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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아. 님의 서재입니다.

환술 적성 천재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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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아.
작품등록일 :
2021.02.12 23:47
최근연재일 :
2021.03.0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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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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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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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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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교수(2)

DUMMY

「8회차」-5. 담당 교수(2)





책상 하나와 접객용 테이블과 술을 진열해 놓은 진열장이 전부인 공간.

델로스는 자신의 집무실 의자에 앉았다.


“너희 둘은 왜 같이 온 것이냐?”


그 물음은 더스크의 양옆을 차지한 인물들을 향한 질문이었다.

은발과 금안은 분명 헤르시아의 핏줄이니. 아르셀 헤르시아였고.

저 근육 덩어리의 몸체는 자신의 악우인 키샥의 제자이자 수석 입학생인 파르바스 발락이었다.


“그, 저, 저도 담당 교수님을 바꾸고 싶어서요!”

“으음? 자네는 아델 교수 밑에 있지 않았나?”


입술을 꾹 다물곤 눈을 깜빡이는 아르셀을 지나친다.


“그래, 좀 더 생각해보고 말하거라.”

“···예에.”


가라앉은 표정으로 조용히 앉아 있던 파르바스가 말문을 열었다.

생김새처럼 묵직한 목소리였으나 어울리지 않게도 차분한 어투였다.


“스승님께서 더 넓은 우물을 경험하라 하셨습니다.”

“무슨 뚱딴지 잡는 소리냐?”

“그렇게 들었습니다. 페르니아에서 가장 깊은 우물은 저라고 생각하는데··· 스승님의 생각을 잘 모르겠습니다.”


델로스는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럼주를 마셨을 때 키샥이 자신에게 제자를 부탁했었다.

담당 교수 휘하에 있는 생도들이 모인 파티. 이번에 맡게 될 더스크와 같이 돌봐달라던가.


‘망할 놈이 귀찮은 걸 떠넘겼어. 무어가 그리 바쁘다고.’


생각은 그렇게 하였지만, 델로스는 파르바스를 맡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더스크에게 묻는다.


“너는 내가 널 왜 불렀는지 잘 알 거라 생각한다. 저, 뭐야. 네 경우가 참 독특해. 담당 교수 없이 한 달이나 보냈지 않느냐. 그 일로 말이 많았다.”


속 시끄러운 일들이었다. 환술과의 과도한 대쉬가 수상했는지. 원소학과에서 더스크에게 시선을 주었고.

주머니를 뚫고 나온 송곳 탓에 괜히 견물생심이 일었는지 불이 붙었다.

델로스로서는 참견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기에 무시했었지만.


‘키샥 고놈이 그리 자랑질을 해대니 괜히 나도, 크흠.’


델로스는 어색하게 턱수염을 매만졌다.


“교수님. 하지만 저와 적성이 다르다 알고 있습니다···”


조심스러운 더스크의 물음에, 델로스는 입꼬리를 삐죽 올렸다.

자신과 같은 적성의 교수에게 배우는 건 중요한 일이다. 파괴력이 높은 원소술사에게 치유술이나 축성술을 배울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허나 델로스에겐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다.


“내 주계열이 봉인술이긴 허지. 한동안 그것만 쓰기도 했고.”


주계열이다. 보조 계열이 얼마든지 있다는 말이다.

델로스 데미니안은 그런 부분에서 단연코 선두에 서 있는 마법사이다.


“적성이라는 게 꼭 하나만 있지는 않아. 나는 봉인술과 환술, 축성술, 원소술. 총 네 개의 적성을 지녔다.”


물론, 그것들을 모두 통달하진 않았었다.

모두 같은 마법이라고 하여도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르다. 한 방향만 파고들어도 끝을 볼까 싶은데. 어떻게 네 가지 길을 걷겠는가.


불과 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델로스 또한 그러했다.


“6위계에 머문 지 20년. 나는 모든 적성의 마법을 통달했다.”


아르셀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일선에서 물러나고부터는 봉인술 교수로만 지내왔던 탓에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건 키샥과 총장 정도밖에 없으니 놀랄만한 일이다.


‘그런데 저놈은 왜 태연한 게야?’


저 태연한 작태를 흔들고 싶었다.

이건 마법이라는 외길을 걸어온 노인. 델로스가 살아온 삶의 자부심이다.


“그래. 말로만 설명하던 와닿지 않을 게야. 직접 보고 판단하거라.”


주름이 자글한 입꼬리를 올려 히죽 웃은 델로스의 갈색 눈이 시퍼렇게 빛을 밝힌다.


“알고 있느냐?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인 상식이다.”


계열을 선택하는 것엔 고유마법과 어울리는 적성이 주요한 요건이다.

그렇게 계열을 선택해서 끝을 보면 좋겠지만, 거기서 그치는 것만이 아니었다.


계열을 선택하더라도 소질이 필요했다.


빙화 계열 마법을 사용할 소질. 염화 계열 마법을 사용할 소질. 뇌전 계열 마법을 사용할 소질.

세부 카고테리 안에 다시 여러 갈래가 나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게 원소술에만 그러한가? 아니다. 환술 또한 다르지 않았다.

환술을 펼치는 방법도 여러 갈래로 나뉜다.


에르샤 하쉬안이 택했던 것처럼 감각의 전이를 통해 감정을 유발하는 것.

상대를 자신의 정신세계로 이끌어 정신적으로 사망하게 만드는 것.

환술. 환각. 환상 등의 어원처럼 정말 실체 없는 허구를 만들어 내는 방법.


그 외에도 여러 소질이 있겠지만, 델로스의 환술 소질은 위의 세 가지가 전부였다.


“에르샤 하쉬안의 소질은 감각의 전이. 그리고 감정의 유발이다. 감각과 감정. 이에 능통하여 상황마저 설정하면 환통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굳이 정신세계로 끌고 갈 것도 없이 상대를 죽일 수 있을 게야. 자, 어떠냐? 나도 그 보라순이랑 비교해서 꿀리는 게 없지?”


손가락을 까닥인 델로스가 환술을 풀고는, 더스크와 눈을 마주하였다.


돌연히 델로스의 집무실이 일그러진다.

산뜻한 바닷바람이 부는 휴양지가 더스크와 델로스를 반겼다. 꽃남방을 입은 노교수는 더스크에게 열대과일 주스를 건네었다.


“흐음, 확실히 환술 적성이 뛰어나긴 한가 보구나. 순식간에 적응을 허이. 허나 그렇게 풀어져 있으면 이곳에서 나갈 수 없을 터다. 어떠냐? 저기 저 모래사장에 눕고 싶지 않느냐?”

“···그렇습니다.”


키샥과 똑 닮은 웃음소리로 낄낄 웃은 노교수가 손가락을 튕겼다.

휴양지가 사라지고, 다시 집무실의 배경이 나타난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겠느냐?”

“···아뇨. 모르겠습니다.”

“안에서는 5분 이곳에서는 1분이 흘렀다. 이 정신세계를 다루는 환술사의 무서운 점이 그것이지. 네가 경험한 것은 수십 시간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1초가 흘렀을지도 모른다.”


—쿵.


가볍게 델로스의 발이 땅을 구른다. 두드린 발끝에서부터 피어난 파문이 집무실 전체를 점차 녹음으로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것 또한 허구이지.”


파르바스가 애써 티를 내지 않으려 몸을 굳히곤 눈동자만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에 반해 아르셀은 입을 쩍 벌린 채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수석과 차석이 동시에 놀랄 만큼 정교한 환상향이었다.

풀잎을 스치는 바람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


“이건···. 이게 정말 환술인가요?”


황톳빛 노면을 기어 다니는 작은 잡벌레가 아르셀의 발치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벌레를 목격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크흠, 그렇지.”

“···혹시 원소술을 짧게나마···”

“못 해 줄건 없지.”


아르셀이 감탄을 하는 사이. 더스크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깊은, 아주 깊은 상념에 잠긴다.

아르셀은 일정 탓에 다시 돌아가고, 파르바스만 여전히 굳은 자세로 그런 더스크와 델로스를 기다렸다.

그렇게 약 3시간가량이 흘렀지만, 더스크는 상념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델로스는 눈에 초점이 사라진 더스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홀로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집중력이었다.


‘뭘 하는 게야.’


고위 마법사인 노교수는 에테르의 미묘한 운용을 꿰뚫어 보았다.

흐릿하다. 안개가 낀 것처럼 몽롱하고, 막연하여서 집중해야 모든 변화를 지켜볼 수 있었다.

집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스스로가 고위 마법사인 것도 있겠지만, 더스크에게서 비롯된 저 에테르의 변화는 사람의 시선을 잡아끈다.


‘본능적인 게야.’


테이블을 검지로 두드리며 관찰하길 수 시간. 마침내 변화의 끝이 다가오고 있을 때 델로스는 의자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


푸르게 빛나는 더스크와 눈을 마주친다.


“그 짧은 새에, 내 환술 운용 방식을··· 훔치려 했더냐?”


더스크는 고개를 내저었다.


“훔치려던 게 아니라, 좀 더 정돈을 해보려 했습니다.”

“커흠, 그래. 정돈은 잘 되었고?”


이번에도 고개를 젓는다. 잘되지 않았다. 에르샤 하쉬안과의 수업을 통해 훔친 환술을 사제와의 전투에서 사용했었다.


경지가 미약해서 상황설정을 먼저 한 후에. 감각과 감정을 유발하고, 그게 환통으로 이어졌지만.

그 방식을 더 매끄럽게 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굳이 에르샤 하쉬안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런 말이었나?’


더스크는 다시 자신의 부족함을 통감하며, 델로스를 담당 교수로 받을 것을 다짐했다.


‘···아무리 적성이 뛰어나다 해도.’


허나 델로스는 동공을 떨고 있었다.


‘내가, 그 고생을 하면서 현자한테 대가리 깨지면서 배운 걸 훔치려고 들어?’


실패라고 했었던가. 노교수는 분명히 보았다. 급격한 발전이 있었음을.


‘뭘 들인 건지 모르겠군.’


···말과는 달리, 노교수의 눈은 기묘한 경쟁심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





강의를 들을 때도, 도서관에서 서적을 기록할 때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지난 며칠간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이 흐릿한 것만 같았다. 델로스 데미니안이 시연했던 환술을 보고 나서부터 제대로 된 사고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은 하고 있지만, 마음대로 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저 반복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노교수가 보여줬던 환술을 계속해서 복기한다. 노교수의 것을 해체하고, 재조립하여 나에게 정립한다.


······그리고 금요일이 되었다.


나는 지금 델로스 데미니안의 연공실에 서 있었다.


“다른 생도는 없는 겁니까?”


수염을 쓰다듬던 델로스 데미니안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입꼬리를 씰룩이는 게 별로 좋은 질문은 아니었던 것 같다.


“큼, 내가 다른 생도를 받지 못한 게 아니라, 받지 않은 것이야. 그리고··· 너 말고도 이번에 맡게 된 아이들이 있지 않냐. 아직 네 역량을 파악하지 못해서 먼저 불렀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그 아이들도 전부 네 경쟁자인데. 그들에게 네 것을 보여주고 싶진 않을 것 아니냐?”


걸은 입과 외형에 어울리지 않게 배려심이 많은 성격이었다.

하긴, 커뮤니티에서도 델로스 데미니안을 좋아하긴 했었다. 남성향 게임이라서 비중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을 뿐이지.

웬만한 엑스트라들 보다는 여론이 좋은 인물이었다.


“잡담은 이만하고, 저번 주에 내가 하려던 것을 해 보거라.”


—두근 —두근.


뛰는 심장을 가라앉힌다.


“예.”


길게 숨을 내쉬고, 지난주에 느꼈던 감각을 상기했다.


사실 더스크 트레일이라는 인물은 천부적인 환술 재능이 있기 때문에. 굳이 소질을 파악해서 가려 배울 필요가 없다.

하여서 에르샤 하쉬안이 아닌, 델로스 데미니안을 선택했다.

그 선택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퉁.


작게 구른 발걸음이 파문을 만들어 낸다.


내 고유마법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방식이었다. 실체 없는 허구를 만들어 내는 것. 그러나 고유마법을 활용한다면 그 허구를 실체화할 수 있게 된다.


호수의 표면에 일어난 일렁임과 같다. 물결치며 퍼진 파문이 바닥을 물들이고, 벽을 타고 올라 천장마저 가득 메운다.


이윽고 연공실을 푸르게 물들였을 때.


나는 내게 가장 익숙한 심상 속의 공간을 구현했다.


—화악!


드리우는 밤하늘. 휘영청 뜬 검은 달.

살얼음이 낀 얼음 호수.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선다.

검은 달의 화신을 일깨워 고유마법을 발현한다.


「경계를 거니는 발걸음」


색채가 없는 흑백 사진에 색감이 칠해지는 것과 같다. 생동감 없던 세상에 바람이 불며, 물결이 찰랑였다.

서늘한 공기가 피부를 간질이고, 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

선명한 감각이 오감을 자극하였다.


나는 델로스 데미니안의 표정을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그 전에, 내 망막으로 몇 줄의 시스템 로그가 떠올랐다.


<계속된 특성의 활용과 마법의 구현으로 정신 등급이 1단계 상승하였습니다.>

ㄴ: 중하中下-[96.71] > 중중中中-[00.00]


한달간 죽자고 특성과 마법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던 과실이 이제야 나타난 것이다.

특성을 활용해서 이 감정을 외면하고 싶진 않았다.

온전히 그것을 받아들이고 웃는다. 어쩌면 더스크 트레일이 되고 난 후에 짓는 첫 웃음일지도 몰랐다.



-담당 교수(END)


작가의말

예아. 신인 투베 말석 감사합니다.

2시 30분에 오려 했는데 제가 또 늦잠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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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수석(2) +7 21.02.25 325 16 13쪽
19 수석(1)-(수정) +4 21.02.24 325 16 15쪽
» 담당 교수(2) +4 21.02.23 343 19 12쪽
17 담당 교수(1)-(수정) +2 21.02.22 341 18 13쪽
16 짧은 외유(5) +1 21.02.21 381 23 17쪽
15 짧은 외유(4) +3 21.02.20 448 24 13쪽
14 짧은 외유(3) +9 21.02.19 521 27 14쪽
13 짧은 외유(2) +4 21.02.18 522 21 14쪽
12 짧은 외유(1) +2 21.02.18 545 25 15쪽
11 마법사의 연초(3) +2 21.02.18 566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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