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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현파 님의 서재입니다.

망겜의 스킬 줍는 방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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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현파
작품등록일 :
2024.07.28 19:06
최근연재일 :
2024.09.17 00:24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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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2,490

작성
24.08.09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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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포겔스 마을 (1)

DUMMY

포겔스 마을은 대도시 카블락과는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다소 생소한 지명이었지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스륵. 정보 길드의 수장 아르젠시아가 직접 건네준 지도를 펼쳐 마을의 위치를 확인한 나는 작은 나무판을 꺼내 들었다.


평평한 판에 눈금 표시와 작은 막대가 꽂혀 있는 간단한 구조였지만, 햇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대략적인 시간과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도구였다.


‘내일이면 도착하겠는데.’


지도와 나무판을 번갈아 확인한 나는 걸음을 멈췄다.


일반적인 사람과 비교해 월등한 수준의 체력과 속도로 이동한 덕에 이동에 걸리는 시간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었다.


늦어도 내일 오전 중으로는 마을에 도착할 터. 나는 서서히 저물어가는 태양을 힐끗 본 후 바닥에 망토를 깔았다.


화륵. 알카루스 공방에서 구입한 단검을 땅에 대고 가볍게 두드리자 불길이 솟아올랐다.


그리 크지는 않아도 한 번에 불을 붙이기에는 충분한 정도. 귀찮게 부싯돌을 두드리는 대신 간단하게 불을 피운 나는 살짝 구운 육포를 씹으며 생각에 잠겼다.


‘실종 사건이라.’


정보 길드 아르젠시아가 트롤의 목을 날려버린 용병의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건넨 의뢰다. 분명 평범한 종류의 사건은 아닐 터.


하지만 별로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이미 3년이라는 시간을 미리 겪은 나는 일반적인 용병이라면 절대 알지 못할 지식들을 알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너무 많아서 문제지.’


나는 이곳 남부 지역에서 스물스물 검은 손길을 드러내 결국은 많은 도시들을 불태웠던 단체나 세력의 정보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지난 생에는 접근은커녕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시점. 어쩌면 녀석들 중 하나의 싹을 미리 잘라버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일단 가보면 알겠지.’


별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 생각을 마친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


포겔스는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보였다.


“...”


외지인인 나를 힐끔거리는 마을 사람들. 하지만 큼지막한 검을 차고 걸음을 옮기는 나에게 섣불리 말을 걸어오는 이는 없었다.


내가 곧바로 향한 곳은 여관이었다. 외지인이 드나들기 자연스러우면서, 마을의 소식을 듣기 적합한 곳이었으니까.


슬링 도어를 밀고 들어선 내부. 오전임에도 몇몇 사람들이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용병이시오? 신기하군. 여기는 용병이나 상인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인데.”


적당히 마실 것을 주문한 후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들려온 말.


“뭐, 길을 지나다 보니.”


나는 적당히 대꾸하며 사람들의 분위기를 살폈다. 숨길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 나에게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아르젠시아의 말처럼, 무슨 일이 있는 것임이 분명했다.


물론 해당 주제를 꺼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마을이 꽤 조용하던데. 한창 바쁘고 시끄러울 시간 아닌가?”


나는 사내들을 향해 몸을 틀며 가볍게 운을 띄웠다. 그러자 곧바로 들려오는 대답.


“...말도 마시오. 요새 마을이 뒤숭숭해서. 우리라고 대낮부터 여기에 이렇게 죽치고 있고 싶을까.”


높은 신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떠돌이 용병 한 명은 푸념과 한탄을 늘어놓기에 적당한 대상인 법. 나는 어렵지 않게 마을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알고 있었던 대로였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종 사건은 포겔스 마을의 거주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기에 충분했다.


“멀리 떨어진 도시의 경비대야 뭐. 이런 작은 마을까지 신경 쓰지도 않고.”


크고 작은 전쟁의 기류가 흐르고 있는 요즘, 평소에도 잘 움직이지 않는 도시의 경비대가 외딴 마을에 인력을 투입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터.


“우리끼리 나름 자경대를 꾸린 상태기는 하지만...별 효과는 없는 것 같더군.”


길게 이어지는 한탄. 물론 대부분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내 목표는 당사자들만이 할 수 있는 사소한 단서나 이야기들.


이내 술이 한 두잔 들어가자 흘러나오는 말들. 그 가운데에는 제법 흥미로운 것들도 있었다.


“제길. 그 일이 벌어졌을 때부터 재수가 없을 거라는 걸 알았어야 했는데.”

“그 일이라면?”

“몇 달 전에 마을의 묘지가 연달아 파헤쳐진 적이 있었거든요. 어쩌면 그 일과도 관련이...”

“에이, 이 사람. 그건 들짐승의 짓이겠지. 멀쩡히 살아서 돌아다니던 사람이 사라진 것하고는 아무 연관이 없을 거라고.”


묘지가 파헤쳐졌다라.


이건 좀 새로운 정보였다. 동시에 내 직감을 자극하는 단서이기도 했고.


물론 들짐승이 외진 마을의 무덤가를 파헤치는 것은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아마 그 때문에 마을 사람들도 별다른 이상함을 느끼지 않았을 터.


하지만 내 본능이 이야기하는 바는 조금 달랐다.


‘처음에는 시체가, 이제는 살아있는 사람이.’


어쩌면 이어진 하나의 사건일 수도 있다. 아니, 높은 확률로 그럴 것이다.


지금이야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불과 몇 년 후에는 여러 곳에서 흔하게 일어날 일이었으니까.


물론 확실하게 알아볼 방법은 하나다.


“그럼 용병도 고용해 보았겠군요.”


나지막이 건넨 말에 사내들이 우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용병도 몇 번 고용해 보았지만 별 효과는 없었네. 심지어 몇몇은 같이 사라지기까지 했고.”

“설마 관심이 생겨서 그러나? 마을 주민으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군. 어쩌면 모두가 이 마을을 떠나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일지도 모르지.”


낙담에 빠진 말들. 나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


“글쎄.”


드륵. 나는 몸을 일으켰다.


들을 것들은 모두 들었다. 이제 직접 부딪혀볼 차례.


“아마 이번에는 좀 다를 겁니다.”


***


공동묘지는 마을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비교적 한적한 분위기. 나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이내 찾아온 적막. 나는 눈을 감고 호흡을 시작했다.


천천히 반복되는 들숨과 날숨.


미약한 마나의 흐름이 느껴지며 감각이 한층 더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풀벌레 울음소리만이 들려오는 한밤중의 무덤가. 그 깊은 곳 어딘가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무언가 있다. 죽었지만 움직이는 것이.


‘역시.’


스릉. 거의 들리지 않는 소리와 함께 뽑혀 나온 검. 나는 무덤가의 깊은 곳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열 발자국 정도를 움직였을 때.


그그극. 집중하지 않으면 듣기 힘들 정도로 작지만 소름끼치는 소리가 무덤의 흙 사이에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쉬익!


내 손에 들린 검이 날카롭게 휘둘러졌다.


손끝에 느껴지는 묵직함. 내가 꿰뚫은 것은 단순한 흙이 아니었다.


“그어어어....”


막 무덤을 파헤치며 일어나려던 형체. 죽은 자의 썩고 비틀린 몸이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무너지고 있었다.


‘구울.’


금지된 비술로 살아난 시체. 지금이야 상식 밖의 괴물이지만, 몇 년 후에는 흔한 몬스터가 될 녀석을 보며 나는 입가에 삐딱한 미소를 머금었다.


역시나.


물론 구울은 하나가 아니었다.


스륵, 스르륵.


흙 밑에 잠들어 있던 시체들이 곳곳에서 기어 나오고 있었다. 그 범위는 내 눈이 닿는 곳 모두.


그어어어어.


살아있는 자를 향한 무조건적인 적의. 녀석들의 손톱과 안광이 달빛에 흉흉하게 빛났다.


일반 사람이면 몸이 얼어붙을 만한 광경이었지만,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검을 휘둘렀다.


시체의 독성이 어린 날카로운 손톱이 사방에서 날아왔지만, 그 어느 것도 내 몸에 닿지 못했다.


콰직. 빠르게 휘둘러지는 검에 동강이 나는 구울들. 수십의 시체들을 정리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다시금 찾아온 무덤가의 적막.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래도 다시 살아난 존재라는 건지, 거의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빛이 동강이 난 구울들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물론 그것을 흡수하지는 않았다. 찝찝함 때문은 아니었다.


오크나 트롤의 경우에서 겪었듯 특전으로 이루어지는 흡수는 나에게 이득이 되었으면 되었지, 결코 손해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시체의 희미한 빛에 손을 대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거기 있었군.”


내가 기다리고 있던 것은 지금 이 사태를 불러 일으킨 녀석이기 때문이었다.


사악한 비술을 연구하기 위해 처음에는 무덤가의 시체들을, 이제는 대담해져 살아있는 사람을 납치한 범인.


이름 따위는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실험체들이 무자비하게 난도질당한다면 멀리서라도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생각했을 뿐.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


자연스레 돌아간 고개.


내가 설마 멀찍이 떨어져 있던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짚어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녀석이 당황에 찬 몸짓으로 뒤를 도는 것이 보였다.


타닥.


어두운 밤. 거기에 상당히 먼 거리였지만 나는 상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내 신체 능력은 일반적인 용병의 수준과는 비교하기 힘든 수준. 녀석과의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다.


“빌어먹을!”


어마어마한 속도로 자신을 따라잡는 나에게서 도망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판단한 상대가 멈춰 서며 다급하게 손을 휘둘렀다.


화악. 그러자 퍼져 나오는 연기.


독성을 머금고 있는 듯한 연기 자락이 순식간에 내 얼굴 쪽을 덮쳤다.


하지만 나는 이미 몸을 비틀어 그 불길한 초록색을 피한 상황.


치이익. 물론 일부가 닿으며 피부에 손상을 주기는 했지만, 따끔한 감각과 함께 트롤의 재생력이 발동되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재생된 피부. 검을 움켜쥔 내 손은 이미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콰직. 그대로 도망치는 녀석의 다리를 갈라버린 대검.


─!


순식간에 균형을 잃고 비틀거린 녀석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져 내렸다.


물론 끝까지 방심을 하지는 않았다. 다양한 종류의 비술을 사용하는 술사들은 언제든지 허튼수작을 부릴 수 있는 법이었으니까.


콰직. 나는 대검을 부드럽게 움직여 다급히 자신의 품속으로 향하려는 녀석의 팔을 찍어눌렀다.


“크아아악! 이 빌어먹을─!”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는 사내. 녀석의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였다.


“워, 원하는 게 뭐냐! 돈이라면 얼마든지 주겠다!”


다급하게 터져 나오는 소리. 나는 녀석의 말에 피식 웃었다.


“원하는 거?”

“그, 그래! 협상을 원한다면 무엇이든─”


대화가 통한다고 생각한 걸까. 녀석의 눈에 잠시나마 희망의 빛이 어렸다.


“내가 너에게 원하는 게 딱 하나 있긴 하지.”


짧은 말을 마친 나는 옅은 미소와 함께 검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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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흑마법사 +24 24.09.10 13,962 509 12쪽
43 수도의 감사관 +14 24.09.09 14,379 449 12쪽
42 들판의 배회자 (4) +10 24.09.08 14,761 450 12쪽
41 들판의 배회자 (3) +20 24.09.07 14,919 493 11쪽
40 들판의 배회자 (2) +20 24.09.06 15,407 473 11쪽
39 들판의 배회자 (1) +11 24.09.05 16,303 464 12쪽
38 영지전 (6) +18 24.09.04 16,067 537 13쪽
37 영지전 (5) +21 24.09.03 15,862 555 11쪽
36 영지전 (4) +13 24.09.02 16,304 503 12쪽
35 영지전 (3) +15 24.09.01 16,390 527 11쪽
34 영지전 (2) +15 24.08.31 16,698 517 12쪽
33 영지전 (1) +21 24.08.30 17,609 498 12쪽
32 숲의 거미 (2) +24 24.08.29 17,803 513 12쪽
31 숲의 거미 (1) +19 24.08.28 18,534 544 11쪽
30 복귀 +16 24.08.27 19,305 545 12쪽
29 대화 (3) +14 24.08.26 19,192 592 12쪽
28 대화 (2) +10 24.08.25 19,272 548 11쪽
27 대화 (1) +14 24.08.24 20,290 570 12쪽
26 기사의 자격 (3) +17 24.08.23 20,421 562 12쪽
25 기사의 자격 (2) +14 24.08.22 19,796 580 12쪽
24 기사의 자격 (1) +21 24.08.21 20,699 605 15쪽
23 지하 수로의 암살자 (3) +15 24.08.19 20,273 574 14쪽
22 지하 수로의 암살자 (2) +12 24.08.18 20,810 566 12쪽
21 지하 수로의 암살자 (1) +16 24.08.17 21,762 573 10쪽
20 베리드 용병단 (3) +13 24.08.16 21,409 606 11쪽
19 배리드 용병단 (2) +10 24.08.15 21,330 584 11쪽
18 베리드 용병단 (1) +10 24.08.14 22,302 590 11쪽
17 리베르 상회 (3) +11 24.08.13 22,512 603 11쪽
16 리베르 상회 (2) +12 24.08.12 22,919 604 10쪽
15 리베르 상회 (1) +13 24.08.12 24,380 590 11쪽
14 포겔스 마을 (2) +15 24.08.10 23,583 647 11쪽
» 포겔스 마을 (1) +16 24.08.09 24,508 647 11쪽
12 접촉 (2) +17 24.08.08 25,126 654 11쪽
11 접촉 (1) +8 24.08.07 24,933 649 11쪽
10 트롤 (3) +13 24.08.06 24,953 662 10쪽
9 트롤 (2) +12 24.08.05 24,997 695 10쪽
8 트롤 (1) +12 24.08.04 25,937 682 10쪽
7 대도시 카블락 +23 24.08.03 26,121 690 12쪽
6 이동 (2) +20 24.08.02 26,781 728 10쪽
5 이동 (1) +22 24.08.01 27,583 726 11쪽
4 마땅한 값 (2) +24 24.07.31 28,160 754 13쪽
3 마땅한 값 (1) +13 24.07.30 29,561 745 9쪽
2 기사 +23 24.07.29 31,678 762 10쪽
1 특전 +15 24.07.29 36,661 68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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