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체셔냐옹은 체셔냐옹이라 체셔냐옹

검은머리 던전 대장장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체셔냐옹
작품등록일 :
2024.05.08 12:13
최근연재일 :
2024.06.10 11:3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8,318
추천수 :
720
글자수 :
198,121

작성
24.05.30 11:30
조회
144
추천
18
글자
12쪽

2장 장인의 발걸음 (7)

DUMMY

“불?”


지향이 배낭에서 용의 숨결을 꺼냈다. 그걸 본 모험가들이 눈에 이채를 띄었다.


“이걸 대체 어떻게······. 사실 대장장이 연합에서 지원하러 온 분이었습니까?”


“아뇨. 이건 다른 경로로 입수한 물건이에요. 나야 철을 단조할 때만 쓰지만, 쓰기에 따라선 충분히 무기가 될 만한 온도니까 물어봤어요.”


일전에 망령 기사를 상대로 썼을 때는 발을 잠깐 멈추는 정도의 효능밖에 못 봤다. 그렇기에 지향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향의 우려와 달리 네 모험가의 얼굴에 밝은 빛이 돌아왔다.


“되고 말고요. 덕분에 계획이 훨씬 수월해지겠습니다.”


“마물의 핵은 철보다 견고하기에 열로 녹이긴 어렵지만, 활을 태워서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과연 그렇군요.”


“게다가 화염 자체로는 놈들을 저지할 수 없지만 잠깐 발을 멈추는 정도는 가능합니다.”


“즉 놈들을 흩어놓고 각개격파 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핵을 직접 타격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터였다. 그러나 당장은 위협적인 원거리 공격을 방지하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했다.


“그 장비를 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제가 직접 쓰는 건 아무래도 부담스러워서······.”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문외한에게 전투를 맡길 만큼 몰리진 않았습니다.”


대장이 그렇게 말하고 새로 계획한 작전을 다른 모험가에게 설명했다. 작전을 모두 확인한 네 사람이 각자 위치로 움직였다.


지향은 문의 옆쪽으로 이동해서 몸을 가리고 숨었다. 지향을 지키는 건 치료사의 몫이었다.


길잡이가 문고리를 잡고 대장과 전사가 그 뒤에 섰다. 셋, 둘, 하나, 길잡이가 문을 열며 용의 숨결을 쥐고 내달렸다. 두 사람이 그의 뒤로 바짝 붙어 달렸다.


스켈레톤 무리가 길잡이를 발견하고 몸을 돌렸다. 길잡이는 제일 먼저 스켈레톤 사이로 불길을 뿜었다.


다수의 스켈레톤이 멈칫하는 사이 망령 기사 하나가 불길을 뚫고 돌진했다. 대장이 검을 뽑아 들고 응전했다.


길잡이와 전사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길잡이는 달리는 내내 화염을 뿜어서 스켈레톤을 견제했다.


스켈레톤 궁수가 활시위를 당기는 순간 고열로 약해져 있던 활채가 부러졌다. 활시위에 집중된 힘이 마구 날뛰며 스켈레톤 궁수를 뒤흔들었다.


“좋았어, 계속 간다!”


전사가 굳이 크게 소리쳤다. 문 너머에서 농성 중인 용병이 나와 응전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쉽게도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러나 거기에 실망할 틈은 없었다.


더 이상 화염은 스켈레톤을 저지하지 못했다. 처음 불을 봤을 때는 움찔하며 물러섰으나 이내 불을 뚫고 전진했다.


길잡이는 용의 숨결을 허리띠로 돌려놓고 전투용 단검과 투척용 단검을 꺼내 들었다.


전사가 길잡이에게 손짓했다. 수신호를 읽은 길잡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길잡이가 허락하자 전사가 다시금 수신호를 보냈다. 전사는 손가락 둘을 펼치고 주먹을 쥐었다.


숫자 20, 즉 20초를 의미했다. 길잡이가 거기에도 고개를 끄덕이고 왼쪽으로 달려 나갔다.


의사소통에 걸린 시간은 2초도 걸리지 않았다. 대화보다, 심지어 암호문보다도 민첩한 소통 방식이었다.


‘어마어마하다. 이게 베테랑인가?’


지향이 감탄하는 것도 당연했다. 길잡이는 스켈레톤 사이를 누비며 존재감을 뽐냈다.


보통 길잡이는 전투에 있어서 보조의 역할을 맡을 뿐, 전장의 주역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길잡이는 달랐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스켈레톤을 상대로 단 한 번도 뒤를 잡히지 않고 유유히 적들 사이를 지나치며 투척 무기를 흩뿌리는 그는 마치 유령과 같았다.


앞을 가로막은 스켈레톤의 허벅지를 걷어차서 쓰러뜨리고 옆으로 다가오는 스켈레톤의 목뼈에 정확히 단검을 꽂아 넣어 무너뜨렸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움직임으로 적을 제압하고 이탈하기를 반복. 사방으로 부드럽게 움직여 적의 진형을 헤집으며 농락했다.


덕분에 두 전사는 높은 기량의 적에 맞서 전력을 다할 수 있었다. 망령 기사를 협공한 건 그게 더 효율적이라 그랬을 뿐, 혼자라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알렉스 파티도 성장하면 저렇게 싸우게 되는 걸까?’


“걱정되십니까?”


“네? 아, 그렇군요. 적이 너무 많아서 조금······.”


“당장은 괜찮아 보입니다. 지원해 주신 마법 도구 덕분에 전투를 수월하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하지만 말씀대로 적이 많군요. 역시 단독 파티로 상대하기에는 지나칩니다. 농성하는 사람들이 탈출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세 사람이 숨 가쁘게 싸우는 동안 공간의 문제로 포위망 바깥을 서성이던 스켈레톤들이 문 쪽의 인기척을 느끼고 다가왔다. 치료사는 그런 스켈레톤을 주먹으로 분쇄했다.


다리안과 달리 이 치료사는 비전투원이 전혀 아니었다. 그가 뒤에 남은 건 만약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있으나 지향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더 컸다.


“더군다나, 보십시오. 적의 증원입니다.”


“큰일 난 거 아닌가요?”


치료사가 한창 전투 중인 방의 다른 문을 가리켰다. 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스켈레톤이 새롭게 쏟아졌다.


“전투가 길어지면 처리하는 속도보다 늘어나는 적의 수가 더 많아질 겁니다. 이래서 전투는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하는 거지요.”


태평한 소리에 지향이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지금 계획이 전부 무너진 거 아닌가?


“안심하세요. 이 정도 증원은 아직 상정 범위입니다. 물론 이런 회전은 군대의 역할이지 모험가의 특기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규모까진 감당이 됩니다.”


말하는 순간 방 한쪽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길잡이가 밝게 빛나는 병을 문에 던졌고 그것이 깨지는 순간 반경 10미터 정도의 거대한 화염과 충격파를 토했다.


문으로 들어오던 스켈레톤이 산산조각 났고, 그 파편이 다시 주변의 스켈레톤을 휩쓸었다. 순식간에 스켈레톤 십수 기가 부서지며 죽음과 파괴가 소용돌이쳤다.


“결국 비장의 무기를 꺼냈군요.”


“저게 뭐지요?”


“<폭풍의 분노>. 마법을 담은 병입니다. 소모품인 주제에 금화를 받는 놈이라 쉬이 쓸 수 없는 게 흠이지만, 보시다시피 효과는 훌륭하지요.”


지향은 그걸 보고 ‘완전 수류탄이네.’라고 중얼거렸다. 저런 물건이 몇 개만 더 있으면 손쉽게 전투를 끝낼 수 있어 보였다.


당연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흔한 물건이었으면 저 문 너머 갇힌 사람들도 저걸 던지면서 탈출했을 터였다.


지향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전장을 지켜봤다. 적의 수를 단박에 줄였으나 남은 적은 쓰러뜨린 적보다 많았다.


더군다나 새로운 망령 기사가 파괴의 흔적을 뚫고 방 안으로 진입했다. 모험가 대장이 아슬아슬하게 먼저 싸우던 망령 기사를 쓰러뜨리고 새로운 망령 기사를 상대했다.


‘적이 이렇게 끝도 없이 몰려오니 군대가 와도 졌구나.’라는 깨달음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보다는 당장 이 난관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그게 중요했다.


“길이 열렸군요. 가시죠.”


“네? 그게 무슨 말씀······.”


“우리가 받은 의뢰는 요구조자의 구조였지 마물 퇴치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요구조자는 바로 저 문 너머에 있습니다.”


치료사가 그렇게 말하며 맞은편 문을 가리켰다. 과연 전투의 흐름 자체를 의도했던 건지 문과 문 사이가 직선으로 텅 비어 있었다.


“우리가 이동하면 전투 면적을 서서히 좁히며 내부로 합류할 겁니다. 1차 작전에서 마물의 소탕을 완수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차선책으로 준비한 작전입니다.”


작전 계획에 끼지 못했던 지향으로서는 처음 안 사실이었다.


의문은 많았다. 불안한 점도 있었다. 그러나 문외한인 지향이 해 봤자 쓸모없는 질문뿐이었다.


의문이나 불안이 있으면 어쩔 건가? 움직이는 뼈 괴물 사이에 혼자 남아서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치료사가 세 사람의 배낭까지 전부 짊어지고 달리기 시작했다. 지향은 화들짝 놀라 그의 뒤를 따라붙었다.


두 사람은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반대편 문에 도달했다. 덜그럭. 치료사가 문고리를 잡았으나 문고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좋은 소식이군요. 내부에 마법사가 아직 무사합니다. 마법 봉인을 쓸 수 있을 정도로군요. 나쁜 소식은, 덕분에 우리도 들어갈 수 없다는 겁니다.”


“네? 아니, 알겠습니다. 문고리를 떼어내겠습니다.”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지향이 바로 망치를 쥐었다.


종종 만들어 봤기에 문고리의 형태를 보고 구조를 짐작하는 건 쉬웠다. 마력으로 보호받고 있으니 얼마나 두드려야 부서질지는 모르지만, 뭐라도 시도해야 했다.


당장이라도 문고리를 뜯어낼 기세인 지향을 치료사가 급히 말렸다.


“안심하세요. 여기까지도 상정 범위 내입니다. 진짜로 문고리를 뜯으면 마물도 못 막게 되니 제발 그만둬 주세요.”


“엇.”


“저도 마력을 다루니 봉인을 푸는 건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문을 열겠습니다.”


치료사가 문고리를 쓰다듬자 철컥! 하고 쇠가 맞물리는 소리가 났다. 치료사가 문을 여는 순간 그의 앞으로 날카로운 칼날이 다가왔다.


“안심하세요. 구조대입니다.”


“서둘러 문을 봉해야 한다! 문을 연 채로 한 시도 견딜 수 없어!”


“알겠습니다. 입구는 제가 맡을 테니 안심하고 물러서시지요.”


치료사의 뒤를 따라 방에 들어온 지향은 방 안을 가득 채운 비린내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한창 강철을 연마한 손을 곧바로 코에 갖다 대면 맡을 법한 강렬한 쇳내였다. 하지만 훨씬 불쾌하고 푹푹 찌는 냄새였다. 냄새의 근원은 철기가 아니었다.


피다. 이 비린내는 죽음의 냄새였다.


“치료가 시급한가요?”


“그렇다.”


“알겠습니다. 상황을 빠르게 정리해야겠군요. 마법사는 누구십니까?”


“나다.”


“좋아요. 구조대가 내부로 진입한 직후 문을 봉해주시죠.”


“그래.”


바깥에서는 세 사람이 서서히 전투 범위를 좁히며 문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보다 먼저 문으로 들어오려는 마물은 치료사가 주먹으로 가뿐히 처리했다.


바깥의 전투는 전문가에게 맡겨두고 지향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우선 치료사가 들고 온 배낭부터 안쪽으로 옮기고 자원의 분배를 준비했다.


이 짐은 지향 파티를 위한 게 아니었다. 요구조자에게 당장 필요한 물자를 가득 채워서 가져왔다.


의료 키트, 난방용 의류, 대량의 물과 식량 등이었다. 조리 도구도 요구조자가 갖고 있다는 이유로 다 빼고 그 자리에 식수를 채웠다.


“들어왔다!”


“입구를 막아!”


마지막으로 들어온 전사가 스켈레톤 하나를 번쩍 들더니 냅다 집어 던져서 다른 스켈레톤을 차단했다. 그 직후 세 사람이 달라붙어 문을 막았다.


봉인 마법의 주문을 외는 사이 스켈레톤이 달라붙어 문을 쾅쾅 두드렸다. 주문이 완성되기까지 약 10초 동안 그렇게 소란이 일었다.


이내 마법이 완성되고 소란이 가셨다. 지친 일행은 그대로 주저앉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고 상황을 살폈다.


“책임자는 누구입니까? 로타 드라켄바르트 경은 무사합니까?”


“내가 로타 드라켄바르트다.”


조금 전에 문을 봉인한 여자 마법사가 앞으로 나섰다. 그제야 지향도 그 사람이 노점 대장간 거리 앞을 지나간 그 기사라는 걸 눈치챘다.


그때와 달리 머리는 산발이고 얼굴 곳곳에 피와 검댕이 묻어 있어서 바로 알아볼 수 없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현재 요구조자는 드라켄바르트 기사단에서 5인, 트리플렉스 밀레스에서 9인, 주둔군에서 3인, 대장장이 연합에서 3인, 항마 기사단에서 5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아니. 요하네스 경은 깊은 부상으로 결국 전사했다.”


“유감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은머리 던전 대장장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공지입니다. 24.06.10 55 0 -
공지 제목이 변경됐습니다. +1 24.05.10 265 0 -
36 2장 장인의 발걸음 (완) +3 24.06.10 111 20 13쪽
35 2장 장인의 발걸음 (17) +3 24.06.09 93 13 12쪽
34 2장 장인의 발걸음 (16) +3 24.06.08 113 15 12쪽
33 2장 장인의 발걸음 (15) 24.06.08 91 13 12쪽
32 2장 장인의 발걸음 (14) +1 24.06.06 119 12 13쪽
31 2장 장인의 발걸음 (13) +2 24.06.05 114 12 12쪽
30 2장 장인의 발걸음 (12) +2 24.06.04 128 14 12쪽
29 2장 장인의 발걸음 (11) +2 24.06.03 128 17 12쪽
28 2장 장인의 발걸음 (10) +1 24.06.02 140 16 11쪽
27 2장 장인의 발걸음 (9) +2 24.06.01 137 18 11쪽
26 2장 장인의 발걸음 (8) +3 24.05.31 137 18 12쪽
» 2장 장인의 발걸음 (7) +1 24.05.30 145 18 12쪽
24 2장 장인의 발걸음 (6) 24.05.29 147 19 12쪽
23 2장 장인의 발걸음 (5) +1 24.05.28 149 18 12쪽
22 2장 장인의 발걸음 (4) +4 24.05.27 160 18 12쪽
21 2장 장인의 발걸음 (3) +3 24.05.26 151 14 12쪽
20 2장 장인의 발걸음 (2) +2 24.05.25 160 18 12쪽
19 2장 장인의 발걸음 (1) +1 24.05.24 161 19 11쪽
18 1장 던전의 속삭임 (완) +3 24.05.21 210 21 13쪽
17 1장 던전의 속삭임 (16) +4 24.05.20 188 20 14쪽
16 1장 던전의 속삭임 (15) +1 24.05.19 207 20 13쪽
15 1장 던전의 속삭임 (14) +4 24.05.18 205 18 12쪽
14 1장 던전의 속삭임 (13) +5 24.05.17 205 21 13쪽
13 1장 던전의 속삭임 (12) +4 24.05.16 215 19 12쪽
12 1장 던전의 속삭임 (11) +2 24.05.15 231 21 13쪽
11 1장 던전의 속삭임 (10) +4 24.05.14 247 20 12쪽
10 1장 던전의 속삭임 (9) +6 24.05.13 271 21 12쪽
9 1장 던전의 속삭임 (8) +4 24.05.12 270 2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