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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셔냐옹은 체셔냐옹이라 체셔냐옹

검은머리 던전 대장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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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체셔냐옹
작품등록일 :
2024.05.08 12:13
최근연재일 :
2024.06.10 11:3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8,316
추천수 :
720
글자수 :
198,121

작성
24.05.29 11:30
조회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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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12쪽

2장 장인의 발걸음 (6)

DUMMY

지향과 함께하는 구조대는 모험가 넷이었다. 전사 둘과 치료사 하나, 길잡이는 항마 기사단의 길잡이를 그대로 기용했다. 치료사들이 그의 팔에 치료 마법을 집중적으로 펼쳤다.


이로써 전원 달인급의 최상위 모험가 파티가 만들어졌다. 조합에서 당장 구할 수 있는 가장 뛰어난 모험가만 모았다.


“잘 부탁하겠소.”


“잘 부탁합니다.”


가타부타 길게 말할 여유도 없었다. 심지어 파티는 배낭을 거의 비운 상태로 출발했다.


아직 던전 안에 남아 있는 군대의 병참 기지에서 중간 보급을 받으며 던전을 돌파하는 계획이었다. 속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극단적인 구성을 갖췄다.


“1층부터 5층까지는 주둔군이 정리하고 있으니 마물 걱정 없이 돌파하겠소. 계속 달릴 테니 체력이 달리면 말하시오.”


대장의 지시에 지향이 호흡을 골랐다. 던전으로 들어가는 긴 계단의 공기가 유달리 무거웠다.


던전 로비는 평소와 달리 텅 비어 있었다. 주둔지를 지키는 소수의 병사만 보였다.


“출발합니다.”


길잡이가 선두에 서고 두 전사가 앞뒤에 섰다. 다섯 사람은 마치 마라톤 달리듯 달렸다.


대장의 예고대로 마물과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이따금 마주치는 건 경계 중인 군인뿐이었다.


나름대로 체력에 자신이 있던 지향이었으나 내리 두 층을 달리니 한계를 느꼈다. 대략 한 시간을 쉬지 않고 달렸다.


“잠시 쉬겠소.”


지향의 상태를 살핀 대장이 지시했다. 휴게 지점까지 가지도 않았다. 일행은 그대로 통로 한쪽에서 휴식을 취했다.


휴식 중에 대화도 일절 없었다. 적당히 지향의 호흡이 고르게 돌아오자마자 대장은 출발을 지시했다.


5층에서 6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도 군인들이 있었다. 지향은 말로만 듣던 던전 6층의 모습을 보고 상상보다 큰 규모에 놀랐다.


그곳엔 정말로 도시가 있었다. 여러 채의 건물이 난립해 곳곳에 골목길이 나 있고 건물들 너머에는 성벽이 있었다.


그리고 계단 아래에서는 모험가 여럿이 기다리고 있었다. 적이 등장하면 대신 싸워 지향의 파티를 앞으로 보내는 역할이었다.


“성벽까지 가장 빠른 경로를 트리플렉스 밀레스가 지키고 있습니다. 수문장은 제압해 뒀으니 7층까지는 문제없습니다.”


“그럼 부탁하네.”


새로 합류한 모험가 파티 열두 명을 포함해 열일곱 명이 건물 사이를 내달렸다. 곳곳에서 전투의 소음이 들렸으나 일행은 모두 무시하고 성문을 향해 돌진했다.


성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만신창이가 된 군인과 모험가들이 일행을 반겼다. 바닥에는 피와 먼지, 산산조각이 난 뼈와 무기가 흩어져 있었다.


“오래 버티기는 힘듭니다. 가능하면 문지기가 재생하기 전에 돌아오시고, 늦더라도 두 사이클 전에는 와야 합니다. 만약 그보다 늦으면 먼저 철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명심하겠네.”


마지막 물자를 받은 일행은 전보다 느린 속도로 전진했다. 다음 목표는 성벽 안쪽의 성채였다.


이번에는 건물 사이로 난 골목을 누빌 필요가 없었다. 성벽 바깥과 달리 곧게 뻗은 대로가 있었다. 1킬로미터면 도착할 가까운 거리였다.


단지 가는 길까지가 문제였다. 군대는 철수했고 추가 보급도 없다. 대로를 이용하면 마물로부터 숨을 수도 없기에 전투는 필연이었다.


큰길 위에는 전투의 흔적이 가득했다. 피와 부러진 무기, 쏟아진 파편, 이따금 인간과 마물의 시체.


“갑시다.”


그래도 모험가는 전진했다. 공포와 미혹을 뒤로 하고.


“망령 기사다!”


“여기는 우리가 맡는다. 전진!”


골목에서 튀어나오는 위협적인 마물은 다른 모험가 파티가 막았다. 그렇게 셋이 둘로, 둘이 하나로 줄어서야 일행은 성채에 도달할 수 있었다.


“홀은 맡기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결국 마지막 파티와도 헤어졌다. 성채 안으로 진입한 일행은 지금까지와 달리 기척을 죽이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길잡이는 탈출로를 역순으로 짚어가며 고립된 아군을 향해 나아갔다.


겉은 화려했으나 성채 내부는 황량하기만 했다. 아무런 가구도 없고 그저 벽과 문만이 늘어서 있었다.


사실상 1층부터 5층까지의 미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통로가 사라지고 방과 방으로 이어질 뿐.


길잡이는 문을 열지 않아도 그 너머에 적이 있는지 파악하는 재주를 발휘하며 일행을 안내했다.


“전방에 적. 우회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어쩔 수 없군요.”


지향은 숨 쉬는 소리도 줄이려고 최대한 가늘고 조심스럽게 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세 사람이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도끼를 집어 던졌다.


적이 어디에 있을지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은 적의 위치를 보기도 전부터 알고 있었다.


도끼가 뱅글뱅글 돌며 날아가 적의 팔을 끊었다. 도끼머리가 팔꿈치를 부쉈다. 뼈만 남은 팔이 땅으로 떨어지는 사이 두 전사가 검을 뽑아 들고 돌진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였다. 팔뼈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검이 이미 적의 목에 닿았다.


“기, 2, 9, 우!”


지시 문구조차 극단적으로 압축해서 그들의 암호에 익숙하지 않으면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며 움직였다.


지향은 숨죽이고 그들의 전투를 바라봤다. 단 하나만으로도 알렉스를 빈사 상태까지 몰아붙인 망령 기사가 셋이나 있었다.


그리고 그중 둘은 전투가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쓰러졌다.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두 전사는 남은 망령 기사도 순식간에 몰아붙였다. 강력한 힘이나 정묘한 검술이 전부가 아니었다.


정면에서 검과 검으로 싸우는 대신 수적 우위와 투척 무기를 최대한 활용했다. 특히 길잡이가 적의 시선 밖에서 기름병, 마름쇠 등의 장애물을 던져 기동력을 제한한 게 크게 유효했다.


‘재빠르고 매끄럽다. 알렉스 파티에서 활이나 단검 투척 등으로 지원하는 것과 비교도 안 돼.’


바닥에 뿌린 기름은 특별히 더 미끄러운 윤활제인지 망령 기사가 중심 잡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그런 와중에도 날아드는 검을 방어하는 게 대단하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두 전사가 망령 기사에게 붙어서 한 사람이 방어를 여는 사이 다른 한 사람이 다리를 부쉈다.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던 망령 기사는 결국 바닥에 쾅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마무리를 짓는 대신 두 전사는 아직 남은 스켈레톤을 정리했다. 그 사이 길잡이가 단검을 들고 망령 기사의 핵을 쑤셨다.


‘상급 모험가는 모두 마력을 다룰 줄 아는 건가? 아니면 저 무기에 마력이 깃들어 있나? 조사하고 싶지만 상황과 장소가 나쁘군.’


망령 기사 넷을 모두 제압하는 데 고작 1분 걸렸다. 모험가들은 땅에 떨어진 투척 무기를 회수하고 망령 기사로부터 마석을 채취했다.


“검과 도끼를.”


“여기 있소.”


전사가 쓰는 검이나 도끼에는 특별히 마력이 깃들어 있지 않았다. 이로 미뤄보아 뛰어난 모험가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마력을 다룰 줄 아는 게 분명했다.


도끼와 검 모두 날의 이가 빠지거나 금이 가진 않았다. 꽤 격렬한 전투였기에 지향은 검을 돌려보며 혹시 모를 파손을 주의 깊게 확인했다.


결론은 ‘아무 이상 없음’이었다. 특히 검은 두 자루 모두 매우 잘 만든 검이었다.


‘세심하게 살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명장이 만든 검이야. 좋은 철로 만들고 열처리도 잘 먹였어.’


지향은 검의 표면을 살피며 많은 걸 읽었다. 칼날을 단조하면서 얼마나 균일하게 망치질했는지, 열처리할 때는 불을 얼마나 세심하게 다뤘는지 손에 잡힌 듯이 보였다.


이렇게 훌륭한 검이면 설령 차돌을 내리쳐도 쉬이 망가지지 않으리라. 앞으로 몇 번이나 전투를 더 해야 할지는 몰라도, 믿고 목숨을 맡길 가치가 있는 무기였다.


“칼날에 파손을 걱정할 정도의 손상은 없습니다. 여기선 베는 일보다 강한 힘으로 맞부딪쳐야 하니 날을 바짝 세우는 것보다는 조금쯤 무딘 상태로 두는 게 나을 겁니다.”


“좋소.”


“그리고 투척 무기를 선호하면 이걸 이용해 보시죠. 일반적인 단검보다 나을 겁니다.”


지향은 호주머니에서 투척용으로 만든 단검 한 묶음을 꺼내어 길잡이에게 건넸다. 칼날과 칼자루가 일체형인 얇고 가는 단검이었다.


평범한 단검과 달리 오직 ‘투척’이라는 기능 하나에 모든 걸 투자한 무기였다. 비행에 유리하도록 최대한 얇게 만들었고, 투척에 방해되는 목재 칼자루는 설치하지 않았다.


날 끝에 무게가 실리는 형상이고 칼날에 완만한 곡선을 주어 절삭력도 극대화했다. 이비가 특히 단검 투척을 많이 하는 걸 보고 설계한 무기였다.


“굉장히 특이한 단검이군요.”


“투척만을 위한 거라 단검보다는 투창이나 표창에 가깝지요. 투척했을 때 위력은 손도끼보다 떨어지지만, 대신 작고 가벼워서 여러 자루를 들고 다닐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감사히 쓰겠습니다.”


한 묶음당 다섯 자루였다. 납작한 형태 덕분에 뭉쳐서 보관할 수 있으니 평범한 전투용 단검으로 같은 수량을 들고 다닐 때보다 훨씬 수납공간에 여유가 있었다.


길잡이는 다섯 자루의 단검을 허리띠 주머니에 넣고 그 보관성에 감탄했다. 무기가 더 있는 게 없는 것보다 당연히 유리한데 다섯 자루나 있으니 든든했다.


지향의 투척 단검을 본 전사들도 눈에 이채를 띄었다. 하지만 여타 질문이나 요구 없이 그냥 넘어갔다.


일행은 다시 전진했다. 지향은 놓고 온 망령 기사의 검이 못내 아쉬웠으나 그걸 챙겨도 될 만큼 무게에 여유가 있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걸 버리며 방과 방을 건너며 목적지 코앞에 도착했으나 쉽사리 접근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 방에 다수의 마물이 몰려 있었다.


“이 너머에서 농성 중입니다.”


“다른 출입구는 없소?”


“농성 장소를 찾아 일부러 출입구가 한 곳인 방으로 들어간 거라 달리 출입구가 없습니다.”


“돌파할 수밖에 없겠구려.”


대장은 고민했다. 일단 마물이 모인 걸 보면 방 너머에 구조 대상자 상당수가 아직 살아 있는 모양이었다.


다행이었다. 덕분에 한숨 돌리고 전술을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당신의 의견이 필요하오. 내부의 요구조자는 우리의 공격에 호응할 만큼의 전력이 남아 있겠소?”


“반반······이라고밖에 답할 수 없겠군요. 용병과 기사는 8층에 진입한 시점에서 상당히 지쳤고 그나마 체력을 온존했던 우리 파티도 이만큼 긴 시간을 농성했으면 무사하긴 어렵습니다.”


“역시 그렇구려.”


“치료사님은 혹시 모를 요구조자 치료에 전력을 다해야 하니 이번 전투에서 우리가 다치는 일도 최소화해야 합니다.”


“역시 특급 의뢰답달까, 항상 불가능한 일을 강요당하는군.”


“그걸 어떻게든 해내는 게 모험가 아니겠습니까.”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환기하고 네 사람이 본격적인 작전 설계에 들어갔다. 지향 또한 혹시 도울 일은 없을까 챙겨온 짐을 살폈다.


“한 개체도 뜨문뜨문 보여야 할 망령 기사가 스켈레톤처럼 뭉쳐 다니다니, 이거 원.”


“개체의 전투력은 망령 기사가 제일 크지만, 스켈레톤 병사도 골치입니다. 스켈레톤 궁수까지 나왔군요.”


“놈들을 먼저 처리하지 못하면 원거리 공격에 노출되는데, 그건 피하고 싶군.”


“저기.”


“대장장이? 무슨 일이오?”


“혹시 스켈레톤 궁수는 불에 강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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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장 장인의 발걸음 (14) +1 24.06.06 119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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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장 장인의 발걸음 (10) +1 24.06.02 140 16 11쪽
27 2장 장인의 발걸음 (9) +2 24.06.01 137 18 11쪽
26 2장 장인의 발걸음 (8) +3 24.05.31 137 18 12쪽
25 2장 장인의 발걸음 (7) +1 24.05.30 144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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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장 장인의 발걸음 (5) +1 24.05.28 149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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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장 장인의 발걸음 (3) +3 24.05.26 151 14 12쪽
20 2장 장인의 발걸음 (2) +2 24.05.25 160 18 12쪽
19 2장 장인의 발걸음 (1) +1 24.05.24 161 19 11쪽
18 1장 던전의 속삭임 (완) +3 24.05.21 210 21 13쪽
17 1장 던전의 속삭임 (16) +4 24.05.20 188 20 14쪽
16 1장 던전의 속삭임 (15) +1 24.05.19 206 20 13쪽
15 1장 던전의 속삭임 (14) +4 24.05.18 205 18 12쪽
14 1장 던전의 속삭임 (13) +5 24.05.17 205 21 13쪽
13 1장 던전의 속삭임 (12) +4 24.05.16 215 19 12쪽
12 1장 던전의 속삭임 (11) +2 24.05.15 231 21 13쪽
11 1장 던전의 속삭임 (10) +4 24.05.14 247 20 12쪽
10 1장 던전의 속삭임 (9) +6 24.05.13 271 21 12쪽
9 1장 던전의 속삭임 (8) +4 24.05.12 270 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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