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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모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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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0,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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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2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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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전설이 된 헤르반

DUMMY

오직 헤르반의 검만이 검은 밀림 숲에서 홀로 빛을 내는 것만 같았다. 알리아 전사들은 가장 위대한 전사라 불리던 사내가 이름모를 스페스의 우나프에게 압도 당하는 모습을 믿을수 없다는듯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압도당하듯 밀림의 치열했던 전투는 조용히 사그라 들고 어느덧 이바나와 헤르반의 검만이 서로 부딪히며 그 투지를 밀림속에 흩뿌리고 있었다. 헤르반의 검이 계속해서 이바나의 품속으로 파고 들며 그의 목을 노렸고 이바나는 아슬아슬하게 그 검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자는 누구인가?’

이바나의 머릿속에 가득 찬 그 물음에 그는 답을 찾을 여유조차 없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격에 조금의 빈틈도 찾을 수 없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유명한 오카스 조차도 그의 상대는 아니였는데 하물며 이름없는 이깟 우나프에게...!!

이 밀림에서 그를 능가할 전사는 있을 수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는 15년전 패배의 그날을 떠올렸다.

“이바나, 헤라트는 나의 것이다. 너는 나의 아르칸트로 만족해라.”

“훗, 카르테히나 따위 이 검으로 박살내주지.”

“뭐...? 뭐라고?”


‘그날 내가 패배한것은 바람때문이었어!!!’


이바나는 검을 잡은 양손에 힘을 주었다. 15년전 패배는 그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것일뿐, 이곳 밀림에서 그는 무패의 검신 이바나였다.

‘내 생애 더이상의 패배는 없다!!!’

헤르반은 돌연 이바나의 검이 투지로 휩싸여 불타오르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10여번의 공격에도 조금의 상처조차 허락치 않았던 이바나가 처음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커다란 거구에서 뿜어나오는 엄청난 완력은 헤르반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다란 충격을 전해주었다. 그의 검을 3번 받아친 헤르반은 손목은 금새 검을 놓쳐버릴것처럼 저려오기 시작했다. 방금전 헤르반의 공격이 이루어지는 동안 이바나는 거칠었던 호흡이 안정된것처럼 움직임이 조금도 둔해지지 않았다. 짧은 공세가 끝나고 헤르반이 수세에 몰리자 투고와 아만은 다시 긴장된 눈빛으로 두사람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바나의 공격은 헤르반보다 화려하고 빠르게 이어졌다. 이바나와 같은 거구라면 분명 히타페리아가 더 어울릴법 했지만 그의 검은 보통의 히타페리아만큼이나 컸기에 헤르반에게 조금도 유리한 상황은 아니였다. 게다가 이바나는 양손을 번갈아가며 검을 바꿔 쥐는 흡사 싯트리안 같은 검놀림을 보였다.

한손검을 사용하는 케이시안은 왼팔에 방패를 결속하는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바나는 방패를 사용하지 않았고 양손검을 사용하는 싯트리안 만큼이나 빠른 검 놀림으로 헤르반을 위협하고 있었다. 헤르반은 비로서 이바나의 진정한 검과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과 희열이 서로 교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은 두렵지 않다. 다만 헛되이 죽는것이 안타까울뿐!!”

한손으로 도저히 막아낼수 없는 완력, 그렇다고 피하는것도 쉽지 않은 검의 속도. 검을 피하는것 외엔 그 어떠한 생각도 머릿속에 담아둘 수 없을 만큼 이바나의 검이 그를 몰아붙이고 있었지만 헤르반은 찰라의 틈을 찾고있었다. 결코 피할수 없는 일격을 찔러넣기 위한 틈을...

‘헤르반님이 위험하다!!!’

투고의 눈에 헤르반의 한계가 가까워졌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간 헤르반이 몸을 틀어 이바나의 품속으로 파고 들었다.

‘속았다!!!’

길게 뻗은 이바나의 왼팔이 허공을 찌르는 사이 헤르반의 검이 이바나의 발목을 노리고 들어왔다. 너무 쉽사리 이어진 공격에 반격의 틈을 파고들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이바나는 헤르반의 공격을 피하려다 결국 무게 중심을 잃고 몸이 흔들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진 헤르반의 공격. 헤르반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어깨로 이바나를 쳐서 넘어뜨리고는 이바나의 목을 향해 검을 드리웠다.

“졌다.”

알리아의 전설은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이바나는 충격에 빠진듯 전투의지를 잃고 검을 땅에 꽂았다. 이미 전멸에 가까운 패배를 한 이상 더이상의 전투는 무의미 했다.

“투고, 아만. 이자를 묶어라!!! 그리고 알리아의 병사들과 함께 데려간다.”

“가이안, 이고르 카로안님과 엔카나님의 시체를 찾아라.”

“넷!!”

헤르반의 명령에 투고와 아만의 병사들은 이바나와 알리아의 남은 병사들을 모조리 묶어 헤르반 앞에 무릎꿇렸고 가이안은 죽은 스페스 병사들의 시신을 한데 모으기 시작했다. 헤르반 앞에 무릎을 꿇은 이바나는 이미 죽음을 각오한듯 태연한 모습이었다. 그런 이바나를 보며 헤르반은 당장이라도 그의 목을 날려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헤르반이라. 혹시 그대도 주칸에서 온 자인가?”

이바나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겠다는듯 헤르반을 향해 물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그랬군...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대가 있어 가능했겠군.”

“.....”

“멘티스의 손에 죽는다면 아무라도 상관없었다. 헌데 그대라면 좀더 나은 죽음이겠군.”

“너를 죽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하지만 네손에 죽은자들의 명예가 더럽혀진다면 그땐 주저없이 널 죽일것이다.”

“알리아를 치기위해 날 이용하겠다는 건가?”

“그것은 내 알바 아니다.”

헤르반은 더이상 이바나와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생애 최고의 전투를 치뤘고 어쩌면 헤르반 자신에게 최고의 영광을 안겨준 상대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동료의 목숨을 앗아간 상대에게 쉽사리 관대해 질수 없는 스스로를 책망할수 밖에 없는 헤르반은 아직 동료의 희생을 쉽게 지워낼수 있을 정도의 단단함을 가지고있지 않았다.


헤르반이 이바나를 꺾고 그를 사로잡았다는 소식은 곧장 카루온과 모우나에게 전해졌다. 물론 그것은 기쁜 소식이었지만 이바나의 손에 죽은 아군을 생각해보면 씁쓸하기 그지 없는 전투였다. 라미아의 카로안 디언과 우나프 1명이 목숨을 잃었고 라고스의 카로안 델로스, 스페스의 카로안 오카스와 우나프 엔카나가 모두 이바나의 검에 목숨을 잃었다.

“그를 알리아의 성문 밖에서 찢어 죽입시다.”

헤르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바나의 처리를 위해 모인 연합군 회의에서 모우나는 분을 삼키지 못하고 카루온에게 말했다. 하지만 카루온은 그의 강압적인 요청에 쉽사리 대답하지 않았다.

‘이바나는 살려두어야 합니다. 오카스님과 엔카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제게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카루온은 니안의 말을 꼽씹는 동안 몇번이나 오카스와 엔카나의 얼굴을 떠올렸다. 카루온은 니안의 요청과 복수의 사이에서 적잖히 갈등하고 있었다.

‘아버지, 어리석은 저를 일깨워 주십시오.’

“카루온 왕자. 이바나를 죽여 아군을 사기를 높이고 당장 알리아를 쳐야 합니다!!”

모우나의 거듭된 요청에 카루온은 마음을 굳힌듯 모우나와 토다인을 향해 말했다.

“스페스도 상당한 피해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바나는 이용가치가 아직 있으니 죽일수 없습니다. 이바나를 죽이는것은 훗날 다시 논의 하겠습니다.”

“왕자, 그렇다면 이길로 곧장 다간으로 향하는 것이오?”

토다인은 카루온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듯 더이상 따져 묻지 않고 그 다음 계획을 물었다. 그것은 어쩌면 그가 내린 가장 현명한 처사였는지도 몰랐다. 은연 중 카루온의 뜻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모우나의 심상치 않은 기색이 연합군의 사기에 걸림돌이 될것만 같은 느낌이 토다인을 강하게 사로잡고 있었고 연합의 분열은 이바나에게 받은 피해보다 더큰 위협이 될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알리아로 돌아가겠습니다.”

카루온의 말에 모우나는 분한 기색을 조금 누그러뜨리고 그의 뜻에 동조했다.

“왕자의 뜻에 동의 합니다. 알리아는 이제 바람만 불면 쓰러질듯 위태로운 처지니 쉽사리 정복할수 있을 것입니다.”

니안의 뜻대로 회의는 마무리 되었다. 스페스에 몸담은 이후 첫전투를 승리로 이끈 헤르반은 단숨에 스페스의 카로안이 됨과 동시에 연합군의 총사령관이 되는 명예를 거머쥐게 되었고 투고와 아만은 우나프로 승격되었다. 모든것은 카루온의 뜻이었다. 헤르반을 비롯한 투고 아만은 동료의 죽음 뒤에 얻은 영광인지라 그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들이 뜻한바를 이루었다는 것에 무한한 감격을 감추지는 못했다. 카루온은 헤르반과 그의 라메타를 한명씩 끌어안으며 직접 그들의 공로를 치하했고 살아돌아온것에 대한 안도와 기쁨을 서로 나누었다. 그것은 토다인과 모우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왕과 하급전사들이 마치 형제의 정을 나누는 모습은 그들에겐 너무도 낮선 풍경이었기 때문이었다.

“헤르반 그대를 스페스의 새로운 카로안으로 임명한다.”

“스페스와 넬칸을 위해 목숨을 다하겠습니다.”

헤르반이 전투에서 유일하게 승리함으로써 연합군내에서 스페스의 영향력은 이제 독보적이라 할수 있을 만큼 커지게 되었다. 모우나는 헤르반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스페스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는 것을 경계하지 않을수 없었고 그날밤 토다인과 하나시가 모인 자리에서 모우나는 서부동맹의 새로운 주인을 가리기 위한 다음 계획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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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리칼연합의 평화 18.03.24 127 0 9쪽
73 테르가의 결심 18.03.11 112 0 12쪽
72 황제의 사람들 18.03.04 90 0 10쪽
71 알리아와 스페스 18.02.11 128 0 11쪽
70 이바나의 반격 18.02.04 106 0 10쪽
69 알리아 전투2 18.01.28 136 0 11쪽
68 알리아 전투 18.01.27 156 0 11쪽
67 이바나의 새로운 꿈 18.01.22 132 0 12쪽
66 어제의 친구 오늘의 적 18.01.18 126 0 10쪽
65 이바나의 결심 18.01.14 105 0 11쪽
» 전설이 된 헤르반 +1 17.12.24 192 0 9쪽
63 헤르반과 이바나 17.12.11 111 1 10쪽
62 이바나의 분노 17.11.26 124 0 11쪽
61 알리아와의 협상 17.11.19 136 0 11쪽
60 바라쿠타의 형제들 17.11.07 143 0 9쪽
59 하나시와 니안의 계략 17.10.29 159 0 12쪽
58 세번째 동서전쟁의 시작 17.10.22 190 0 13쪽
57 복수를 위한 전쟁 17.10.08 196 0 12쪽
56 우루안의 죽음 17.09.17 202 0 13쪽
55 우루안의 결단 17.09.10 147 0 11쪽
54 다간으로의 여정 17.09.03 169 0 15쪽
53 카루온왕자의 눈물 17.08.27 195 0 16쪽
52 전령이 전해온 소식 17.08.20 185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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