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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아. 님의 서재입니다.

환술 적성 천재 마법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문아.
작품등록일 :
2021.02.12 23:47
최근연재일 :
2021.03.05 21:05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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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3
글자수 :
15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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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3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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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듣고 싶지 않은(3)

DUMMY

「8회차」-6. 듣고 싶지 않은(3)





카트란은 평소의 흐리멍텅한 눈빛을 지웠다. 그렇게 풀어져 있을 수 없었다.

더스크의 뒤를 쫓아 도착한 플로버 호텔.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마치 거울을 마주하는 것과 같았다.


기억하기 싫었던 과거를 상기한다.


처음. 누군가의 숨을 거뒀을 때. 그때의 카트란은 열여섯이라는 나이를 가지고 있었다.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던 카트란에게 있어서 그 시절의 기억은 지워내고 싶은 얼룩이었다.


열여섯의 자신이, 현재의 더스크 위로 덧씌워진다.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더스크에게 생겨난다.


‘후배님. 당신은··· 감춘 게 있나 보네요.’


자신처럼 차기 마탑의 탑주로 내정되어 온갖 일을 경험하기 위함이 아니라면 평범한 생도가 이런 암살행을 나설 리 만무한 일.

그러니 더스크는 평범한 생도가 아니다.

애초에 재능이라는 부분에선 전혀 평범하지 않았지만, 그것과 이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신상이 그렇게 깔끔한 게 이상하긴 했지.’


지나치게 얇았던 서류는 빙산 위의 작은 일부였음을 알았다. 수면 아래엔 커다란 빙하가 있을 터다.


그 빙하가 궁금해졌다. 역십자의 사제들을 쫓아 암살을 해야만 하는 이유.

더스크라는 사람의 진면목을 알고 싶어졌다.


어쩌면 이건 단순한 자기투영일 뿐일지도 모른다. 공감할 수 없는 재능을 가진 자에게 느낀 동질감. 하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자에게 느끼는 동질감.


‘나는··· 가문이지만, 너는 어디에 묶여 있는 걸까.’


짚이는 곳은 있었다.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후원 계약. 이런 일을 맡기는 조건이었다면 더스크가 받는 지원은 납득이 가능한 일이다.


‘페른하임.’


카트란은 더스크가 떠난 플로버 호텔의 옥상에서 전망을 내려다보았다.


조금 전 더스크의 손에 생명이 저버렸다. 그런 것치고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마냥 밤은 평온하다. 하지만 카트란은 아직 모든 일이 끝이 난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미숙해.’


카트란이 본 더스크의 뒤처리는 미숙했다. 끝을 낼 것이라면 완전히 끝을 내야지. 아직 견습 사제들이 남아 있지 않은가.


그녀는 그 미숙한 뒤처리를 대신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어쩌면 같은 길을 걷는 후배를 위한 배려. 유일한 이해자가 될지도 모를 인간에 대한 호의. 그도 아니면 격류처럼 자신을 휩쓴 감정의 충동.


“이런 감정이면 굳이 화신을 통제할 필요도 없지.”


카트란의 화신은 자유를 갈망한다. 재능과 가문에 기인한 기대를 지고 살아왔던 그녀에게 있어선 결코, 풀어낼 수 없는 갈망이었지만 이번만큼은 화신과 자신의 뜻이 일치한다.


쩌-적!


그녀를 가두고 있던 좁은 새장이 부서졌다. 날개를 웅크리고 있던 새는 모처럼 찾아온 자유에 홰를 치며, 날개를 펄럭인다.


파지지지직-!


거대한 번갯불이 튀겼다. 단지 그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카트란은 자유를 꿈꾼다. 화신인 새는 자유를 꿈꾼다.


그녀에게 있어서 원소술의 소질 따위는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다.


전 속성의 개방.


아테라의 여명 내 최고의 고정 포대. 아직은 제어할 수 없는 카트란의 정수.


천격天擊.


모든 원소가 하늘을 수놓는다. 뒤섞인 마법은 굳이 속성을 가릴 필요가 없었다. 에테르 그 자체. 그것들은 유성우가 되어 밤하늘을 가로질러 아래로 낙하한다.

구름이 둥글게 동심원을 그리며 밀려난다. 긴 꼬리를 그린 원소의 결집이 플로버 호텔에 닿았다.


—콰아아 —아아아아 —아아앙!


빛과 폭음의 세례.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 견습 사제의 불완전한 영생은 무용했다.


플로버 호텔 채로 재가 되어 산화한다.


둥실. 달 아래에 선 카트란은 방긋 웃었다.


“뭐? 힘을 써? 이제 속이 시원하네.”


깔깔거리며 천천히 아래로 내려온다. 가벼운 손짓에 피어난 흙먼지가 가라앉고, 드러난 것은 움푹 파인 땅덩어리였다.


“음, 뒤처리는 게하드가 알아서 하겠지.”


“그 게하드란 분이 굉장히 불쌍하게 느껴지는군요.”


갑작스러운 말소리에 고개를 돌린 카트란이 어색하게 웃었다.


“오, 랜만이네?”


“불과 이틀 전에 뵌 것 같은데. 저도 오랜만입니다.”


분명 호텔을 떠났었는데. 왜 더스크가 이곳에 있는 거지? 카트란은 미간을 좁혔다. 그녀의 생각을 알 것만 같았떤 더스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렇게 화려하게 하셨는데 당연히 오지 않을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카트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





카트란이라는 주요 인물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했었다. 그녀가 내게 마법을 날리고 난 후. 강의를 듣느라 제대로 뒤처리를 하지 않았던 때.


나는 그녀에 대해 생각했다. 내게 마법을 날린 연유가 무엇인지. 분명 무슨 오해가 있었겠지만, 그 이유가 어떻든 용서할 순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 사건을 굳이 언급하지 않은 것은, 그녀가 아테라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원소술사인 탓이다. 마왕을 잡으려면 그녀의 도움이 필요하다. 내게 도움이 될 자와 척을 질 필요는 없지 않나.


한편으로는 언젠가 이 사건이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녀는 겉으로 보기엔 방만한 삶을 사는 것 같지만, 내력을 살핀다면 오히려 반대였다.


속박된 삶. 예정된 미래에 저항하는 자. 자유를 갈망하는 묶인 새. 그러면서 스스로를 옭아맨다.


아르셀과는 정반대의 인물이었다. 헤르시아 자매는 평생선 속에서 양극단에 위치한 인물들이다.


꼼꼼한 듯 보이지만, 잔 실수가 많은 아르셀. 재능을 갈구하고, 마법을 탐구하길 원하는 아르셀.


방만한 듯 보이는 삶이나, 그 누구보다 억압된 삶을 살았던 카트란. 재능이라는 족쇄를 찬 것을 원치 않는 자.


자매가 닮은 것은 겉모습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카트란은 아르셀에게 비틀린 애정을 보낸다. 자신과 닮았지만 너무도 약하고, 어리숙한 아르셀을 보며 짓눌린 책임감을 결코, 드러내지 않는다.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만 보여주기 위함인가? 그 정도까지는 모르지만.


······자매의 모친이, 아르셀을 낳다 타계하여 그 편린을 보는 것이기도 했다.


하여서 카트란은 아르셀과 관련된 문제라면 이성을 놓는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광기는 커뮤니티에서도 유명했다.


억압과 자유 의지. 상반된 개념이 충돌한다. 카트란은 그것을 막지 않는다. 오히려 방치한다. 자기 자신의 위치와 상황을 모두 이해하고 있기에 스스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저번 사건은, 그런 그녀에게 부채감을 심어줄 수 있다.


기대와 책임감에 스스로 익사하는 그녀에게 이런 부채감을 남겨두는 게 옳은 일은 아니라는 건 안다.


저번의 사태와 조금 전 날린 천격 또한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과 기대를 버티지 못한 게 아닐까.


···허나 난 귀환하길 원한다.


카트란 덕에 느낀 위기의식은 내 마음속 양심을 둥글게 만들었다.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준비가 되었다.


그 부채감을 오늘, 받아낸다.


“···그, 후배님은 어쩐 일로 여길?”


나는 꽤 떨어진 곳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핀과 운전수를 힐긋거렸다. 카트란의 존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운전수가 생각보다 유능했었다.


뒤쫓아 오는 그녀를 알아차렸던 탓이다. 당시엔 카트란으로 특정 짓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이곳에 있는 것이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 전에 잠시.”


내 정체를 특정할 수도 있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니.


에테르를 펼쳐 장막을 형성한다.


은밀한 대화를 나누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수법이다. 소리를 차단하는 은폐막. 그것을 펼치고 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선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뭘 본 겁니까?”


“봤지. 이런저런 것들···”


오묘한 표정을 지은 카트란이 고개를 기울였다. 마치 무언가를 따지려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어. 넌 대체 뭐야?”


“뭐가 말입니까?”


“광신. 저번 펜헬 거리 사태 때도 그렇고, 넌 이번에도 이들과 엮였어. 트레일 영지에서 이제 막 페르니아 올라온 생도가 왜? 어떻게? 무슨 이유로 나는 전혀 납득이···”


“그러는 선배님께서는 왜 이자들을 쫓으신 겁니까?”


카트란이 이곳에 있는 건 아마 가주인 뇌신의 명령이 아니겠는가. 카트란의 배경 설정은 상당히 잘 알려진 사항이다.


만약 그녀가 예상보다 더 이르게 광신의 추적을 명령받았다면 이곳으로 오는 것 또한 충분히 말이 되는 이야기다.


펜헬 거리 사태. 그곳에서 내가 찾지 못한 흔적이 남았을지도 모르기에.


게임 내 세계관에선 예로부터 마왕과 관련된 존재는 발견 즉시 사살하는 게 원칙이다.


“저도 선배님과 비슷합니다.”


순간. 카트란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흐으음···”


돌연히 딱딱하던 카트란의 분위기가 풀어졌다.


솔직히 조금··· 긴장하고 있었는데. 내겐 다행인 일이다.


허나 아직 긴장을 풀기엔 일렀다. 침착과 냉정을 유지하여 풀어지려는 몸을 애써 다잡았다.


“그래서 그런데. 제안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미 악마가 소환됐다고 한다. 나 혼자의 힘으론 막지 못할 터다. 아직 게임의 초반부인 만큼 제약이 걸린 상태일 테지만, 그래도 카트란이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저희의 처지가 꽤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좋든, 싫든 광신을 쫓아야 한다. 마왕의 족적을 지워내야 한다.


“후원 계약을 받아들이진 못해도··· 이런 관계는 구축해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서로 협력하는 겁니다.”


“협력?”


“예. 어려운 게 있으면 도우면서 지내는 것 말이죠.”


짧은 고민을 하는 듯 턱을 매만지던 카트란이 척하며 손을 내밀었다.


“좋아. 후배님.”


카트란이 내민 손을 붙잡았다.


“그럼 이걸로 저번의 빚은 다 잊는 걸로 하는 게···?”


“저는 아직도 사람이 두렵기도 합니다. 제게 갑자기 마법을 날리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을···”


“내가 미안하니까 그만해.”


가늘고 여리지만, 거친 손이 내 손을 꽉 붙잡아 왔다.


“앞으로 잘 부탁해.”


빙그레 짓는 미소에서 기시감이 느껴진다. 나는 이 기시감의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머리가 어지러웠다.


—내가 미안해.


환청이 들려왔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내 것이 아닌, 내가 아닌 누군가의 감정이 느껴진다.


나는 그녀의 미소를 보며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이 이질적인 감정은, 내가 의문을 느끼기도 전에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가.


잘 모르겠다.




-듣고 싶지 않은(END)





*****





#4「잊혀진 과거의 기억」

「1회차」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가 얼마 없다는 건 확실해.”


회귀에 대한 비서를 찾아온 건 사서였지만, 이 비서를 해석하고, 활용 가능한 수준까지 복원한 건 마법사의 역할이 가장 컸다.


“만약, 우리가 그의 영혼까지 회귀시키지 않는다면 부담을 줄일 수 있겠지만, 그걸 원하는 사람은 없잖아?”


석실에 모인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은 그의 기억이 남아 있지 않았으면 했다. 미움을 받기 싫어서,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기억한다면··· 반드시 돌아가려 할 테니까요. 시도를 해보기도 전에 실패하는 건 그렇잖아요.”


사서가 음울한 목소리로 답했다. 성녀는 그녀들을 훑어보며 가증스럽게도 가련한 표정을 지었다.


“고통은 기억하고, 극복하는 것보다 잊는 게 더 효과적일 때도 있는 거예요. 이건 모두 그를 위한 일이니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마법사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마법사 카트란 헤르시아는 아랫입술을 잘근 씹었다. 해야만 하는 일이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든, 더 넓은 관점에서 보든 더스크의 귀환을 막아야만 한다.


······강압적이지 못한 건, 이렇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은 마지막 도리.


1회차의 끝.


영육이 분리된 더스크를 보며 카트란은 다시 되뇌었다.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러니.


“내가, 내가 미안해···”


2회차도, 3회차도, 4회차도. 그 이후도······


작가의말

아아아아 글이 써지지 않습니다.

창작은 배고플 때 더 잘 나온다고 하던데.

왜 전 배고플 때 글이 써지지 않을까요.

주변 상황이 여유로워야 뭔가, 뭘 할 수 있습니다... 성격을 좀 고치고 싶어요.

오늘 오후에 한 편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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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수석(2) +7 21.02.25 325 16 13쪽
19 수석(1)-(수정) +4 21.02.24 324 16 15쪽
18 담당 교수(2) +4 21.02.23 341 19 12쪽
17 담당 교수(1)-(수정) +2 21.02.22 340 18 13쪽
16 짧은 외유(5) +1 21.02.21 381 23 17쪽
15 짧은 외유(4) +3 21.02.20 447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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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짧은 외유(2) +4 21.02.18 522 21 14쪽
12 짧은 외유(1) +2 21.02.18 545 25 15쪽
11 마법사의 연초(3) +2 21.02.18 566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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