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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아. 님의 서재입니다.

환술 적성 천재 마법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문아.
작품등록일 :
2021.02.12 23:47
최근연재일 :
2021.03.05 21:0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4,774
추천수 :
643
글자수 :
151,247

작성
21.02.2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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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듣고 싶지 않은(1)

DUMMY

「8회차」-6. 듣고 싶지 않은(1)





더스크가 외출 준비를 한창 하던 시각.


“게하드.”

“예. 아가씨.”


카트란 헤르시아는 다리를 꼰 채 공손히 허리를 숙인 수행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깄습니다.”

“좋아요. 수고했어요.”


건네받은 서류는 한 사람의 출생부터 현재까지의 삶이 모두 담긴 것치고는 지나치게 얇다.

곱게 밀랍된 인장을 뜯어 내용물을 살피려던 카트란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게하드를 힐긋거렸다.


“안 나가시고 뭐 하세요?”

“가주님께서··· 아가씨께 전하라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그녀는 가는 손으로 관자놀이를 짚었다. 항간에서 뇌신이라 일컬으며 경애하는 자신의 아버지는,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귀여운 동생과는 천지차이였다. 사람이 어떻게 그리 차가운지. 자신이 이렇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모두 아버지 탓이 컸다.


“그래서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인가요?”


이미 학부생의 수준은 넘어선 지 오래. 4위계 마법사로서 간혹 개인 의뢰를 수행하기도 했던 카트란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라 여겼다.


“일전에 있었던 펜헬 거리 사태에 관한 사안입니다.”

“그건 황실에서 처리하기로 한 거 아닌가요?”


역십자의 사제들. 광신의 준동. 그들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건 벌써 수백 년도 더 지난 일이었다.

이젠 역사책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이들이 나타났다.

황실에서도 수많은 마탑에 일을 맡겨둔 채 좌시하고만 있을 순 없는 일.


“청탑과 연계하기로 했습니다.”

“하고 많은 마탑 중에서 하필이면 우리 마탑이랑요? 상아탑은? 다원탑은? 백탑도 있잖아요. 다른 거대 마탑은 뭐 한다고 하던가요.”

“야만족과 요정족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터라, 여력이 남는 곳이 저희 청탑밖에 없다는군요.”


가뜩이나 머리가 아픈데. 한숨을 내쉰 카트란이 손을 휘저었다.


“좋아요. 그래서 무슨 일인가요?”

“이번 워 메이지 경연 대회를 주시하라 하셨습니다.”


마침 동생과 더스크가 참가를 하려는 것 같았다. 겸사겸사 의뢰까지 처리할 수 있을 테니 번거로운 일은 아니었다.


“···자세한 사항은 정리해서 내일까지 올리도록 하세요.”

“예.”


게하드가 물러가고.


더스크의 정보가 담긴 서류의 끝을 꾸깃하게 쥔 카트란은 미간을 좁혔다. 바로 어제의 일이었다. 아르셀을 쫓아 버려진 공원으로 향했건만. 이미 기미를 눈치챈 것인지 아르셀은 없었고, 더스크가 벤치에 앉아있었다.


“로그아웃?”


무슨 뜻을 가진 단어인진 모른다. 생전 가지도 않던 도서관까지 뒤져가며 어원을 밝히려 했지만, 나오는 게 없었다.


품을 뒤져 연초를 꺼낸 그녀는 필터를 입에 물곤 잘근 씹었다.


딱—


손가락을 튕겨 생성한 불꽃으로 불을 붙여 연기를 폐부 가득 채운다. 효능은 곧바로 나타났다. 전신이 축 늘어지고, 복잡하던 머리가 멍하니 침잠하였다.


“일단은 이것부터.”


지나치게 얇은 서류는 내용도 빈약했다.


“정말 별거 없네?”


12월 24일 생. 20살 남자. 트레일 영지 태생. 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고, 길거리에서 지내던 중. 휴가차 트레일 영지에 들린 빈하임의 눈에 들어 페르니아 마탑에 입학.


“그 뒤론 전부 알고 있는 내용이고.”


답답함에 머리를 벅벅 긁는다. 마구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꼭 카트란의 마음과 같았다.


“도대체 그 로그아웃인지 뭔지 하는 게 뭐냐고.”


단지 신경 쓰이는 선에서 그칠 감정인가. 동생의 반려자 자리에 어울리는지 알아보기 위한 행동이었나.


“모르겠네.”


확실한 건 연심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연심과 이 감정은 판이했다.

다른 수준이 아니라, 아예 틀린 수준이었다.


“이렇게 화가 날 리가 없잖아.”


그녀가 아무리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이 아니라도 상식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 감정은, 상당히 깊고, 짙었다.


처음 그 단어를 들었을 땐 심장이 내려앉는 듯했다. 복잡하게 얽힌 머릿속은 그런 감정의 격류에 휩쓸려 오직 한 가지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말리긴 뭘 말려.’


로그아웃? 뭔지도 모르는 걸 어떻게 말린단 말인가. 어이가 없지. 비실 새어 나오는 실소를 참지 않았다. 아무래도 화신의 갈망이 더욱 심해진 듯했다.


이리 비정상적인 사고를 하다니.


“자유롭게 살고 싶다.”


화신이 갈망하는 것처럼. 자신이 바라는 것처럼.

그러나 불가능한 일이다. 헤르시가 가의 장녀로 태어나 재능을 물려받은 이상 받은 만큼 돌려줘야만 한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아르셀이 하게 될 테니까. 아르셀 만이 아니라 청탑에 적을 두고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 폐를 끼칠 것이다.


괜스레 기분이 가라앉은 그녀는 고개를 휘휘 저어 기분 나쁜 상념을 지워냈다.


다시 머릿속에 들어차는 건 더스크. 기이하고, 사이하며, 흐릿한 동시에 뚜렷한 인상의, 몽환적인 후배.


“뭐가 됐든. 내일이면 알 게 될 수도 있겠지.”


겉옷을 챙긴 그녀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 또한 외출 준비를 하기 위함이었다.





*****





제니아와 후원 계약을 맺을 때 품위 유지비 형식으로 일정 금액이 지급될 것이라 넌지시 일러준 적이 있다.

주기적으로 내 통장으로 돈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간 쓸 일이 없어서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지. 잊고 있던 건 아니었다.


“이 정도로 많이?”


이틀간 여행을 떠날 채비를 마치고, 용병을 고용하기 위해 잔고를 확인했는데. 내 예상보다 더 많은 돈이 쌓여있었다.

좀 더 급수가 높은 용병을 고용해도 될 것 같았다.


하여서 들린 용병 사무소.


데스크에 앉아있던 접수원의 안내에 따라 접견실로 들어온 나는 맞은 편에 앉은 페르니아 지점장과 악수를 했다.


“반갑습니다. 페르니아 용병 사무소의 지점장 포리스 토레스트라고 합니다. 아, 의뢰인께서는 굳이 소개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의뢰 대금이 높은 비밀 의뢰를 맺었기에 따로 내 신상을 밝히지 않아도 무방했다.

그렇게 손을 놓은 지점장이 말문을 열었다. 영양가 없는 잡담 대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그, 죄송하게도 요즘 시국이 시국인 터라 비밀 의뢰를 맡을 만큼 실력과 신뢰도가 있는 용병은, 매물이 없습니다.”

“···그럼? 아예 의뢰를 넣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겁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사래를 친다.


“하하, 그랬으면 제가 이렇게 접견실에서 의뢰인과 만나고 있지도 않았겠지요? 다행히도 최근 실력도 확실하고, 입도 무거운 용병이 저희 지점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다행이네요.”

“저, 다행이긴 다행인 일이지만, 이번 의뢰가 첫 의뢰긴 해서 말이지요. 그래도 경력은 확실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사 하고 미리 이렇게···”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의뢰를 맡을 것인지 아니면 물릴 것인지를 결정하라는 뜻이었다.


“알고 계시겠지만, 인장을 찍고 난 후에는 특별한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 저희가 관여하지 않습니다.”


용병의 배신이나 의뢰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

의뢰 내용이 다르다거나 예상보다 더 의뢰가 험한 것으로 인해 벌어지는 불상사를 말함이다.


“알고 있습니다.”


나는 탁상 위에 놓인 서류에 내 인장을 찍었다. 어쩐지 일반적인 고급수의 용병보다 값이 더 싸다고 생각했는데.

뒷사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호쾌하시군요. 좋습니다. 자, 소개하도록 하지요. 이번에 새로 계약한 4위계의 용병 ‘핀’입니다.”


내 얼굴과 정보를 가리기 위해 착용한 인지 저하 후드. 그것과 같은 것을 쓰고 있는 용병이 나타났다.


불현듯 그 용병을 보며 기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언제 본 적이 있었나?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리며 기억을 뒤진다.


설마.


······그때인가.


미래의 편린을 보았을 때. 후드를 눌러 쓴 여성들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의 경험이 깊이 각인된 모양이었다.

후드를 쓴 여성을 봤다고 그때를 떠올리다니.


“핀이라고 불러 주심 됩니다.”


상당히 거친 걸음걸이였으며, 인사였다. 나쁘게 말하면 껄렁껄렁해 보였다.


“어떻게 곧바로 출발하시려고?”


고개를 끄덕였다. 페르니아에서 다른 도시로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넉넉하진 않으니 곧바로 출발하는 게 옳았다.


“차량은 신청하신 대로 미리 구비 해놓았습니다. 따로 준비하실 게 없으면 바로 출발하시면 됩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하는 일이야 늘상 이런 것이니 감사할 것도 없지요? 다 돈 받고 하는 일인데.”


기분이 좋은 듯 히죽거리는 지점장과 헤어지고.


용병 사무소 밖에 마련된 차량에 탑승했다. 운전수 한 명과 조수석에 핀이 탑승하고 차량이 출발한다.


목적지는 도시 아르칼. 페르니아의 북쪽으로 대여섯 시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하는 소규모의 도시이다.


오가는 도중 대화는 없었다.

용병 핀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운전수는 운전에 집중하고 있었다.


나 또한 이 시간을 낭비하기 싫었기에.


품에 넣어놓은 서적을 꺼내 들었다.


「마투술의 역사」라는 책이었다. 파르바스와 모의 마법전을 치른 후. 나는 마투술과 관련된 서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통찰에 이런 것을 기록한다면 교전 시에 약점을 포착하는 등의 이점을 얻는 탓이다.


그날 질 뻔했던 게 분했다.


···나름 고인물이라고, 이름을 날렸었는데.


경연 대회에서 갚아주면 된다. 나는 다시 서적에 시선을 돌렸다.


“커험.”


돌연히 창밖을 보고 있던 핀이 헛기침을 하였다. 의도는 명백하게도 내 주의를 돌리는 것이었다.


“무슨 불편한 점이라도 있으신지?”


본래라면 의뢰주인 내가 아니라 핀이 물었어야 할 질문이다.


“거, 혹시···”


힐긋거리는 시선과 떨리는 음성. 주저하는 물음.

그녀는 긴장하고 있었다. 혹여 내가 모르는 위험이라도 감지한 것인가.


“아, 씨. 혹시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습니까?”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운전수가 핀의 물음을 끝맺었다.


“혹시 까먹으신 거예요? 비밀 의뢰에요 이거. 의뢰주에게 사적인 걸 물어보는 게 말이 되나요? 용병 핀.”

“아, 아니··· 진짜 어디서 본 것 같아서 그런 건데.”

“첫 의뢰라서 사정은 봐줄 건데. 다음부턴 이런 일 없도록. 모쪼록 잘 부탁드릴게요. 안 그래도 귀부인이랑 붙어먹는··· 아차, 이건 못들은 걸로 해주세요.”


입술을 우물거리는 듯. 핀의 안면을 가리고 있는 마스크가 꿈틀꿈틀 움직였다.


“휴··· 내가 돈만 아니면 진짜.”

“다 들려요. 핀. 여기 차 안이라는 거 잊으셨어요?”


대화를 대강 흘려넘긴다.


투닥거리며 생기는 작은 소음이 나쁘진 않아서 서적에 집중이 잘 되는 것 같았다.





*****





도시 아르칼의 호텔 플로버는 잘 조형된 석재건물이다. 외관도 나쁘지 않고, 전망도 채광도 괜찮았다.

아마 먹는 것에 그다지 개의치 않는 이들이라면 가성비 면에서는 단연 최고라고 불릴 터다.


하지만 호텔 플로버는 한산했다. 그건 딱히 날을 가리지 않았다. 언제나 한산하다.

항상 보이는 투숙객 몇을 제외한다면 모두 플로버의 직원이었다.


“같이 따라 들어가서 문만 막아놓으면 된다는 말씀이시지? 수상한 놈들 보이면 잡고.”


핀의 물음에, 더스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녀가 힐긋거리며 먼 곳에서 대기 중인 운전수의 기색을 살폈다.


“우리 정말 어디서 본 적 없습니까?”


이 기시감.


사람의 시선을 속박하는 사이하고도 몽환적인 분위기.

사라질 듯 흐리하나, 모순적으로 뚜렷한 알 수 없는 기운.


‘분명 어디서 봤는데···?’


계속되는 질문이 번거로워서 더스크는 고개를 내저었다.


“일단은 의뢰에 집중해주셨으면 합니다.”

“···으음, 네에.”


호텔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벨보이가 그들을 반겼다. 대강 영양가 없는 대화를 나누는 더스크에게서 시선을 돌린 핀은 인상을 찡그렸다.


‘뭐야, 여기.’


핀은 그렇게 태연하게 움직일 수 없었다.

예리한 감각이 경종을 울린다. 뒤늦게 깨닫고 나니 등 뒤가 이미 식은땀으로 축축이 젖어 있었다.


‘그때랑 같다.’


용병 핀.


흑점을 그만둔 뒤. 용병 알바를 시작한 피스미네는, 그날 펜헬 거리에서 느꼈던 사기를 감지했다.


하여서 듣지 못했다.


“시설 점검 중이라··· 죄송합니다. 방이 하나밖에 없군요.”

“괜찮습니다.”


벨보이가 흐릿하게,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작가의말

아음.. 조금 피곤해서 늦잠을 자버렸습니다.

오늘은 일이 조금 있어서 심적으로 피곤한 날이네요.

선작이랑 추천 해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은 하나하나 다 읽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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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8 깐프노예상
    작성일
    21.02.26 21:19
    No. 1

    오 왔구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문아.
    작성일
    21.02.27 02:50
    No. 2

    전화 예측보고 괜히 뜨금했습니다. ㄷㄷ.. 그, 물론 예측 가능한 전개에서 오는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이렇게 쓰긴 했는데 직접 경험하니 뇌가 정지하고, 손이 떨리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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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준비(1) +3 21.03.05 187 9 13쪽
25 중간고사(2) +3 21.03.04 189 12 14쪽
24 중간고사(1) +4 21.03.03 207 15 13쪽
23 듣고 싶지 않은(3) 21.03.03 203 14 12쪽
22 듣고 싶지 않은(2) +2 21.02.27 276 18 13쪽
» 듣고 싶지 않은(1) +2 21.02.26 270 16 12쪽
20 수석(2) +7 21.02.25 325 16 13쪽
19 수석(1)-(수정) +4 21.02.24 325 16 15쪽
18 담당 교수(2) +4 21.02.23 343 19 12쪽
17 담당 교수(1)-(수정) +2 21.02.22 341 18 13쪽
16 짧은 외유(5) +1 21.02.21 381 23 17쪽
15 짧은 외유(4) +3 21.02.20 448 24 13쪽
14 짧은 외유(3) +9 21.02.19 522 27 14쪽
13 짧은 외유(2) +4 21.02.18 522 21 14쪽
12 짧은 외유(1) +2 21.02.18 545 25 15쪽
11 마법사의 연초(3) +2 21.02.18 566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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