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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난세의 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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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작품등록일 :
2024.05.19 17:44
최근연재일 :
2024.07.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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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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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곽가

DUMMY

1


다음 날.

주 청사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속관과 제장이 모두 모인 가운데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면면을 둘러본 간옹이 발언에 임했다.


“어제 내가 인재들을 추천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는데,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잠시 좌중에 정적이 감도는가 싶더니 순욱이 발언에 나섰다.


“연주 동아현(東阿縣) 사람 정욱(程昱)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재주와 담력 매우 뛰어난 사람으로, 현 연주목 유대가 초빙해도 응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고로 소직이 직접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간옹이 답했다.

“가는 것은 좋지만 아직도 처처에 도적이 날뛰니 안전을 담보할 수 없소이다. 하니 국의!”

“네, 사군!”


“기병 삼백과 함께 별가종사를 호위하여 다녀오도록 하세요.”

“네, 사군!”

비록 사적으로는 처남이라 하나, 공적으로는 엄연히 주군이다.


그런 주군이 자신을 매우 귀하게 여기는 것을 보니 순욱 또한 내심으로는 감격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겉으로 이를 드러내진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받아들였다.


* * *


초평(初平) 원년(서기 190년) 2월 정해일(丁亥日), 천자(天子)와 대소 관리들의 행렬이 낙양을 떠났으며, 약 20일 후인 3월 초에 장안(長安)에 도착했다. 헌제는 처음에 경조윤(京兆尹)의 관소에 머물렀다가 미앙궁(未央宮)을 수리하여 그곳으로 옮겼다.


천자(天子)의 일행이 장안으로 가는 동안 동탁은 낙양성(洛陽城)의 필규원(畢圭苑)에 머물며 궁궐, 종묘, 관아, 여염(閭閻) 등을 모두 불태우니, 2백 리 안에는 연기만 솟을 뿐, 인마(人馬)와 닭 울음소리 그치고 산천이 적막하였다.


여포를 시켜 황실의 능과 공경대부들의 무덤을 파헤쳐 부장된 보물을 거두게 하고, 간간이 관동의 병사를 사로잡아 온몸에 베를 감고 기름을 칠하여 태우니, 그 잔혹함이 극에 달하였다.


이어서 동탁은 수십만 명의 백성들을 몰아 800리나 떨어진 장안으로 옮겼다. 병사들은 백성들의 발길을 재촉하며 틈을 보아 이들의 재물을 노략질했다. 걸음이 느린 자에게는 매질을 가하고 부녀자를 겁간하니, 그 울음과 한숨 소리가 산하에 가득하였다.


굶주림과 추위로 죽은 사람이 노변에 즐비하니. 그 참혹한 광경이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수많은 백성이 장안에 도착하였는데, 사도(司徒) 왕윤(王允)이 모든 일을 잘 분별하고 뜻을 굽혀 뒤이어 도착한 동탁의 심기를 잘 도닥였으므로, 상하가 모두 왕윤에게 의지하였다.


​장안으로 들어가기 전 동탁은 스스로 태사(太師)라 칭했다. 그리하여 황태자급의 수레와 복식을 사용하였고, 동생 동민에게는 좌장군과 호후(鄠侯), 큰조카 동황(董璜)에게는 시중과 중군교위를 주는 등 동탁의 가문 사람은 어린애라도 모두 한 자리씩 차지했다.


미현(郿縣)에 오(塢)를 쌓고 만세오(萬歲塢)라 하였다. 높이가 높은 곳은 7장(丈)에 이르렀으며 30년 치 식량을 비축했으므로 동탁 스스로 “일이 잘되면 천하를 웅거하고 잘 안되면 이곳을 지키며 여생을 보내겠다”라고 자신했다. 법령이 가혹하고 문란하여 억울하게 죽은 자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장안에 도착한 손건이 표문(表文)을 올리니 동탁은 이를 스스로 읽어 본 다음 거만하게 말했다.


“본 태사가 헌화에게 미양에서 당한 수모를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더하여 산조의 반역도당에 가담하여 나를 적대시 한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와 큰 접점 없이 조조의 패군을 수습하여 즉시 돌아간 점. 또 천자도 훈도해야 할 책임이 있는 태사로서, 옛 시절의 원한에 얽매여 그에게 앙갚음을 한다면, 국량(局量)이 작은 소인배일 것인즉, 헌화의 요구를 수락함으로써 모범을 보이고자 한다. 하니 헌화는 조정에 충성을 다하여 본 태사의 은의를 잊지 않길 당부한다. 하니 이를 그대로 전하라! 알겠느냐?”


“네, 태사 어르신!”

“좋다! 헌화의 요구대로 북해에서 동래를 떼어내, 광무제 이전으로 환원할 것이다. 더하여 헌화가 요구한 대로 공융을 북해상으로, 하기(何夔)를 동래 태수로 임명하노니 충성을 다할지어다.”


“감읍하옵니다. 태사 어르신!”

거듭 사의를 표한 손건은 곧 그 자리를 물러 나와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다.


* * *


그 시각.

청주 부중에 머물고 있는 간옹에게 부중에서 번을 서고 있던 견초가 들어와 보고했다.

“사군! 영천 양책현(陽翟縣) 사람 곽가(郭嘉)라는 분이 찾아와 사군 뵙기를 청하옵니다.”


“뭐라고? 봉효(奉孝)가!”

외마디 비명을 내지른 간옹은 즉시 보던 서류를 내팽개치고 한걸음에 달려 나갔다. 그러자 뜰에는 약관의 미청년이 달려오는 간옹을 탐색하는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걸음에 달려가 그의 두 손을 덥석 잡은 간옹이 말했다.

“이게 누구요? 봉효가 날 찾아오더니, 이게 진정 꿈은 아니겠지요?”

그러나 여전히 탐색하는 눈빛을 거두지 않은 곽가가 건조한 음성으로 물었다.


“날 어찌 아오?”

“그야 문약에게서 들었지. 일대 영걸(英傑)이라고.”

“순욱 형이 일찍이 나를 알고 있었다니, 놀랍기만 하오.”

“어쨌거나 안으로 들어가 이야기 나눕시다.”


“그러지요.”

곧 두 사람은 부중으로 향했다. 그러나 곧바로 걸음을 멈춘 간옹이 말했다.

“영걸을 맞았으니 어찌 부중에서 접대할 것인가. 우리 관사로 가 고담준론(高談峻論)으로 밤을 새워봅시다.”


일개 약관의 무명 청년에 불과한 자신을 맞아 정무마저 팽개치고 환대하는 간옹이라는 인물을 보니 진정에서 우러나와 그러는 것같다. 그래서 탐색의 눈길이 조금은 늦춰진 가운데 곽가는 청주 주목이 이끄는 대로 후원으로 향했다.


그리하여 대낮부터 미주가효(美酒佳肴)를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았다. 술과 고기 여인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곽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대접이었다. 그런 그에게 간옹이 제안했다.

“우리 우선 석 잔을 마시고 대화를 나눕시다.”


“좋지요!”

즉시 찬성하는 곽가에게 500cc 크기의 잔에 가양주(家釀酒)를 넘치도록 따랐다. 그러자 곽가 역시 간옹의 잔에 넘치도록 따라 주었다. 곧 두 사람은 콸콸 도랑물 내려가는 소리를 내며 단숨에 잔을 비웠다.


그리고 안주도 집지 않고 연속 석 잔을 마신 후에야 입가로 소매로 훔치더니 비로소 돼지고기를 질겅질겅 씹었다.

“술맛이 어떻소?”

“매우 좋습니다. 한데 누구의 솜씨입니까?”


“내자가 친정에서 배운 비법이라는데 내가 느끼기에도 맛이 좋아 매양 담그게 한다오.”

“듣기에 순욱 형의 매씨(妹氏)를 아내로 맞았다는데 사실인가요?”

“그렇소이다.”


“영천 고을에서는 자색 곱고 한 문장 하기로 소문난 재녀라 탐내지 않는 인물이 없었는데, 사군이 차지했으니 영천 고을에는 얼씬도 마세요.”

“하하하......! 칭찬하는 것도 여러 가지군.”


빙긋 웃은 곽가가 갑자기 정색하고 물었다.

“사군께서는 지금의 시국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오히려 시험하려 드는 곽가가 가소로웠으나 간옹은 진중한 표정으로 답했다.


“패악무도한 동탁에 대항에 의군이 사방에서 떨치고 일어나나, 동탁으로서는 제압할 길이 없으니, 이제 관동 지방은 군웅할거 시대의 난세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오. 이런 난세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겠소?”


“군사력입니다.”

“바로 그거요. 그래서 나는 조정에 세금을 일절 납부하지 않고, 그 재원으로 군사력을 증강하려 하오.”

“하면 동탁이 가만 있겠습니까? 곧 사군을 체직(遞職)시킬 텐데요?”


“그의 명이 여기에 미치지 않는 데 따를 이유가 없지요.”

“흐흠......!”

곽가가 생각에 잠기거나 말거나 오늘 곽가를 꼭 수중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한 간옹이 열정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곧 먹히고 먹히는 난세가 도래할 것인즉, 이때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나는 세 가지를 꼽겠소이다.”

“그 세 가지가 뭡니까?”

“첫째는 정치적 자산이요.”


“정치적 자산이라 함은?”

“천자를 끼고 제후를 호령하는 것.”

“지금의 동탁과 같이요?”

“그렇소!”


“동탁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천망회회(天網恢恢)라는 말로 그 답변을 대신하겠소.”

“허허, 하늘의 그물이 비록 크고 성길지라도, 빠트리지 않는다?”

“그렇소!”


“좋소. 악인답게 동탁이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고 치고, 어떻게 집권하시겠다는 겁니까?”

“그야 때가 되면 알일. 그다음으로 나는 군사적 자산을 꼽겠소.”

“군사적 자산이라면 종전에 양성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죠. 천하 쟁패에 뛰어들려면.”

“그럼 또 무슨 복안이 있습니까?”

“그 또한 계획되어 있으나 발설하기에는 아직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소이다. 세 번째인 경제적 자산과도 연관되는 것인데, 그 또한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이외다.”


“허허, 대충 들어만 보아도 사군의 식견이 청맹과니인 제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릇 지도자라면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미리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洞察力), 상황에 맞게 이를 즉시 실행할 수 있는 결단력(決斷力), 또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추진력(推進力)이 있어야 하는바, 사군께선 이에 대해 스스로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은즉, 부족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소. 더하여 한 가지 더 꼽자면 인재를 다루는 법이오. 아무리 휘하에 양장현사(良將賢士)를 구름 같이 모아놓은들,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않으면 다 헛일이오. 또 그들을 제대로 부리려면 장점만 취하고 단점은 아예 눈감아 주어야 된다고 보오.”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등 품행이 방정치 못한 것을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는 곽가로서는 장점만 취하고 단점은 눈감아 준다는 말이 가장 가슴에 와닿았다. 그래서 곽가가 즉시 부복해 말했다.


“비로소 평생 섬길 주군을 만난 것 같습니다. 이 가(嘉) 어리석다고 생각지 않으신다면, 제 절을 받으십시오. 주군!”

“하하하......! 내가 오늘 봉효를 얻었으니, 이는 고조께서 장자방(張子房)을 얻은 것이나 진배없소이다. 하하하......!”


자신을 장량(張良)에 비유하자, 더욱 감격한 곽가가 부복한 그대로 더욱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 법. 타는 불 속, 끓는 물 속이라도 주군의 명이라면 하시라도 뛰어들겠사옵니다. 주군!”


“고맙고, 고마운 일이오.”

말하며 곽가를 일으켜 세우니 그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곧 두 사람은 말술을 함께하며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곽가를 군사(軍師)로 발령 내어 병조연 순유 휘하에 배속시켰다. 이때는 벌써 5월 말로 온 산하가 푸르르고, 열기는 점점 더해가는 즈음이었다.


--------


작가의말

감사드리고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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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논공행상 +2 24.06.14 797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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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대공을 세우다 +4 24.06.12 835 19 12쪽
25 대공을 세우다 +2 24.06.11 849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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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태수가 되다 +2 24.06.07 896 20 11쪽
21 혼인 +2 24.06.06 897 20 10쪽
20 신부감 +2 24.06.05 898 1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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