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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모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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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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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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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리칼연합의 평화

DUMMY

가장 슬기롭고 온화한 왕으로 불리던 로다의 소루본왕이 사냥 중 낙마하여 목숨을 잃은 뒤 로다왕국은 왕위계승을 둘러싼 왕자들간의 싸움이 10여년간 이어졌다. 서로 다른 출신의 세왕비는 자신이 낳은 왕자를 로다의 새로운 왕으로 만들고 싶어했고 결국 한명의 왕자가 남을때까지 왕자들의 피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왕자들의 배후에는 로다를 집어삼키려는 왕비가문의 도시들이 있었다. 로다의 전쟁은 곧 리칼연합 9 도시들의 전쟁으로 확산되었다. 4개의 세력으로 뭉쳐진 도시들의 전쟁은 균형을 잃지않고 50년간 이어졌다. 리칼왕국은 연합의 맹주로서 끝을 모르던 이 전쟁을 멈춰야할 책임이 있었지만 그들은 뒤로 건네받은 수많은 검은 돈에 결국 침묵했다. 그리고 전쟁을 끝내는 것은 오로지 전사들과 용병들의 몫이 되었다.


리우브와 바트란이 격돌한 아모닐평원의 전투는 바트란으로 기울어가던 전쟁의 균형추를 꺼꾸로 뒤집어 놓은 역사적인 전투로 기록되었다. 그 전투를 승리로 이끈 타르누스 용병대는 점차 세력을 키웠고 곧 리칼 내전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가진 상급 용병대가 되었다. 타르누스 용병대의 활약으로 리우브는 결국 1년 만에 바트란을 자신의 영토에서 완전히 몰아냈다. 그리고 원점으로 돌아온 내전은 그 후 타르누스용병대의 참전 여부에 따라 승패가 좌우 될정도로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타르누스의 이름은 무섭게 퍼져나갔고 곧 리칼을 넘어 대륙 곳곳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3년 뒤, 작은 도시 리우브의 영웅이었던 타르누스는 리칼내전을 끝낼 마지막 전투에 나섰다. 리우브와 바트란의 지원하에 자신을 암살하려 했던 글로리안왕국을 쳐들어 간것이다. 한때 동맹국이었던 바트란마져 타르누스의 편에 붙었다는 사실에 글리리안 왕은 크게 분노했고 그는 리칼대왕과 타르누스의 항복 권유를 거절한채 성문을 굳게 닫고 최후의 전투를 맞이하고 있었다.

글리리안 전투 10일째날, 타르누스는 자신의 용병대를 선두에 놓고 리우브와 바트란의 카로안이 이끄는 동맹군과 함께 글로리안 성을 포위했다. 글로리안의 병사들은 죽을 힘을 다해 싸웠지만 내부에선 이미 항복의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었다. 타르누스는 승리를 예감하며 자신의 우나프를 불렀다.

“카라자스, 바라사, 린카우!!! 해가 지기전 성문을 열어라. 저녁 만찬은 글로리안 성안에서 먹는거다!!!”

“네, 루투칸님!!!”

타르누스의 명령에 세명의 우나프는 각기 이끄는 용병들에게 총공격을 지시했다. 다시 한번 전의를 불태우는 용병대의 기세는 글로리안 병사들의 전의를 단숨에 꺽어놓았다. 전쟁은 몇년동안 계속되왔고

글로리안 병사들은 3배나 많은 적의 수를 감당하기엔 이미 많이 지친 상태였다. 이윽고 성문이 부서지고 용병대가 성안으로 들이닥치자 글리리안 병사들은 더이상 맞설 용기를 내지 못하고 앞다투어 항복했다.

리칼 연합의 한축을 담당하며 남부 지역의 패자로 군림했던 글로리안은 수백년만에 외세에 굴복하여 성을 내주고 영광스러웠던 역사를 과거의 추억으로 남기고 말았다. 글로리안의 항복은 수십년간 이어졌던 리칼 내전의 종식을 가져왔다. 그리고 리칼대왕의 중재 아래 리칼연합의 왕들이 평화협정에 모두 승인함으로서 드디어 연합은 평화를 되찾을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전쟁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것은 아니였다. 이번 전쟁으로 타르누스가 속한 리우브는 연합의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하며 북부지역의 강자로 도약했다. 리우브의 영향력은 전에 없이 막강해졌고 리칼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 되었으며 글로리안은 막대한 전쟁 배상금으로 도시가 침체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은 50여년만에 찾아온 평화의 기쁨속에 금새 파묻혀 잊혀져 버렸다. 사람들의 관심은 복잡한 정치논리나 동맹관계, 그들이 짊어져야할 세금같은 것에서 순식간에 멀어졌고 이제 그들은 전쟁 영웅인 타르누스의 다음 행보가 어떻게 될것인가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은 타르누스가 리우브에 남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에 대한 리우브왕과 시민들의 믿음과 애정은 실로 엄청난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오래전 타르누스를 카로안에 임명하려 했던 리우브의 왕은 자국의 전사들보다 타르누스를 더 신뢰하고 있었고 귀족들 사이에서도 타르누스는 자신들의 세력으로 끌어들여야할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시민들에게 있어서 그의 인기는 더욱 대단했다. 귀족출신이 아닌 타르누스는 그들의 진정한 영웅이 되어주었으며 늘 활기차고 다정다감한 그의 성품은 전쟁으로 고달펐던 시민들에게 큰 힘과 용기를 심어주었다. 타르누스는 여인들에게 유독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이미 혼인할 나이를 훌쩍 넘겼기에 시민과 귀족의 여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여인들이 그에게 혼인을 요청해왔는데 타르누스는 전쟁을 핑계로 늘 그들의 청을 조심스레 거절해왔다. 전쟁이 끝난직후 생겨난 타르누스를 둘러싼 갖가지 소문들속에 정작 타루누스 본인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한것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분명한것은 그가 어떤 선택을 내리든 그것이 잘못된 선택은 아닐것이라는 것이었다. 더이상의 영광을 기대할 수 없을만큼 타르누스는 인생 최고의 시기를 맞고 있었다.


글로리안 전투가 끝난 뒤 타르누스는 자신의 2000여 병력을 이끌고 리우브로 돌아왔다. 리칼 연합에 평화를 가져다준 장본인으로서 리우브의 왕과 귀족 그리고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돌아온 타르누스에게는 왕이 하사하는 상당한 금액의 카인과 보석 그리고 2급 귀족의 지위와 용병대 전체에 내리는 7일간의 축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타르누스는 리우브의 환대에 크게 감사하며 7일간 이어진 축제동안 그들의 형제들과 함께 마시고 춤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용병들에게 있어 전쟁이 끝났다는것은 달갑지 않을수 있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리칼에 평화를 안겨다 주었다는 자부심에 진심으로 축제를 즐기며 마음껏 취하고 오랜만의 휴식을 만끽했다. 술이 약한 타르누스는 부하들이 건내는 술잔을 연거푸 들이마시다가 테이블에 엎드려 잠자기 일수였고 그와중에 틈틈히 왕과 귀족들의 부름에 왕성으로 불려가 그들의 칭찬과 여러가지 청을 들어주는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만했다. 바라사는 술에 취하면 매번 똑같은 자신의 영웅담을 몇번이고 계속해서 늘어놓았다. 그리고 그런 바라사를 막는것은 늘 카라자스였다. 카라자스는 적당히 때를 보아 바라사의 말을 자르는것에 이젠 능숙해 있었다. 그리고는 검 멀리 던지기나 팔씨름 같은 힘겨루기로 바라사가 늘상 이야기하는 진정한 용병대의 2인자 자리를 놓고 겨뤄보자며 그를 꼬드겨 술취한 바라사를 희롱하는데 요즘 재미를 붙인 상태였다.

그리고 세번째로 우나프에 오른 떠오르는 실력자 린카우는 한번 붙으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두사람을 말리는데 진땀을 빼기 일수였다. 하지만 세사람의 우격다짐은 늘 그렇게 부하들에게 큰 웃음을 주었다. 자신들의 우나프를 응원하며 서로의 우월함을 뽐내는것도 전쟁에 지친 그들에게는 하나의 큰 즐거움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느덧 그렇게 축제의 마지막 날 밤을 맞이하고 있었다.


마지막 불꽃이 화려하게 타오르듯 축제의 마지막 밤, 리우브의 모든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리우브는 밤새 환한 불빛과 함께 도시 전체가 축제의 분위기로 휩싸였다. 왕과 귀족들은 왕성에서 그들만의 축제를 즐겼고 용병대는 왕성밖에서 시민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마지막 밤을 즐기고 있었다. 이른 저녁부터 많은 술을 마신 타르누스는 자신의 용병대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뒤에 그는 애써 아쉬움을 감추고 있었다. 이제 전쟁이 끝나고 더이상 용병대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진 그들이지만 지난 3년여 동안 서로 목숨을 의지하며 수십번의 전투를 함께 해온 형제들이었다. 긴 시간만큼 쌓여온 정이 쉽사리 그들을 놓아주려 하지 않고 있었기에 타르누스는 내일 아침 그들에게 이별을 고해야하는 순간이 좀더 더디게 오기를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매정하게도 그의 마음엔 아랑곳하지 않는듯 리우브 왕은 축제의 마지막 밤조차 형제들과 함께할 시간을 타르누스에게서 빼앗아 버렸다.

“왕께서 부르십니다. 함께 왕성으로 가시지요.”

타르누스는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며 술 기운을 쫒아낸 뒤 바라사와 카라자스에게 자신의 출타를 알렸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왕의 사람과 함께 왕성으로 들어갔다.

‘또 날 리우브에 남으라 부르는 걸테지... 형제들과 함께라면 그것도 나쁘진 않을지도...’

왕성으로 가는 내내 타르누스는 형제들 생각뿐이었다. 그는 너무 그것에 집중한 나머지 익숙한 발걸음의 사내가 자신의 곁을 지나는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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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리우브를 뒤로하고 18.04.21 89 0 10쪽
76 마세르로 18.04.08 67 0 13쪽
75 축제 그리고 나시크 18.03.31 83 0 9쪽
» 리칼연합의 평화 18.03.24 127 0 9쪽
73 테르가의 결심 18.03.11 112 0 12쪽
72 황제의 사람들 18.03.04 89 0 10쪽
71 알리아와 스페스 18.02.11 126 0 11쪽
70 이바나의 반격 18.02.04 106 0 10쪽
69 알리아 전투2 18.01.28 135 0 11쪽
68 알리아 전투 18.01.27 156 0 11쪽
67 이바나의 새로운 꿈 18.01.22 131 0 12쪽
66 어제의 친구 오늘의 적 18.01.18 126 0 10쪽
65 이바나의 결심 18.01.14 105 0 11쪽
64 전설이 된 헤르반 +1 17.12.24 190 0 9쪽
63 헤르반과 이바나 17.12.11 111 1 10쪽
62 이바나의 분노 17.11.26 124 0 11쪽
61 알리아와의 협상 17.11.19 136 0 11쪽
60 바라쿠타의 형제들 17.11.07 143 0 9쪽
59 하나시와 니안의 계략 17.10.29 15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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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복수를 위한 전쟁 17.10.08 195 0 12쪽
56 우루안의 죽음 17.09.17 202 0 13쪽
55 우루안의 결단 17.09.10 146 0 11쪽
54 다간으로의 여정 17.09.03 169 0 15쪽
53 카루온왕자의 눈물 17.08.27 195 0 16쪽
52 전령이 전해온 소식 17.08.20 185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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