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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모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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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5
추천수 :
42
글자수 :
450,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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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3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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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축제 그리고 나시크

DUMMY

리우브 왕성에 들어선 나시크는 혹 자신이 너무 늦은것은 아닌지 염려되기 시작했다. 전쟁의 승리를 자축하는 축제를 보니 이미 용병대가 해체된건 아닌가 하는 불안이 생긴것이다. 다행히 친절한 리우브 시민에게서 타르누스 용병대의 위치를 전해듣고서야 비로소 그는 안심이 됐다. 왕성 밖 마크란의 훈련장으로 쓰이던 전투장은 근 몇년간 타르누스 용병대가 거주하던 곳이었다. 용병대에 가까워 질수록 바로 옆에서있는 사람과 대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축제의 흥겨운 노래소리와 나팔, 북, 피리같은 악기연주가 시끄러운 용병대원들의 술주정과 뒤섞여 나시크는 마치 시장 한복판에 서있는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이윽고 용병대에 다다른 나시크가 한창 술을 마시고있는 한 테이블에 다가가 용병들 중 한명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마세르에서 온 나시크라고 한다. 가서 타르누스님께 내 이름을 전해다오.”

“뭐야? 새로 지원하러 온 녀석인가? 이봐, 전쟁은 끝났다구. 이 멍청아!!”

“하하하!!!”

용병의 농담에 테이블은 한순간 웃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그의 버릇없는 말투에 발끈한 나시크의 부하가 앞으로 나섰지만 나시크는 재밌다는 표정으로 그를 제지하며 아직 웃음기를 거두지 않은 용병에게 다시 물었다.

“지금 당장 일어나 타르누스님께 가서 내 이름을 전한다면 방금 전 무례는 없었던걸로 해주지.”

“뭐라고?? 이런 건방진 녀석. 우리 대장님이 아무나 만날수 있는 사람인줄 아느냐? 그래, 네놈은 분명 글로리안의 자객이구나!

어지간히 술에 취한 용병의 술주정을 받아주는게 짜증스러울법도 했지만 나시크는 그보다도 발로니테가 자객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란걸 전혀 상상치 못했기에 잠시 놀라고 말았다.

‘과연 적국의 입장에선 자객을 보내서라도 제거하고 싶은 상대였겠지...’

나시크는 속으로 미소가 지어졌다. 눈앞의 용병은 술에 취했지만 그래도 제 주인을 지키는것에 마음을 쓰고 있지 않은가. 이런 하급의 용병조차 그를 위해 검을 뽑을 정도면 그 위의 용병들을 더 볼 필요로 없을듯 보였다. 발로니테는 분명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졌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그의 검술보다 더 치명적인 무기일지도 몰랐다. 나시크는 은근슬쩍 질투심이 생겼다. 어린시절부터 발로니테의 곁엔 늘 자신이 있었고 그 누구보다 그와 가까운 사이였건만 몇년 떨어져있는 동안 발로니테의 주변에 자신과 같은 이가 너무 많아진것만 같은 생각이 든것이다. 그래서 그는 눈앞의 용병이 시비를 걸어오는게 기분나쁘지는 않았지만 그간 갈고 닦아온 검술을 한번 보이고 싶었다. 소란이 커지면 자연스레 발로니테가 달려올것이고 그에게 더 강해진 자신을 내보이고 싶은것이다.

“멍청한 놈, 나는 마세르에서 왔다고 한말 못들었느냐? 좋아, 말로 해선 안될것같으니 네 놈의 상관을 불러와라. 아무래도 넌 제일 하급의 용병같으니”

“하하하하! 맞아 맞아!!!”

술자리는 다시 한번 웃음이 터졌고 나시크의 말이 맞다는듯 다들 박수치며 웃고 떠들었다. 조롱당한 용병은 얼굴이 붉어지며 당장이라도 나시크에게 덤벼들듯 했다.

“이놈이!!! 그렇게 못하겠다면 어쩔테냐?”

“그렇다면 네놈을 땅바닥에 눕힌 뒤 강아지처럼 기어가게 할 수밖에!!!”

“이봐 목검 가져와!!”

용병이 소리치자 그들의 심부름꾼으로 보이는 노예 하나가 재빨리 목검 대여섯개를 들고와 용병과 나시크에게 하나씩 쥐어주었다. 그러자 용병들은 재미난 구경꺼리를 서로보기 위해 모여 들었고 축제장은 금새 작은 무투회장으로 변했다.


용병은 술에 취했지만 제법 빈틈없는 자세를 취했다. 비록 나시크의 예상대로 그는 이곳에서 하급의 용병이었지만 몇번의 큰 전투에서 부상없이 살아남은 나름 실력을 갖춘 정예였다. 오히려 그의 눈에 비친 나시크는 옷만 그럴싸해 보였지 전혀 실력없는 풋내기 검사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우쭐한 그는 최근에 틈틈히 연습한 이검류를 동료에게 보이고 싶은 생각에 왼손에 또 하나 검을 쥐었다. 이검류 싯트리안! 타르누스가 보여준 신기에 가까운 검술에 반해 그사이 용병대에서는 너도나도 이검류 연습이 한참이라는걸 나시크가 알턱이 없었지만 방금전과 달리 조금 엉성한 용병의 자세에 나시크는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그와 함께 용병의 검이 나시크의 가슴팍을 향해 찔러들어왔다. 나름 기습으로 나시크를 놀라게 할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검술은 역시 나시크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발로니테가 없는사이 루가단의 시나오를 이끌며 틈틈히 테르가에게 검술 지도를 받은 나시크였다. 또한 전투를 통해 실전 경험을 쌓는 바라사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그는 마세르의 뛰어난 전사들을 찾아다니며 갖가지 검술을 터득했고 그것을 몸에 배게하기 위해 잠시도 검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스스로 카르테히나에 가까이 다가갔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이런 용병은 너무도 손쉬운 상대였다. 나시크는 몸을 틀어 상대의 검을 피한 뒤 그대로 검을 들어 상대의 목에 칼끝을 찔러넣었다. 그리고 그의 검은 겨우 손가락 두세개가 들어갈만큼의 공간을 두고 용병의 목앞에서 멈추었다. 믿을수 없이 빠른 속도와 대범한 검놀림, 그리고 여전히 흔들림없는 나시크의 눈빛은 술에 취한채 장난삼아 판을 벌인 용병들의 정신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타르누스 용병대의 실력이 이것밖에 안되는 것인가?”

다시 검을 거둔 나시크는 눈앞의 상대를 조롱하며 검을 땅에 꽂은 채 용병들을 도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두려움에 잠시 주춤했던 용병이 그 틈을 노려 다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런 얄팍한 수를 예상못할 나시크가 아니였다. 나시크는 꽃혀있는 검을 그대로 뽑아쥐며 상대의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그리고 검을 뒤집어 검자루를 상대의 어깨에 내리찍자 용병은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비켜라, 내가 상대해주마.”

용병이 패배하자 곧바로 다음 용병이 나시크앞에 나섰다.

“타르누스 제3용병대 라메타 넥툰이다.”

용병이 제법 전사다운 예를 보이자 나시크는 기꺼이 화답했다.

“마세르의 나시크다.”

나시크와 비슷한 체격의 넥툰은 린카우가 우나프로 있는 제3용병대의 가장 뛰어난 라메타였다. 그는 린카우와 같은 단검류(케이시안)로 나시크에 맞섰다. 하지만 그의 호기로운 패기와는 달리 그는 나시크의 세번의 공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바닥에 검을 떨구고 말았다.


“대장이 과연 이곳 리우브에 남을까?”

“대장님이라고 불러! 너는 왜 항상 반말이냐!”

“잔소리쟁이... 대장님이라 하면 정 떨어진다고.”

“카라자스! 상관에 대한 예의를!!”

“됐다, 됐어!”

또 다시 잔소리를 퍼부으려하는 바라사의 입을 틀어막으며 카라자스는 테이블에 놓인 술잔을 들어 가득 담긴 술을 한번에 들이마셨다. 린카우는 카라자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한듯 카라자스의 술잔에 다시 술을 채우며 넌지시 물었다.

“대장님이 이곳에 남는다면 카라자스님은 떠날 생각입니까?”

“뭐라고, 가긴어딜가?”

린카우의 물음에 입을 연것은 바라사였다. 카라자스가 떠난다는걸 생각조차 해본적 없던 바라사는 린카우의 질문이 오히려 황당하다는듯 대꾸했지만 이어진 카라자스의 대답은 린카우의 예상대로였다.

“그래”

“뭐?”

바라사의 물음에 테이블은 잠시 조용해졌다.

“우린 평생을 쓰고도 남을 돈을 벌었으니 아마 형제들 대부분은 고향으로 돌아갈테지요. 굳이 이곳에 남아 카로와나가 되거나 할 필요는 없을테니까요.”

린카우의 말에 카라자스는 다시 술잔을 입에 댔고 바라사는 그럴수 없다는듯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발끈했다.

“린카우! 형제의 의리란!! 그깟 돈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까”

“린카우님!!! 린카우님!!!”

“그러니까!! 저놈이..!”

바라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린카우의 부하중 하나가 급히 달려와 그를 찾았다.

“린카우님, 왠 검사 하나가 찾아와서 우리 라메타를 모조리 꺽어 놓았습니다. 빨리 와보십시오”

“뭐라고!?”

린카우가 믿을수 없다는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바라사와 카라자스는 지금까지의 대화는 쏙 잊어버린채 재빨리 자리를 털고 린카우를 쫒았다. 라메타는 자신들이 골라 뽑은 자들인데 그들보다 검술이 뛰어난 자라면 용병대에 고작 4명,용병대장 타르누스와 우나프인 자신들 3명 뿐. 간만에 엄청난 녀석의 등장에 그들은 술이 확깨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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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리우브를 뒤로하고 18.04.21 89 0 10쪽
76 마세르로 18.04.08 67 0 13쪽
» 축제 그리고 나시크 18.03.31 84 0 9쪽
74 리칼연합의 평화 18.03.24 127 0 9쪽
73 테르가의 결심 18.03.11 112 0 12쪽
72 황제의 사람들 18.03.04 90 0 10쪽
71 알리아와 스페스 18.02.11 128 0 11쪽
70 이바나의 반격 18.02.04 106 0 10쪽
69 알리아 전투2 18.01.28 136 0 11쪽
68 알리아 전투 18.01.27 156 0 11쪽
67 이바나의 새로운 꿈 18.01.22 132 0 12쪽
66 어제의 친구 오늘의 적 18.01.18 126 0 10쪽
65 이바나의 결심 18.01.14 105 0 11쪽
64 전설이 된 헤르반 +1 17.12.24 192 0 9쪽
63 헤르반과 이바나 17.12.11 111 1 10쪽
62 이바나의 분노 17.11.26 124 0 11쪽
61 알리아와의 협상 17.11.19 136 0 11쪽
60 바라쿠타의 형제들 17.11.07 143 0 9쪽
59 하나시와 니안의 계략 17.10.29 160 0 12쪽
58 세번째 동서전쟁의 시작 17.10.22 190 0 13쪽
57 복수를 위한 전쟁 17.10.08 196 0 12쪽
56 우루안의 죽음 17.09.17 202 0 13쪽
55 우루안의 결단 17.09.10 148 0 11쪽
54 다간으로의 여정 17.09.03 169 0 15쪽
53 카루온왕자의 눈물 17.08.27 195 0 16쪽
52 전령이 전해온 소식 17.08.20 185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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