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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난세의 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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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작품등록일 :
2024.05.19 17:44
최근연재일 :
2024.06.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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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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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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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청주 목으로서

DUMMY

1


이렇게 되어 모두 짐을 꾸리는 가운데 간옹은 견초를 불러들여 그와도 작별 인사를 했다. 이에 견초는 스승의 곁을 떠나는 날에는 반드시 형님(간옹)을 찾아가겠노라고 호언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런 가운데 소식을 들은 오광, 관구의 유우 등이 찾아와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그중 유우는 이번에 유주 목으로 발령 나 그곳으로 향한다는 말도 전하고 갔다. 또 염유도 퇴근 후 찾아왔다.


그를 관사로 불러들여 두 사람은 주안상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았다.

“청주 목으로 옮기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심전심.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술만 들이켰다. 그러다가 불콰해지자 염유가 격정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냥 끝나니 사냥개 잡아먹는 것과 무엇이 다른 행위입니까? 이런 썩은 조정에 이 유도 더는 근무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여 며칠 후 직을 던져버리고 뒤따를까 합니다. 단 내가 양성한 기병 5백은 데려가야겠으니 며칠 여유를 둔 것입니다.”


그제야 간옹도 자신이 양성한 5천 기병에 대해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곧 세 기도위를 불러들여 비밀리에 지시하도록 했다. 함께 할 사람은 시일을 두고 탈주하여 청주 부중으로 찾아오라고, 기병들에게 전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 이날 밤.

염유를 보내고 확인해 보니 모든 짐이 꾸려져 있었다. 그런 가운데 간옹이 소희와 정희를 불러들여 그녀들의 의사를 물었다.

“이번에 내가 청주 목으로 발령 나 떠나게 되었음은 모두 들었을 것이다.”


“그러하옵니다. 사군!”

소희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간옹이 곧장 물었다.

“하여 묻노니, 나를 따라가겠느냐? 아니면 도성에 남겠느냐?”


“서운하게 그런 말씀이 어디 있사옵니까? 우리 자매는 이 세상 끝까지라도 사군을 따를 양이니 더는 우리를 떠보지 마세요.”

단호한 언니 소희의 말에 ‘너도 그러냐?’는 뜻으로 동생 정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답했다.


“소녀 또한 언니와 같은 마음이니 더는 우릴 시험에 들게 하지 마세요.”

“허허, 알았다. 죽으나 사나 함께 해보자.”

“그 말씀 정표(情表)로 받아들여도 되나요?”

어언 열한 살이 된 소희의 깜짝 발언에 놀란 간옹이 되물었다.


“무슨 말이 그러하냐?”

“소녀의 방심(芳心)에 사군 스며들어 연모지정을 금할 수 없음이니, 그런 말을 한 것이옵니다.”

“급계하는 그날까지 그 마음 변치 않는다면, 그때 가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수시로 마음이 변한다면 그게 어디 연모지정이겠사옵니까? 그러하니 소녀의 마음을 받아주시옵소서!”

“성장 과정에서 마음은 언제든 변하는 것이다. 그러니 내 말대로 비녀를 꽂는 날까지, 그 마음에 변함이 없다면 그때 다시 논의해보자는 말이다.”


“알겠사옵니다.”

답하나 수긍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런 그녀들을 내보내고 간옹은 아내의 침소를 찾아들었다.


* * *


청주 목 및 제국(齊國) 치소가 있는 임치현(臨淄縣)에 도착하니 가을 색이 완연하였다. 처처에 단풍이 곱게 물들고 논밭에는 아직 수확하지 못한 농작물이 그대로 널려 있는 곳도, 수확한 곳도 있었다.


황건적이 날뛰어도 백성들은 생업에 종사해 먹고 살아야 했고, 혹리(酷吏)들이 수탈을 자행해도 목숨 부지를 위해 경작을 해야 했다. 그런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백성을 위해 훌륭한 목민관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며 간옹은 업무에 착수했다.


그 첫 번째는 치소 임치를 제대로 둘러보는 일이었다. 제장과 속관들을 거느리고 부중을 나서니, 7~8장(17~20m)에 이르는 넓은 도로가 사통팔달로 뚫려 있어, 춘추전국시대 강국이었던 제나라의 수도로 번성한 도시임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또 비단의 주산지로 집집마다 비단 짜는 소리 요란했고, 도심을 조금 벗어나니 거대한 성벽이 나타났다. 이에 자세히 조사케 하니 성벽의 둘레가 자그마치 50리(20km)에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참고로 한양 도성의 둘레가 18.6km이니 임치가 얼마나 큰 도시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부임한 첫날을 보낸 간옹은 다음 날에는 전임 주목 밑에서 근무하던 속관들을 불러 모아 인수인계를 받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사안은 뭐니 뭐니해도 황건적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래서 전임 병조종사로부터 그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처음 황건적이 북해국 남쪽에서 발호하자, 전임 주목께서는 이를 토벌하려고 각 군에 군사를 보내라고 했습니다. 이에 응해 각 군에서 군사를 보내왔는데, 겨우 5천여 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한데 당시 벌써 황건적은 그 세가 5~6만에 이르니, 전임 주목께서는 토벌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조정에 구원을 청한 것입니다.”


“5천으로 그 열 배가 넘은 황건적을 상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

중얼거리듯 말한 간옹이 전임 병조종사에게 물었다.

“지금도 각 군에서 보내온 군사는 있소?”


“네, 사군!”

“알겠소.”

답한 간옹은 곧 전임 병조종사를 내보냈다. 그리고 전임 부조종사(簿曹從事)를 불러들였다. 그리하여 재정 상태를 알아본 결과 청주의 재정 상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 착복하고 주의 재정이 고갈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곧 전임 부조종사도 내보낸 간옹이 함께 경청하고 있던 속관과 제장을 향해 말했다.

“들은 바와 같이 주의 정사가 엉망진창이오. 어쨌거나 황건적은 토벌해야 하고, 주의 재정도 확보해야 되는데 어찌하면 좋겠소?”


순욱이 곧바로 받아 발언했다.

“사군께서 광양 태수 시절 그랬듯이, 각 군에 공문을 띄워 징집 연령 대상자는 전부 징집해 훈련시킬 것이며, 병역 기피자 또한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그들을 정병으로 양성하는 데는 많은 시일이 소모될 것 아니오? 재정도 군에서 뒷받침해 주어야 하는데, 태수라는 것들이 대부분 돈을 주고 벼슬을 산 자들이니, 즐겨 군사를 양성하지 않으려 들것인즉, 세월만 낭비할 공산이 크오. 이러하니 다른 대안이 없겠소?”


간옹의 반론에 순유가 발언에 나섰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이럴 때는 임시방편으로 두 가지 계책을 채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첫째는 각 군의 현 단위까지 주목의 청주 부임 사실을 알리는 것입니다. 하여 황건 무리까지 이 소식을 듣게 되면, 사군의 명성에 겁먹은 황건적들이 대거 우리 주를 떠나, 서주나 연주도 달아날 수도 있음입니다. 더불어 각 군 태수들도 사군이 동탁을 처벌한 일 등을 기억하고 있다면 공문에 따를 공산도 큽니다.”


“매우 좋은 안이오. 두 번째는?”

간옹의 칭찬에 순유가 미소 띤 표정으로 곧장 발언에 임했다.

“군사 수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좋은 방안은 조정에 병력을 청하는 것이나, 십상시들이 사군을 시기 질투하기 시작한 이상, 이 방안은 채택되지 않을 공산이 매우 큽니다.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니 한 번 시행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좋소! 또 다른 방안은?”

“지금까지 대장군과 친밀히 지냈으니 대장군부에 부탁하는 것입니다. 하면 지금까지의 정리로 보아, 대장군부의 재물을 풀어 군사를 모집할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라 판단하옵니다. 하니 속히 이를 실행에 옮기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좋소! 주부 진도, 손건!”

“네, 사군!”

진도와 손건이 동시에 대답하자 간옹이 두 사람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


“들은 대로 조정과 장군부에 청하되, 시일이 촉급하므로 지금 즉시 출발하도록!”

“네, 사군!”

두 사람이 즉시 떠나자, 간옹은 자신의 부임 사실을 각 현에 공고할 것이며 군사 양성도 동시에 지시했다.


* * *


그로부터 5일 후.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부중을 찾아들었다. 공융(孔融)이 바로 그 사람이었다. 이에 버선발로 달려 나가 그를 맞은 간옹이 물었다.

“아니, 공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허허, 이제 이 문거(文擧)는 평생 사군의 그늘에 의지해야 할 것 같소이다.”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장순 장거의 난때 참군사로 참전한 전력 때문에, 같은 패당으로 취급되어 조정에서도 쫓겨났소이다.”


“허허, 어찌 그런 일이! 갈수록 십상시들의 발호가 심하니, 그들의 끝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구려.”

“그렇지요. 만물이 성하면 반드시 이지러지는 때가 있으니, 이치에 합당합니다.”


“자, 그건 그렇고, 우선 안으로 들어 술 한잔하며 그간의 회포를 풀어봅시다.”

“좋지요!”

비록 공융이 간옹보다는 8년 연상이지만,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와 말술인 간옹과는 술친구로서 잘 어울렸다.


아무튼 곧 두 사람은 일찍이 후원의 관사로 자리를 옮겨 주안상을 가운데 놓고 이런저런 시국담을 한동안 나누었다. 그러다가 간옹이 자신의 스승 정현 이야기를 했다. 즉 자신이 청주 주목으로 부임한 이상 조만간 스승을 찾아뵙고 예를 표해야된다는 말을 한 것이다.


그러자 공융이 이를 받아 말했다.

“나도 시절이 하 수상하니, 주변에 학사를 열어 함께 아이들이나 가르쳐보면 어떨까 하오?”

“이 옹은 찬성하나, 스승께서는 어찌 생각하실지 모르겠소이다.”


“그럴 때는 일단 부딪쳐보는 것이죠. 하하하......!”

“좋습니다. 준비되는 대로 출발하는 것으로 하죠.”

“네, 사군!”

이때였다. 밖에서 별가종사 순욱이 고한 것은.


“사군! 5백 기병과 함께 염유가 찾아와 뵙길 청하옵니다.”

“아, 그가 왔소? 정말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이군.”

반가운 마음에 그를 칭찬한 간옹이 곧 그를 맞으러 한걸음에 달려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염유와 셋이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사례교위 시절 기병으로 부렸던 5천 명 중 한두 사람씩 부중으로 찾아드는 가운데 간옹은 길을 나섰다. 스승 정현을 찾아뵙기 위한 길이었다. 그러하니 정현 밑에서 무예 스승으로 근무했던 장합과 함께 수학했던 국연, 왕수, 관통 등도 함께 가길 청해 그들도 일행에 포함되었다.


또 어디서 황건적 무리를 만날지 모르므로 염유가 지휘하는 기병 5백도 동행했다. 여기에 관우 장비마저 따라나서니 대규모 행렬이 되었다. 그런 일행이 말을 달려 5일 만에 스승의 학당을 찾아가니 환갑노인이 된 스승이 먹던 음식마저 뱉고 달려 나와 맞았다.


때는 포시쯤이라 저녁 식사 중이었던 스승이 한걸음에 달려나온 것이다. 이에 간옹이 어린아이처럼 품에 안겨 어리광을 부렸다.

“많이,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스승님!”

품에서 떼어 간옹의 얼굴을 바라본 스승이 말했다.


“이제 정녕 성인이 되었구나!”

“언제는 어른 아니었습니까?”

“내가 가르칠 때만 해도 치기어린 학생에 가까웠지. 이번에 청주 주목으로 왔다고?”


“그렇습니다. 스승님!”

“내가 가르친 제자 중 너와 같이 큰 출세를 한 사람도 드문데다가, 어린 나이에 3개의 난을 평정해, 해내(海內) 백성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인물은 네가 처음이다.”


제자의 활약에 큰 기쁨을 느끼고 있었는지 그 어느 때보다 환한 표정으로 말하는 늙은 스승을 보며 간옹 또한 스스로 자랑스러웠다. 그런 사제 간의 기쁨도 잠시. 스승이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나저나 황건 무리가 다시 준동한다니 걱정이 크겠구나!”


“잘 처리해 낼 자신이 있습니다.”

“모름지기 사내라면 그런 배포와 자신감이 있어야지.”

한마디 한 스승이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물었다.


--------


작가의말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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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94 습관성탈골
    작성일
    24.06.25 20:11
    No. 1

    작가님 글을 읽다보면 계획이 다 있구나.하고 느낍니다.
    준비해놓은 글 있죠? 연참하시라는 말입니다.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또끼슈끼럽
    작성일
    24.06.26 10:37
    No. 2

    ㅋㅋㅋㅋㅋㅋㅋㅋ 더운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화이팅
    정현이 식사를 하다 나올정도의 제자가 되었군요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매검향
    작성일
    24.06.26 13:00
    No. 3

    습관성탈골님!
    또끼슈끼럽님!

    감사, 감사드리고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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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난세의 간웅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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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작품명을 난세의 간웅으로 수정 24.05.27 600 0 -
40 난세의 시발 NEW +3 18시간 전 195 9 12쪽
39 인재는 많을수록 좋다 +4 24.06.27 317 11 20쪽
38 단양병 & 태사자 +4 24.06.26 361 14 12쪽
» 청주 목으로서 +3 24.06.25 394 12 12쪽
36 그래도 웃자 +5 24.06.23 468 16 13쪽
35 문무 겸비 충절의 무장 +2 24.06.22 478 13 13쪽
34 채문희, 정희 +4 24.06.21 475 12 12쪽
33 겹경사 +7 24.06.20 494 12 12쪽
32 기계, 기책 +2 24.06.19 515 12 13쪽
31 미양 출전 +3 24.06.18 535 15 12쪽
30 장재, 장재, 인재 +2 24.06.16 578 12 12쪽
29 국고와 중장을 가득 채울 비책 +4 24.06.15 578 12 12쪽
28 논공행상 +2 24.06.14 585 16 13쪽
27 때로는 손을 비빌 필요도 있다 +2 24.06.13 600 14 12쪽
26 대공을 세우다 +4 24.06.12 619 15 12쪽
25 대공을 세우다 +2 24.06.11 625 15 13쪽
24 출전 준비 +2 24.06.09 641 14 11쪽
23 웅비를 위한 첫발 +5 24.06.08 648 15 11쪽
22 태수가 되다 +2 24.06.07 655 16 11쪽
21 혼인 +2 24.06.06 660 16 10쪽
20 신부감 +2 24.06.05 660 14 10쪽
19 신부감 +2 24.06.04 660 15 11쪽
18 순욱 +2 24.06.02 661 15 11쪽
17 평준령(平準令) +2 24.06.01 662 19 11쪽
16 낭관(郎官) 중에서도 +2 24.05.31 663 17 11쪽
15 조정 출사 +2 24.05.30 663 16 10쪽
14 종요와 순유 +2 24.05.29 671 17 11쪽
13 상계리로서의 임무 +3 24.05.28 682 15 11쪽
12 낙양행 +2 24.05.27 708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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