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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의 서재

세계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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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본
작품등록일 :
2020.01.20 21:43
최근연재일 :
2021.06.22 22:00
연재수 :
2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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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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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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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1. 묶인 천사-새로운 만남(1)

DUMMY

오후 6시, 시영은 해성의 말대로 미르 코퍼레이션에 도착했다.


시영이 느낀 미르 코퍼레이션은 그야말로 첫인상부터 남달랐다. 호수 위에 세워진 높은 건물은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마치 불가능을 가능하게 할 것 같은 전지전능한 느낌을 받았다.


조금은 흥분된 마음을 추스르며 회사 안으로 들어가려던 시영에게 경비원 두 사람이 다가왔다. 그들이 용건을 묻자 시영은 자신의 신원과 목적, 그리고 유마의 이름을 언급했다. 경비원들은 오늘 유마가 시영과 만나기로 약속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하자 그를 들여보냈다.


“고생하세요.”

“감사합니다.”

당당하게 들어가려던 시영은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소인이?”

언제 따라왔을지 모르는 소인이 경비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시영은 그들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죠?”

“아, 시영 님, 보시다시피 이 꼬마가 억지로 들어가려 해서 말이죠.”

경비원은 소인을 붙잡은 채로 말했다. 소인은 어디서 싸우고 왔는지 상처투성이였다. 시영은 그런 소인을 안쓰럽게 바라보았고, 소인은 의도치 않게 그와 눈을 마주쳤다.


시영이 바라본 소인의 눈은 무엇인가 간절했다. 시영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얘는 소인이라고 하는데, 제 동료예요.”

“예? 동료라고요?”

경비원은 당황스러워했고, 시영은 최대한 그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소인아, 안 온다면서 왜 온 거야.”

“예, 예? 아, 아! 그냥 형이 걱정돼서···”

“하여튼 소인이 넌··· 저기, 소인이도 같이 가도 되죠?”

경비원은 잠시 그들을 바라보더니 썩 개운치 않은 표정으로 입장을 허가했다. 시영은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건물 안까지 소인과 어깨동무하며 걸어갔다.



퇴근 시간이었기에 미르 코퍼레이션의 직원들은 서둘러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퇴근이기에 기뻐야 할 직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울상이었다.


“왜 다들 슬퍼하는 걸까?”

“저도 모르겠어요. 그나저나 고맙지만 친한 척은 하지 말아주세요.”

소인은 어느새 그와 떨어져 걸었다. 시영은 그들이 들어온 출입문을 곁눈질했다.


“소인아, 저기 보여?”

시영이 가리킨 출입문에는 아까 봤던 경비원 중 한 사람이 들어와 있었다.


“우리가 어색하게 있으면 네가 곤란할지도 몰라.”

“알아요, 안다고요.”

소인은 짜증과 함께 억지로 시영에게로 다가왔다. 시영은 콧바람을 내쉬며 그를 바라보았지만, 소인은 그와 전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시영은 왼쪽을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슬퍼하는 사람들이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오른쪽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꺼리는 소인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모두가 미소를 짓지 않았기에 시영은 괜히 마음이 아팠다.




시영이 만날 유마의 연구소는 맨 위층이었고, 시영과 소인은 그곳으로 들어갔다.


“반갑습니다. 시영 군, 해성이한테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유마는 시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유마 씨.”

시영은 웃는 얼굴로 두 손으로 유마의 손을 잡았다.


“모자가 멋지군요. 실례지만, 마술사신가요?”

“마술이요?”

시영은 눈을 깜빡거렸고, 유마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나름 고급스러운 유머였는데, 실패했군요. 뭐, 어쨌든, 시영 군,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인 군이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군요.”

유마는 소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소인은 그의 시선을 피하며 혀를 찼다. 시영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생각했다.


“뭐, 괜찮습니다. 두 분 다 이쪽으로 오시죠.”

유마는 그들을 손님맞이 소파로 안내했다. 탁자를 사이에 둔 양쪽의 기다란 소파와 탁자 위쪽의 유마 전용 소파가 있었다. 시영은 유마를 기준으로 왼쪽 소파에 앉았다. 소인은 그의 옆에 앉았지만, 여전히 시선은 그를 향하지 않았다.


“무슨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시영 군, 혹시 해성이한테 뭐 들은 건 있습니까?”

갑작스럽게 언급된 해성의 이름에 소인은 눈을 크게 뜬 상태로 시영을 바라보았다. 시영 역시 소인을 바라보고는 피식 웃으며 유마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스승님하고 나눈 이야기라면 의식 불명 사건이 오컬트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밖에 없어요.”


‘오컬트라고?’

소인은 시영의 말에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오컬트? 뭐, 솔직히 과학자로서 그런 변수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래도 해성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무리 스승님이라도 모두 정답을 말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조사해야죠.”

“시영 군은 오컬트에 대해서 전문가라고 하던데···”

“전문가요?”

시영은 유마의 물음에 손사래를 쳤다. 그 모습에 계속 시영을 주시하던 소인, 근처에서 이야기를 듣던 이터널, 자기 자리에 앉아 미처 끝내지 못한 업무를 보던 승혁까지 모두 그를 바라보았다.


“전문가가 아닌가요?”

“전문가라고 하면,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요?”

시영은 품속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바이올런스 이론의 실재]라는 낯익은 제목에 유마와 승혁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이건 제가 만든 책 아닙니까?”

“네, 유마 씨가 만든 책이죠. 여기 오기 전에 한 번 읽어봤는데, 꽤 어려웠어요.”

“아, 아니, 필요하시면 드릴 수 있는데···”

여유롭던 유마의 손짓은 사뭇 조심스러워졌다. 승혁은 조심히 일어나 시영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전문가는 유마 씨 정도는 되는 사람이어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돼요. 적어도 한 분야에서 책을 낼 정도의 지식을 가져야, 진정한 전문가죠.”

“아, 네, 고, 고맙습니다.”

유마는 지금 기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적어도 나쁜 기분은 절대 아니었다.


“오컬트에 대해서 제가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절대 책으로 낼 지식은 아니죠. 남들이 보기에는 어쭙잖게 알고 있을 수도 있는데, 고작 그런 지식으로 전문가를 운운하면 다른 전문가분들에게 죄송하잖아요.”

시영은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시영 군은 어떤 면에서 오컬트와 이 사건이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유마는 이미 기대를 품었고, 근처의 모두가 그와 같은 마음이었다. 오컬트의 전문가, 오컬트 슬레이어라 불리는 그는 과연 지금 무슨 의견을 낼 것인가.


“솔직히 모르겠어요.”

시영은 무겁게 입을 열었고, 소인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모르겠다. 이유를 말해주시죠.”

유마는 최대한 당황하지 않은 척했다.


“저, 돌아온 지 하루도 안 지났고, 이렇게 유마 씨랑 만날 때까지 오컬트나 의식 불명 사건에 대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요. 스승님도 바쁘시기도 하고···”

“아, 아직 아무것도 안 하셨군요.”

유마는 안도했고, 소인은 다시 시영을 바라보았다.


“유마 씨, 혹시 절 만나려 한 이유가 의식 불명에 관련된 일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해성이가 시영 군을 강력하게 추천했는데, 알고 계셨습니까?”

“정말이에요?”

시영의 표정은 급격히 일그러졌다. 이곳을 들어올 때까지 편했던 마음이 무색하게도 갑작스럽게 부담이 가득해졌다.


“부담스러우세요?”

“당연하죠.”

“해성이가 추천했다는 건, 실력은 보장되었다는 의미인데, 아닌가 보네요?”

시영은 반박하려 했지만, 반박할 증거는 없었다.


“뭐, 이해는 갑니다. 시영 군은 지금 스승님에게 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부담스러워진 거니까요.”

“오, 어떻게 아셨어요?”

“하하, 전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압니다.”


“또 시작이네.”

소인은 고개를 저으며 작게 읊조렸다. 조용한 연구소에서 소인의 말은 메아리처럼 울렸지만, 유마를 비롯한 모두가 못 들은 척했다.


“와.”

반면, 시영은 감탄과 함께 물개처럼 연신 손뼉을 쳤다. 표정에서부터 드러나는 흥미로움과 흥분, 유마에게 있어 이런 사람은 처음이었다. 굳이 마음을 읽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이미 표정에서 감정이 드러나는 사람이다. 유마 역시 그가 흥미로웠고, 진심으로 자신의 말을 믿는 사람에 대해서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영 군?”

유마의 말투는 한층 더 상냥해졌고, 이터널은 유마와 시영을 번갈아 보았다.


“부담 갖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저는 분명 시영 군이 이 사건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패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시영 군을 소개해준 사람은 해성이지만, 흥미가 생긴 사람은 접니다. 그리고 사람은 항상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유마로서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죠.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니죠.”

“저는 시영 군에게 기대하지만, 실패해도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실패한다는 생각 같은 건 하지 마시고, 해성이 생각도 잠시 접어두길 바랍니다. 아시겠나요?”

“네,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시영 군에게 많이 감사합니다.”

시영과 유마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둘은 처음 봤지만, 친절한 유마와 깍듯한 시영은 별문제 없이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승혁은 오랜만에 보는 순수하게 기뻐하는 유마의 모습에 작게 손뼉을 쳤다. 이터널은 어느새 시영을 깊이 주시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제가 원하는 건 간단합니다. 원인 모를 의식 불명 사건이 ‘원인’을 찾아주세요. 보수는···”

유마가 많은 경험으로 알게 된 사실은 보수는 돈으로 주는 게 최고라는 것이다. 하지만 며칠 전, 해성과 나눈 대화 중 시영은 돈을 받지 않을 거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의 생각에도 시영은 정말 돈을 받지 않을 것 같았다.


시영은 말도 잘 통했고, 유마가 가장 좋아하는 부류의 사람에 속했다. 그와의 대화는 여태까지 이 테이블에서 나눈 대화 중 가장 평화로운 협상이었지만, 의외의 곳에서 문제가 터져버렸다.


과연 어떤 보수가 시영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유마는 그동안 협상이 잘 진행되어도 보수 부분에서 흐지부지된 적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문제는 항상 돈의 액수였다. 사실 그건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스스로 인정할 만한 상황이라면 보수를 충분히 더 주는 것으로 해결했기에, 오히려 잘 생각해보면 돈과 관련된 문제는 협상에서 벌어지는 문제 중 조율이 쉬웠다.


“저, 돈 말고 다른 거 받아도 될까요?”

시영은 예상대로 움직였고, 유마는 최대한 긴장을 숨기고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돈 말고 다른 거라면, 보석이나 다른 물질적인 걸 원하는 건가요?”

“아뇨, 그런 거 말고, 정보면 충분해요.”

정보, 오히려 돈보다 더 쉬울 수 있었다. 유마는 안심했지만, 그 마음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


“어떤 정보를 원하시죠?”

“D-Zero의 진실이요.”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시영에게로 집중되었다.


“D-Zero의 진실?”

유마는 당혹스러웠지만, 어쩌면 12가지 색을 가진 보석이나 하늘의 왕국의 금화, 그게 아니라면 일확천금이 더 싸게 먹힐 수도 있었다.


D-Zero의 진실, 유마는 애초에 D-Zero의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유마 씨에 대해 알아보다가, 유마 씨가 D-Zero를 해결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시영은 탁자 위로 해방기와 스크롤 6장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이 해방기와 스크롤을 유마 씨가 만들었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유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 제가 왜 이걸 가졌는지도 몰라요.”

“기억이라도 잃은 건가요?”

“네···”

시영은 부정하지 않았다. 승혁은 그를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보았고, 소인은 시영을 이따금 곁눈질하며 손톱을 깨물었다. 이터널은 시영과 소인을 번갈아 보았고, 유마는 무거운 콧바람을 내쉬었다.


“시영 군, 잠시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겠나요?”

“네, 물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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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pisode 01. 묶인 천사-새로운 만남(3) 20.07.13 43 0 14쪽
11 Episode 01. 묶인 천사-새로운 만남(2) 20.07.12 37 0 11쪽
» Episode 01. 묶인 천사-새로운 만남(1) 20.07.12 35 0 12쪽
9 Episode 01. 묶인 천사-검은 모자(2) 20.07.12 32 0 13쪽
8 Episode 01. 묶인 천사-검은 모자(1) 20.07.11 35 0 16쪽
7 Episode 01. 묶인 천사-괴물의 마석(3) 20.07.09 47 0 12쪽
6 Episode 01. 묶인 천사-괴물의 마석(2) 20.07.09 45 0 11쪽
5 Episode 01. 묶인 천사-괴물의 마석(1) +2 20.07.08 9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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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Prologue(3) 20.07.07 9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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