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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모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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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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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2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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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아 전투2

DUMMY

전투개시 3일째 되는날. 알리아성의 동문 앞에 세워진 두개의 나무탑은 간발의 시간차를 두고 똑같이 완성 되었다. 비록 서둘러 만드는 바람에 그 규모는 작아 많은 수의 병사를 배치할순 없었지만 탑은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수 있었다. 성벽을 훌쩍 넘는 탑의 꼭대기에서 성안의 적의 움직임을 꿰뚤어 볼 수 있었고 성벽 위를 향해 공격을 퍼부을 수도 있었다. 해가 넘어가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모우나는 탑이 완공 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서둘러 라고스왕 토다인과 함께 알리아를 향한 총 공격을 시작했다.

“동문에서 적의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날이 밝기를 기다려 적이 전투를 시작할줄 알았던 알리아의 카로안 에루난은 예상을 빗나간 적의 기습에도 당황하지 않고 전력의 절반 이상을 동문 성벽위에 배치해 적의 공격에 맞서 싸웠다. 그는 이바나가 아끼던 우나프로 비록 반대파인 메루누의 도움을 받아 카로안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는 여전히 이바나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바나가 꿈꾸는 이상향은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 에루난은 전사의 순수한 모습을 잃어버린 이바나의 모습에 적잖히 실망하며 결국 그에게 등을 돌리고 말았고 이제 그는 자신의 분노를 적에게 토해내고 있었다.

“단 한놈도 성벽을 넘지 못하게 하라!!”

에루난은 스스로 성벽 위 최전선에 서서 병사들과 함께 직접 전투에 가담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본 알리아의 병사들은 사기가 충전되어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적의 공격을 어려움 없이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두개의 탑에서 쏟아지는 화살은 알리아에게 꽤나 큰 피해를 주고 있었다. 에루난은 궁수를 집중 배치해 불화살을 날려 탑을 태우려 했으나 물을 먹은 나무는 쉽사리 불에 타지 않았다. 모우나는 하나시의 계획대로 전투가 흘러가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본격적인 전투에 앞서 알리아 전력을 가늠해보고자 시작했던 전투였겄만 그는 한동안 후퇴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그시각 동문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스페스의 군영에도 전해졌다. 하지만 카루온은 애써 대응하지 않았다. 그는 니안이 말한대로 알리아의 병력이 최대한 동문에 집중되도록 일부로 군사를 움직이지 않았다. 니안의 계획을 알지못하는 투고와 아만이 목이 빠지도록 출전명령을 기다릴것이 뻔했지만 지금 카루온은 그들 두사람보다 다른 사람들을 염려할 처지였다. 바로 가이안과 아민투스였다.

때마침 어둠을 틈타 남쪽 절벽을 오르던 가이안 일행은 동문에서 시작된 전투가 반갑기 그지없었다. 적의 감시가 일시에 허술해졌고 가이안은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절벽을 올라 무사히 성벽 위에 당도할 수 있었다. 성벽을 타고 알리아의 왕성 가까이 접근한 가이안은 알리아 병사들의 도움을 받아 왕성에 진입한 뒤 10명의 알리아 병사 가운데 8명을 왕성밖에 대기시키고 다시 왕성 내부를 잘아는 2명의 병사만 데리고 왕성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왕성안은 외부보다 감시병의 숫자가 훨씬 적었고 진입은 예상보다 훨씬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분명 알리아는 밖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투입될 병사가 부족한 와중에 왕성 안에 많은 병사를 배치하는것이 불필요하다고 느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듯 왕성내부에 적이 첩자가 침입할꺼라고는 감히 상상도 못할것이었다. 가이안은 단 한번 와봤을 뿐이지만 왕성의 대략적인 구조를 기억해 내고 있었다. 그는 뒤따르는 알리아 병사의 안내를 받으며 맨 앞에서 아민투스와 함께 길을 열었고 어느덧 이바나가 갇혀있는 감옥에 다다르자 2명의 병사가 감옥을 지키고 있는것이 눈에 들어왔다. 가이안은 뒤돌아 아민투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아민투스가 날린 4개의 화살은 각각 두 문지기의 목과 가슴을 꿰뚤었고 그들은 제대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채 바닥에 쓰러져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손쉽게 감옥에 진입한 가이안은 아민투스를 문앞에 두고 알리아 병사들을 데리고 감옥안으로 들어가 이바나를 찾았다. 그는 감옥안에서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초연한 모습이었다. 가이안은 이바나를 보자 서둘러 품안에 감추었던 서신을 꺼내 그에게 건냈다. 이바나는 가이안의 등장에 놀라면서도 그다지 반가운 내색이 없이 니안의 서신을 받아듣고는 한동안 조용히 그것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거기엔 니안의 간곡한 요청이 적혀있었다.

‘라미아와 라고스가 우리의 뜻에 반대하며 알리아를 무력 침공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대의 뜻대로 베리아키왕이 따라주지 않았으니 우리도 알리아를 공격할 수 밖에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라미아의 젊은 왕은 강경하고 치밀하며 무서운 야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라고스왕의 지지 아래 이제 서부동맹의 새로운 주인이 되고자 알리아를 차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곧 공성무기가 완성되면 알리아는 분명 무너질것입니다. 이제 알리아는 그대의 손에 달렸습니다. 내부에서 베리아키왕을 포섭하고 반대세력을 제압한뒤 북문을 열어 카루온 왕자님께 항복하십시오. 카루온 왕자님은 그대가 원하는 중립국 알리아를 약속했습니다. 항복이라는 수치는 남겠지만 나라가 없어지는 일은 피할 수 있습니다. 가이안과 함께 그대의 병사 10명을 보내니 마땅히 그대의 손발이 되어줄것입니다. 시일이 촉박합니다. 알리아의 평화와 안녕을 위한 그대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습니다.’

서신을 다 읽은 이바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미 감옥안에서 죽음 각오한 그였지만 그 또한 니안이 제안한 것을 생각해보지 않은것은 아니였다. 다만 어느것이 알리아의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을것인가 그는 고민하고 있는 것이었다. 가이안은 니안의 예상대로 이바나가 즉답을 피하자 이바나를 향해 말했다.

“니안님께서 6일의 기한을 주셨습니다. 기한이 지나면 알리아를 총공격 할것이고 밖에서 성문이 열리면 알리아의 왕족과 나테루 가문의 일족들은 남김없이 처형될꺼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가이안은 잠시 말을 멈춘 뒤 이바나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이바님이 성문을 열고 나오면 알리아의 새로운 왕은 이바나님이 될꺼라고 하셨습니다.”

가이안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바나는 불같이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니안, 이 어린놈이 나를 우습게 보았구나!!”

가이안은 일순간 돌변한 이바나를 보며 일을 그르쳤음을 직감하고 조용히 검으로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이바나는 가이안의 옆에 선 자신의 병사를 불러 말했다.

“너는 이길로 돌아가 나테이에게 일러 나의 명령이라 전하고 가문의 모든 병사를 모아 무장시키도록 해라. 그리고 내일밤 왕성을 급습해 넬칸의 신변을 확보한 뒤 나를 찾으라 전해라. 지금 당장 떠나라!”

“넷”

이바나의 명령을 받은 병사가 떠나자 이바나는 니안의 서신을 양손으로 구긴 뒤 그대로 입에 넣고 씹어 삼켜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가이안은 영문을 알수 없다는 듯 그에게 물었다.

“니안님의 뜻에 따르는 것입니까? 아니면 다시 마음을 바꾼것 입니까?”

“날 죽이라 말하던가?”

“묻는말에 대답부터 하시오.”

“날 깔보는것은 거기까지다. 스페스의 전사. 이건 니안의 뜻이 아니다. 내 뜻대로 하는것이다.”

가이안은 잠시 혼란스러웠다. 비록 적이긴 했지만 이바나는 훌륭한 전사였고 결코 거짓말을 할 사내는 아니였다. 하지만 니안의 예상대로 그가 온전히 움직여줄지 믿음이 서지 않았다. 그때 그의 마음을 꿰뚫어보듯 이바나가 입을 열었다.

“알리아의 카로안은 두번 말하지 않는다. 내일밤 다시 나를 찾아 와라.”

이바나의 말에 가이안은 마음이 선듯 다시 그에게 다가갔다.

“그대를 믿겠습니다. 이곳을 열테니 나오십시오.”

가이안의 말에 이바나는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돌아가라. 내일 나의 병사들이 문을 열면 그때 나갈것이다.”

가이안은 비로소 이바나의 말을 이해했다. 그리고 그는 더는 말없이 조용히 감옥을 빠져나와 아민투스와 함께 조용히 어둠속에 몸을 숨겼다.


새벽까지 이어진 전투는 양쪽에 비슷한 전사자를 내고 끝이 났다. 그리고 다시 날이 밝자 모우나는 카루온 왕자를 직접 찾아와 함께 협공할것을 요구했다. 그것은 지난 밤 전투가 한참일때 스페스가 참전하지 않아 알리아의 병력이 동문에 집중된것에 대한 항변의 일종이라는것을 카로안 왕자가 모를리 없었다. 카루온 왕자는 모우나의 요구를 무시할수 없었기에 그의 요청을 받아들인 뒤 함께 협공할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헤르반을 불러 니안이 계획한 대로 움직일 것을 명령했고 헤르반은 왕자의 명령에 충실히 따랐다. 다시 시작된 전투는 아침부터 해가 질때까지 계속됐다. 라미아, 라고스의 증원병력까지 합하여 2만에 달하는 서부동맹군은 알리아 왕성을 개미처럼 둘러싸고 공격을 퍼부었지만 쉽사리 성문을 부수지 못했다. 또한 성벽위에서 수없이 퍼붓는 기름과 바위에 부딪혀 아직 단 한명의 병사도 알리의 성벽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잠시 병력을 후퇴시킨 모우나는 슬슬 애가 타기 시작했다. 그는 하나시와 카로안안 페핀을 불러 그들을 다그쳤다.

“공성무기는 아직인가!!”

“오늘 밤이면 완성될것입니다.”

“완성되면 즉시 전투를 개시하라.”

쉴틈없이 몰아붙이는 모우나의 강경한 전투방식은 이젠 무모하기까지 했다. 가까이에서 그를 지켜봐왔던 하나시조차도 쉽게 이해할수 없을 만큼 집착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이번 전투에서 카루온의 명성을 뛰어넘는 넬칸이 되리라 생각하고 있었고 그러기 위해선 조금이라도 빨리 적의 성문을 부숴야만 했다. 작은 우루안으로 불리던 그가 이제는 진정으로 우루안을 넘어설 기회를 코앞에서 놓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모우나는 적이 한계에 다달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모우나는 새로운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날이 멀지 않게 느꼈졌다. 그것이 오늘밤이라면!!! 그는 하나시를 건설현장으로 돌려 보냈다. 그리고 자신의 갑옷을 벗어 다시 한번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질을 마친 그는 다시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하나시가 돌아와 다시 전투개시의 명령을 내려달라고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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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테르가의 결심 18.03.11 112 0 12쪽
72 황제의 사람들 18.03.04 89 0 10쪽
71 알리아와 스페스 18.02.11 126 0 11쪽
70 이바나의 반격 18.02.04 106 0 10쪽
» 알리아 전투2 18.01.28 136 0 11쪽
68 알리아 전투 18.01.27 156 0 11쪽
67 이바나의 새로운 꿈 18.01.22 131 0 12쪽
66 어제의 친구 오늘의 적 18.01.18 126 0 10쪽
65 이바나의 결심 18.01.14 105 0 11쪽
64 전설이 된 헤르반 +1 17.12.24 190 0 9쪽
63 헤르반과 이바나 17.12.11 111 1 10쪽
62 이바나의 분노 17.11.26 124 0 11쪽
61 알리아와의 협상 17.11.19 136 0 11쪽
60 바라쿠타의 형제들 17.11.07 143 0 9쪽
59 하나시와 니안의 계략 17.10.29 159 0 12쪽
58 세번째 동서전쟁의 시작 17.10.22 189 0 13쪽
57 복수를 위한 전쟁 17.10.08 195 0 12쪽
56 우루안의 죽음 17.09.17 202 0 13쪽
55 우루안의 결단 17.09.10 146 0 11쪽
54 다간으로의 여정 17.09.03 169 0 15쪽
53 카루온왕자의 눈물 17.08.27 195 0 16쪽
52 전령이 전해온 소식 17.08.20 185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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