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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현파 님의 서재입니다.

망겜의 스킬 줍는 방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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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현파
작품등록일 :
2024.07.28 19:06
최근연재일 :
2024.09.17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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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8.16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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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베리드 용병단 (3)

DUMMY

예상대로 습격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다시금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느껴지는 기척들. 규모는 대략 오십 명가량.


확실한 실력을 가진 금패 용병이 이끄는 것이어서 그런지, 용병단치고는 제법 규모가 있었다.


“노, 놈들이다!”


다급한 외침. 하지만 이미 내 말에 따라 전투를 대비하고 있었던 덕에 큰 혼란은 없었다.


멀리서 다가오는 적들. 반격은 곧바로 이루어졌다.


파바박. 마차에서 발사된 화살들. 미리 장전하고 있던 쇠뇌들이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일제히 발사되었다.


물론 모두가 목표물을 맞춘 건 아니었지만, 앞쪽에서 달려오던 적들이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씨발, 어차피 늦었다. 전부 달려들어!”


철컥. 두 번째 장전이 이루어지는 사이 우왕좌왕하는 용병들을 다그치는 목소리. 단장 베리드 플로드였다.


파밧. 두 번재 화살들이 발사됨과 동시에 가까워진 적들. 이내 무기를 뽑아든 양쪽 병력이 충돌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고함과 금속 부딪히는 소리. 하지만 내 시선은 한 곳을 향해 있었다.


콰직. 앞을 가로막는 적 한 명을 간단하게 쓰러뜨린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어느 정도 가까워진 순간.


“...!”


고개를 휙휙 돌리다 나를 발견한 베리드가 입술을 깨무는 것이 보였다. 녀석 역시 내가 이 무리의 리더라는 것을 알아차린 모양.


나는 반쯤 낮춘 검을 든 채 놈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싸움으로 잠시 시야가 막힌 순간.


휘익─


녀석이 던진 단검이 정확히 내 미간을 노리고 날카롭게 날아들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까딱이는 것만으로 그 기습을 간단히 피했다.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결과는 같았을 터였다. 내 반응 속도는 이미 일반적인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빌어먹을 새끼. 어디, 그렇게 자신 있어 할 실력인지 보자!”


단검을 피하며 지은 비웃음에 발끈한 놈이 검을 치켜든 채 이쪽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타닥. 짧은 도움닫기 후에 내질러진 검. 예상대로 빠른 움직임. 지금껏 겪었던 용병들과는 기본기부터가 달랐다.


나는 몸을 옆으로 비틀어 피함과 동시에 검을 사선으로 내리쳤다.


끄그극. 놈의 칼 옆면을 타고 흐른 내 검이 불꽃을 일으키며 미끄러져 내렸다. 그 끝에 위치한 것은 녀석의 목.


“...!”


하지만 놈은 아슬아슬한 순간에 몸을 크게 뒤로 날려 그 반격을 피했다.


한 번의 호흡이 이루어질 동안의 공방. 자신의 목에 생긴 상처에서 살짝 흐르는 피를 만진 베리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반걸음만 느렸어도 자신의 목이 떨어져 나갔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놈이 입을 굳게 다문 채 검을 고쳐 쥐는 것이 보였다.


내가 생각보다도 더 뛰어난 상대라는 파악한 이상, 숨기고 있었던 기술을 꺼낼 생각인 듯했다.


어쩌면 아직 이 시점에서는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았을 터. 하지만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놈의 특기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스으으.


다리와 발에 집중된 마나. 비전 시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다음 순간. 녀석의 몸이 순간적으로 사라졌으니까.


파앗─


엄청난 속도로 이루어진 돌진.


땅을 박찬 발이 만들어낸 흙이 다시 떨어지기도 전, 한 줄기의 섬광이 시야에 아른거렸다.


다리와 발의 근육에 마나의 폭발력을 집중시키는 기술. 이름 따위는 모른다. 하지만 한 단어로의 요약은 쉬웠다.


‘속도.’


엄청난 쾌검. 용병 수준에서는 반응하기조차 힘들 수준의 빠르기.


녀석이 숨기고 있었던 마지막 한 수는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다가올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그에 대한 대처 역시 어렵지 않은 법.


나는 몸을 옆으로 비트는 것과 동시에 검을 내질렀다. 그리고 손끝에서 느껴지는 묵직함.


콰직─


거의 동시에 울려 퍼진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스쳐 지나간 녀석이 뒤쪽 떨어진 곳에서 비틀거리고 있었다.


반쯤은 예측에 가까운 회피와 반격. 나는 몸을 돌려 베리드를 바라보았다. 내가 내지른 검에 옆구리 일부가 꿰뚫린 모습.


놈의 얼굴은 상처에 대한 고통보다 큰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어떻게!”


화살보다도 빠른 속도로 지근거리에서 이루어진 일격. 설마 내가 그것을 피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었다.


“...”


나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으며 아래를 슬쩍 내려다보았다. 놈의 공격을 완벽하게 피한 것은 아니었다.


상대 역시 마나를 사용해 신체를 강화시키는 실력자였고, 녀석의 기술은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었으니까.


살짝 베인 왼팔의 상처. 물론 치명상은 아니다.


그리고, 내가 목표했던 바는 딱 그 정도였다.


“크읏...!”


피가 흘러내리는 옆구리를 움켜잡으면서도 다시 공격을 준비하는 녀석. 나 역시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에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는 듯했다.


하지만.


스르르. 나는 팔의 상처가 빠르게 아물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톡톡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트롤의 재생력.


속도가 빠르지만 그만큼 정확도가 떨어진다면, 약간의 상처쯤은 감수하고 소모전을 노리는 것이 현명하다.


치명상만 아니라면, 내 상처는 어차피 금방 아무니까.


상성의 우위.


내가 처음부터 녀석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확신했던 이유였다.


파밧. 피가 흐르는 옆구리를 움켜잡은 채로 또다시 땅을 박찬 베리드의 신형이 사라졌다.


깊은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마나를 끌어올린 모습. 아마 저게 두 번째이자 마지막 공격일 터. 나는 끝까지 방심하지 않은 채 몸을 옆으로 날리며 검을 횡으로 그었다.


콰직. 어깨에서 격통이 느껴짐과 동시에 손끝에 걸리는 묵직함. 승리의 무게였다.


“커헉─!”


숨을 전부 토해내지도 못한 베리드의 몸이 쓰러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거의 반으로 갈라진 몸. 볼 것도 없는 즉사였다.


퉤. 입에서 피가 섞인 침을 뱉어낸 나는 몸을 일으키며 어깨에 박힌, 반쯤 부서진 검날을 그냥 손으로 잡아 뽑아내었다.


쨍그랑.


잔해가 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아무는 손과 어깨. 화끈하면서도 뻐근한 통증이 느껴졌다.


“다, 단장이...!”


베리드의 죽음을 목격한 근처의 용병 중 하나가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이미 녀석과의 일대일 대결을 펼치기 전부터 우리 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상황. 가장 믿는 카드였던 베리드가 쓰러진 이상, 사실상 전투는 끝난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심지어 남아있던 상당수는 겁에 질려 의미 없는 도망을 치기까지 하는 모습도 보였다.


당연히 더 덤벼드는 놈은 없었다. 나는 어느새 거의 회복된 몸을 움직여 발아래에서 빛을 내고 있는 시체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흘러들어오는 지식들.


-약간의 힘과 체력을 흡수하였습니다.

-미량의 마나를 흡수하였습니다.

-단검 던지기(중급)를 흡수하였습니다.

-‘베리드류 섬광 찌르기’를 흡수하였습니다.


주르륵 떠오르는 문구들. 새로운 활력이 솟아오름과 동시에 약간의 마나가 추가적으로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마지막.


‘베리드류 섬광 찌르기라.’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역시나 녀석이 자체적으로 만들고 적용시킨 기술인 모양이었다.


많은 실전을 겪으며 완성한 기술을 완벽하게 전수받으려면 보통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


나는 머릿속에 자리 잡은 지식대로 마나를 가볍게 움직여 보았다.


스으으. 일시적으로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는 데 필요한 다리와 발의 근육들을 복잡하지만 세세하게 최적화시켜 강화하는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땅을 박찬다면 몸을 화살처럼 날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후우.’


물론 전투가 끝나가는 지금 갑자기 사용하기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다시금 마나를 천천히 되돌렸다.


‘상당한데.’


나도 완벽하게 회피하지는 못한 기술이다.


몸에 부하가 걸리는 탓에 연속해서 계속 사용하지는 못하겠지만, 실전에서 대단히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듯했다.


미래에 토벌되기 전까지 계속 악명을 떨쳤던 용병 베리드. 놈 역시 나름의 재능을 지니긴 한 모양이었다.


뭐, 그 재능을 잔인하게 사용하다가 결국은 원래보다 훨씬 일찍 내 손에 죽음을 맞이했지만.


정리를 마친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서서히 잦아드는 소음. 전투는 어느덧 거의 끝난 상황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뒤처리와 복귀. 알카루스 공방의 의뢰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


나를 비롯한 일행들은 곧바로 다시 카블락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할 일이 있었으니까.


그건 바로 베리드 용병단과 결탁하여 알카루스 공방의 정당한 거래길을 막았던 경쟁 상대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


애초에 공평한 경쟁으로는 알카루스 공방과 비교도 되지 않는 곳이다.


믿고 있었던 용병단이 전멸한 지금, 겁에 질려 떨고 있는 건 놈들일 터.


“잘린 목을 보내는 것 정도면 경고의 뜻으로 충분하겠지.”

“뭐, 그 정도면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올 겁니다. 바싹 엎드린 채로 말이죠,”


같이 동행한 공방의 도제와 나눈 대화. 흡족한 표정으로 보아, 그 역시 이번 의뢰가 완벽하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끝낸 나는 남은 인원들과 함께 다시금 카블락으로의 복귀길에 올랐다.


사망자를 제외하고도 전투로 인한 부상자가 있기는 했지만, 여러 대의 마차가 있었기에 미리 가지고 갔던 포션으로 응급 처치를 한 후 인근 소도시에서 간단한 조치를 후에 충분히 여유롭게 복귀할 수 있었다.


의뢰가 깔끔하게 끝난 지금 굳이 서두를 이유는 없었기도 했고.


출발부터 마무리까지 대략 일주일 정도의 시간.


의뢰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는 해도 피로감은 별개였기에, 멀리서 보이는 카블락 성의 모습에 인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나는 출발할 때와 거의 마찬가지로, 아니 그때보다 오히려 상태가 더 좋았다.


부상 따위는 이미 재생력으로 회복한 지 오래인데다, 새로운 힘과 능력까지 흡수했으니까.


“음?”


성문 입구를 지켜보던 용병 도슨이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였다.


“검문 절차가 상당히 깐깐해졌는데?”

“그러게. 기다리는 사람들 줄 좀 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나누어진 대화. 일행의 대표였던 나는 미리 앞쪽으로 나가 입구 쪽의 병사들에게 다가섰다.


“아, 카론 님이시군요. 복귀하신 겁니까?”


사교도를 색출해 경비 대장 버나드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은 것 덕분에 내 얼굴을 알고 있는 경비병들이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그렇습니다. 혹시 안에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아. 그게 말입니다.”


내 말에 다소 침울한 표정을 지은 경비병이 입을 열었다.


알카루스 공방과 관련된 일은 아니었다.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일. 하지만 도시 전체로 본다면 그보다 더 중요하고 심각한 일이었다.


“...이틀 전에 카블락의 의원님 중 한 명이 숨진 채로 발견되어서 말입니다. 그 때문에 지금 경비대가 아주 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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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수도의 감사관 +14 24.09.09 14,378 4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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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들판의 배회자 (3) +20 24.09.07 14,919 493 11쪽
40 들판의 배회자 (2) +20 24.09.06 15,406 472 11쪽
39 들판의 배회자 (1) +11 24.09.05 16,302 464 12쪽
38 영지전 (6) +18 24.09.04 16,066 537 13쪽
37 영지전 (5) +21 24.09.03 15,862 555 11쪽
36 영지전 (4) +13 24.09.02 16,304 503 12쪽
35 영지전 (3) +15 24.09.01 16,390 527 11쪽
34 영지전 (2) +15 24.08.31 16,698 517 12쪽
33 영지전 (1) +21 24.08.30 17,608 498 12쪽
32 숲의 거미 (2) +24 24.08.29 17,801 513 12쪽
31 숲의 거미 (1) +19 24.08.28 18,532 544 11쪽
30 복귀 +16 24.08.27 19,305 545 12쪽
29 대화 (3) +14 24.08.26 19,192 592 12쪽
28 대화 (2) +10 24.08.25 19,272 548 11쪽
27 대화 (1) +14 24.08.24 20,290 570 12쪽
26 기사의 자격 (3) +17 24.08.23 20,419 562 12쪽
25 기사의 자격 (2) +14 24.08.22 19,796 580 12쪽
24 기사의 자격 (1) +21 24.08.21 20,695 605 15쪽
23 지하 수로의 암살자 (3) +15 24.08.19 20,272 574 14쪽
22 지하 수로의 암살자 (2) +12 24.08.18 20,810 566 12쪽
21 지하 수로의 암살자 (1) +16 24.08.17 21,762 573 10쪽
» 베리드 용병단 (3) +13 24.08.16 21,407 606 11쪽
19 배리드 용병단 (2) +10 24.08.15 21,330 584 11쪽
18 베리드 용병단 (1) +10 24.08.14 22,300 590 11쪽
17 리베르 상회 (3) +11 24.08.13 22,511 603 11쪽
16 리베르 상회 (2) +12 24.08.12 22,919 604 10쪽
15 리베르 상회 (1) +13 24.08.12 24,378 590 11쪽
14 포겔스 마을 (2) +15 24.08.10 23,581 647 11쪽
13 포겔스 마을 (1) +16 24.08.09 24,507 647 11쪽
12 접촉 (2) +17 24.08.08 25,126 654 11쪽
11 접촉 (1) +8 24.08.07 24,930 649 11쪽
10 트롤 (3) +13 24.08.06 24,953 661 10쪽
9 트롤 (2) +12 24.08.05 24,996 695 10쪽
8 트롤 (1) +12 24.08.04 25,937 6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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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동 (2) +20 24.08.02 26,780 7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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