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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현파 님의 서재입니다.

망겜의 스킬 줍는 방랑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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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현파
작품등록일 :
2024.07.28 19:06
최근연재일 :
2024.09.17 00:24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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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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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2,490

작성
24.08.0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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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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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5
글자
10쪽

트롤 (2)

DUMMY

스릉. 초록색 숲과는 어울리지 않는 날붙이 소리가 곳곳에서 희미하게 울려 퍼졌다.


‘덫을 설치하고, 일단 밖으로 유인한다.’


미리 약속된 사냥 방식. 용병들이 각자의 장비를 들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내 동굴 입구에 설치되기 시작하는 함정. 특수하게 맞춤 제작된 크기의 덫은 강철로 만들어져 있었다.


물론 저것만으로 트롤을 잡을 생각은 아니었다. 단지 전투를 유리하게 시작하기 위한 장치일 뿐.


나를 비롯한 용병들은 빠르게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준비해 놓았던 피를 동굴의 입구에 흩뿌렸다.


“...”


이어진 대기. 모두가 숨을 죽인 채 동굴 속에서 나올 트롤을 기다렸다.


긴장된 분위기.


하지만 삼십여 분이 지나도 별다른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없는 것 같은데?”

“제길. 사냥을 나간 건가?”


하나둘씩 중얼거리는 용병들. 의견들이 빠르게 교환되었다.


“아예 버려진 동굴일 수도 있어.”

“트롤은 어지간해서는 서식지를 바꾸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냥 깊게 잠들어 있는 거 아니야?”


더 기다려보았지만 여전히 아무런 기척도 들려오지 않는 상황.


결국은 확인을 해야 했기에, 이곳에 두 명이 남고 나머지 인원들이 동굴에 들어가 보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들어선 동굴. 굵은 나뭇가지와 송진을 바른 나뭇잎, 덩굴 등으로 빠르게 급조한 횃불을 들고 들어선 내부는 어두컴컴했다.


잘그락거리며 밟히는 돌과 뼛조각을 지나 옮긴 걸음. 동굴은 생각보다 더욱 깊었다.


“...빌어먹을, 코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군.”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진해지는 악취에 용병 한 명이 불만스레 중얼거렸다.


그렇게 한동안 계속된 이동. 우리는 마침내 동굴의 끝부분으로 보이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


예상대로 안쪽은 텅 비어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실망 어린 말을 내뱉지는 않았다.


무더기로 쌓인 뼈와 반쯤 뜯어먹힌 동물 사체들. 동굴 안쪽의 공동에는 생각보다도 더 많은 양의 유해가 있었다.


“허, 제기랄.”

“...꽤나 오래 산 놈이겠는데.”


스윽. 허리를 굽혀 반쯤 남은 야생 동물의 몸통과 피를 만져본 용병이 우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곰의 일부로 보이는 사체. 뜯어먹힌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길어야 하루 남짓.


그게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이곳의 주인은 잠깐 자리를 비운 것이라는 사실.


라일은 당장이라도 구역질을 할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직접 마주한 트롤의 동굴은, 책에서 보던 것과 많이 다르게 다가오겠지.


“일단 나가지. 덫을 해제하고 놈이 다시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옅은 한숨과 함께 뱉어지는 용병 도슨의 말.


하지만 그때.


“...!”


쿵. 자칫하면 놓칠 뻔한 희미한 소음이 들려왔다. 나는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긴 동굴의 가장 깊은 곳인 이곳과 입구까지의 거리는 적게 잡아도 수백 미터 이상이다.


그리고 그 정도의 소음을 낼 수 있는 것은 하나.


이 동굴의 주인인 트롤뿐이었다.


“...잠깐.”


나는 천천히 횃불을 비추며 주변을 살펴보는 용병들을 불러세웠다. 동시에, 뽑아 든 검을 바로 세웠다.


“왜 그래?”


의아한 표정들의 다른 이들. 역시 조금 전의 소음을 들은 건 나 혼자뿐인 모양이었다.


“온다. 모두 준비해.”

“아무 소리도 안 들렸는데?”

“뭐가 온다는─”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용병들. 하지만 곧.


쿠웅.


이전보다 더욱 커진 소리가 들렸다.


“...!”

“방금 이거...”


이제는 용병들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소리. 상황을 알아차린 모두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무기를 들어 올렸다.


“빌어먹을, 하필이면─”


쿵, 쿵, 쿵.


점점 커지는 소리. 얼굴이 하얗게 질린 라일이 뒤쪽의 벽에 바싹 붙는 순간.


“크아아아아─!”


엄청난 고함 소리가 동굴의 벽면을 타고 울리며 귓가를 강타했다. 동시에 모퉁이를 돌며 모습을 드러낸 형체.


천장까지 닿을 정도의 크기. 두꺼운 녹색 살갗과 거대한 손.


흉측한 외형의 괴물이 자신의 거처에 들어온 침입자, 아니 먹잇감들을 보고 크게 울부짖었다.


“씨발, 생각보다도 더 큰데. 못해도 백 년 이상은 묵은 놈이야.”

“제길. 입구의 두 명은 당한 건가?”


용병들의 얼굴에 불안감과 희미한 절망이 어렸다.


어둡고 주변이 막혀있는 이곳은 트롤에게 유리한 환경이었다. 심지어 미리 준비한 함정과 같은 것들이 무효로 돌아간 상황.


하지만 어차피 선택지는 하나였다. 유일한 통로를 막고 있는 눈앞의 괴물을 죽이는 것.


휘익─


가장 먼저 한 명의 용병이 날린 쇠뇌의 화살이 트롤의 가슴팍에 날아가 꽂혔다. 상당한 위력이었지만, 트롤에게는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하는 일격이었다.


“크아아아!”


고함과 함께 쿵쿵거리며 거리를 좁힌 트롤이 거대한 손을 휘둘렀다. 근처에 있던 용병들이 다급하게 거리를 벌렸지만, 동굴의 뒤쪽은 막혀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었다.


으직.


미처 피하지 못한 한 명의 용병이 그대로 트롤의 손에 밀려 뒤쪽 벽과 충돌했다. 몬스터의 손 사이로 흘러나오는 선혈. 볼 것도 없는 즉사였다.


끔찍한 광경. 하지만 나는 곧바로 앞으로 걸음을 내딛으며 검을 휘둘렀다.


휘익. 두 손으로 잡고 사선으로 내려친 대검이 트롤의 다리 한쪽을 향해 날아갔다.


퍼억─


마치 단단한 나무를 내려친 것만 같은 둔탁한 충격이 손목에 전해졌다. 하지만 내 근력은 평범한 용병의 수준이 아니다.


으직. 성인 남성의 몸통 몇 배는 될법한 굵기의 다리가 반쯤 잘려 나갔다.


“크아아아─!”


분노와 고통에 찬 고함. 내 쪽을 돌아본 트롤이 시뻘게진 눈으로 비틀거리며 양손을 마구잡이로 휘저었다.


콰앙!


동굴의 바닥과 벽면이 부서지며 사방으로 비산하는 돌가루들. 횃불의 빛이 거의 꺼져가는 어둠 속이었지만, 나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녀석의 공격을 피했다.


물론 공간이 다소 협소했던 탓에 트롤이 마구잡이로 부수고 내던지는 바위가 만들어내는 날카로운 돌조각들에 살짝 베인 상처가 생기긴 했지만, 움직임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용병들이 나와 같은 속도와 민첩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크헉─”


규칙 따위 없이 휘둘러지는 트롤의 기다란 두 손에 맞아 튕겨 나가는 용병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몇몇은 돌 파편에 맞아 쓰러지기도 했고.


휘익. 몸을 가볍게 움직여 트롤의 손을 또 한 번 피한 내 눈에, 반쯤 잘렸던 녀석의 다리가 실시간으로 아물어가는 것이 보였다.


엄청난 재생속도. 왜 트롤이 대단히 까다로운 몬스터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빌어먹을!”


용병 도슨이 절뚝거리는 모양새로 욕설을 내뱉었다. 날카롭게 부서진 돌 파편에 맞은 모양.


내가 녀석의 공격을 피한 것은 순전히 이때껏 흡수한 힘과 스피드 덕분. 하지만 엄청난 재생 능력을 가진 눈앞의 대형 몬스터를 처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나는 정신을 집중하며 심호흡을 내뱉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오크에게서 흡수한 능력, 꺾이지 않는 투지가 내면에서 끓어올랐다.


순식간에 가득 찬 고양감. 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하지만 마치 전투용 물약, 혹은 버프를 받은 것처럼 투지가 샘솟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다시금 자세를 잡으며 쿵쿵거리는 트롤을 바라보았다.


오크에게서 흡수한 스킬은 어디까지나 보조. 진짜는 따로 있었다.


‘카르펜 식 검술.’


이름 모를 기사에게서 흡수한 지식이 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고쳐잡은 검. 그리고 동시에 얼마 안 되는 체내의 마나가 손과 발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크르르...”


오래 산 몬스터의 직감으로 뭔가 이상함을 느낀 건지, 방금 전까지 흉폭하게 날뛰던 트롤이 나를 경계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끓어오르는 투지와 마나.


타닥. 나는 앞으로 가볍게 내딛으며 검을 늘어뜨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서걱─


앞쪽으로 내뻗고 있었던 트롤의 팔이 가볍게 잘려 나갔다. 두 개 모두.


“크아아아아─!”


고통에 찬 울부짖음. 가장 강력한 무기를 잃은 트롤이 뒷걸음질 치는 것이 보였다.


더 이상 먹잇감이 아닌, 자신보다 강한 존재를 바라보는 트롤의 눈에는 어느새 두려움이 떠올라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녀석의 두 팔은 천천히 재생되고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나는 그것을 그냥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호흡과 동시에 빠르게 소모되고 있는 마나. 이 힘을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의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눈앞에 있는 적의 크기와 자세. 그리고 지금껏 보았던 움직임을 상대하기에 가장 적합한 동작과 검의 형식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올랐으니까.


‘세 번의 걸음 후 도움닫기. 3형식으로 크게 비틀어서 벤다.’


타닥. 크고 작은 바위와 뼛조각이 가득한 동굴 바닥을 가볍게 가로지른 내 몸이 바닥을 박차며 솟아올랐다.


더없이 자연스러운 움직임. 마치 수십, 수백 번 연습한 것처럼 몸에 익은 동작이 펼쳐진다.


허공에 떠오른 몸이 오른쪽으로 비틀림과 동시에, 양손으로 움켜잡은 대검이 반대편으로 크게 내려처진다.


서걱─


검로를 따라 허공에 남은 푸른 잔상. 마나의 힘이 희미하게나마 깃든 검이 반원을 그리며 그대로 트롤의 목을 치고 지나갔다.


엄청난 두께의 목이, 마치 썩은 나무처럼 잘려 나가는 것이 보인다.


완벽에 가까운 일격.


타닥. 바닥에 착지한 내가 대검을 갈무리함과 동시에 트롤의 잘린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쿠웅─


머리를 잃은 트롤의 육중한 몸체가 동굴 바닥으로 쓰러져 내렸다.


나는 옅은 한숨을 내뱉으며 검을 갈무리했다. 확인 사살을 할 필요는 없었다.


쓰러진 트롤의 시체에서 밝은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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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영지전 (2) +15 24.08.31 16,698 517 12쪽
33 영지전 (1) +21 24.08.30 17,608 498 12쪽
32 숲의 거미 (2) +24 24.08.29 17,801 5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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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복귀 +16 24.08.27 19,305 545 12쪽
29 대화 (3) +14 24.08.26 19,192 592 12쪽
28 대화 (2) +10 24.08.25 19,272 548 11쪽
27 대화 (1) +14 24.08.24 20,290 57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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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기사의 자격 (2) +14 24.08.22 19,796 580 12쪽
24 기사의 자격 (1) +21 24.08.21 20,696 605 15쪽
23 지하 수로의 암살자 (3) +15 24.08.19 20,273 574 14쪽
22 지하 수로의 암살자 (2) +12 24.08.18 20,810 566 12쪽
21 지하 수로의 암살자 (1) +16 24.08.17 21,762 573 10쪽
20 베리드 용병단 (3) +13 24.08.16 21,408 606 11쪽
19 배리드 용병단 (2) +10 24.08.15 21,330 584 11쪽
18 베리드 용병단 (1) +10 24.08.14 22,300 590 11쪽
17 리베르 상회 (3) +11 24.08.13 22,511 603 11쪽
16 리베르 상회 (2) +12 24.08.12 22,919 604 10쪽
15 리베르 상회 (1) +13 24.08.12 24,378 590 11쪽
14 포겔스 마을 (2) +15 24.08.10 23,582 647 11쪽
13 포겔스 마을 (1) +16 24.08.09 24,507 647 11쪽
12 접촉 (2) +17 24.08.08 25,126 654 11쪽
11 접촉 (1) +8 24.08.07 24,930 649 11쪽
10 트롤 (3) +13 24.08.06 24,953 661 10쪽
» 트롤 (2) +12 24.08.05 24,997 695 10쪽
8 트롤 (1) +12 24.08.04 25,937 682 10쪽
7 대도시 카블락 +23 24.08.03 26,121 69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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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특전 +15 24.07.29 36,659 68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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