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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셔냐옹은 체셔냐옹이라 체셔냐옹

검은머리 던전 대장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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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체셔냐옹
작품등록일 :
2024.05.08 12:13
최근연재일 :
2024.06.10 11:3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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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8,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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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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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장 던전의 속삭임 (7)

DUMMY

도시에서 커다란 짐마차 두 대와 인부 네 명이 왔다. 지향이 막 잠에서 깨어나 장사 준비를 시작하는 새벽이었다.


실라스는 약속을 지켰다. 짐마차에 든 건 지향이 요구한 각양각색의 대장간 설비였다.


집게와 망치가 종류별로 나왔다. 보관함과 거치대도 함께였다.


화로는 원통형에 출입구가 한쪽에만 나 있고 위로 굴뚝이 달린 폐쇄식 화로였다.


지금 쓰는 것처럼 위쪽이 노출되지 않아 열효율이 훨씬 뛰어났다. 뚜껑을 여닫을 수 있어서 연료를 채우거나 송풍구를 손질하기도 쉬웠다.


가장 원했던 원형 연마석도 있었다. 발판을 누르면 도르래로 연결된 벨트가 연마석을 돌렸다.


많이 누를수록 빠르게 회전했다. 발판이 무거워서 체중과 힘이 필요하지만 큰 단점은 아니었다.


‘회전수를 조절하려면 약간 요령이 필요하겠군.’


연마석도 거친 것부터 고른 것까지 종류별로 있었다. 달랑 중간 수준의 숫돌과 줄, 사포로만 날을 세우고 연마하던 시절은 끝이었다.


쇠솔도 종류별로 있었다. 녹을 없애기 위해 숫돌로 박박 미는 고생도 이제는 필요 없었다.


“어마어마한데.”


“작업 효율도 좋아지겠어. 마찰이 좀 있었지만 이 정도 설비를 하룻밤 사이에 뚝딱 준비해 줬으니 실라스한테도 제법 이익을 줘야겠지.”


사정을 알고 있는 알랭도 어마어마한 장비에 깜짝 놀랐다. 다른 대장장이는 말할 것도 없었다.


다들 입을 떡 벌리고 놀라느라 바빴다. 몇몇 대장장이가 다가와 이걸 다 어떻게 구했는지 물었다.


숨길 것도 없었다. 지향은 실라스와 추가로 계약을 맺었으며, 충분한 수익을 제공하지 못하면 전부 회수될 예정이라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장장이들은 장비를 보며 입맛만 다셨다. 지향처럼 막대한 의뢰를 받아 처리할 정도의 능력이 없으면 그림의 떡이었다.


“쇠메도 있군.”


“아, 그거. 메질꾼도 한두 명 구해서 제대로 단조 작업을 하려고. 추천할 사람 있어?”


보통 대장장이 망치는 자루가 짧고 머리가 작았다. 한 손으로는 집게를 잡아야 해서 망치질도 한 손으로만 해야 했다.


그러나 새로 온 망치 중에는 장대처럼 긴 자루에 보통 대장장이 망치보다 세 배는 묵직한 머리를 지닌 망치도 있었다. 바로 쇠메였다.


크고 무겁기에 그만큼 단조에 들이는 시간을 줄였다. 대신 여러 사람이 협동해야 쓸 수 있었다.


“힘 좋고 정확하게 망치를 휘두를 줄 아는 녀석이어야 하는데, 노점 대장간에선 쇠메로 메질하는 녀석이 없어서 조금 어렵겠네.”


“그럼 면접이라도 보든가 해야겠네.”


“쇠메를 빌려주면 내가 대신 찾아줄 순 있지.”


“그럴까?”


인력 구하는 일에는 역시 터줏대감인 알랭만 한 사람이 없었다. 지향뿐만 아니라 다른 대장장이 일에도 항상 나섰기에 인망도 두터웠다.


“지향 장인님. 지레 압착기가 마지막 설비입니다. 전부 확인하셨으면 여기 서명 부탁드립니다.”


“아, 수고했어요.”


한창 알랭과 대화하는 사이 인부들이 설비를 모두 내려놨다. 지향은 그가 내미는 서류의 목록과 실제 장비가 일치하는지 알랭의 도움을 받아 확인하고 서명했다.


“마지막으로 이건 가장 중요한 장비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분실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사장님께서 여러 차례 당부하셨습니다.”


손에 쏙 들어오는 원통형 몸체에 방아쇠와 조절용 레버, 토출구가 달린 물건과 3단으로 접혀 있는 나무판이었다. 바로 용의 숨결과 숲의 제단이었다.


손에 드니 손바닥은 차갑고 피부 안쪽은 따뜻한 이상한 감촉이 지향을 간질였다. 이게 ‘마법’이란 걸까?


“여기 두 장비에 관한 특별 계약서입니다. 분실 시 책임에 특히 유의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두 장비는 돈이 있다고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잃어버리면 노예가 될 각오 해라.’ 대강 이런 식의 엄포였다.


위험 요소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오히려 이런 계약을 이용해 실라스가 두 장비를 훔치려 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없었다. 할 거면 얼마든지 시도해 보라지. 지향에게는 두 장비를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 방법이 있었으니까.


“그럼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철수!”


짐마차가 떠났다. 지향은 새 장비를 하나씩 들어보며 특성을 확인했다.


“마스터! 이게 다 뭔가요?”


남들보다 살짝 늦게 일어난 리안은 눈 앞에 펼쳐진 엄청난 광경에 깜짝 놀랐다. 어제까지만 해도 남들과 똑같던 곳이 갑자기 호화 대장간이?


“설비를 조금 확충했어요. 이제 일하기도 편하겠네요. 이쪽으로 와 봐요.”


“네!”


지향은 리안에게 회전 연마석과 쇠솔을 소개했다. 앞으로 많이 다뤄야 하니 오늘은 이쪽에서 연습을 지시했다.


찾아오는 모험가도 지향의 대장간을 보고 놀라긴 매한가지였다. 설비가 좋아진 만큼 더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며 의뢰를 맡기는 이가 늘었다.


“이러다 다른 대장장이들 굶어 죽는 거 아닌지 몰라.”


“그런 걱정이 나올 때도 됐지. 지금이야 내 손이 둘뿐이라 모든 의뢰를 처리할 수 없긴 하지만.”


“조수를 늘리는 게 어때?”


독점은 좋지 않았다. 주변 대장장이와 불화가 생기면 작업은 물론 신변에도 지장이 생겼다.


“메질꾼 필요하다는 거야 이미 말했고, 풀무꾼도 하나 더 있으면 좋겠어. 당장은 아니지만 조만간 대장간을 확장할 계획도 있고.”


“그거 좋군.”


그래도 당장은 설비 덕을 보는 게 좋았다. 똑같이 칼날을 세우는 의뢰를 받아도 회전 연마석 덕분에 빠르고 손쉽게 날을 개선했다.


뭉개진 화살촉 복구 따위는 이제 일도 아니었다. 노출 화로와 달리 고화력의 폐쇄 화로는 작은 화살촉을 순식간에 단조할 수 있는 온도까지 달궜다.


손상된 단검의 수리도 간단했다. 표면에 금이 갔으면 갈아서 없애주면 되고 내부에 응력이 쌓였으면 열처리로 풀어주면 됐다. 지나치게 경도가 떨어지면 담금질까지 다시 해주고.


‘작업 효율이 눈에 띄게 좋아졌군. 여기에 인부까지 구하면 지금보다 몇 배는 많은 일도 처리하겠어.’


원래 대장간은 대장과 메질꾼, 풀무꾼, 심부름꾼이 한 조로 일하는 게 당연했다. 따로 동력을 구해서 망치질과 풀무질을 자동화하지 않는 한 말이다.


지향은 노점 대장간 거리에 체계를 전파하면 효율과 실력 모두 나아지지 않을까 고민했다.


“선생님, 이게 다 어찌 된 일입니까?”


“아, 알렉스. 오랜만이네요. 장비를 좀 확충해 봤어요.”


“조금이 아닌 거 같은데요? 시내에 있는 대장간 수준이에요.”


“제대로 된 일을 하려면 역시 이 정도는 갖춰 줘야 해요. 아직 필요한 게 많아요. 그나저나 던전엔 언제 들어갈 거지요? 준비는 해놨는데.”


“선생님이 일이 많으셔서 제가 청해도 될지······.”


알렉스가 던전에 가자고 청해서 여기까지 진행한 거였다. 인제 와서 던전에 안 간다고 하면 곤란했다.


그런 지향의 뜻이 잘 전해졌는지 알렉스는 사흘 뒤 장기 탐험에 나서겠다고 말을 꺼냈다. 지향은 당연히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 간판을 세워야겠군요.”


“간판이요?”


“안내문이 있어야지요. 리안, 아까 말한 대로 여기에 목탄으로 글을 써주세요. 3일 뒤로.”


“알겠습니다, 마스터!”


- 3일 뒤 장기 출장 나갑니다. 의뢰는 그 전에 맡겨주세요 -


리안은 삐뚤빼뚤하지만 틀린 문자 없이 정확히 뜻을 전달하는 안내판을 만들었다. 지향은 안내판을 화로 앞에 세워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잘 보이게 했다.


“그러면 3일 뒤에 다시 뵙겠습니다.”


“좋아요.”


사흘 동안 기다려야 한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매일 막대한 업무량과 사투를 벌이듯 일을 처리해야 했으니까.


장기 출장이란 안내를 본 모험가들은 평소라면 굳이 맡기지 않을 상태의 무기까지 넘겼다. 덕분에 의뢰가 평소의 두 배나 몰렸다.


지나치게 단순하거나 손질이 불필요한 작업은 거절했는데도 그랬다. 그렇게 정신없이 사흘이 흘렀다.




* * *




“선생님, 준비는 되셨나요?”


알렉스는 평소보다 일찍, 대장간이 문을 열 시간에 찾아왔다. 이번에는 평소에 보던 그의 파티 이외에도 처음 보는 사람이 더 있었다.


“이쪽 분은?”


“반갑습니다. 모험가 조합 출장 관리소에서 나왔습니다. 외부 인력의 출장에는 몇 가지 서류 작업이 필요하거든요.”


“간단한 안내예요.”


“그렇군요.”


“여기 서류를 읽고 확인해 주세요.”


“아, 미안합니다. 내가 글을 몰라서······.”


“그러시군요.”


지향의 말에 조합원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구두로 설명했다. 지향을 고용하는 알렉스에게 고용 비용을 낼 의무가 있다는 내용과 지향의 업무 범위 등이었다.


지향의 의무는 파티의 무장 관리, 보급 물자의 운송이고 파티의 의무는 지향의 보호였다.


“모험가 보험에 가입하시겠습니까?”


“보험이요? 어떤 보험이 있죠?”


“두 가지입니다. 사망 시 장례 절차 및 비용을 조합에서 대리하는 보험과 지정된 기일 이내에 복귀하지 못하면 조합에서 수색대를 파견하는 보험입니다.”


보험비는 전자가 은화 두 닢, 후자가 금화 세 닢으로 차이가 컸다. 가족이 없는 지향에게 장례는 알 바 아니었고, 수색 보험은 비싸서 가입할 수 없었다.


“그러면 당신의 모험에도 행운이 깃들길 기원합니다.”


지향은 출발 전에 알렉스가 건넨 20킬로그램 남짓의 배낭에 대장장이 장비를 결속하고 등에 멨다.


“무게는 괜찮나요?”


“이 정도는 문제없어요. 익숙한 무게군요.”


지향은 한때 군에 있었다. 그때는 이것보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이 산 저 산 쏘다녀야 했다.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


조합원이 준 모험가 인식표를 목에 거는 걸로 준비는 끝. 이제 모험의 시간이었다.


던전 바로 앞에 있는 노점 대장간 거리에 살지만, 정작 던전까지 가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던전의 입구도 처음 봤다.


입구는 작은 건물이었다. 매일 백수십 명의 모험가가 드나들어서 당연히 엄청난 크기를 상상했는데 좌우로는 3미터, 위로는 2미터 남짓한 육면체 건물이 전부였다.


“하하. 입구가 생각보다 작지요? 실제 던전은 훨씬 거대, 아니 광활합니다. 아무래도 지하 던전이라서 외부에 노출된 부분이 거의 없어요.”


“그럼 그냥 들어가면 되나요?”


“예. 들어가 보면 놀라실 겁니다.”


문 바로 앞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지향은 무의식중에 계단의 수를 세며 내려갔다.


100번째 계단을 밟는 순간, 계단이 끝났다. 짧은 길을 지나자 어마어마한 넓이의 광장이 나왔다. 도저히 지하라고는 믿을 수 없는 규모였다.


“이게 대체······.”


담담히 걷던 지향이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냈다.


광장이 어찌나 넓은지 수십 명의 사람이 모여 있어도 전혀 차 있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천장은 5~6미터 위에 있어서 머리 위가 훤히 뚫린 느낌이었다.


게다가 지하인데도 모든 게 선명하게 보였다. 광원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모든 장소에 빛이 있었다.


“진짜 던전은 여기부터 시작하지요. <몰락한 왕의 무덤>의 로비에 온 걸 환영합니다.”


“마법 같은 공간이군요.”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게 기이했다. 가장 기묘한 건 호흡이 편한 점이었다. 꽉 막힌 공간인데 공기가 탁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깊은 숲이나 산에 올랐을 때처럼 공기가 맑고 진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를 꽉 채우는 힘이 있었다.


“마력 때문입니다. 던전은 마력 농도가 진해서 숨 쉴 때 느낌이 다르지요.”


“아, 내가 너무 티 나게 숨을 쉬었나요?”


“하하. 처음 던전에 들어온 모험가는 다 똑같이 행동하거든요.”


“풋내기가 된 기분이군요. 아, 던전에선 풋내기가 맞지만.”


“자,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오늘 목표는 3층입니다.”


“그러죠. 뒤에 바짝 붙어 있을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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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장 장인의 발걸음 (1) +1 24.05.24 157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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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장 던전의 속삭임 (16) +4 24.05.20 184 20 14쪽
16 1장 던전의 속삭임 (15) +1 24.05.19 205 20 13쪽
15 1장 던전의 속삭임 (14) +4 24.05.18 203 18 12쪽
14 1장 던전의 속삭임 (13) +5 24.05.17 203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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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장 던전의 속삭임 (9) +6 24.05.13 268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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