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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성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와 마왕, 마녀와 성기사, 그리고...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우이성
작품등록일 :
2021.05.01 20:19
최근연재일 :
2024.04.21 22:13
연재수 :
1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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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12,126

작성
23.12.25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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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처음 피어난 꽃의 이름은 알수없다.

DUMMY

꽃이 보인다.


처음보는 꽃이었다.


비록 뜻밖의 상황이 되었지만..


꽃을 감상할 마음이 생겼다는데에서


나는 내 마음의 여유가 어릴적에 비해 많이 나아졌음을 느낀다.



한껏 꾸미고, 자신을 치장하는데 열을 올려도 이상하지 않았을시기..


혼자 미래를 계획하고 숨죽이며 때를 기다리던 삶을 살던 나는


어쩌면 같은 또래와는 꽤나 다른 삶을 살아왔던것인지도 모른다.


나도 그들과 같이 잠깐의 즐거움과 편안함을 택했다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굳이 상상하고싶지 않은 부분이었다.




나는 열심히 달려왔다.


잠시 쉬었다가 달려가는 법을 잊어버리지 않기위해서


노력하고 또 노력해왔다.


멈춰버리고 다시는 나아가지 못할거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곧 쓰러질것같아도 몸을 움직였다 내가 해야할일이 너무나 많이 남아있었으니까..


그것은 공포에 잠식된 것처럼.. 어쩌면 고집을 부리면서...


나는 언젠가는 스스로 잘나 질거라는 생각을 하기도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마음속은 무너져내렸을테니까




어쩌면 이미 무너져내렸고, 부서져버려서..


되돌릴수없을 만큼 망가져버렸다고,


그렇게 생각하고있었는데....


나는 희망을 보았다.


그저 순수하고 따뜻하며 착함을 지닌아이를 만났다.


그 안에 상처가 가득했음에도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런 아이를..



내가 더 나이가 많았으니까.


처음으로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하고


친동생이 생기면 이런느낌일까하고 장난도 쳐보고


때때로 나보다 좋은 모습이 보이면 질투를 하기도했다.


설마.. 반대로 내가 지켜질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그렇지만... 항상 내가 노력해야만 하던 이유가.. 변할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그 마음 하나 만으로 나의 마음에 큰 파동이 일어날줄은 몰랐다.


나는 더이상 변할수없을줄 알았고, 변하지 않을거라 생각해왔으니까.


그런 기회는 내게 찾아올수없는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스스로의 변화를 눈치챌 만큼 그 변화는 커다란것이었다.




처음에는 생존이었다.


내 편은 아무도 없다는것을 어릴적 깨달았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한다고 발버둥쳤다.


아마도 그런 나를 도와주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그랬다.



그래. 달리말하면..


나는 나만 생각했다.


정확히는 나에 대한것 외에 생각할 여유도 이유도 없었다.


겨우 홀로 살 공간을 얻고, 직장을 얻었다.


그리고 우연이 겹쳐 재회도 했다.


내 삶에서 손에 꼽힐정도로 많은 행운들이 겹친 나날이었다.



물론 내 노력없이는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안다.


나의 혼자만의 힘으로 일구어 낼수있었던것은 아니었음을..


우연이건, 의도했건 도움을 받았기에 가능했다는것을...


볼수있고 느낄수있게 되었다.


그러니 나는 처음으로 생각할 기회를 놓칠수없었다.



보답하고싶다.


언젠가 곁에 있어도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있고싶다.


처음으로 내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한 마음.


그 마음이 시작되었던 어릴적 그 시절로부터


나의 마음이 변한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곧 목적지에 도착할것처럼 느껴져서일까?


그래서 내 마음이 이렇게 약해진 걸까?


그래서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아할 말에 흔들리고만걸까?


전에는 나만 생각하면 되었는데.. 지금은 생각할게 산더미 처럼 많았다.


과거.. 했어야했을 생각들을 하지 않은 업보인건지..


나는 평생 하지않았던 부분들을 매번 고민하게됬다.



하고싶은 말은 많았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조금더 기다려야한다고 스스로 침묵을 지켜왔었는데...


침묵이 내가 가장잘하는 것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오히려 역효과만 나는것같아 마음이 불안하다.


쌓여버린 마음은 더는 참을 수 없다는듯이 터져나오려했고,


그때마다 나는 겨우 그 마음을 가라앉히며 지내왔다.


그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수는 없는것이었는데..


결국 터져버리고 말았다.



순간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실수를 저질렀다.


어쩌면 순간순간마다 표현하지 못한 나의 감정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었다.


작별의 마지막이 화내는 기억 뿐이라니..


그렇게 떠나고싶지는 않았는데.



솔직하게 말하는게 두려워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으면서


지금은 다를거라고 앞으로는 다를거라고 변명만 하고..


어떤 확신도 근거도 가지지못한채 생각만 하고있다.


지금 갇혀있는 곳을 빠져나올 생각을 해야함에도..


나가면 어떤 얼굴로 그를 맞아야할지 고민한다.


지금은 한마디라도 더 붙여보려고 머리를 쥐여짜고있다.


내게는 지금의 상황보다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가 무척이나 중요하다는것을 이렇게 알게될줄은 몰랐다.



뭐가 달라진걸까..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나도, 결국에는 나 자신인데...


나를 위한다던 나는 지금 어디로 사라져버린걸까.


한사람의 생각에 내 운명이 정해지는것처럼 불안함을 감추지못하고 안절부절하고있는 모습이 내 진짜 모습이기라도 한걸까?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고있다.


한번도 나무에서 떨어져 본적 없는 원숭이처럼.. 나는 경험과 지식의 차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있는듯 했다.


느끼고는 있지만, 얼마나 큰 문제인지는 알지 못하는것이다.



옳고 그름.. 이 두가지로 정해지는게 전부가 아니었던걸까?


그것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나는 억지로 정답에서 눈을 돌린것처럼 모른척했고


점차 고갈되는 머릿속의 사고력으로부터


어떻게든 숨겨져있는 본심을 지키려했다.



그러나.. 그것은 얕은 생각이었다.


이성적인 사고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었을때


감정은 숨겨진 본심을 드러내게 한다.


비록 그 본심을 숨기려 노력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감정은 나의 편일거라고.. 무슨 근거로 그렇게 생각했던걸까


억압하고 숨기고 감추며 속였으면서..


감정이 나를 도와줄거라 바랐던 내가 바보같았다.



숨겼던 것은 결국에 드러나는것이 세상의 이치


나는 긴시간 보지 않으려했고, 듣지 않으려했던.. 본심을.


어떠한 대비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받아들여야했다.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고 사태를 부정하는


나는 꿈을 꾸고있는것같은 감각에서 벗어나야하지만..


현실을 있는그대로 마주하려는것은 무척 무서운일이기에


있는그대로 받아들여야하는 상황조차 내게 이롭게 해석하려고 노력한다.


문제를 해결하고 하는가 아니라.. 문제를 인지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인지하는순간.. 겨우 쌓아놓은 일상이 무너져 내려갈것이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느꼈고 배웠기때문에...



나는 모르겠다.


내가 변한것인지 어느부분이 달라진것인지..


나는 항상 같았고, 항상 노력해왔고, 그러한 상황이 변한적은 한번도 없었으니까.


차라리 내가 조금더 아픈게 좋았고, 차라리 내가 좀 더 힘든데 마음이 편했다.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행복에 나도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한다.



아무리 생각을 돌려도, 감정을 숨겨도..


숨을 들이미시고 내쉬는것을 의식하는것처럼..


나는 도대체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본적도 없는 부분들에 대해 고민하고 또 추측해나갔다.


답을 내도 이것이 정답인지 알수없는 상황에서 나는 내마음을 그리고 감정을 있는그대로 표현하여 전달하려하고


부디 그 표현이 내가 바라는 결과를 만들어낼수있기를 바랐다.


내가 노력을 한 만큼 보답을 받을수있는 환경을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걸까..


노력을하고 열심을 다해도 불안하기만하다.



그러나, 이제는 더는 미룰수없다는 사실만이 내 안에 잠들어있단 본심을 밝히 드러내게 만들었다.


더는 어떤 방법으로도 도망칠수없게 말이다.


그리고 심장이 철렁이는 감각과 함께 꿈같이 몽롱했던 사고가 정상으로 되돌아온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나에게 말을 걸었던 요염한 목소리의 주인공이자.


내가 갇혀있는 공간의 실질적인 주인으로 보이는 여인.


내가 잠에서 깨어난것이 의외인것처럼 자리에사 일어나 갇혀있는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단다. 좀더 자는건 어떠니?]


인상을 찌뿌리며 여인을 노려보지만..


붉은 빛과 자주빛 옷감으로 자신을 두른 여인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아랫사람을 쳐다보는 시선으로 나를 가만히 내려다 본다.


그리고는 흥미를 잃었다는듯이 미소짓는것을 멈춘다.


천천히 곁으로 다가오더니 마침잘되었다며 말을 이어간다.



[꽃이 향기로우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니?]



[너무 달콤해도 안되고, 너무 강해서도 안되지]



[은은히 그 주위에 배여 잊을만하면 떠올리게하는 달콤한 향기를 낼줄 알아야하지]



[꽃은 너무 아름다워서도 안되고 너무 볼품없어도 안되 그 이유를 알겠니?]



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자 신이 났는지 말을 이어간다.



[꽃은 잘 모를때가 가장 아름다운 법이니까]



[닿을듯 말듯해야 더욱 간절해지는 법이야.]



[그러니 부족한 부분은 보고 배우렴. 그런 모습으로도 마음을 사지 못하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워 한 말이란다.]



여인은 내게 가까이 다가와 왼손을 내 이마에 대었다.


그러자 눈이 감기고 마치 이마에 새로운 눈이 생긴것처럼 나는 갇혀있던 공간 너머를 볼수있게 되었다.


그곳에 보이는것은 원정군으로보이는 다양한 군사들이 둘러싼 모습.


하지만, 차례차례 좌절되는 그들의 행보에 야릇한 미소를 보이는 여인의 입가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주성아!!'


가장 앞에서 달려오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어떤 방해에도 멈추지 않던 그가 점점 가까워져가는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어째서..'


다시 점차 멀어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실망을 숨기지 못한다.


그녀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있었다는듯이 시야를 마주치며 비웃는다.


아무래도 숨겨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후에 몇차례고 다가오는 모습을 볼수있었지만..


번번히 좌절되는 상황에 마음이 다급해지는것은 어쩔수없었다.


차라리 보지않았더라면 이렇게 마음이 절이지는 않았을텐데.


나는 아무것도 할수없는 스스로의 모습에 자책감을 느꼈다.


감정이 이렇게 아픈것인줄 알았다면 바라지 않았을거라는 생각과 함께..



[감정이 필요없다면 내게 주겠니?]


흥분해서 제대로 된 판단이 어려운 내게 안부인사전하듯 물어보는 여인의 말에 나는 솜털이 곤두선것처럼 긴장했다.


내 몸을 가져간 여인이 내 감정도 가져갈지 모른다는 두려움때문이었다.


고개를 좌우로 열심히 저으며 흥분해 헛소리가 나올것같은 입을 꾹 다문다.


아쉽다는듯 입맛을 다시는 여인의 모습이 소름이 돋으면서 떠나가는 뒷모습이 사라질때 긴장이 풀린 다리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털썩..


아팠다.


몸도. 마음도..


어릴적 그때에는 상상도 할수없을만큼.. 아팠다.



그때는 감각이 없었다.


감정을 느끼는것은 사치였다.


그것이 내게는 당연함이었는데..


무엇을 생각할수있었을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 내게 가능한것인지 비관적으로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보통을 연기하며.. 자연스러운척 하였지만, 그것은 결국 가짜


어쩌면 나의 노력은 누군가를 속이려드는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고,,


해본적없는일을 흉내내보면서 시행착오를 쌓고, 그럴듯하게 꾸며 상황을 넘긴다해도.. 결국 드러나게 될것이라고,,


충돌하며 부딪히는 일이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임을 알아도 눈을 질끈감고 모른척 넘어가기도하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한다고... 그런 어릴적 다짐이 족쇄가 되어 나의 발목을 잡는것처럼..


뒤늦게 피어난 감정이라는 꽃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수없었다.



호의 라는 씨앗이 뿌려진 마음 속에서는 무엇도 자라날수없을것이라고 생각하고있었는데..


결국 무언가가 내 마음속에 자리를 잡더니..


알수없는 나의 생각과 마음음을 흔들고는...


내가 이전이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말과 행동을 하게 만든다.


마치 내가 내가 아닌것처럼 만들었다.



다시는 돌아갈수없을거라고 생각했을때


마지막으로 떠올렸던 나의 마음을 나는 잊지 못한다.


이성적인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감정이라는것을 알려주었고,


그 감정은 이성이라는 폭풍이 하지 못했던


마음의 두터운 옷을 벗게 만드는 햇빛이 되어주었다.



피어난다. 그 차가웠던 마음을 뚫고


쏫아난다. 처음이라는 두려움은 존재하지 않는것처럼


그리고 봉우리가 맺혀 그 잎을 펼친다.


아직 정해지지않은 마음의 꽃이.. 그렇게 피어났다.


내가 망설이고, 고민하고 부정할때에도 혼자서 조용히 자라나고있었던 것이다.



꽃이 피어나고 내가 그 꽃을 발견할때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렸을까.


어쩌면 처음이 아닐수도 있다.


내마음이 피어나고 또 다시 져버리고


다시 피어난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것은 다시 피어난것이 아니라


피어난 꽃을 내가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내가 나의 감정을 인정했다는 뜻이니까.



어쩌면 누군가는 이 꽃의 이름을 알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모든것이 처음이었고,


이 꽃을 마음속에서 발견한것도 처음이었다.


처음이니까.. 모르는것은 당연하니까.


너무 마음을 불안하게 하지 말고, 조금더 희망을 가져보기로했다.



이 꽃이 제대로 피어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면 너무나 좋겠지만, 만약 결실을 맺을수없다고하더라도 그 모습을 아름답게 간직할것이라고 다짐하면서


나도 꽃을 피울수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기뻐하기도하면서


앞으로도 꽃을 피워나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향기가 내가 그리는 그곳에 닿을 수 있도록..



꽃이 언제피어나는지.


꽃이 언제 향기를 가지는지..


아직 모르는것이 산보다 많지만,


이제는 더이상 도망치지 않을거라고 다짐하면서


갇혀있던 공간을 탈출할 방법을 찾을 그때에..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네..]


네.?


제대로 생각하기도 전에..


여인은 자신이 준비한것이 마무리 되었는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나는 설령 맺어지지않더라도 너라면.. 다를지 모르지]



[맞아. 작별인사를 하기전에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있어]



[너는 때를 놓치지 마렴. 평생 후회하게 될거야.. 그럼.]



끝까지 잘 지켜보렴.



그 뒷모습은.. 너무 어색한 것이었다.


좀 전까지 붉은 빛 옷을 입고 있던 여인에게서 하얀빛이 나오며 붉은 옷을 하얗게 만들어가는 광경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정도로 짙었으니까.


그리고..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여인의 얼굴이 순박해보였다.


때하나 묻지않은 시절을 생각하기라도 하는것처럼..


밝고 빛나는 여인은 누군가를 만난듯 감격에 젖은 표정을 짓다가 이내 한을 풀고 성불하는 영혼처럼 편안히 눈을 감고 떠올라갔다.



그와 동시에 주변이 진동하고 흔들리며 나의 지각이 육신으로 되돌아가는것을 느꼈다.


눈을 뜨고 거대한 나무에 기대어져있는 몸을 일으키는데


그 옆에 하얀 꽃 한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조금전의 환상이 꿈이 아니라는것을 증명하려는듯이 말이다.



고개를 돌려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을 향하자


익숙하면서도 반갑고 만나고싶었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한순간에 불과했지만, 너무나 길게느껴졌던 시간.


나는 몸을 일으켜 달려갔다.


그의 눈은 이전에 비해 가라앉아있었고, 그 안에는 더욱 깊이를 느끼게하는 총명함이 더해진듯하지만,


내겐 그때도 지금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보일 뿐이었다.



꽃이 바람을 타고 자신의 향기를 보내오듯이


나도 그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보자마자 기쁜마음이 가득해지는것을 보면..


진작에 곁에 붙어있을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제부터 해야할말이 참 많을것같다.


내 마음을 몰라 미뤄두었던.. 그런 감정들과 생각들을 공유하고 소통해야만 한다고 지금의 나는 생각하고있으니까


어쩌면 오늘 하루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처음 피어난 꽃의 이름을 정해야하기때문에..



처음피어난 꽃에도 이름은 있을것이다.


하지만, 처음피어난 꽃의 이름을 알수없기에..


같이 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꽃의 이름을


이 마음의 이름을..


서로가 오해하지 않고 받아들일수있게


그렇게 아름다운 꽃이 결실을 맺을수있게



나혼자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있으니까.


그도 알고있는듯 하니까


조금씩. 천천히..


서로의 보폭을 맞추어나가면서


함께 나아갈수있도록


다투기도하면서 장난도치면서 화를 내기도하고 울기도하고 여러가지 일들이 있겠지만 확실한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피어난 꽃을 앞으로는 소중히 여길거라는 사실을


나는 그와 마주보면서 확신할수있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날.


눈이 가득한 세계에서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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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유리세공. 24.04.14 2 0 17쪽
178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는 문제가 아니게 되는 것 처럼... 24.04.08 5 0 16쪽
177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던 이유. 24.04.01 5 0 17쪽
176 기적을 만들어내는 사람. 24.03.24 6 0 16쪽
175 이미 지나가 버린 이야기지만. 24.03.17 5 0 16쪽
174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24.03.11 5 0 16쪽
173 그래도 꽃은 피어날 준비를 했다. 24.03.03 6 0 16쪽
172 감정이 넘치는 순간. 24.02.26 7 0 16쪽
171 긴급경보. 24.02.18 6 0 16쪽
170 갈망. 24.02.13 5 0 17쪽
169 전달. 24.02.05 5 0 16쪽
168 귀환. 24.01.29 5 0 17쪽
167 멀어질까봐 숨기지 말아줘.. 나는 이미 당신을 떠날수없으니까. 24.01.22 5 0 16쪽
166 이루어질수없는 꿈이니까. 벗어날수없는 꿈이니까. 24.01.15 5 0 16쪽
165 꾸준히 성실하게 멈추지 않는것 만으로도... 24.01.08 6 0 16쪽
164 수면 밑의 징조. 24.01.02 7 0 17쪽
» 처음 피어난 꽃의 이름은 알수없다. 23.12.25 5 0 16쪽
162 상황이 바꾸어도 변하지 않는 마음이라는것은.. 23.12.20 5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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