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비정현파 님의 서재입니다.

망겜의 스킬 줍는 방랑기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비정현파
작품등록일 :
2024.07.28 19:06
최근연재일 :
2024.09.17 00:24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1,025,134
추천수 :
29,037
글자수 :
262,490

작성
24.08.14 23:48
조회
22,301
추천
590
글자
11쪽

베리드 용병단 (1)

DUMMY

“어...그게.”


약간의 흥미로움을 담아 건네진 내 질문. 라일의 얼굴에 망설임이 어렸다.


“사실 바깥에 함부로 꺼낼 이야기는 아니긴 합니다. 아무래도 공방 내부의 일이다 보니...”


내 시선을 피하며 흐리는 말끝. 원래는 밖에다 말하면 안 되는 이야기를 주절거린 것에 아차하는 모양새였다.


물론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그 망설임을 없애주는 방법은 간단했으니까.


“녀석들이 용병을 고용했다면서.”

“그, 그렇죠.”


고개를 끄덕이는 라일. 나는 녀석을 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그럼, 알카루스 공방도 녀석들을 상대할 용병을 고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긴 합니다만...”


조금은 주저하는 모양새. 내 눈치를 살핀 녀석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상대는 금패 용병이 이끄는 용병단입니다. 심지어 잔인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놈들이죠. 이미 길드에 의뢰를 넣기는 했습니다만, 다들 기피하는지라...”


그런 거였나.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는 했다.


금패 용병이 이끄는,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왔을 용병단은 그리 싸우고 싶지 않은 상대일 터얐으니까.


게다가 마나를 다룰 줄 아는 녀석이 단장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일단은 시 경비대에 협조를 구하는 중입니다. 아무래도 카블락에서도 많은 세금을 내는 저희가─”

“라일.”

“네, 네?”


그런 녀석의 말을 가볍게 끊은 나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러니까, 공방도 용병을 고용할 의향은 충분히 있다는 거 아닌가?”

“그...렇죠?”


애매한 표정으로 대답하던 녀석은 그제야 내 말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 하지만 상대는 베리드 용병단입니다. 아, 물론 카론 님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만...”


다급하게 덧붙인 라일. 나는 그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대수롭지 않게 내뱉어진 말. 거기에 담긴 감정은 진심이었다.


베리드 용병단을 이끄는 금패 용병 베리드 플로드.


녀석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졌는지는 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


금패 용병 베리드 플로드.


물론 과거에 알았던 사이는 아니었다. 다만 먼 발치에서 몇 번 보았을 뿐.


‘이 시점에도 안 좋은 소문이 많았군.’


아무리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이들이 용병이라지만, 녀석들은 그중에서도 제법 질이 나빴다.


필요 이상으로 잔혹한 손속과 용병 간의 불문율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야비함까지.


뭐, 그래서 1년쯤 후에는 참다못한 여러 용병 길드가 힘을 합쳐 녀석들을 처리하게 되지만.


‘그 시간을 조금 앞당기게 되겠는데.’


나는 먼발치에서 보았던 베리드 플로드의 실력을 떠올렸다.


마나를 다루는 금패 용병이라는 소문에 걸맞게, 녀석의 실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그때의 나는 감히 넘볼 수도 없을 정도로.


하지만 지금은.


‘승산은 있다. 아니, 충분하다.’


나는 냉정하게 유불리를 계산했다. 상대의 주요 기술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밀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거기에 알카루스 공방, 그리고 놈들을 고깝게 바라보는 많은 길드나 용병들에게 큰 감사나 호의를 얻을 수 있는 상황.


한 마디로.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계산은 빨랐고, 나는 라일을 통해 알카루스 공방에 내 의견을 전달했다.


***


“베리드 용병단?”


아르젠시아의 반문. 눈썹을 살짝 들어올린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뭐...얼마 전부터 들려오는 이름이지. 듣자 하니 여기저기서 원한을 살 일을 벌이고 있는 모양이야.”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건가. 어찌 되었건 공략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시기다.


“녀석에 대한 정보를 알아봐 줄까? 물론 시간은 조금 걸릴 수도 있어. 아직 모습을 드러낸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말이야.”

“아, 그건 괜찮아.”


나는 그녀의 말에 가볍게 대꾸했다. 녀석에 대해 필요한 것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 뭐, 네가 그렇다면.”


어깨를 으쓱인 그녀가 말을 이었다.


“어쨌거나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시작부터 적을 만들고 다니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성격이나 인성과는 별개로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것일 테니까.”

“명심하지.”


타당한 충고. 나는 가볍게 웃으며 그녀의 말을 받았다.


“그럼 만약 공방과 이야기가 잘 풀린다면, 당분간은 도시를 떠나게 되겠군.”

“그렇겠지.”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군. 요새 카블락의 분위기가 꽤 뒤숭숭하거든.”

“지난번 사교도 때문인가?”


내 말에 그녀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것도 있고. 근처에서 전쟁 참여에 대한 압박이 들어오는 모양이야. 몇몇 의원들은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기는 하지만.”

“음.”


당장 내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긴 하다.


일단은 공방과 이야기를 끝내고 베리드 용병단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 나는 아르젠시아와의 대화를 마치고 밖을 나섰다.


***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아침 일찍부터 여관을 찾은 라일과 함께 알카루스 공방으로 향했다.


“이야기가 잘 풀렸습니다. 마스터께서 카론님을 만나고자 하십니다. 하하.”


자신이 윗선에 최대한 잘 전달했음을 어필한 라일이 앞장서서 나를 안내하며 말했다.


물론 아직 확답이 내려진 것은 아니었다. 공방의 마스터가 그저 나와의 관계를 망가뜨리지 않는 선에서 이어지는 정중한 거절을 위해 만나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었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알카루스 공방. 나는 평소에 보았던 1층 판매 장소를 지나 관계자만이 출입이 가능한 위층으로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도착한 공방 내부의 응접실. 이미 그 안에는 한 명의 인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론님이라고 하셨죠. 라일에게 이야기는 전해 들었습니다.”


진지한 목소리.


희끗희끗한 수염을 가진, 자신을 페르겐 알카루스라고 소개한 인물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알카루스 공방의 마스터였다.


공방에서 가장 높은 인물을 곧바로 만났다는 것은 지금 이들이 처한 상황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


“트롤의 목을 단번에 날려버린 동패 용병의 이야기는 공방에서도 꽤 화제였습니다.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외모이시군요.”

“용병으로서 의뢰를 수행했을 뿐입니다.”


물론 그때의 특출난 활약이 없었더라면 애초에 만남 자체가 성사되지 않았을 터였다. 아무리 라일이라는 관계자의 보고가 있었다고 해도, 공방의 마스터는 이 도시에서 꽤나 높은 지위였으니까.


“그리고 이번에도 다를 건 없습니다.”


이어진 내 대답에 페르겐 알카루스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용병이 의뢰를 수행할 뿐이다라. 그것 참 마음에 드는 정론이군.”


달그락.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그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저희가 처한 상황은 이미 들어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뭐, 필요한 만큼은.”


나는 가볍게 대꾸하며 앞에 놓인 찻잔을 집어 들었다. 향긋했다. 과거에는 쉽게 맡아볼 수도 없었을 정도로.


“물론 도시의 경비대에게 비공식적인 협조를 약속받긴 했습니다. 하지만 도시 내의 기류가 심상치 않아 많은 병력을 지원해 줄 수는 없다고 하더군요.”


예상된 결과다. 아르젠시아의 말에 의하면, 도시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했었지. 며칠 전에 사교도 토벌과는 별개로.


“만약 카론 님께서 그 소수의 병력을 이끌고 그 빌어먹을 베리드 용병단을 박살 내 준다면.”


스윽. 그의 진지한 시선이 나를 향했다.


“공방의 귀한 친구로서, 저희가 제공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보상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정식으로 건네진 의뢰. 실패에 대한 이야기 따위는 꺼내지지 않았다.


이번 의뢰에서 적을 토벌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은, 달리 말해 상대방에게 죽음을 맞이했다는 뜻일 테니.


애초에 위약금과 같은 주제는 꺼낼 필요조차 없다는 것은 피차 잘 알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 의뢰와 대가로군요.”


평온한 어조로 뱉은 말. 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눈앞의 찻잔을 들어 올렸다.


공방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얇은 찻잔 안에 담긴 차는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여전히 식지 않고 따스했다.


***


출발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인원 구성은 다양했다.


우선 놈들을 유인할 미끼로 쓰일, 공방의 재료들을 실은 수레와 마차. 몇몇 공방 직공들.


다음으로는 카블락 시의 경비대에서 비공식적으로 지원해준 병력 일부. 그리고 마지막으로 끝내 모인 용병들 십여 명.


“카론 자네가 아니었다면 고민도 하지 않았을 걸세.”


지난번 트롤 사냥 때 함께 했던 용병 도슨의 말. 출발 인원은 제법 많았다.


내가 알카루스 공방의 의뢰를 받아들였다는 소문을 들은 길드의 몇몇 용병들이 마지막에 합류한 덕이었다.


“진짜 트롤의 목을 한 번에 날렸나? 아니, 애초에 그 높이에 있는 걸 어떻게?”

“하, 자네가 그 광경을 봤어야 하는 건데. 나는 그런 움직임은 처음 봤다니까.”


몇몇 용병들이 나를 두고 이야기를 벌이는 것이 보였다.


“흠흠.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사교도 무리를 색출해낸 게 카론님 아니십니까?”

“아. 맞아! 버나드 경비대장님이 말하는 것을 들은 것 같은데.”


그리고 얼마 전 내가 해결한 사건을 말하는 경비대 인원들. 민망함이나 뿌듯함보다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보니 내가 공방에서의 전권을 받아 이 무리를 지휘하게 된 상황. 공식적인 작위나 직함을 가진 것이 아니었던 탓에 잡음이 생길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다행히 통솔에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 같았으니.


작전은 간단했다.


어차피 녀석들의 목표는 알카루스 공방의 교역을 막는 것이다. 여러 재료나 자재의 판매와 구입을 막는다면 공방에 장기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을 테니까.


그렇다면 지금 카블락을 출발하는 이 마차 무리를 절대로 그냥 두고 보지 않을 터. 내가 노리는 것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사실 단 하나의 확신을 바탕으로 짜여진 계획이었다.


내가 놈들의 단장인 베리드 플로드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은 있었다. 애초에 그렇지 않았더라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테니.


물론 자신과 경계는 별개였다.


베리드 플로드는 마나를 다루는 인물. 그 잔인한 성정과는 별개로, 금패 용병 중에서도 뛰어난 소수에 속하는 녀석이었으니까.


한순간의 방심도 허용해서는 안 되는 상대. 이내 출발하기 시작한 마차를 본 나는 뒤의 인원들과 함께 이동을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겜의 스킬 줍는 방랑기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추석 하루 휴재 안내 NEW 4시간 전 25 0 -
공지 연재 시간은 매일 밤 12시 입니다. 24.08.17 20,565 0 -
51 왕위 쟁탈전 (1) +17 24.09.17 8,104 339 13쪽
50 수도 (6) +17 24.09.16 10,744 409 12쪽
49 수도 (5) +14 24.09.15 11,593 422 12쪽
48 수도 (4) +22 24.09.14 12,041 466 11쪽
47 수도 (3) +20 24.09.13 12,671 474 12쪽
46 수도 (2) +13 24.09.12 13,531 423 11쪽
45 수도 (1) +15 24.09.11 13,945 455 11쪽
44 흑마법사 +24 24.09.10 13,962 509 12쪽
43 수도의 감사관 +14 24.09.09 14,379 449 12쪽
42 들판의 배회자 (4) +10 24.09.08 14,761 450 12쪽
41 들판의 배회자 (3) +20 24.09.07 14,919 493 11쪽
40 들판의 배회자 (2) +20 24.09.06 15,406 472 11쪽
39 들판의 배회자 (1) +11 24.09.05 16,302 464 12쪽
38 영지전 (6) +18 24.09.04 16,067 537 13쪽
37 영지전 (5) +21 24.09.03 15,862 555 11쪽
36 영지전 (4) +13 24.09.02 16,304 503 12쪽
35 영지전 (3) +15 24.09.01 16,390 527 11쪽
34 영지전 (2) +15 24.08.31 16,698 517 12쪽
33 영지전 (1) +21 24.08.30 17,608 498 12쪽
32 숲의 거미 (2) +24 24.08.29 17,803 513 12쪽
31 숲의 거미 (1) +19 24.08.28 18,533 544 11쪽
30 복귀 +16 24.08.27 19,305 545 12쪽
29 대화 (3) +14 24.08.26 19,192 592 12쪽
28 대화 (2) +10 24.08.25 19,272 548 11쪽
27 대화 (1) +14 24.08.24 20,290 570 12쪽
26 기사의 자격 (3) +17 24.08.23 20,421 562 12쪽
25 기사의 자격 (2) +14 24.08.22 19,796 580 12쪽
24 기사의 자격 (1) +21 24.08.21 20,698 605 15쪽
23 지하 수로의 암살자 (3) +15 24.08.19 20,273 574 14쪽
22 지하 수로의 암살자 (2) +12 24.08.18 20,810 566 12쪽
21 지하 수로의 암살자 (1) +16 24.08.17 21,762 573 10쪽
20 베리드 용병단 (3) +13 24.08.16 21,408 606 11쪽
19 배리드 용병단 (2) +10 24.08.15 21,330 584 11쪽
» 베리드 용병단 (1) +10 24.08.14 22,302 590 11쪽
17 리베르 상회 (3) +11 24.08.13 22,512 603 11쪽
16 리베르 상회 (2) +12 24.08.12 22,919 604 10쪽
15 리베르 상회 (1) +13 24.08.12 24,379 590 11쪽
14 포겔스 마을 (2) +15 24.08.10 23,583 647 11쪽
13 포겔스 마을 (1) +16 24.08.09 24,507 647 11쪽
12 접촉 (2) +17 24.08.08 25,126 654 11쪽
11 접촉 (1) +8 24.08.07 24,932 649 11쪽
10 트롤 (3) +13 24.08.06 24,953 662 10쪽
9 트롤 (2) +12 24.08.05 24,997 695 10쪽
8 트롤 (1) +12 24.08.04 25,937 682 10쪽
7 대도시 카블락 +23 24.08.03 26,121 690 12쪽
6 이동 (2) +20 24.08.02 26,780 728 10쪽
5 이동 (1) +22 24.08.01 27,582 726 11쪽
4 마땅한 값 (2) +24 24.07.31 28,160 754 13쪽
3 마땅한 값 (1) +13 24.07.30 29,561 745 9쪽
2 기사 +23 24.07.29 31,678 762 10쪽
1 특전 +15 24.07.29 36,660 685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