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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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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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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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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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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2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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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세번째 동서전쟁의 시작

DUMMY

스페스의 원정군은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라고스에 도착했다. 그리고 마치 때를 맞춘듯 토다인왕 일행이 라고스에 당도하자 라고스는 일순간 격변의 장으로 변해 도시 안밖이 시끄러워졌다. 서부동맹의 정신적 기둥이었던 우루안의 죽음은 라고스에 모인 모든 귀족과 전사들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와 공허감을 안겨주었고 그것은 곧 참을수 없는 분노로 바뀌어 그들이 시작하려는 전쟁에 명분이 충분한 되어주었다. 스페스의 원정군이 라고스에 도착한 이후 서부동맹의 조약에 의한 각 도시의 동맹군들이 하나 둘 라고스로 도착했다. 스페스의 형제도시인 던, 나나크메강의 시작점이자 동부동맹과 가장 가까운 라미아, 라미아와 형제도시인 라고스. 이미 2번이나 전쟁을 경험하면서 단결된 서부동맹의 강력한 결솔력은 우루안의 죽음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듯 동맹군들의 움직임에 조금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았다. 던의 원정군이 마지막으로 합류한 뒤 라고스의 신전에서 우루안의 장례식이 성대하게 치뤄졌다. 우루안의 장례는 스페스에서 치뤄져야 마땅했지만 그의 시신이 이미 썩기 시작했기에 카루온은 토다인의 허락을 구한 뒤 라고스에서의 장례를 결정했다. 왕의 장례는 보통 10일에 걸쳐 이루어졌지만 카루온에겐 그렇게 많이 시간이 허락될수 없었다. 카루온은 전쟁을 위해 단 2일만에 장례를 마무리 지었고 장례가 끝나자 마자 우루안의 시신은 스페스로 옮겨졌다. 그리고 서부동맹의 왕들은 우루안의 장남 카루온이 정식으로 그 후계로서 스페스의 왕으로서 합당함을 인정하며 서부동맹의 새로운 맹주가 되었음을 선포했다. 하지만 왕이 되기전 스페스의 나테루로부터 충성의 서약이 선행되어야 했기에 카루온은 자신이 스페스로 돌아가 나테루로 부터 정식으로 인정받기 전까지 자신은 여전히 왕자의 신분임을 밝혔다. 따라서 이번 전쟁의 지휘체계는 아직 왕자신분인 카루온과 라미아의 왕 모우나의 양강체계로 자연스레 결정되었다. 이제 슬픔은 가시고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하자 카루온은 모우나의 적극적인 지지아래 즉각 출병을 결심했다. 그는 신속한 공격으로 다간을 점령하려 했으나 니안은 그런 카루온을 말렸다.

"이미 다간은 우리의 공격에 대비했을것입니다. 신중하셔야 합니다. 다간은 이샤크강의 양갈래 강줄기에 둘러쌓안 천혜의 요새. 물줄기를 막고 다리를 만드는 동안 알리아가 우리의 뒤를 칠수 있습니다. 먼저 알리아를 포위 공격해 뒷탈이 없도록 해야합니다.”

카루온은 당장이라도 다간과 전면전을 치루고 싶었지만 니안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 과거 알리아는 서부동맹의 일원이었던 만큼 그들의 땅은 다간보다는 라고스와 훨씬 가까이 닿아있었다. 다간에 모든 병력을 쏟는다면 알리아는 비어있는 라고스를 칠수 있었고 이는 원정군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었다.

"알리아... 이번에 다간과 함께 지도에서 지워버리리라."

카루온은 다간에 앞서 알리아를 점령하기로 하고 이튿날 해가 뜸과 동시에 알리아로의 진격을 명했다.


출병을 하루 앞둔 밤. 니안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일 출병을 앞두고 모든 병사들이 깊은 잠에 빠져있었지만 니안이 머무는 막사는 불이 꺼질줄 몰랐다. 니안은 마세르에서 스페스로 돌아오는 그 순간부터 다간을 효과적으로 공격할 갖가지 계략을 짜내고 있었다. 과거 알리아가 서부동맹의 일원이었을때 동부동맹의 영토와 힘은 서부동맹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알리아의 원주민인 마로이족의 반란과 함께 알리아는 동부동맹으로 넘어가 버렸고 이제 힘의 균형추는 동부동맹으로 기울어 버린 상태였다. 하지만 스페스는 여전히 밀림의 최대 도시였고 이번 전쟁도 아군에게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니안은 알리아의 기습공격에 대비하면서 이샤크강의 물줄기를 확실히 잡아둘수만 있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배가 있었다면 이샤크 강줄기를 타고 다간을 꾸준히 기습공격 할수 있었겠지만 그럴 여유가 없으니 병력을 한곳으로 집중해 빠르고 강력한 힘으로 정면돌파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번 전투를 승리하게 된다면 스페스가 다시 연합의 맹주가 되고 카루온은 멘티스 역사에 가장 젊고 강력한 왕으로 기록될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든것은 순조로웠고 병사들의 기세는 날카로웠다. 머리속의 생각이 정리되자 니안은 늦었지만 잠자리에 들기 위해 막사의 불을 껐다. 그리고 나무와 천으로 만들어진 간이 침대에 몸을 누이려는 찰라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화살촉이 그의 막사를 뚫고 들어왔다.

"누구냐!"

니안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옆에 놓인 검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금새 어둠에 잠겨버리고 다시 고요한 적막이 찾아왔다. 그는 조심히 걸음을 옮겨 막사의 가죽을 뚫고 들어온 화살을 유심히 살폈다. 화살은 촉만 막사안으로 들어왔을뿐 깃은 여전히 막사밖에 걸친채 매달려 있었다. 니안은 조심히 막사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막사 밖 인근에는 보초병이 있었지만 그들의 감시는 작은 화살이 날아오는것까지는 발견 미치지 못한 듯 했다. 니안은 화살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화살을 뽑으려는 순간 화살의 깃 바로 아래 작은 천조각이 묶여 있는것을 발견했다.

'뭐지?'

니안은 이 화살이 자신에게 날라온 것이 우연이 아님을 직감했다. 그는 서둘러 화살을 뽑아낸뒤 천조각을 풀어보았다. 그리고 그 천에는 아주 작은 글씨가 적혀있었다. 하지만 그 글씨는 너무 작아 달빛을 가지고는 읽을 수 없었다. 니안은 다시 막사 안으로 들어와 기름에 불을 지피고 다시 천을 펼쳐 글씨를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잠시뒤 니안은 정신 없이 막사밖으로 뛰쳐 나갔다. 그리고 그는 주변에서 가장 높은 언덕을 향해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손과 옷이 더러워졌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정상에 오른 그는 가쁜 숨을 고르며 한동안 눈을 감고 가만히 서있다가 곧 한없이 깊은 탄식을 내뱉으며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왜!!! 지금이 그때란 말인가!!"

니안의 외침을 주변 병사들을 깨우기 충분히 컸지만 그의 외침을 들은것은 보초병 뿐이었다. 잠시 뒤 그를 향해 달려온 두명의 보초병은 놀란 눈빛으로 니안을 바라보며 그의 안부를 물었지만 니안은 애써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돌려보냈다. 그리고 허탈한 표정으으로 막사로 돌아온 니안은 그날 밤 결국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알리아는 이샤크강 너머 서쪽땅에 위치한 유일한 동부동맹의 도시로 언제나 서부동맹의 위협으로 부터 자유로울수 없었기 때문에 엄청난 수의 첩자를 운용하고 있었고 다간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수성의 준비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카루온이 알리아로 향하는 순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소식이 알리아에 전해졌다. 우루안의 죽음 이후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 두었던 알리아의 왕 베리아키는 즉시 다간에 이 소식을 전하고 수성에 돌입했다. 그는 서부 동맹에 연결된 모든 도로를 나무와 돌로 차단했으며 유일하게 다간으로 통하는 길만을 남겨두었다. 그는 만만의 준비를 갖추었지만 혼자서 서부동맹 4개도시의 대군에 맞서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적의 수는 2만에 가까운 대군이었다. 그는 카로안을 시켜 바닷길을 통한 퇴로까지 준비한 뒤에야 비로소 적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서부동맹 원정군의 세노테가 된 니안은 베리아키가 전쟁에 회의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그가 염려하는 사람은 알리아의 카로안인 이나바였다. 이나바는 현시대 최고의 전사라 일컬어질 만큼 독보적인 명성을 가진 전사였다. 커다란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민접함, 그의 힘은 가히 전설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는 맨손으로 말의 목을 비틀어 죽일수 있다고 할만큼 대단한 완력을 소유했고 작은 새도 쏘아 맞출만큼 활에 있어서도 신기에 가까운 명궁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였다. 이나바는 사실 알리이의 나테루로 카로안은 그저 겸직에 가까운것일 뿐. 그는 어린시절부터 체계적인 교육과 전투훈련을 통해 여느왕자과 다름없는 나테루의 후계자로 성장했으며 뛰어난 지혜를 겸비한 자였다. 니안은 베리아키를 능가하는 그의 영향력을 생각해볼때 그가 왕의 만류를 뿌리치고 자신들의 뒤를 칠꺼라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런 니안의 생각은 틀림이 없었다. 두려움에 떨고있는 왕을 찾아간 아비나는 자신의 영향력을 어김없이 보여주었다.

"적의 수가 많긴 하지만 결코 우리의 성벽을 넘을 수 없습니다. 카루온의 관심은 다간에 있으니 결코 소모적인 전투를 원치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공격할 의지를 내비치지 않으며 다간으로 방향을 돌리테니 안심하십시오."

"오, 이바나! 그대가 있는데 내가 무엇을 두려워 하겠습니까?"

"그리고 제게 한가지 계획이 있습니다."

그의 말에 두려움이 사라진 베리아키는 흔쾌히 그의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이바나의 계획을 들은 그는 다시 얼굴색이 바뀌었다.

"다간으로 향하는 적의 뒤를 칠 수있도록 병사를 내어주십시오. 저는 저희 가문의 모든 병사를 전쟁에 가담시킬것 입니다."

"..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소?"

베리아키는 진심으로 그를 만류했지만 이바나는 결코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적의 뒤를 쳐야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오?"

"적이 반드시 패배할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찌 그렇게 확신하시오?"

"이번 전쟁에서 서부 동맹이 패배할수 밖에 없는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우루안이 없는것입니다. 카루온왕자가 루아즈 전쟁의 영웅이라고는 하나 아직 어려 우루안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라미아의 모우나왕은 작은 우루안으로 불리는 만큼 서부동맹의 새로운 주인자리를 놓고 두사람 사이에 힘겨루기가 시작될것입니다. 서부동맹이 단결될수 없는것은 뻔한 일입니다.”

"두번째는 무엇이오?"

"이제 곧 비가 내릴 것입니다. 이샤크 강물이 불어날테고 적들은 감히 둑을 쌓아 강을 건널 생각도 못할것입니다. 만약 건넌다 해도 퇴로가 불안하니 제대로 싸울수도 없습니다."

"잠깐, 이바나, 우기가 끝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것만 무슨 비가 온다는 것이오?"

"넬칸, 이번 우기는 유난히 짧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건기는 유난히 길었습니다. 남쪽 바다의 바람이 여전히 습하고 더운데 올해는 이상하게도 북풍이 불고 있습니다."

"....."

"비구름은 루에나 산맥을 넘지 못하고 비를 뿌릴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주기가 맞지 않는데... '이샤크의 분노'는 두해 다음이 아니오?"

"그렇습니다. 하지만 분명 비가 올것입니다. 이것은 신의 뜻이라고 밖에 할수 없습니다."

"오오... 그런것인가?"

"지금껏 2번의 동서진영간의 전쟁은 모두 이샤크강 너머에서 전투가 이루어졌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적들은 이샤크강도 넘지 못할것입니다."

"그렇다면 성난 그들의 화살이 우리에게 돌아오는것 아닙니까?"

베리아키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이바나에게 물었다. 그의 대답은 베리아키가 결코 원치 않는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초전에 승기를 잡고 가야 합니다. 퇴각하면서 딴마음을 품지 못하도록 말입니다. 이번에 카루온이 물러가면 다음에 또 다시 우리를 괴롭힐것입니다."

".....알겠소."

베리아키는 니안의 예상대로 겁이 많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니안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베리아키가 자신의 모자람을 이바나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바나가 자신에게 위협이 될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나테루 이바나의 가문은 왕과 가장 가까운 외척관계였기 때문이었다.

"이바나 그대에게 내가 소유한 모든 병사들의 지휘권을 맡기겠소. 그대에게 우리 알리아의 운명이 달려있소."

이바나는 베리아키왕의 결정에 깊이 감격하며 승리를 약속했다. 그는 왕의 앞에서 물러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루아즈의 전투에 그 누구보다 큰 관심을 가졌고 그 중에서도 니안이라는 뛰어난 세노테의 계략을 유심히 조사하고 기록에 남겨 두었다. 그의 검이 언젠가 알리아를 향할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바나는 니안이 알지 못하는 것까지 내다 보고 있었다. 왕성에서 나온 그는 이미 준비해뒀던 계획대로 알리아의 나테루들을 규합한 뒤 적의 기습에 대비하는 한편, 적을 공격할 부대를 새롭게 조직했다. 젊고 뛰어난 전사들로 이루어진 베리아키의 선발대는 카로와나와 함께 언제라도 성문 밖을 나갈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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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리칼연합의 평화 18.03.24 127 0 9쪽
73 테르가의 결심 18.03.11 112 0 12쪽
72 황제의 사람들 18.03.04 89 0 10쪽
71 알리아와 스페스 18.02.11 126 0 11쪽
70 이바나의 반격 18.02.04 106 0 10쪽
69 알리아 전투2 18.01.28 136 0 11쪽
68 알리아 전투 18.01.27 156 0 11쪽
67 이바나의 새로운 꿈 18.01.22 131 0 12쪽
66 어제의 친구 오늘의 적 18.01.18 126 0 10쪽
65 이바나의 결심 18.01.14 105 0 11쪽
64 전설이 된 헤르반 +1 17.12.24 190 0 9쪽
63 헤르반과 이바나 17.12.11 111 1 10쪽
62 이바나의 분노 17.11.26 124 0 11쪽
61 알리아와의 협상 17.11.19 136 0 11쪽
60 바라쿠타의 형제들 17.11.07 143 0 9쪽
59 하나시와 니안의 계략 17.10.29 159 0 12쪽
» 세번째 동서전쟁의 시작 17.10.22 190 0 13쪽
57 복수를 위한 전쟁 17.10.08 195 0 12쪽
56 우루안의 죽음 17.09.17 202 0 13쪽
55 우루안의 결단 17.09.10 146 0 11쪽
54 다간으로의 여정 17.09.03 169 0 15쪽
53 카루온왕자의 눈물 17.08.27 195 0 16쪽
52 전령이 전해온 소식 17.08.20 185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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