. 묶인 천사-음산한 골목(1) 20.07.15 34 0 14쪽
12 Episode 01. 묶인 천사-새로운 만남(3) 20.07.13 4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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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pisode 01. 묶인 천사-검은 모자(2) 20.07.12 32 0 13쪽
8 Episode 01. 묶인 천사-검은 모자(1) 20.07.11 36 0 16쪽
» Episode 01. 묶인 천사-괴물의 마석(3) 20.07.09 48 0 12쪽
6 Episode 01. 묶인 천사-괴물의 마석(2) 20.07.09 45 0 11쪽
5 Episode 01. 묶인 천사-괴물의 마석(1) +2 20.07.08 92 1 12쪽
4 Prologue(4) +2 20.07.08 74 1 13쪽
3 Prologue(3) 20.07.07 94 1 13쪽
2 Prologue(2) +2 20.07.07 14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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