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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모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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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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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0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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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바라쿠타의 형제들

DUMMY

헤르반의 막사는 카루온왕자의 막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곳에 있었다. 카루온왕자가 이끄는 병사는 모두 8천여명. 2만에 이르는 서부동맹 원정군 중에서 거의 절반에 가까운 병사가 스페스의 군대였고 카루온의 병사는 다시 그중의 절반을 차지했는데 스페스병사들이 머무는 막사만 해도 80여개나 되었다. 니안은 줄로 잰듯 반듯하게 세워진 수많은 막사중에서 가장 끝에 위치한 헤르반의 막사에 한참을 걸어 도착했다.

“우나프님, 세노테 니안님께서 오셨습니다.”

막사 앞을 지키는 병사에게 니안이 용무를 전하자 그는 긴장한 얼굴로 신속히 자신의 우나프에게 소식을 전했고 잠시 뒤 막사의 천으로 된 문을 열어젖히며 헤르반이 얼굴을 내밀었다.

“어서와. 네가 올줄 알고 미리 다 불렀다.”

헤르반은 서둘러 니안의 손을 잡고 그를 막사 안으로 이끌었다. 니안이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엔 반가운 얼굴들이 이미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니안님, 스페스를 떠난 이후 오랜만에 봅니다."

가이안은 늘 그렇듯 겸손한 자세로 가장 먼저 그에게 인사를 건냈다.

"모두들 반갑습니다. 돌아온 뒤 바쁘다는 핑계로 인사도 제대로 못했군요."

"괜찮소. 여기 이고르가 대신 재밌는 이야기 많이 해줬으니!"

호탕한 목소리로 니안의 인사를 받아주는 아만은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잘왔습니다. 안그래도 니안님의 이야기를 하던중 입니다.”

아만의 옆에서 커다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는 투고는 전보다 살이 빠져 좀더 날렵한 모습이었다. 하나 둘 막사안의 모두와 차례대로 인사를 나눈 뒤 니안은 오랜만에 편하게 자리에 앉아 이고르가 건낸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겼다. 밤이 깊었지만 막사안의 모두는 전혀 피곤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바라쿠타의 옛 형제들은 다시 전투에 대한 토론으로 입이 바빠졌다. 니안은 그들을 바라보며 자꾸만 지어지는 미소를 멈추지 못했다. 그것은 헤르반도 마찬가지 였다. 그는 자신의 옆에 앉은 니안의 얼굴을 바라보며 부풀어 오르는 벅찬 감동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이번 전투에서 헤르반은 처음으로 우나프에 올랐다. 그것은 이민족이라 할수 있는 해르반에게 상당히 파격적인 대우였지만 왕자 카루온와 카로안 오카스의 뜻이 워낙에 강경했기에 반대하는사람은 없었다. 평상시 오카스와 엔카나 두사람의 지휘아래 있던 1000명의 우루안 가문의 병사들은 이번 전투를 위한 징집으로 3배 넘게 불어났고 그들을 이끌 우나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우나프의 대부분은 엔카나 이전의 은퇴했던 우나프들로 이루어졌는데 그중 맨 마지막 7번째 우나프를 헤르반이 맞게 된것이다. 헤르반은 생애 첫 우나프를 맡게 된것에 감격했다. 그는 우나프에 임명된 즉시 투고, 아만, 가이안, 아민투스, 그리고 이고르를 자신의 라메타로 삼았다. 비로서 주칸의 전사들이 헤르반의 이름 아래 하나로 뭉친것이다. 언제나 그들과 함께라면 더 바랄께 없다고 말했었던 헤르반을 떠올리며 니안은 지금 이순간이 두 형제에게 가장 의미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가이안이 문득 니안을 바라보며 물었다.

“니안님, 알리아의 성벽이 높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공격하실 생각입니까?”

이미 세노테로 이름이 높은 니안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다들 궁금하던 차에 가이안이 니안에게 묻자 막사안은 잠시 조용해졌다.

“저도 고민 중에 있습니다. 아민투스님의 화살로 적 카로안을 죽일수만 있다면 정말 쉬운 전투가 될텐데요.”

“그자의 얼굴만 제게 알려주십시오. 한번에 목을 꿰뚫어 버리겠습니다!”

아민투스는 주먹을 쥐어 보이며 호언장담했지만 아만은 그런 그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민투스, 옆에 화살 5000개를 놓아 주십시오. 혼자 전쟁을 끝내버릴 껍니다.”

“너, 말 다했냐!?”

니안은 두사람의 싸움이 생소한듯 쳐다보았지만 투고와 아만은 진절머리가 난듯 고개를 저었다.

“하하, 두사람이 이렇게 애틋한 사이인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니안은 자신이 스페스를 떠나있는 동안 모두의 사이가 상상이상으로 가까워졌음을 느끼며 자신의 자리가 더 무거워 졌음을 깨달았다. 단 한명도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짖누르는 것만 같았다.

“다간을 치기전에 알리아를 끝장낼 생각이십니까? 무작정 공격하면 병사들이 많이 다칠것입니다.”

투고의 물음에 니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그래서 저는 알리아의 카로안을 먼저 죽인 뒤에 알리아를 공격할까 합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이고르, 네가 대답해 보겠나?.”

아만보다 큰 덩치 탓에 조금은 불편해 보이는 자세로 앉아 있던 이고르는 자신의 의자를 조금 당겨 앉은 뒤 니안을 향해 잠시 고개를 숙였다. 과거 바라쿠타 시절부터 헤르반과 니안의 시종 역할을 했던 그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모습이었다.

“성벽이 높은 도시를 공격할 때에는 적보다 2배 3배는 많은 병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간을 공격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여기서 많은 병력을 소모해서는 안됩니다. 알리아와 거짓으로 협상을 하여 다간으로 향하는척 병사를 이동시키고 적이 우리의 뒤를 공격하도록 만들어야합니다. 그리고 적이 성문을 열고 나오면 그때 적을 섬멸하고 동시에 성을 공격해야 합니다.”

“이고르, 부족함이 없구나!”

이고르의 빈틈없는 답변에 헤르반은 크게 감탄하며 그를 칭찬했고 이고르는 몸둘바를 모른체 머리를 긁적였다.

“모두 니안님이 알려주신 것입니다.”

“나는 그토록 상세하게 일러준적 없다. 많이 늘었구나!”

니안은 겸손해 하는 이고를 칭찬하고는 헤르반을 보며 말했다.

“우나프님, 여기 이고르의 말대로 입니다.”

“그럼 매복해 적을 사로잡는 일은 어느 부대가 하게 됩니까?”

니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번엔 아만이 그를 향해 물었다. 그의 물음엔 다분히 헤르반이 지목되길 바라는 마음이 드러나고 있었다.

“이바나는 멘티스 최강의 전사라 불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라면 그를 사로잡아 죽일 수 있을것입니다!”

“물론이지요! 맡겨만 주십시오!”

니안의 말에 아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먹을 쥐어보였다. 그는 당장이라도 말을 타고 달려나가 적을 베어버릴것만 같은 기운이 넘쳐나고 있었다.

“하지만 헤르반, 신중해야 돼. 아무리 소문이라지만 결코 그를 얕잡아 봐서는 안돼.”

“알고 있다, 니안. 니가 염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꺼다. 하지만 나는 가장 서열이 낮은 우나프다. 내게 승리의 영광을 가질 기회가 오겠느냐?”

“적을 죽이고 살아있어야 비로소 그 영광이 자신에게 돌아오는것이지. 분명 우나프의 목이 여럿 땅에 떨어질꺼야. 그리고 이바나의 목을 갖는건 결국 헤르반, 바로 형의 몫이지.”

니안의 말에 막사안의 모두는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본 뒤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서로의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그들에게 결코 전투에서 죽지 말자는 암묵적 약속과도 같았다.

“헤르반. 나는 내일 협상을 위해 알리아로 들어갈꺼야. 그때 가이안에게 나의 호의를 맡기고 싶은데...”

니안의 요청에 헤르반은 가이안의 얼굴을 보았고 가이안은 기꺼이 함께 하기를 원했다.

“니안, 위험하지 않겠느냐?”

“위험하지만, 가야만해.”

“그래, 아버님이 널 지켜주실꺼다. 부디 무사히 돌아오거라!”

헤르반은 니안의 손을 꽉 쥐며 그의 안녕을 기원했다. 루아즈에서 몇번의 전투를 치루며 이미 마음속으로 죽음에 대한 마음의 정리를 몇번이나 해왔던 그였지만 역시 하나 남은 형제와의 이별은 상상만으로도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그는 불길한 예감을 접어두고 조금은 식어버린 차를 니안의 잔에 따라주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다섯 라메타에게 모두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

“아카론의 전투를 치룰때부터 나는 그대들을 형제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우나프님”

투고가 대답했고, 아만과 가이안, 아민투스, 이고르가 차례대로 대답했다.

“그렇다면 오늘부터 우리는 하나의 목숨이다. 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그대들과 함께 살고 죽겠다.”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함께 살고 죽겠습니다!”

형제의 인연을 확인하는 사내들의 뜨거운 자리를 떠나 나오며 니안은 오랜만에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바람은 스산하게 북풍이 불어오고 별빛은 유난히 반짝이고 있었다.

‘알리아의 성벽, 이샤크의 분노, 카루온 왕자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것들이 결국 헤르반과 저 형제들 앞에서 무너지고 말것이다..’

이미 늦은 밤이었기에 니안은 서둘러 잠을 청했다. 그리고 그날밤 그는 생애 가장 달콤한 꿈을 꿀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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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리칼연합의 평화 18.03.24 127 0 9쪽
73 테르가의 결심 18.03.11 112 0 12쪽
72 황제의 사람들 18.03.04 90 0 10쪽
71 알리아와 스페스 18.02.11 128 0 11쪽
70 이바나의 반격 18.02.04 106 0 10쪽
69 알리아 전투2 18.01.28 136 0 11쪽
68 알리아 전투 18.01.27 156 0 11쪽
67 이바나의 새로운 꿈 18.01.22 132 0 12쪽
66 어제의 친구 오늘의 적 18.01.18 126 0 10쪽
65 이바나의 결심 18.01.14 105 0 11쪽
64 전설이 된 헤르반 +1 17.12.24 192 0 9쪽
63 헤르반과 이바나 17.12.11 111 1 10쪽
62 이바나의 분노 17.11.26 125 0 11쪽
61 알리아와의 협상 17.11.19 136 0 11쪽
» 바라쿠타의 형제들 17.11.07 144 0 9쪽
59 하나시와 니안의 계략 17.10.29 160 0 12쪽
58 세번째 동서전쟁의 시작 17.10.22 190 0 13쪽
57 복수를 위한 전쟁 17.10.08 196 0 12쪽
56 우루안의 죽음 17.09.17 202 0 13쪽
55 우루안의 결단 17.09.10 148 0 11쪽
54 다간으로의 여정 17.09.03 169 0 15쪽
53 카루온왕자의 눈물 17.08.27 195 0 16쪽
52 전령이 전해온 소식 17.08.20 185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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