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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모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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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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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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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1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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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우루안의 결단

DUMMY

유난히 따가운 햇살이 눈부치게 창문안으로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그 빛을 망토 삼은듯 로만대왕은 그 어느때보다 근엄한 모습으로 자신의 귀족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또 다시 시작이군요. 이번만큼은 그들을 설득하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세작의 보고를 받은 후 로만 대왕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선 두명의 귀족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다간의 제 1 나테루이자 대행정관직을 맡고있는 누비아,그의 말속엔 이제 대왕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임을 넌지시 내비치고 있었다.

"철없는 아이는 타일러도 그때 뿐입니다."

누비아가 입을 떼자 그의 맞은편에 서있던 다른 귀족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귀족들이 하나둘 그에게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전쟁을 해서라도 막아야 합니다!"

"아누크와 전쟁을 하면 밀림의 멘티스는 모두 노예가 되고 말것입니다!!"

다간 왕성의 귀족 회의장은 다시 시끄러워졌다. 그리고 한참을 묵묵히 그들의 하는냥을 지켜보던 누비아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선대 아미란테 대왕의 뜻을 잊으셨습니까? 넬칸이시여, 더는 미룰 수 없습니다."

"......."

누비아의 말에 장내는 다시 조용해졌다. 현 로만대왕의 아버지이자 선대왕인 아미란테. 그가 우루안을 총사령관으로 임명해 멘티스의 독립전쟁을 준배해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로만대왕이 그것을 미뤄왔을뿐...

로만대왕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가 말 없는 이유는 결코 누비아의 의견에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였다. 그것은 자신의 뜻이 부친인 아마란테와 그 추종세력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것을 눈치챈 로만대왕의 귀족들이 누비아를 몰아 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수장인 포르타가 마지막에 입을 열었다.

"누비아, 지금은 그때와 다릅니다. 아미란테 대왕께서는 연합(테트라연합)의 안정을 위해 잠시 우루안을 회유했을 뿐입니다. 지금 우리 연합은 그 어느때보다 풍요를 누리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십시오. 밀림의 9도시를 모두 합쳐도 제국에서 가장 작다는 리칼연합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제국과 전쟁은 스스로 노예가 되길 자처하는 것입니다."

"그대는 마치 나보다 아미란테 대왕을 잘 안다는 듯이 말하는군."

"....!!"

누비아는 포르타의 의견에 수긍하지 않았다. 아미란테 대왕의 친구이자 로만대왕의 스승이었던 그의 눈에 포르타는 아직 풋내기일 뿐이었다. 로만대왕의 손과 입이 되어 어두운 일을 처리하며 그 대가로 권력을 탐하는 속물, 바로 아미란테 대왕이 그토록 멀리하던 타락한 귀족의 모습이 바로 누비아의 눈에 비친 그였다.

'어쩌다가 로만대왕이 저런자를 가까이 하게 되었단 말인가!'

로만은 회의가 길어지는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한시간 넘게 귀족들의 의견을 들어왔지만 이미 그의 마음엔 진작 결정이 내려져 있었다.

"누비아, 그럼 말씀해 보십시오. 제국과 전쟁에서 우리가 승리할 수 있겠습니까?"

"....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럼 우리가 왜 우루안의 뜻대로 전쟁을 해야하오?"

"승리는 어렵겠지만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간다면 우리도 하나의 연합으로 인정받을수 있을것 입니다."

"하..."

로만은 누비아의 말이 끝나자 마자 심기가 불편함을 드러냈다.

"나의 생각은 다르오. 제국이 연합군을 조직해 쳐들어오면 우리는 단한번도 승리 할수 없을것이오. 제국의 카로와나가 몇이나 되겠소? 우리의 10배는 될것이오. 뻔한 싸움에 나의 시민들을 희생시킬수 없소."

"하오나, 넬칸."

"그만하시오. 나의 뜻은 정해졌소. 내일 우루안을 만나 담판을 짓겠소."

로만대왕의 말에 회의는 일단락 되었다. 사실 오늘의 자리는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었다. 아미란테 대왕의 사후 그의 유지를 받드는 사람은 누비아와 몇안되는 늙은 귀족들 뿐. 포르타를 비롯한 대부분의 귀족들은 로만대왕의 뜻을 따르고 있었다.

로만대왕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 뒤를 따라 귀족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대다수의 귀족들은 포르타를 따라 나섰고 회의장은 곧 몇몇의 귀족들만 남겨졌다. 수십명의 귀족들중 가장 늦게 자리에서 일어난 누비아는 그와 뜻을 같이 하는 귀족들과 함께 회의장을 나서며 우루안의 행방을 물었다.

"우루안은 지금 어디에 있소?"

"지금쯤 도착했을것입니다."

"오늘밤 은밀히 그를 만나보겠소. 그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면 이번엔 분명 전쟁이 터지고 말것이오."

왕성의 계단을 앞두고 한껏 풍요를 만끽하고있는 다간을 바라보며 포르타는 이제 남은 방법은 자신이 직접 우루안을 만나는 길 뿐이라 여겼다.


서부동맹의 왕들이 다간에 입성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이미 카루온 왕자의 루아즈 침공사실을 알고 있던 다간의 시민들은 서부동맹의 이번 출행이 다분히 독립전쟁을 재개하기 위한것이라 여겼다.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지만 그들 대부분이 전쟁에 반대 입장이라는 것은 대다수의 다간 귀족들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 아미란테 대왕은 다간의 역대 왕 중에 가장 훌륭한 왕이었지만 그의 사후, 계속 이어진 평화로운 시대에 그는 강경한 정책들은 더이상 환영받지 못했었다.처음부터 전쟁에 회의적이었던 로만은 전쟁준비를 늦추며 병역과 세금부담을 덜어주었고 그는 시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의 유지를 거부한채 결국 평화와 안정을 선택했다. 로만은 우루안이 도착했다는 소식에도 애써 그를 맞이하러 나가지 않았다. 그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얼굴을 비치는 대신 포르타를 보내 대신 그를 맞이하도록 했다. 관례대로라면 다간의 제1나테루인 누비아가 적격이었으나 로만은 일부러 그를 제외시켰다. 다간에 도착후 짐을 풀고 몸을 쉬었던 우루안은 포르타를 보자마자 로만의 의중을 알수 있었다.

"스페스의 왕이시여, 저희 넬칸께서 직접 마중나오지 못함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랜만이요. 포르타, 부디 대왕께 전해주시오. 몸을 추스려 내일은 꼭 얼굴을 비춰달라고 말이오."

로만대왕은 쓸때없이 대화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우루안은 짧은 대화가 끝나자 마자 자신의 거처로 들어가 자신의 수행인을 불렀다. 그리고 한참 뒤 수행인이 방에서 나오자 검은 그림자 하나가 우루안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바로 누비아였다. 이미 해가 걷히고 어스름한 저녁에 가까웠기에 그가 우루안을 찾아갔다는 사실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우루안은 깜짝 놀랐으나 이내 긴장감을 풀고 그를 맞이했다.

"오랜만입니다. 누비아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스페스의 왕이여."

"다간의 경비가 그리 허술하지 않을텐데 어떻게 오신겁니까?

우루안은 반가운 마음을 애써 감추며 그가 찾아온 용건을 물었다. 누비아는 조금은 차가운 우루안의 태도에 자신의 뒤를 돌아보며 그를 안정시켰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따라오는 자는 없습니다."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우루안은 그제서야 고개를 숙여 누비아를 맞이했다. 다간의 제1나테루이자 과거 왕자의 수업을 함께했던 옛스승에 대한 존경의 뜻이었다. 누비아는 그의 인사에 화답하듯 고개를 숙였다. 짧은 린사가 끝나자 누비아는 바로 자신의 심정을 드러냈다.

"그대가 온 이유는 전쟁을 하기 위함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대의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연합은 깨질것입니다."

"아아... 우루안. 진정 평화를 원치 않으십니까?"

"누비아, 그 옛날 왕자의 수업을 잊으셨습니까? 왕의 길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신 당신이 아닙니까?"

".... 우루안, 아미란테 대왕과 나는 그저 꿈꾸는 사람이었습니다. 상상만으로도 좋은 꿈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결코 현실이 될수 없다는것을 알았기에 나는 왕자님들께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책임을 다음세대에 덜기 위해서였습니다. "

"....."

"왕이시여, 나무가 길을 가로막는다고 나무를 자를 수는 없습니다. 피할수 있다면 피해서 돌아가는것이 모두에게 좋은 방법입니다."

"틀렸습니다. 누비아, 나무를 잘라 마차를 만들면 걷는것보다 훨씬 빠를 것이오."

"......"

"밤이 늦었습니다. 이만 돌아가시지요."

우루안은 더이상 할말이 없다는듯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말았다. 누비아는 오랜시간 함께 해온 제자의 뜻을 모를리 없었다. 그는 조용히 돌아섰다. 그리고 그가 방문 밖을 나서자 우루안의 마지막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비아, 그대는 훌륭한 스승이었습니다."

누비아는 잠시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옮겼다. 그의 머리 위로 밝은 달빛이 쏟아졌지만 그의 그림자는 곧 사라져 버렸다.


모두가 잠든 깊은 새벽. 쥬드란은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고말았다. 내일 있을 로만대왕과의 회담에 대한 걱정으로 가뜩이나 뒤늦게 잠든 그였기에 자근 소리도 그의 잠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잠시 뒤 쥬드란의 가신이 쥬드란의 방으로 찾아왔다.

"넬칸께서 찾으십니다."

"이밤중에 무슨일이신가?"

쥬드란은 가신에게 되물었지만 굳이 그의 대답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우루안의 신변에 무슨 위험이 생긴것이 아닌가 걱정스런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검을 들고 방을 뛰쳐나갔다. 그역시 늙어가는 몸이였지만 쥬드란가문의 계승자로써 일개 카로와나는 뛰어넘는 검술을 지닌 그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우루안은 잠옷차림으로 오카스와 함께 전령의 쪽지를 살펴보고 있었다.

"넬칸, 무슨일입니까?"

"..... 쥬드란, 카잔이 낙마하여 목숨이 위태롭다 하오."

"아아...카잔!!"

쥬드란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자신의 대를 이을 장남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소식에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우루안은 황급히 그를 부축해 일으켰다.

"오카스, 그대가 쥬드란과 함께 돌아가라. 최대한 빠른길로 안전하게 모시도록."

"그렇다면 넬칸의 호위를 누구에게 맡깁니까?"

"내 걱정은 말아라. 다간에 홀로있어도 난 두려울것이 없다. 쥬드란, 최소한의 일행만 데리고 서둘러 출발하시오."

"넬칸, 자리를 지키지 못함을 용서하십시오."

"쥬드란, 너무 상심하지 마시오. 카잔은 그리 약한 아이가 아니오."

"...."

쥬드란은 눈물을 흘리며 이를 악문채로 우루안 앞을 나왔다. 그리고 잠시뒤 오카스와 쥬드란은 다간의 성문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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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헤르반과 이바나 17.12.11 11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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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알리아와의 협상 17.11.19 13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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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하나시와 니안의 계략 17.10.29 160 0 12쪽
58 세번째 동서전쟁의 시작 17.10.22 190 0 13쪽
57 복수를 위한 전쟁 17.10.08 196 0 12쪽
56 우루안의 죽음 17.09.17 202 0 13쪽
» 우루안의 결단 17.09.10 148 0 11쪽
54 다간으로의 여정 17.09.03 169 0 15쪽
53 카루온왕자의 눈물 17.08.27 195 0 16쪽
52 전령이 전해온 소식 17.08.20 185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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