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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크 님의 서재입니다.

머큐리 [추억편]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판타지

완결

이루크
작품등록일 :
2019.12.26 20:08
최근연재일 :
2020.09.12 15:27
연재수 :
3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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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2
추천수 :
321
글자수 :
2,632,291

작성
20.08.08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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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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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제273화 - 만찬

DUMMY

벨소리가 들리자 태석이 테이블에서 덤덤한 표정으로 일어나 문을 열어준다. 호텔 유니폼 복장을 한 젊은 여성이 이동식 선반을 밀고 들어 오는데 그 뒤로 와인 트롤리를 밀고 오는 위장된 사람은 와인소믈리에 상급암부 펙시스 팀장이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방 구조를 알고 있는지 초연하게 식탁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 태석이 주문한 음식들을 가지런히 세팅한다. 뇌세적인 원초적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머큐리에 퀸메이커 제이드가 등장 했다.


“실례하겠습니다.”


숟가락, 젓가락을 세팅지에 정갈하게 올려 놓고 앞접시와 유리잔도 세팅한다. 물주전자를 앞사람이 잡기 편한 위치에 세팅하지만 용의주도하고 철투철미한 그녀의 손은 이미 도청장치를 아래쪽에 부착한 셈이다. 한 자리에서 5가지 한식 퓨전 VIP-A코스요리를 한번에 맛볼수 있다. 전채요리, 메인, 식사, 에피타이저, 후식까지 너무 맛깔스럽게 보인다.


흑임자죽, 민어찜, 한우로스편채, 삼색전, 궁중잡채, 맑은된장국, 참나물무침, 영양돌솥밥, 떡갈비, 백김치, 유자청을 곁들인 모듬 야채 샐러드가 나오는데 후식은 별도로 과일이나 떡, 수정과 또는 오미자차 같은 전통차가 나온다.


깔끔한 도자기식기에 예쁘게 플레이팅한 재료 고유의 빛깔을 잘 살린 요리들이 눈으로 한번 또 입으로 한번 즐길 수 있다. 태석이 입맛도 굉장히 까탈스럽다고 느낄 수 있다.


태석이 학창시절에 영주와 벌어진 재밌는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있었는지 분위기가 아주 화기애애하다.

이수의 표정도 밝았고 태석의 입은 도저히 멈출 기미가 안 보였고 입가에 웃음기가 가득 배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수의 오지랍이 한반도 수준이라 다정다감하며 이해심도 많고 유독 사람의 마음을 참 편하게 해주는 재주를 가진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맑은 영혼의 소유자라서 그럴지 모르겠다.


제이드는 사위를 크게 한번 훑어보고 객실을 신속하게 퇴실한다. 아직까지 이수가 태석에게 볼모로 잡혀 있지만 별다른 큰 문제가 없어보여서 비로소 그녀는 안심한다. 눈치빠른 태석이 의심을 했는지 안했는지 속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태석이 오래전에 여러 암부들의 얼굴들을 접촉했던 적이 있었지만 펙시스와 제이드는 면식을 공개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들킬 확률은 없을 것이다.


“아~ 엄청 난처하셨겠어요. 짝사랑하던 그 여자분에게 청혼하기 위해 대표님이 레스토랑 하나를 통째로 빌려서 멋진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그 여자분과 같이 오지 않고 윤태석씨가 혼자 약속시간에 맞춰서 그 레스토랑에 등장했으니.. 대표님의 그 일생일대 중요한 순간에 윤태석씨가 썸남썸녀의 주인공이 된 셈이었네요?”


“맞습니다. 식사를 다하고 후식으로 나오는 디저트, 아이스크림 안에 프로포즈용 선물까지 준비하셨거든요. 그때 정말 마음을 아주 단단히 먹으셨던 모양입니다. 아마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가슴이 허 했을 거에요. 그런 자리에 저만 등장했으니 딱 동성커플이 맞선보는 분위기였어요.”


"정말 윤태석씨는 대단하시다! 사장님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척척 해내는 만능 해결사 같아요.”


이수는 긴장이 완전히 풀어진 상태로 손뼉치며 장단을 맞춰주고 귀여운 리액션에 추임새까지 골고루 섞어가며 시간 가는지 모르게 오랫동안 태석의 이야기를 집중했다.


“그것이 저한테는 유일한 낙이었죠.”


태석이 잔잔하게 미소 지으며


“나와 영주 만큼 육친을 잘못 만나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영주가 5살때 교통사고를 당하고 그 충격으로 마음의 병을 앓게 되고 나서 더욱 더 제가 그 녀석의 형처럼 수호천사처럼 항상 옆에서 보호하고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유년기 때부터 영주는 억만장자라는 꼬리표가 늘상 붙어다녔죠. 차고 넘칠 정도로 부유한 재산을 보유하게 되자 호시탐탐 영주의 목숨을 노리는 정적도 한 둘이 아니었어요. 우리는 정말 한끝차이로 운명이 뒤바뀌어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때 핸드폰이 울리고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고 태석이 잠시 그녀에게 매너있게 양해를 구하고 일어나서 조용한 곳으로 가서 전화를 받는다. 다른 사람의 전화는 무시하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딸의 전화는 피하지 않는다.


“애미다!”


태석의 온유하고 부드러운 눈빛이 순식간에 냉혹한 애증의 눈빛, 혹한의 시베리아 벌판처럼 차갑게 굳어진다.


딸이라면 꿈벅 죽는 태석의 성향을 잘 알고 태석의 모친, 서여사가 전화를 한 것이다. 그래야 아들과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서여사의 목소리는 고상하고 교양과 기품이 철철 넘치는 귀부인 같다. 그러나 천륜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인지 태석과 똑같이 독선과 아집이 매우 강하고 한쪽이 물러설 때까지 타협은 불가능 할 것이다.


“손주들 내 집에 있다. 준서 열이 39도나 올랐어! 공여사가 청담동에 찾아가서 눈으로 확인해서 망정이지.. 최 닥터가 조금만 늦게 발견했다면 정말 큰 일 날 뻔했어! 지금은 다행히 열이 좀 내려간 것 같구나? 비서실로 전화했더니 장기출장이라는데.. 지금 어디에 있는 거니?”


“손주라뇨? 이제 당신과 저는 아무 관계도 아닌 남인데.. 호적 정리 오래전에 마무리 됐습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부귀와 영화 좀 누려 보겠다고 오른손이 없는 장애를 가진 남편과 당신이 낳은 어린 핏덩이를 버리고 돈 많은 남자와 야반도주 했던 당신은 영주 또래의 아들이 필요한 나머지를 저를 데려와서 상위 1% 명망있는 법조인 가문의 글로벌가에 오여사님과 맹목적인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 재벌집에 씨받이 노릇하며 노예인형으로 판 주제에.. 준서는 제 아들입니다. 당신의 그 더럽고 추악한 손에 절대 못 맡깁니다. 당신이 원하는데로 박영주가 가진 모든 것을 제가 다 차지 했는데.. 욕심 좀 적당히 부리세요. 소미랑 준서 오늘 당장 보내세요.”


서여사는 순간 울컥 하고 말문이 막혔는지 손이 잘게 떨린다.


“말하는 뽄새하고는...”


그러나 목소리는 전혀 긴장하지 않고 절대 주눅 들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태석을 호통치며 대범하고 퉁명스럽고 엄격했다.


“서여사님.. 저한테 그 어떤 것도 강요하지 마세요.”


태석의 눈이 서릿발처럼 날이 바짝서며 점점 살기가 짙어지고 숨막히는 고독과 애증섞인 원망과 증오심의 불이 활활 타올라서 눈물이 왈칵 솟구친다.


이수는 어느 순간부터 멀리서 태석이 통화할 때 방해하지 않고 거실 소파에서 얌전히 듣고 있었고 애석하고 슬픈 표정으로 하염없이 바라본다.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지?”


제이드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 제이드 팀장.. 아까 룸으로 들어갈 때 나 진짜 손이 떨리더라.. 장난 아니야. 윤태석 포스 쩔어.. 소름...”


펙시스는 심드렁한 어투로 말했다.


“경호원들이 밖에서 진을 치고 있어서 섣불리 액션을 취하다간 작전이 수포로 갈 수 있겠어.”


“응 리스크가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지. 저쪽이 먼저 움직이려고 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밖에 성가신 위험요소들이 언제 불시에 깽판을 칠 수 있어서 안심할 단계는 아니야. 일단 지금은 나서지 말고 상황을 찬찬히 지켜 보자고... 무엇보다 마스터.. 안위가 제일 중요하니까...”


펙시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케이...”


제이드는 흔쾌히 미소 지으며 곧바로 이 사실을 상부에 보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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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 제290화 - 수호천사 +3 20.08.21 49 3 10쪽
290 제289화 - 새로운 마음 +3 20.08.20 46 3 8쪽
289 제288화 - 태석의 미소 +3 20.08.19 40 3 10쪽
288 제287화 - 미션완수 +5 20.08.19 48 3 12쪽
287 제286화 - 형사는 이제 그만 +2 20.08.18 50 3 7쪽
286 제285화 - 막상막하 +4 20.08.16 58 2 15쪽
285 제284화 - 돌아온 박영주 +1 20.08.15 40 1 12쪽
284 제283화 - 몸살 +3 20.08.15 42 1 12쪽
283 제282화 - 영주의 고통 +1 20.08.14 42 1 12쪽
282 제281화 - 특별한 승객 +2 20.08.13 35 2 14쪽
281 제280화 - 자살폭탄테러 +2 20.08.13 34 2 10쪽
280 제279화 - 복남vs가영 (중) +3 20.08.12 40 2 14쪽
279 제278화 - 복남vs가영 (상) +2 20.08.11 38 1 14쪽
278 제277화 - 참회의 대가 +5 20.08.11 48 3 10쪽
277 제276호 - 기적 +2 20.08.10 35 2 14쪽
276 제275화 - 협력자 찾기 +2 20.08.10 34 2 7쪽
275 제274화 - 하이에나 등장 +2 20.08.09 35 2 15쪽
» 제273화 - 만찬 +2 20.08.08 39 2 8쪽
273 제272화 - 진실을 밝히다 +2 20.08.08 44 2 13쪽
272 제271화 - 세번째 재회 +5 20.08.07 37 2 9쪽
271 제270화 - 위기 +2 20.08.07 46 2 14쪽
270 제269화 - 선우의 고변 +7 20.08.06 48 3 8쪽
269 제268화 - 프로젝트 +2 20.08.06 40 2 12쪽
268 제267화 - 용서하라 +2 20.08.05 49 2 8쪽
267 제266화 - 영접하라 +3 20.08.05 58 2 13쪽
266 제265화 - 사랑하는 가족 +2 20.08.04 46 2 8쪽
265 제264화 - 브로맨스 +2 20.08.04 47 2 14쪽
264 제263화 - 독안에 든 검객 +2 20.08.03 45 2 8쪽
263 제262화 - 노숙자가 된 영주 +2 20.08.03 57 2 9쪽
262 제261화 - 숨바꼭질 +4 20.08.02 5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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