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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크 님의 서재입니다.

머큐리 [추억편]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판타지

완결

이루크
작품등록일 :
2019.12.26 20:08
최근연재일 :
2020.09.12 15:27
연재수 :
3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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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6
추천수 :
321
글자수 :
2,632,291

작성
20.08.1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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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288화 - 태석의 미소

DUMMY

태석은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아주 오랜만에 서여사가 머물고 있는 별장에 찾아왔다.


서여사는 요즘 술독에 빠져 산다. 거실 밖으로 프랑스 가수가 부른 샹송의 멜로디가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라비앙로즈 테마곡이다. 생모가 술병을 손에 쥔 채로 음악에 맞춰 혼자서 춤을 추고 있는 서여사를 태석이 너무나 생소하고 낯설게 보고 있다.


"내가 언제 서여사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어? 소미와 준서가 여기에 없다면 내가 이곳에 볼일은 없어."


태석이 황당한지 살기를 띄우며 건조한 눈빛으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부탁해.. 너한테 용서해달라는 뜻이 아니야. 엄마를 꼭 한 번 만나줘..."


태희가 문 앞에 서서 시종일관 멍때리며 망부석처럼 가만히 서있는 태석을 슬프고 아린 표정으로 애석한 눈빛으로 본다.


"엄마는 여전히 널 사랑해."


태석은 태희의 말이 더욱 기분이 나쁜지 그의 고상하고 서글픈 눈빛과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


"웃기는 군..."


태석은 차분하고 무미건조했던 표정이 바로 일그러지며 눈시울을 붉힌다.


그때 서여사의 간헐적인 절규소리와 유리가 박살 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엄마!"


태희가 걱정이 되어 얼른 인기척을 해보이며 뛰어 들어간다. 서여사는 심리상태가 불안정해 보였다.


"아버지와 이혼하기로 결심한 건 어머니의 결정이었어. 이렇게 별장에서 혼자 지내시는 게 엄마는 편한가봐.. 이젠 나도 못 알아봐... 내 목소리도 내 이름도..."


태희가 덤덤한 표정으로 태석에게 말했다.


알콜중독에 조울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정말 참담했다. 암컷 호랑이처럼 대범하고 엄격하고 강인했던 풍모가 사라져서 실망이 컸다.


얼굴도 몹시 야위고 창백한 안색인데 백작부인처럼 짙은 메이크업, 기품있게 장신구로 치장을 하고 화려한 자주색 드레스를 입고 있던 서여사는 태희가 다가오자 별안간 비명을 지르며 울음을 터트리는데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벌벌 떨며 쿠션을 내던졌다.


"나야.. 엄마? 나라고! 내가 엄마를 잡아 먹기라도 해!"


태희가 속상해서 바로 울음을 터트리며 언성을 내지른다.


"우리 태석이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 모두 저 때문이에요. 그러니 벌은 저한테 주세요.. 제가 이렇게 빌게요."


서여사는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태희의 다리를 꼭 붙들며 두 손으로 싹싹 비비며 서럽게 통곡을 하며 용서를 구했다.


"어허.. 어어.."


태석이 벽쪽에 등을 붙이고 끝까지 돌아보지 않으려고 했던 태석이 결국 콧대 높던 자존심이 꺾이고 이성이 한없이 무너져버렸다.


어디선가 태석이 코를 훌쩍거리며 흐느끼는 울음소리를 듣고 서여사가 바로 알아차리고 밖으로 나와 태석을 본다.


"아들..."


태석이 시선을 얼른 피하고 울고 있는 모습을 감추었다.


"밥은 먹었니?"


서여사는 다정한 목소리로


"네. 여기서 뭐하세요? 오른손이 없는 장애를 가진 가난한 남편과 갓태어난 핏덩이를 버린 이유가 당신의 인생을 장미빛으로 물들어줄 윤진우 장관님을 만나 재가 했으면 그때보다 부귀영화를 누리며 화려하게 잘 살아야죠? 제가 원망하고 증오했던 대상은 당신이 아니라 파평윤씨가문과 글로벌가문이었어요. 아버지는 이미 남편도 있는 유부녀라는 것을 알고도 당신에게 청혼을 하고 탐했습니다. 윤씨가문이 삼대를 거쳐 엄청난 유산과 재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박씨가문의 후광 덕분이었습니다. 박회장님의 외아들의 며느리가 난임 판정을 받고 가문의 대를 이를 자손이 끊어질 상황에 치닫자 그래서 저를 그 집안에 양자를 들여 재벌3세 후계자로 팔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어머니를 씨받이 취급한 것도 모자라 저를 영주의 달그림자로 만들어 모욕을 준 그 두 가문 사람들에게 너무나 화가 났습니다.”


태석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하체를 굽히고 따뜻하게 두 팔로 서여사를 감싸 안아준다.


"나 여행가서 돌아올 때까지 꼭 쾌차하세요. 어머니.."


서여사가 손을 더듬 거리며 태석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주르륵 떨어지는 눈물을 팔 소매로 천천히 닦아준다.


"응, 그럴게.."


태석이 말한 여행이 얼마나 긴 시간이 될지 서여사는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태석이 그대로 서여사 몸에서 팔을 빼내고 숨도 안 쉬고 뒤를 돈채 화급히 사라진다.


"미안해.. 누나.. 어머니를 부탁해..."


태희가 비로소 안도의 눈물을 떨어뜨리며 밝게 미소를 짓는다.


약속은 칼같이 잘 지키는 태석이 정확히 1분도 초과 하지 않고 20분 후에 별장 밖으로 나오면 대기하고 있던 검사와 사복 입은 경찰관들이 승용차에서 일제히 내렸고 그중에 검사 한 명이 성큼성큼 다가와 태석의 양 손목에 수갑을 채운다.


**


9명의 고아들이 승합차 안에 옹기종기 앉아 있다. 아인은 조수석에 앉아 있고 무영이 운전 중이다.


"우와! 우빈이 형 저것 좀 봐! 이순신 장군님이 서 있어!!


“저건 동상이라는 거야?”


우빈이 윈도우 밖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옆에서 친절하게 조근조근 설명해준다.


장군이 큰 소리를 내자 화들짝 놀라서 잠이 싹 달아났다.


잠이 덜 깬 비몽사몽한 상태로 손으로 눈을 부비며 7살 우빈이 윈도우 밖을 한참동안 물끄러미 보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울을 상경한 6살 장군은 차에서 얌전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인도로 행인들이 분주하게 걸어가고 전동킥보드를 타는 사람도 보이고 버스도 보이고 차도로 지나가는 무수히 많은 차량들이 혼잡한 도심 한복판이다. 빽빽이 서 있는 고층건물들만 봐도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낯선세상이다.


민수와 루키안도 여기는 자신이 살던 조용한 대청도섬과는 너무 대비가 될 정도로 달라서 잔뜩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눈을 꽈리처럼 똥그랗게 떠지고 광대가 하늘로 승천을 한다.


“여기가 그 말로만 듣던 그 서울이야?”


수아가 넌지시 말했다.


"너희들 오늘 어디 가고 싶니? 너희 아빠가 사는 곳에 가기전에 서울 관광 좀 하고 갈래!"


아이들 안전을 위해서 표준속도로 내어 운전을 하고 있던 무영이 말했다.


"롯데월드는 어디에 있어요?"


장군이 말했다.


"여기서 1시간은 더 가야할걸?”


"놀이동산? 삼촌은 거기 가봤어요? 어때요?"


수아가 말했다.


"삼촌은 당연히 가봤지? 어릴때 말고 다 커서..."


“저게 뭐야?”


아름이 윈도우 밖을 바라보다가 무언가를 보고 시선을 떼지 못한다.


“아름아? 왜?”


전자상가 양쪽에 개업 이벤트를 하기 위해 길다란 우스꽝스러운 사람 모형으로 춤추는 풍선을 세워 바람이 세차게 불 때마다 출렁출렁 거리는 것이 매우 신기하고 재밌기 때문이다.


“스카이댄서.”


아인은 아름이 질문에 성의껏 대답 해준다.


"종로 근처에 너희들이 좋아할만한 아트홀이나 어린이대공원도 진짜 많아.”


아인은 덩달아 신이 나서 말했다.


"그럼 아빠한테 보내주세요!"


우빈은 그런쪽에 크게 관심이 없는지 손으로 졸린 눈을 비비며 말했다.


"에?"


아인은 솔직히 본인이 더욱 놀러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나도 재미 없을 것 같아요?”


경훈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저도 아빠가 지금 엄청 보고 싶어요. 언제 도착해요! 얼마나 남았어요?”


장군은 여느 아이들처럼 슬슬 보채기 시작했다.


"다음에 기회가 영영 안 올지도 몰라! 잘생각해봐!"


아인은 해맑게 웃으며 살살 아이들을 꼬드겨 본다.


"아저씨? 곧 있으면 우리 아빠 만나 잖아요? 아빠한테 여쭤보고 결정해도 될까요? 그리고 저는 아빠랑 함께 있는게 제일 즐겁고 보람차고 신나요?”


천사 같은 마음을 가진 우빈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두!"


"아름이도 찬성!"


"맞아요! 우리끼리만 가면 아빠가 서운해 할 것 같아요."



누구보다 영주를 먼저 생각해 주는 아이들의 속이 깊은 예쁜 마음이 온전히 전해져 온다.


아인과 무영은 더이상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우빈이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천사같은 눈망울로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조용히 해? 쉿!”


“우리가 너무 시끄럽게 떠들었나봐? 맑음이랑 밝음이가 잠에서 깼어?”


장군이 앞에는 이불을 포대기처럼 돌돌 감싼 것이 있었는데 9명의 아이들이 오랫동안 부모 노릇을 해왔던 고라니 새끼들이었다.


“배고플 시간인가?”


유아들이 먹는 시럽약 젖병 꼭지가 달린 투명한 플라스틱 병을 꺼낸다.


선암사에서 매우 친해진 무진스님이 직접 만든 콩물을 물병에 담아서 가지고 왔다.


고라니 새끼 두 마리는 맑은 눈으로 초롱초롱하게 뜨고 있었다. 수아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젖병 꼭지 달린 플라스틱 병을 오른쪽에 있는 맑음이 부터 먹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맑음이 어디선가 익숙한 콩물 냄새가 나서 혀를 날름거리며 달려들었고 젖병 꼭지를 아주 열심히 쭉쭉 빨아댔다


태어나자마자 어미를 잃은 고라니들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이 9명의 아이들 덕분이었다.


도시에서는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우유가 대청도섬에서는 우유를 구하기 쉽지 않다. 그나마 고라니들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콩물 뿐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아이들보다 키도 작고 성장이 느리고 잘 먹지 못해 말라 있지만 이 아이들이 그동안 영주가 자기들을 어떻게 돌봐왔는지 한사코 쭉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자기보다 더 약하고 굶주려 있고 곤경에 처한 생명을 보면 절대 못 본 척 할 수 없을 것이다.


작가의말

완결의 고지가 슬슬 보이시나요? No! No!

태석의 생모, 서여사보다 더 악독한 루시퍼, 미카엘이 JK김여사 응징해야겠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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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1 제290화 - 수호천사 +3 20.08.21 49 3 10쪽
290 제289화 - 새로운 마음 +3 20.08.20 46 3 8쪽
» 제288화 - 태석의 미소 +3 20.08.19 41 3 10쪽
288 제287화 - 미션완수 +5 20.08.19 49 3 12쪽
287 제286화 - 형사는 이제 그만 +2 20.08.18 51 3 7쪽
286 제285화 - 막상막하 +4 20.08.16 58 2 15쪽
285 제284화 - 돌아온 박영주 +1 20.08.15 41 1 12쪽
284 제283화 - 몸살 +3 20.08.15 43 1 12쪽
283 제282화 - 영주의 고통 +1 20.08.14 42 1 12쪽
282 제281화 - 특별한 승객 +2 20.08.13 36 2 14쪽
281 제280화 - 자살폭탄테러 +2 20.08.13 35 2 10쪽
280 제279화 - 복남vs가영 (중) +3 20.08.12 40 2 14쪽
279 제278화 - 복남vs가영 (상) +2 20.08.11 38 1 14쪽
278 제277화 - 참회의 대가 +5 20.08.11 48 3 10쪽
277 제276호 - 기적 +2 20.08.10 35 2 14쪽
276 제275화 - 협력자 찾기 +2 20.08.10 34 2 7쪽
275 제274화 - 하이에나 등장 +2 20.08.09 35 2 15쪽
274 제273화 - 만찬 +2 20.08.08 40 2 8쪽
273 제272화 - 진실을 밝히다 +2 20.08.08 45 2 13쪽
272 제271화 - 세번째 재회 +5 20.08.07 38 2 9쪽
271 제270화 - 위기 +2 20.08.07 46 2 14쪽
270 제269화 - 선우의 고변 +7 20.08.06 48 3 8쪽
269 제268화 - 프로젝트 +2 20.08.06 40 2 12쪽
268 제267화 - 용서하라 +2 20.08.05 49 2 8쪽
267 제266화 - 영접하라 +3 20.08.05 59 2 13쪽
266 제265화 - 사랑하는 가족 +2 20.08.04 47 2 8쪽
265 제264화 - 브로맨스 +2 20.08.04 48 2 14쪽
264 제263화 - 독안에 든 검객 +2 20.08.03 45 2 8쪽
263 제262화 - 노숙자가 된 영주 +2 20.08.03 57 2 9쪽
262 제261화 - 숨바꼭질 +4 20.08.02 5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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