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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모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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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수 :
450,893

작성
17.10.08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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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복수를 위한 전쟁

DUMMY

리에족의 도시 라고스에 다다르자 쥬드란과 오카스 일행은 비로소 말을 멈추었다. 제대로 쉴틈도 주지 않고 말을 혹사시킨 탓에 그들의 준마는 당장이라도 땅에 머리를 박고 쓰러질것만 같았다. 조금은 허름한 행색의 그들을 라고스의 동쪽 성문에서 병사들이 막아섰지만 쥬드란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자 마자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의 태도는 순식간에 돌변했다. 서부동맹의 맹주 스페스의 제1나테루. 쥬드란은 왕과 다름 없는 대우를 받으며 라고스의 왕성으로 인도 되었다. 라고스의 왕 토다인은 우루안과 함께 다간에 남아있었기에 쥬드란은 굳이 라고스의 귀족들을 대면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자신의 방문을 최소한으로 전하고 사신의 대기소에서 잠시 머물기를 요청했다. 그의 몸은 며칠을 씻지도 못한채 엉망인 상태였지만 그는 애써 몸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라고스에서 스페스의 소식을 듣는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미 라고스에 당도하기전 오카스에게 그 일을 부탁했다. 오래전부터 각 도시는 새를 이용한 장거리 통신망을 갖추고 있었기에 그가 다간을 떠나기전 보낸 소식에 대한 답장이 라고스에 당도해 있을지도 몰랐다. 오카스는 라고스의 성문을 지나자 마자 통신소를 향해 말을 몰았고 쥬드란의 표정은 줄곧 시체처럼 굳어 있었다. 오카스는 쥬드란이 이렇듯 상심해 하는것을 이해할수 없었다. 나테루들은 대개 여러명의 부인에게서 많은 아들을 두기에 설사 아들 한명을 잃는다 해도 저렇듯 상심할 이유는 없는것이었다. 쥬드란은 아들만 10명이 넘었다. 물론 카잔이 장남에다 어린시절부터 영특한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오카스의 눈에 쥬드란은 굳세지 못한 여린 사내로 비춰지고 있었다. 통신소에 다다르자 수십마리의 새들이 하늘 위로 어지럽게 날아다니는것이 오카스의 시선에 들어왔다. 스페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였지만 스페스의 통신소가 유독 큰것일뿐 라고스의 도시규모를 생각하면 적당한 수준의 통신소였다. 주로 군사용으로 사용되지만 더러 나테루와 하급 귀족들의 안부전달용으로 사용되는 만큼 통신소 주변에 일반 시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카스가 통신소에 다다르자 또다시 라고스의 병사들이 막아섰다.

"누구시오?"

"난 스페스의 카로안 오카스다."

오카스는 자신의 신분을 나타내는 신분패와 검을 들어보이며 검문에 응했고 그는 곧 그곳에 있는 모든 병사들로 부터 경례를 받았다.

"혹시 스페스에서 온 소식이 있는가?"

"네, 나테루 쥬드란 님의 앞으로 2개의 소식이 도착해있습니다."

오카스의 요청에 라고스의 병사들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수십개의 서랍에서 두루마리처럼 말린 손가락 크기의 종이를 곧장 찾아내 오카스에게 전해 주었다. 오카스는 그것을 받자마자 곧장 다시 맣에 올라 쥬드란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쥬드란이 머물러 있는 라고스 왕성의 사신 접견소에 다다르자 그의 예상대로 쥬드란은 조금의 긴장도 놓지 않은채 그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쥬드란은 자신의 앞에서 통신용 종이를 건내는 오카스를 보며 잠시 머뭇거렸다.

"그대가 읽어주게. 생사만 확인하면 족하겠군."

지금껏 쥬드란을 이해하지 못했던 오카스도 막상 종이를 펼치려하니 조금은 그의 심정을 이해할수 있을것만 같았다. 늙은 어머니외엔 가족이 없는 그는 문득 어머니를 떠올리며 말려있는 종이를 펼쳤다.

"........"

"쥬드란님, 카잔님은 무사하십니다."

"아... 하늘이 도우셨구나!"

"그런데 이상합니다. 카잔님은 낙마한적이 없다고 하십니다."

"그게 무슨소린가? 이리 줘보게."

쥬드란은 뜬금없는 오카스의 말에 이해할수 없다는듯 그의 들려있던 종이를 건내받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하군. 그렇다면 넬칸께서 받은 연락은 잘못보내진것이란 말인가?"

"쥬드란님 다시 다간으로 돌아가시지요."

다간에 혼자 남겨진 넬칸이 마음에 걸린 오카스는 더 생각할것도 없이 쥬드란을 재촉했다. 쥬드란은 재촉하는 오카스를 잠시 저지하며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누가 보낸것인가? 무엇때문에?"

그때 두사람이 머무는곳을 향해 누군가 빠르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오카스는 본능적으로 검자루에 손을 가져가며 벽에 기대어 비스듬히 밖을 내다보았다. 그는 방금 전 통신소에서 보았던 라고스의 병사였다.

"여기 계시다는것을 알고 곧장 달려왔습니다!"

"무슨일인가?"

"다간으로부터 온 소식입니다. 쥬드란님과 카로안님께서 꼭 보셔야할 내용입니다."

쥬드란은 병사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마른침을 삼켰다. 불현듯 다가오는 불길한 예감이 그의 가슴을 요동치게하고 있었다.

"오카스, 읽어보게."

종이를 건내는 병사는 고개를 숙인채 양손을 머리위로 올려 최대한 예의를 갖추었다. 그리고 종이를 받아든 오카스는 말린 종이를 펼쳐 그속에 쓰여진 작은 글씨들을 빠르게 눈으로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잠시 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쥬드란을 바라보며 말했다.

"쥬드란님! 넬칸께서 암살당하셨습니다!"

"뭐! 뭐라고!!!"

"이것은 분명 로만의 짓입니다! 아..넬칸....!"

"암살이라니... 믿을 수 없구나!"

"아아..넬칸."

오카스는 복받치는 분노에 눈물을 쏟아내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지만 쥬드란은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넬칸을 암살하면 남은것은 전쟁뿐인데 로만이 제정신인가?"

"어차피 치룰 전쟁 넬칸을 제거하면 이길수 있을꺼라 생각했겠지요!"

".....그렇다면 넬칸께선 로만의 계획을 미리알고 우리를 내보내신거란 말인가!"

"쥬드란님. 지금 당장 스페스로 돌아가시지요. 당장 카루온 왕자님께 알려야 합니다. 모든 군대를 이끌고 넬칸의 복수를 해야합니다!!!"

오카스는 터져나오는 오열을 쏟아내며 쥬드란을 재촉했다.

"잠깐, 토다인왕은 어찌 되었나?"

쥬드란은 극도로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다간에 남아있던 토다인을 떠올렸다. 그러자 흥분한 오카스 대신 라고스 병사가 대답했다.

"토다인 넬칸께선 무사하십니다. 지금 우루안왕의 시신을 가지고 다간을 떠나 이곳으로 돌아오고 계삽니다."

"그렇다면 우루안 넬칸께서만 당하신거란 말이냐?"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분명 넬칸의 뜻을 꺽지못하자 비열한 수를 쓴것이 분명합니다!"

오카스는 깊이 생각할 필요 없다는듯 잘라 말했고 그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한채 바닥에 떨구고 있었다. 쥬드란은 이번 출행을 떠나면서 가슴 한켠,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에하나 라며 생각했던 것이 현실로 다가오자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왕의 자리를 대신할수 있는건 자신뿐이라 생각한 그는 애써 담담히 말했다.

"전령, 이소식을 스페스에 전했나?"

"토다인넬칸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최대한 빨리 이 소식을 서부동맹의 모든 도시에 전하라하셨습니다. 즉시 출병할 준비를 갖출수 있도록말입니다."

"알았다. 오카스, 그대는 당장 스페스로 가게. 가서 카루온 왕자님과 함께 스페스의 전 병력을 이끌고 이곳으로 오게. 그 동안 난 이곳에 남아 넬칸의 시신을 지키겠네.

"네!"

쥬드란의 명령에 오카스는 기다렸다는듯 뛰쳐나가 말에 올랐다. 라고스에서 스페스까지 빠른 걸음으로 다섯밤 거리. 아마도 10일이면 스페스의 원정군이 라고스에 도달할수 있을것이었다. 오카스와 라고스 병사가 떠나자 그가 머무는 곳에 적막감이 감돌았다. 쥬드란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것은 오랜 친구이자 동반자였던 왕의 죽음이 그에게 엄청난 마음의 짐을 짊어주었기 때문만은 아니였다. 왕을 버려둔채 혼자 살아남았다는 비난을 쉽사리 피할수는 없을것이라는것은 아주 잠깐의 번뇌였다.

'혼자 가려고 날 보내셨습니까? 아니면 카루온 왕자를....'

그의 생각은 어느덧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고 있었다. 동부동맹과의 전쟁. 그 세번째 전쟁이 자신의 시대에서 이루어 질것이란는것을 그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도 이토록 갑작스러울것이라는 것은...


라고스를 떠난 새는 반나절만에 스페스의 통신소에 도착했다. 스페스는 충격에 휩싸였다. 조그만한 새가 전한 충격적인 소식은 스페스의 모든 귀족과 시민의 가슴속에 지울수 없는 커다란 상처를 남겨주었고 그날밤 스페스는 온 도시가 통곡소리에 젖어있었다. 그날 위대한 넬칸의 죽음을 접하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충성심이 깊은 몇몇 귀족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끊기도 하였다. 하지만 모두가 눈물을 흘릴때 마음껏 드러내놓고 울수 없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카루온 왕자였다.

"왕자님, 이제 왕자님께서 이 나라의 주인이십니다."

왕의 죽음을 접한 뒤 마르지 않는 눈물을 바닥에 쏟아내며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던 카루온은 헤르반과 투고의 진심어린 간청에 마음을 다잡고 눈물을 감추었다. 그는 날이 밝자마자 나테루와 모든 귀족들을 불러 모았다. 그의 부름에 곧 넓은 스페스의 귀족 회의장이 슬픔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귀족들로 가득 찼다. 카루온은 그들의 가장 높은곳에서 자신의 검을 뽑아들며 말했다.

"넬칸께서 다간으로 떠나시기전 이 검을 내게 주셨습니다."

"....."

"이자리에 있는 모든 귀족 여러분 앞에서 이 검을 들고 맹세합니다. 나 카루온은 로만이 이 검에 죽을때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을것 입니다. 또한 다간과 그를 따르는 어떤 세력과의 협상도 평화도 결단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말을 마친 카루온은 손에 쥔 검을 있는 힘껏 바닥에 내리 찍었다. 날카로운 검이 단단한 돌을 쪼깨며 강한 진동과 함께 박히고 카루온은 그자리에서 한쪽 무릎을 구부려 귀족들 앞에 자신을 낮추었다.

"나의 형제들이여, 나의 벗들이여, 내게 힘을 보태 주십시오."

카루온의 행동은 지금껏 어떤 왕들도 행하지 못한 것이었다. 심지어 나테루조차도 왕앞에서 무릎을 구부려 자세를 낮추는 일이 없었것만 지금 카루온은 하급의 귀족들에게도 고개를 숙여 간청하고 있었다. 그의 말은 짧았지만 그의 행동은 그 자리의 모든 귀족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간 왕자를 탐타치 않게 여겼던 이키레나는 가장 먼저 그의 앞에 나섰다.

"나테루 이키레나, 우리 부족의 모든 병력을 왕자님께 맡기겠습니다."

"나테루 크레도, 병사 500을 내겠습니다."

"왕자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이키레나를 시작으로 모든 나테루가 카루온왕자의 뜻에 따라 전쟁에 참가할 의지를 내비쳤다.이키레나는 눈물을 흘리며 왕자의 손을 잡고 그를 일으켜 세웠다. 과격한 성격으로 이름높은 그였지만 그는 카루온왕자의 슬픔과 분노를 함께 나누기에 충분한 충성심을 가진 귀족이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카잔이 그에게 다가왔다.

"왕자님의 옆에 이 카잔이 있습니다. 이제 다간에게 우리의 분노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보여줄 차례입니다."


전쟁을 위한 병사들은 순식간에 징집되었다. 마크란을 포함하여 우루안 가문이 소유한 병사는 3천 500여명, 나테루의 모든 병사를 합쳐 8천에 가까운 군대가 단 4일만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스페스의 대군이 그 위영을 드러낼쯤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그들을 이끌 위대한 카로안이 도착했다. 그리고 카루온이 애타게 기다리던 또 한명. 마세르에서 돌아온 니안이 오카스의 세노테가 되어 다간 원정군의 출전이 마무리 되자 카루온은 즉시 서부동맹의 각도시에 스페스의 출정소식을 전했다. 스페스 원정군의 출정을 시작으로 오래전부터 약속되어진 서부동맹의 동맹군들은 약속된 시간에 라고스로 모여지게 되어 있었다. 이제 과거 카루온의 조부인 나오테안이 그토록 꿈꿔왔던 다간정복의 꿈이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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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테르가의 결심 18.03.11 112 0 12쪽
72 황제의 사람들 18.03.04 90 0 10쪽
71 알리아와 스페스 18.02.11 128 0 11쪽
70 이바나의 반격 18.02.04 107 0 10쪽
69 알리아 전투2 18.01.28 136 0 11쪽
68 알리아 전투 18.01.27 156 0 11쪽
67 이바나의 새로운 꿈 18.01.22 132 0 12쪽
66 어제의 친구 오늘의 적 18.01.18 126 0 10쪽
65 이바나의 결심 18.01.14 105 0 11쪽
64 전설이 된 헤르반 +1 17.12.24 192 0 9쪽
63 헤르반과 이바나 17.12.11 111 1 10쪽
62 이바나의 분노 17.11.26 125 0 11쪽
61 알리아와의 협상 17.11.19 136 0 11쪽
60 바라쿠타의 형제들 17.11.07 144 0 9쪽
59 하나시와 니안의 계략 17.10.29 160 0 12쪽
58 세번째 동서전쟁의 시작 17.10.22 190 0 13쪽
» 복수를 위한 전쟁 17.10.08 197 0 12쪽
56 우루안의 죽음 17.09.17 202 0 13쪽
55 우루안의 결단 17.09.10 148 0 11쪽
54 다간으로의 여정 17.09.03 169 0 15쪽
53 카루온왕자의 눈물 17.08.27 195 0 16쪽
52 전령이 전해온 소식 17.08.20 185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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