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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모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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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3
추천수 :
42
글자수 :
450,893

작성
17.12.1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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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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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헤르반과 이바나

DUMMY

“지금이다!!”

오카스의 신호가 떨어지자 이바나의 커다란 말은 중심을 잃고 그대로 고꾸라지며 바닥에 얼굴을 쳐박고 말았다. 어두워진 밀림속에서 오카스의 함정을 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바나와 선두의 우나프 무리가 쓰러지자 다시 오카스의 명령이 떨어졌다.

“적을 쳐부숴라!!”

오카스는 맨 선두에서 이바나를 향해 곧장 달려나갔다. 이바나의 말은 목이 부러진듯 쉽사리 일어나지 못했다. 이바나의 실체를 마주한적은 단한번도 없었기에 오카스는 난생처음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말 아래 떨어진 적은 상대할만하다고 그는 판단했다. 하지만 그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아군에게 전달할 시간은 그에게 조금도 주어지지 않았다.

“카로안님!!!”

오카스를 뒤따르던 엔카나와 헤르반은 카로안의 목이 공중에 솟구치는것을 보며 극도의 분노감에 휩싸였다.

“이바나!!!”

엔카나의 손에는 창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충분한 거리라고 느껴진 순간 그의 손을 떠난 창이 이바나의 몸통을 향해 날카롭게 날아갔다. 그리고 곁을 따르던 라메타에게 건내받은 엔카나의 두번째 창은 다시 이바나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엔카나의 검. 마치 날개를 편 독수리처럼 엔카나와 그의 라메타들은 이바나를 덮쳤다.

하지만 이바나는 생각보다 막강했다. 말에서 내렸지만 그의 민첩함은 변함없이 빨랐고 엔카나의 창을 검으로 튕겨낸 그는 엔카나나 그의 다섯 라메타에 맞서 한치의 물러섬도 보이지 않았다.

“적의 우나프를 노려라.”

헤르반은 이바나를 상대하는 엔카나를 돕기위해 이바나의 뒤에 포진한 적의 우나프들을 노리고 검을 뿌렸다. 이미 상당한 전력을 잃은 이바나였지만 그는 홀로 전장을 지배하는 전투의 신과 같았다. 엔카나와 그가 아끼는 다섯 라메타들은 이바나 단 한명을 상대로 팽팽한 전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저 멀리였지만 아민투스는 그들의 전투를 선명하게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엔카나의 전투력은 분명 헤르반보다 한참 아래, 어쩌면 그가 이끄는 라메타보다 못한 실력이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하는 라메타와의 호흡은 마치 6명의 엔카나가 하나로 합쳐진 모습이었다.

“저것이 엔카나님의 진짜 능력이었나?”

순간 아민투스는 급히 화살을 잡은 오른손을 힘껏 목뒤로 당긴 뒤 손을 떼었다.

그리고 날아간 화살은 잠시 후 은밀하게 가이안을 노리던 적의 궁수의 몸통에 박히고 적의 화살은 가이안을 빗나가 나무에 박히고 말았다. 가이안은 정신없는 전투 중에도 자신의 곁을 스쳐지나간 화살의 존재를 느낄수 있었다.

‘아민투스 또 나를 구했구나!’

가이안은 적의 우나프를 쓰러뜨린뒤 검을 든 오른손을 치켜들어 아민투스에게 그들만이 알아볼수 있는 신호를 보냈다. 살려준것에 대한 보답. 쓸때 없는 짓 그만 두라고 몇번을 이야기 해도 말을 듣지 않는 가이안을 위해 아민투스는 다시 활에 화살을 걸었다.

‘움직이지만 않는다면 이 거리도 해볼만 하지’

화살늘 움켜쥔 그의 시선이 다시 헤르반에게 향했다.

헤르반은 벌써 이바나가 없는 적의 빈자리를 빠르게 파고 들고 있었다. 엔카나가 이바나를 붙잡고 있는사이 그는 적의 우나프 두명을 베어버리고 이바나의 주위를 점점 외롭게 만들고 있었다.

“이바나님!!!!”

이바나의 귓가에 그를 찾는 외마디 비명이 들렸을때 그를 보좌했던 4명의 우나프들중 마지막 남은 우나프의 목숨이 끊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순간 이바나의 검은 드디어 팽팽하던 균형을 깨고 적의 머리를 날리고 있었다.

“엔카나님!!!!”

엔카나의 이름이 밀림속 가득 울려퍼졌다. 그것은 헤르반의 고막을 넘어 가슴통을 울리듯 계속 메아리 치고 있었다. 그리고 헤르반이 고개를 돌려 시선이 닿은곳엔 순식간에 엔카나의 라메타를 처리하는 괴물과 같은 이바나의 모습이 들어왔다. 뚫을수 없을것 같았던 엔카나의 방패는 순식간에 박살나고 말았다. 그러자 주인을 잃은 엔카나 부대의 마크란들은 기꺼이 자신의 우나프와 라메타의 뒤를 따라 목숨을 내던지고 있었다.

“엔카나님의 뒤를 따르자!!!”

“물러서라”

헤르반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이성을 잃은 엔카나의 부대는 다시 말에 올라 앉은 이바나를 향해 애처로운 목숨을 내던지고 있었다.

“이바나 네놈의 상대가 여기있다!!”

헤르반은 더 지켜볼것도 없이 이바나를 향해 말을 달렸다. 평탄하지 않은 밀름의 전장을 달리는 말은 격한 진동을 헤르반의 몸에 전해주었지만 언제까지 말고삐를 잡고있을수는 없었다. 이바나는 지쳐있고 외로운 처지였다.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헤르반은 두손으로 그의 장검을 들어 첫검에 이바나의 머리를 노렸다.

헤르반의 공격을 눈치챈 이바나는 마크란 학살을 멈추고 새로운 적을 향해 등을 돌렸다. 죽음을 각오한 무모한 공격. 단 일검에 적의 목을 벨수 있을 만큼 허술해보이는 공격이었다.

“내가 알리아의 이바나다!!!”

이바나의 천둥같은 호통이 밀림에 울려퍼지며 그의 말이 헤르반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사람의 검이 뿌려지는 찰라 헤르반은 그의 몸을 말등 위로 눕히며 이바나의 공격을 막아내고는 뒤돌아 스쳐가는 이바나의 말에 단검을 찔러 넣었다. 생각치 못한 공격에 아바나는 다시 말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가이안 이고르 뒤를 부탁한다. 투고 아만 가자!!”

헤르반의 명령에 가이안과 이고르는 헤르반의 등뒤를 막아 혹시모를 적의 기습을 완전히 차단했다. 그리고 다시 말을 달려나가는 헤르반의 오른편엔 투고가, 왼편엔 아만이 뒤따르며 세사람의 검이 일제히 이바나를 향해 겨눠졌다. 이바나는 말에 오르지도 못한채 헤르반의 공격에 맞설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문득 그는 크게 소리내 웃으며 헤르반을 향해 고함쳤다.

“하하하,비겁한 놈들. 너희 스페스에는 진정 나와 겨눌 전사가 없느냐!!”

이바나는 한심하다는듯 헤르반을 비웃었고 헤르반은 즉각 공격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는 결심한듯 투고와 아만을 돌아보며 말했다.

“투고, 죽더라도 스페스 우나프의 명예를 위해 싸우겠다. 내가 죽거든 뒤는 아민투스에게 맡겨다오.”

“헤르반님!!”

아만은 헤르반의 무모함을 저지하며 그를 불러세웠지만 투고는 그런 아만을 막아섰다. 그리고 그는 아만을 보며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처음보는 모습이었다. 늘 급하고 충동적인 아만이 피가 튀는 전투에서 이토록 냉정해진 모습은... 투고는 여전히 헤르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체 조용히 아만을 타일렀다.

“아만, 죽음은 피할수 없다. 중요한건 어떻게 죽는가의 문제다.”

“....”

“헤르반님이 잘못되면 우리가 저놈을 막아야 한다. 아민투스의 화살에 쓰러질때까지...”

헤르반은 이바나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말에서 내렸다. 미처 거기까지 예상하지 못한 투고는 자신도 모르게 헤르반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헤르반은 더이상 뒤돌아보지 않았다. 죽음을 앞에두고 괜한 객기를 부리려는것은 아니였다. 적은 이미 숨이 거칠어졌고 그것으로 힘의 균형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 자를 넘어서야 한다. 그것이 나의 숙명이다.”

해르반은 오히려 말아래가 편했다. 그는 검을 쥐 양손에 힘을 주며 이바나를 향해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이바나는 그런 해르반을 가소롭게 쳐다보았다. 그는 일부러 말에서 내린 적의 오만함이 가소롭다 못해 가엽게 여겨질 정도였다. 그래도 그는 자신의 도발에 넘어가 이곳을 벗어날 기회를 준 적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례로 이바나는 난생 처음으로 적의 이름을 물었다.

“나 알리아의 카로안 이바나가 그대의 이름을 알고싶다. “

“스페스의 제 7 우나프 헤르반이다.”

“오너라 애송이.”

해르반은 깊은 심호흡을 내뱉으며 이바나를 향해 달려나갔다. 공격 또 공격. 가장 좋은 방어는 틈을 주지 않는 공격이라 늘 생각했던 그였다. 이바나는 한눈에 적이 보통의 전사가 아님을 깨달았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이 날렵함, 더군다나 상대는 장검을 쓰는 히타페리아였다. 검을 들지 않고선 공격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이바나는 검을들어 자신의 왼쪽으로 들어오는 검을 쳐내고 그대로 몸을 틀어 상대의 몸통을 가격했다. 하지만 헤르반의 눈이 먼저 이바나의 움직임을 잃고 거리를 벌려 상대의 검을 피했다. 그것은 찰라의 순간. 투고와 아만은 경외심에 가까운 눈으로 자신의 우나프을 쳐다보고 있었다. 헤르반의 키는 이바나보다 두뼘정도 작았다. 다만 상대는 케이시안. 보통길이의 단검을 사용하는 케이시안이었지만 이바나의 검은 헤르반과 대등한 길이였다. 누가봐도 불리한 상황속에 상대는 전설로 불리는 사내.. 투고는 자꾸 불길한 생각이 업습하는것을 쉽사리 떨쳐낼수 없었다.

‘침착해야 한다. 냉정해져야 한다.’

투고는 이어지는 헤르반의 두번째 공격이 시작되는 그 짧은 순간에도 수없이 스스로를 다그치며 마음을 가다듬고있었다.

헤르반의 눈은 상대의 눈을 쫒고 있었다. 이바나의 목을 향해 찔러가는 자신의 검날 위로 이바나의 눈동자가 비쳐지고 그의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들이 폭발하듯 그의 눈동자에서 넘치며 검을 타고 흐르는듯했다. 그것은 마치 나나크메강에 흘러가는 달빛처럼 그의 검 위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보인다.’

헤르반은 이바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신의 가호가 내린것이리라. 헤르반은 그것을 신의 가호라 여겼지만 투고와 아만의 눈에 비친 헤르반은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샤크논과 같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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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리칼연합의 평화 18.03.24 127 0 9쪽
73 테르가의 결심 18.03.11 1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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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알리아와 스페스 18.02.11 128 0 11쪽
70 이바나의 반격 18.02.04 107 0 10쪽
69 알리아 전투2 18.01.28 136 0 11쪽
68 알리아 전투 18.01.27 156 0 11쪽
67 이바나의 새로운 꿈 18.01.22 133 0 12쪽
66 어제의 친구 오늘의 적 18.01.18 126 0 10쪽
65 이바나의 결심 18.01.14 105 0 11쪽
64 전설이 된 헤르반 +1 17.12.24 192 0 9쪽
» 헤르반과 이바나 17.12.11 112 1 10쪽
62 이바나의 분노 17.11.26 125 0 11쪽
61 알리아와의 협상 17.11.19 136 0 11쪽
60 바라쿠타의 형제들 17.11.07 144 0 9쪽
59 하나시와 니안의 계략 17.10.29 160 0 12쪽
58 세번째 동서전쟁의 시작 17.10.22 190 0 13쪽
57 복수를 위한 전쟁 17.10.08 197 0 12쪽
56 우루안의 죽음 17.09.17 202 0 13쪽
55 우루안의 결단 17.09.10 14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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