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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아. 님의 서재입니다.

환술 적성 천재 마법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문아.
작품등록일 :
2021.02.12 23:47
최근연재일 :
2021.03.05 21:05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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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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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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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마법사의 연초(3)

DUMMY

「8회차」-3. 마법사의 연초(3)





고유 마법의 과도한 활용으로 인해 몸이 물을 먹은 듯이 축 늘어진다.

카트란이 펼친 마법을 강탈하고, 그것을 기초 환술이 엮인 고유 마법과 연개한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었다.

아직은 내게 허락되지 않은 경지. 나는 그 선을 넘었다.

마법의 소유권을 쥐고 있던 카트란 헤르시아가 내 시도를 가만 내버려 둔 것도 있지만, 플레이어라는 이점을 살린 덕이었다.


고작해야 수 분 남짓한 시간. 아주 잠깐뿐이었지만, 등급 외에 달하는 내 육체 능력은 이 부하를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고작 이 정도로 그쳐서 다행이었다. 툭하면 과도한 능력의 활용으로 패널티를 먹는 플레이어들을 봐왔었는데.


“몸살기 정도로 그친 게 다행이지.”


식은땀을 잔뜩 흘려 찝찝한 몸을 이끌고 강의실로 향하는 길.

하늘이 부린 변덕으로 갑작스레 소나기가 쏟아졌다.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을 온전히 덮어 써버렸다.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간 강의를 듣지 못할 것 같아서 카트란을 내버려 두고 왔는데.


“···알아서 하겠지.”


굳이 침착을 활용할 필요가 없었다. 기분이 극도로 가라앉았다.

내 몸처럼. 물에 침잠한 듯이 지극히 정돈되어 있었다. 정확히는 날을 바짝 세운 날붙이처럼 날카로워진 상태였다.


······나는, 이렇게 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었다.


무슨 오해가 있었을 것이다. 면식도 없는 상대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마법을 날릴 정도로 카트란 헤르시아라는 인물이 분별을 못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 마법을 막아내고 나서 대화를 나눴다면 이런 몸 상태가 되지는 않았을 터다.


다만··· 겁이 났다.


나는 여타의 소설 속 인물들처럼 이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특성에 의지하여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직 이곳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세상은 너무도 실감이 넘치지만, 내 망막에 비치는 시스템 로그는 내게 괴리를 안겨준다.

마법이라는 경이로운 현상은 비현실적인 환상향의 단면이었다.


···그래서 겁을 먹었다.


그 경종을 느꼈을 때. 나를 향해 날아오는 마법을 목도하고 나서부터 심장의 두근거림이 가라앉지 않았다.

외면했던 망설임이 나를 좀먹는다.


······이곳에서 죽는다면 세이브 포인트부터 시작하지 못할 거라는 막연한 공포를 느꼈다.


게임과는 달랐다. 동조율이 높아도 이런 통증을 이렇게 사실적으로 느끼진 않는다. 단순히 몸의 움직임이 둔화되는 등. 약간의 위화감을 느끼는 게 다였다.


그런데··· 선명하다.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내 등을 떠미는 것 같았다.


아직도 나는 이 세계에 적응하지 못했다.

고작 3주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니.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도 아테라의 여명을 여러 차례 플레이해왔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스크 생도?”


멍하니 강의실이 있는 건물 앞에 서 있는 내게 빈하임 조교수가 다가왔다.


“······어, 음.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있었나 보구나.”

“아, 예.”


어색한 듯 볼을 긁적이던 빈하임 조교수가 회중시계를 보더니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 그, 사실 너한테 전할 말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거든. 위로라도 해주고 싶긴 한데··· 아무래도 지금은 좀 상황이 급한 것 같아.”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이었지만, 언제까지 궁상을 떨고 있어서는 안 된다.

버려진 공원에서 있었던 일로 인해 더욱 확실히 알게 되었다.

단순히 게임을 공략한다는 붕 뜬 마음으로 지내서는 안 된다는 걸. 위기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오늘 강의에서 아마 교수님이 널 시험하려 들 거야. 조언해 줄 건··· 마음을 다잡으라는 말밖에 없네. 그래도 미리 알고 있으면 충격이 좀 덜 하지 않겠니?”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 에르샤 하쉬안은 마법 계열 직군을 택한 플레이어에겐 꽤 인기가 있는 등장인물이었다


나는 그 환술학 전공 교수와 어떤 상호작용을 하지 않았지만, 커뮤니티의 팁글을 통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태이다.


“내가 데려와서 신경을 더 써야 하는데··· 미안하다.”

“아뇨. 괜찮습니다. 조교수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어요. 저번에도 말했지만, 이정도의 호의만으로도 저는 감사할 뿐입니다.”

“그렇게 말해준다니 고맙네.”


흐뭇하게 웃던 빈하임이 어깨를 툭툭 두르리며 격려하듯이 말했다.


“나는 네가 잘 할 거라 믿고 있어. 네 재능은 고작해야 우리 교수님의 시험으로 스러질 게 아니었거든? 그러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고, 잘 이겨낼 거야.”

“···예.”

“그래. 좋아. 빨리 네가 졸업해서 내 후배로 들어왔으면 좋겠네··· 나도 좀 인간다운 삶을···?”


의식을 흐름대로 말을 이어가던 빈하임 조교수가 얼굴을 굳히더니 곧 어색한 얼굴을 지었다.


“그, 이게 본심은 아니고? 알지? 하하, 아무튼 잘 해. 나는 강의 준비 때문에 바빠서.”


다급히 발길을 돌리는 빈하임 조교수를 보며 생각했다.


···조교수의 일이 많이 힘든 것 같다고.


“환술학으로 전과하는 건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하나···?”


작은 중얼거림을 들은 것인지. 걸어가던 빈하임 조교수의 어깨가 들썩이더니 뒤를 돌아 가느다란 시선으로 날 주시한다.

덕분에 가라앉았던 기분이 풀린 건 사실이었기에.

안심하라는 듯이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빈하임 조교수가 떠나고 나서. 어느새 비가 그친 밖을 보았다.


······괜한 사색을 한다.


나는 본래 감정적인 인간이었다. 여러 가지 요인과 환경이 좋지 않았다. 그 탓에 내 성격은 조금 많이 비틀려 있었다.

그걸 고쳐준 게 우연히 마주친 어르신이었다.


그분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아마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인연이었고, 가장 가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든다.

은사이신 어르신 덕에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성격도 고칠 수 있었고, 사람 구실도 하게 되었으니.


그러나 아직 모자란 것 같았다.


나는 여전히 상황과 기분에 휩쓸리는 성격이었다.

이번 일로 인해 그것을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


“···고쳐야겠지.”


당장 확연한 효과를 보일 방법이 있다.

현실이었다면 불가능했겠지만, 가상과 현실 그 어중간한 곳에 위치한 이곳이라면 가능하다.


<KP를 소모하여 특성 「냉정」을 추가합니다.>


<특성 정보에 변동사항이 있습니다.>

ㄴ로딩중···


<변동사항>

<특성>

ㄴ:[순임의 시간-1], [침착-3], [통찰-3], *[냉정-1]


<KP를 소모하였습니다.>

[보유 KP]

ㄴ: [841.50]


내면에서 무언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심상 속의 호수에 작은 살얼음이 끼었다.


침착은··· 난잡하게 일렁이는 호수의 표면을 정돈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냉정은 과격하다.


눈을 감았다.


—서걱.


절삭음이 들려왔다


눈을 뜨고 바라본 세상은, 조금 단조로워 보였다.






*****





아르셀 헤르시아는 푹하며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뱉어냈다.


“···이게 다 그 사람 때문이야.”


손에 들린 작은 메모지. 그곳엔 그녀가 지켜왔던 하루 일과표가 적혀 있었다.


======

일어나서 조깅 X

기초 술식 30개 연산하기 X

약 먹을 시간 O

강의 듣기 O

.

.

.

마법서 탐독

화신과 대면

마법 시연

.

.

취침

======


그녀는 이런 부분에서 유난을 떨곤 했다. 재능보다는 꾸준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잠깐 타오르고 마는 충동적인 열정보단 북부의 녹지 않는 만년설이 좋았다.


···최근 들어 일과표를 어기는 일이 잦아졌다.


굳이 계기를 특정 짓는다면 펠 교수의 강의를 듣고 나서부터.

더 정확하게 특정하자면, 공간동결을 요건으로 내걸고 치른 모의 마법전에서 더스크가 만들어낸 땅거미 진 그늘을 마주하고 나서였다.


다시 그때를 떠올리니 괜히 주눅이 들곤 하였다.


‘주눅 들 필요는 없어.’


고개를 휘휘 저으며 강의실로 들어서려 한다.

그러다 입구에서 멍하니 서 있는 더스크를 발견했다.


‘···?’


특정할 순 없었지만, 무언가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안, 안녕하세요?”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며 눈을 마주친다.


우뚝-


강의실로 들어가려던 발걸음이 멎었다.

더스크의 시선은, 이전보다 더 차가워져 있었다. 저도 모르게 행동을 멈출 만큼 이질적인 시선이었다.


호수의 표면과 같은 불변?


아니었다. 저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불변이 아닌 결여.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그는 너무도 많이 바뀌어 있었다. 가까이에서 확인하니 그 변화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질적이었다. 너무도 확연한 변화라서 저도 모르게 입을 열고 만다.

사람의 시선을 속박하는 사이한 분위기도 한몫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나요?”


고개를 작게 기울인 더스크가 무언가 생각을 하듯이 눈가를 좁힌다.

시선은 자신에게 향해 있었지만, 전혀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듯 무감했다. 그 차가운 시선에 위압을 느끼고 말았다.

마치 마탑의 원로와 아버지를 마주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고위 마법사들의 완벽한 자기통제와 비등한 분위기.


가문을 향한 애착과 자부심이 있는 아르셀은 이런 자신의 모습이 익숙하지 않았다.

괜히 더스크의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내 더스크의 입이 열렸다.


“당신의 언니와 작은 마찰이 있었습니다. 무슨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직접 듣진 않았지만, 당신과 연관된 오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카트란 헤르시아의 유난은 조금 유명했다.


매사에 낙천적인 것을 넘어 방만한 태도를 유지하던 카트란이지만, 유독 아르셀과 연관된 일에는 엄격과 과격의 선을 넘나들었다.


“사과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사자가 아니니.”

“그래도 언니랑 저는··· 가족이니까요.”

“그렇다면 제 부탁을 하나 들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무슨 부탁?


아르셀은 눈을 끔뻑이며 더스크의 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네에에?”


저도 모르게 얼이 빠진 소리를 내고 말았다.





*****





마법은 위험하다. 1위계의 마법사만 하더라도 화신의 갈망에 휘둘려 아무렇게나 마법을 난사한다면 평범한 사람 수 십을 학살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그 마법을 쥔 마법사는 항상 확고하고, 냉철한 사고를 유지해야만 한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 생각한 대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악마라는 존재가 그렇게 위험하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화신을 통제할 수 있는 4위계 마법사부터 인장을 부여해 정식 마법사로써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제국법 또한 없었을 터다.


강의 「마법과 명상」은 그런 마법사의 위험성을 미연에 차단하고, 잠재우기 위해 존재한다.

명상을 통해 화신의 갈망을 이해하고, 해소하여 스스로를 통제한다.


······사실 교육 커리큘럼에 들 필요가 없는 강의였다.


누군가 가르친다고 될 일이 아니기에. 스스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마주 서야 하는 문제이다.


에르샤 하쉬안이 여러 문제를 해결하며 구태여 이런 강의를 개설한 이유는, 환몽의 정원. 자신이 떠맡게 된 환탑을 부흥 시키기 위함이었다.


환술은 여타의 전공보다 더 냉철한 이성을 요구한다.


스스로 환각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불변하지 않는 중심을 보유한 동시에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언제든지 넘나들 수 있어야 한다.


이 강의를 진행하며 환술 적성과 그런 성정을 가진 생도를 찾으려 했지만.


‘없어, 어딜 봐도 없어.’


위세가 더욱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 탓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빈하임 조교수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북부의 변두리에 있는 트레일 영지.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한 그 설원에서 만난 재능 덩어리를 데려온다고 했었다.


그런데 낙제생이라 소문이 자자했다.

능평에선 지극히 낮은 점수를 기록했고, 강의마저 거부하는 듯 제대로 강의를 듣지 않아 학사권고까지 내려올 뻔했다.


‘과거이긴 한데··· 뭐 이리, 휙 바뀌는 거야?’


우스운 낙제생에서, 싸가지는 없지만, 조금 재능이 있는 생도.


학자의 고루함과 상인의 실리. 귀족의 품격으로 똘똘 뭉친 제니아 페른하임이 마킹이라도 하듯이 공방의 옷을 입힌다고도 하였다.


상당히 재밌는 생도였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그 소문들이 사실이며, 빈하임의 말처럼 환술 적성이 뛰어나다면 환탑으로 데려올 필요가 있었다.


‘시험 해봐야지.’


비틀었던 입매를 고운 호선으로 변경하며 강의실로 들어선다.


···완벽하게 꾸며진 가면이었다.



-마법사의 연초(END)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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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듣고 싶지 않은(1) +2 21.02.26 268 16 12쪽
20 수석(2) +7 21.02.25 324 16 13쪽
19 수석(1)-(수정) +4 21.02.24 324 16 15쪽
18 담당 교수(2) +4 21.02.23 341 19 12쪽
17 담당 교수(1)-(수정) +2 21.02.22 340 18 13쪽
16 짧은 외유(5) +1 21.02.21 381 23 17쪽
15 짧은 외유(4) +3 21.02.20 446 24 13쪽
14 짧은 외유(3) +9 21.02.19 520 27 14쪽
13 짧은 외유(2) +4 21.02.18 522 21 14쪽
12 짧은 외유(1) +2 21.02.18 544 25 15쪽
» 마법사의 연초(3) +2 21.02.18 561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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