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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아. 님의 서재입니다.

환술 적성 천재 마법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문아.
작품등록일 :
2021.02.12 23:47
최근연재일 :
2021.03.05 21:05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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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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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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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수석(2)

DUMMY

「8회차」-5. 수석(2)





“···너는 또 왜 여기 온 것이냐?”


델로스는 입가에 호선을 가득 머금고 있는 카트란을 보았다. 여전히 눈은 흐리멍텅했지만, 어딘지 날카로운 기색이 어려 있었다.


“으음, 전달할 사항이 있어서 말이에요. 아무래도 델로스 교수님이 조교수를 한 명도 들이지 않아서, 저한테 맡긴 것 같네요?”


헛소리였다. 전달 사항 같은 것은 조교수가 없는 델로스는 행정부에서 직접 전달했었다.

카트란이 제멋대로 가로챈 게 분명했다.

하지만 델로스는 그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나름 사려가 깊은 노교수는 후배들 앞에서 카트란의 체면을 상하게 하지 않았다.


“그래, 무슨 말을 전하려고?”

“중간고사 이후에 있을 워 메이지 경연 대회. 혹시 참가할 담당 생도가 있으면 지금부터 접수해야 한다고 해서요.”


카트란이 파르바스와 더스크 그리고 자신의 동생인 아르셀을 훑어보았다.


“참가할 후배가 정말 많네요? 수석. 차석, 최근 소문이 많았던 불씨까지. 그렇게 전하면 될까요?”


델로스는 괜히 불안했다. 카트란은 악명이 자자하기 때문이다. 그 천부적인 재능이 문제가 아니라, 동생인 아르셀에 대한 끔찍한 집착이 문제였다.

차마 소리치기도 뭐했다. 고등부는 진작에 졸업한 이후가 아닌가. 하물며 남의 가정사이다.

깊이 개입해봤자 피곤한 일일 뿐이다.


‘제 딸이라면 미친 듯이 날뛰는 뇌신 놈도 그렇고. 저놈의 집구석은 대체 왜.’


콧잔등을 씰룩인 노교수가 입을 열었다.


“전할 건 그게 다지?”

“그게, 또 있긴 해요. 사실 저도 담당 교수 변경을 신청했거든요. 델로스 교수님 받아주실 거죠?”


실체화된 불안감은 예상보다 더했다. 델로스는 쓰다듬던 수염을 저도 모르게 몇 뿌리 뽑고 말았다. 노교수는 움찔 어깨를 떨었다. 따가웠다.


“너는 멀쩡히 잘 다니다 그게 웬 말이냐. 잠시 집무실에서 얘기 좀 해보는 게 좋을 것 같구나.”

“네에.”


델로스와 카트란이 집무실로 향하고 난 후. 뻘쭘하게 서 있던 아르셀이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이거 드세요. 피로 회복제에요.”


브로치 덕에 상처는 없었기에 굳이 의무실로 찾아갈 필요는 없었다.

건네받은 피로 회복제를 들이켠 파르바스는 드물게도 우물쭈물한 기색으로 아르셀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죄송합니다. 말은 걸어 주지 말아주세요.”


거구의 순박한 웃음은 가히 흉악한 흉기였다. 그 위압 넘치는 흉소에 기겁을 한 아르셀은 어색한 몸짓으로 뒷걸음질 쳤다.


“아···.”


상처를 받은 파르바스는 표정을 굳혔다.


‘스승님의 말마따나 이성과의 관계는 사치일 뿐이다. 내게 중요한 건 투쟁이다. 나와의 투쟁. 돌아가면 등을 부숴야겠군. 건강한 육신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항상 명심하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노친네.’


자기합리화일지는 모를 일이다.




*****




델로스의 한숨과 함께 상담이 끝났다.


“그래, 네 뜻이 그러하고, 그쪽 교수가 이해해준다면 못 받아 줄건 없지.”

“그럼 다음 주 금요일부터 저도 교수님 휘하 파티에 들어가는 거군요?”

“알겠으니. 이만 나가서 볼일 보거라. 동생 얼굴도 보려고 온 것 아니더냐.”


관자놀이를 짚으며 혈압 걱정을 하는 델로스를 내버려 두고.

방긋 미소를 지은 카트란은 산뜻한 걸음으로 집무실을 나왔다.


‘알게 뭐야.’


파르바스와 아르셀은 이미 자리를 뜬 후였고, 더스크 홀로 남아 모의 마법전을 복기하고 있었다.

얼굴을 보려 했던 동생이 도망친 후였지만, 자리를 뜨지 않은 그녀는 더스크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때랑은 또 달라졌네?'


좀 더 마법적 소양이 깊어진 듯 보였다.

이전보다 차분한 느낌이 강했다.

그것도 흥미로웠지만, 카트란은 모의 마법전의 흔적이 더욱 흥미로웠다.


에테르에는 기억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반복된 숙달로 마법을 각인시켜 과정을 간소화하는 것.

치유술을 통해 결손된 신체를 순식간에 복원하는 게 이 기억력 탓이다.


만능은 아니었지만, 아직 짙게 남은 흔적을 쫓는다면 마법전의 과정과 결과를 읽지 못할 것도 없었다.


'무승부. 델로스 교수님이 막지 않았으면 패배.'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

상대는 그 키샥 레헤닐의 제자이자 수석 입학생이다.

오히려 무승부 직전까지 모의 마법전을 치른 더스크가 대단한 것이었다.


······허나 괜스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복잡함의 원인은 무엇인가.

재능 넘치는 마법사는 머리를 어지럽히는 잡념을 정의 내리려 했다.


‘아무래도 아르셀 때문에 그런 것 같네.’


동생은, 귀여웠다.

카트란의 눈에 비친 아르셀은 보호해야 할 존재이다. 손쉽게 펼칠 수 있는 마법도 수십 번은 반복해야 숙달하지 않는가.

이런 위험한 세상에서, 그런 연약한 동생은 한눈을 팔면 죽어버릴 수도 있기에.


‘아르셀이 저 남자 주변을 돌아다닌다고.’


카트란은 이런저런 눈을 아르셀 주변에 심어놓았다.

그렇기에 알았다. 아르셀이 더스크의 주변을 맴도는걸. 그저 배울 것이 없나 살피는 행동이었지만, 카트란의 눈엔 남녀 사이의 문제로 보였다.


‘그러면 강해야지.’


비록 지긴 했지만, 그땐 상태가 좋지 않았다. 머리도 어지러웠고, 연초를 태우지 못해 제대로 마법도 펼치지 못하는 상태였지 않은가.


“저기 후배님?”


하지만 이젠 다르다. 아르셀이 연초를 가져갔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턴 방비를 단단히 했다. 무려 도난 방지 마법과 알람 마법을 다섯 겹이나 걸어 놓았다.

다시 붙는다면 질 일은 없었다.

그게 문제였다. 동생과 관계를 맺으려면 자신보다 강해야 한다.


“후배님 내 말이 안 들리는 거야?”

“아, 죄송합니다.”


상념에서 깨어난 듯. 느릿하게 들린 고개. 마주친 눈은 아직도 여운에 잠겨 있는지 흐릿했다.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물어봐도 돼?”


심장이 두근거리며 뛰었다. 지금부터 자신이 할 제안과 그걸 받아들일 더스크를 생각하니. 성탄절 날 선물 상자를 뜯는 어린아이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받아본 적은 없지만.


입가에 보기 좋은 미소를 머금고, 대답을 기다린다.


“예.”

“좋아. 그, 혹시 분하지는 않아? 사실상 진 거잖아. 나는 너한테 지고 나서 엄청 분했거든?”


더스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분하지 않겠는가. 보스 몹으로 지정된 인물이 아니라, 수석 생도에게 진 것이다.


“그래? 그래서 말인데. 너한테 제안할 게 있어.”


기분이 좋은 듯 허밍을 부르며 품을 뒤지던 카트란이 꾸깃꾸깃한 서류 한 장을 꺼냈다.


“이건?”

“미안해. 급하게 챙겨오느라 상태가 안 좋네. 천천히 읽어봐 나쁜 조건은 아닐 거야.”


카트란은 자신이 있었다. 페른하임 가와 후원 계약을 맺은 건 알고 있었지만, 그 계약을 깨트려 헤르시아로 그를 끌고 올 자신이 너무도 넘쳤다.


‘장사치보단 마법 명가가 더 좋지.’


마법사의 성장에 필요한 요건은 마법사가 더 잘 알지 않겠는가. 이건 상식이다.


“어때?”


수락하지 않고는 못 배길 터다. 무려 청색 마탑의 서고를 개방해준다는 조건도 있었기에.


“곧바로 서명할 거지?”


품에서 만년필을 꺼낸 카트란은 그것을 더스크에게 건네었다.


“죄송합니다.”

“그래, 그럴 줄···?”


만년필을 건네던 손이 굳었다. 허공에 우뚝 선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카트란이 고개를 기울였다. 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적어도 카트란 본인이 생각했을 때는 수락할 이유밖에 없다.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알겠습니다.”


심호흡을 한 더스크는 꾸깃꾸깃한 서류를 펄럭여 카트란에게 보였다.


“여기 이 조항을 보시면······ 해서 이만큼이나 차이가 납니다. 심지어 제 무장인 일각수의 일념은 20억 헤니르 정도라고 하더군요. 매 분기마다 이런 무장이나, 비슷한 가치의 지원을 해준다고···”


더 들을 것도 없었다.


“그, 그래.”


그녀는 기묘한 패배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제니아 페른하임에게, 장사치의 돈에 패배한다고 생각하니 마법사의 진리가 무너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생각해봐. 지원이 좋긴 하지만, 청색 마탑의 서고에 들어갈 기회가 그리 쉽게 찾아오는 게 아니야.”

“20억 헤니르면 들어갈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말하면 그렇긴 한데.”


돌연히 뒤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델로스가 집무실에서 다시 연공실로 나온 것이다. 노교수는 고개를 저으며 카트란에게 은근한 눈치를 주었다.


‘내 제자를 어딜.’


이미 그 재능에 매료된 델로스는 카트란의 수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구겨진 자신감이 치솟는 짜증의 원인을 찾아낸다.


‘그러고 보니?’


더스크가 입고 있는 생도용 제복은 페른하임 가의 공방에서 제작된 듯. 물결치는 불꽃이 옷깃에 수 놓여 있었다.


“마음에 안 들어.”


동생이랑 그렇고 그런 미묘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주제에 헤르시아가 아닌, 페른하임을 선택하다니.

미간을 좁힌 그녀는, 델로스에게 꾸벅 인사를 하곤 발길을 돌린다.


“커험.”


흐뭇하게 웃은 델로스가 수염이 빠져 따가운 턱을 매만졌다.





*****





4월 중순.


중간고사 기간이 되어 도서관을 찾는 생도들이 많아졌다.

이 시기가 지나면 다시 인적이 드물다 못해 없는 공간이 될 테지만, 지금 당장 불편하기는 했다.


내가 기록하려 했던 서적을 채가서는 공부는커녕 밖에서 애인과 떠들다 들어오는 게 다였다.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시험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것.

내게 통찰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부 1학년 중간고사에 필요한 문제들은 이미 기록한 지 오래. 다가오는 시험은 오픈 북 테스트와 다를 게 없다.


굳이 도서관에 있을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조용히, 소리를 내지 않고 의자를 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부는 하지 않는 주제에 소음에는 민감한 생도가 많기에 어쩔 수 없었다.

제니아에게 목례를 한 후. 도서관을 나와 버려진 공원으로 향한다.


“로그아웃.”


이건, 버릇이 됐다.

혹시 모를 일이지 않은가. 곧바로 게임이 종료될지 누가 알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렇게 공원에 도착해 벤치에 앉았다. 잠깐 풀숲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으나 길고양이라 여겼다.

인적이 없는 곳이기 때문인지 고양이가 자주 보였던 탓이다.


“워 메이지 경연 대회.”


최근 가장 신경 쓰이는 주제였다. 중간고사 이후에 펼쳐지는 이 경연 대회는 일반적인 대회와는 달리 실전성이 강하다.

미래의 워 메이지를 보기 위함인 탓이다.

허나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분명 메인 스트림이 진행될 텐데.”


본래는 2학기에나 일어났어야 할 서막. 광신의 준동이 얼마 전에 일어났다.

순서를 따진다면 광신의 준동 이후. 중반부인 악마 현현 챕터가 시작할 터다. 사람이 몰리는 행사를 노린 테러이니.

이번 경연 대회에서 역십자의 사제들이 움직일 게 분명했다.


“고민되네.”


첫 번째 메인 스트림은 주요 인물과 연을 맺게 해주는 이벤트 개념이다.


서막에선 피스미네와 중반부에선 헤르시아 자매와.

그러니 이번 테러는 그녀들을 노린 일이 될 것이다.


“막을 수 있을까.”


나는 내 상태를 점검했다.


플레이어 정보 「더스크 트레일」

-[신체]

ㄴ: 등급 외外-[71.61]

-[정신]

ㄴ: 중중中中-[06.07]

-[재능]

ㄴ: [마도], [환각], [매혹]

-[특성]

ㄴ: [순임의 시간-1], [침착-3], [통찰-3], [냉정-1]

-[보유 KP]

ㄴ: [2241.50]


kp가 꽤 쌓인 게 보였다. 당장 신체 능력 정도는 올려도 무방할 것 같았지만, 나는 그 욕구를 참았다.


“등급 외에서 최하까지 500. 최하에서 하급까지 1000.”


재능이든, 특성이든 모든 부분에 관여하는 기본 베이스는 kp 소모율이 너무 높았다.


“아직은 효율이 좋을 때도 아니고. 최소한 최상은 돼야 하는데.”


어느 세월에 그 정도까지 올라갈까. 밤마다 매일 명상과 운동을 게을리하진 않지만, 너무도 멀어 보였다.


“차라리.”


미리 처리하는 방법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어차피 이 게임은 마땅한 공략법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 무슨 수를 쓰건 메인 스트림을 진행하고, 클리어 업적을 완수만 하면 됐다.


아직··· 악마 소환 준비가 덜 됐을 것이기도 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나쁘지 않았다. 악마 소환진을 펼치려면 마왕이나, 악마에게 공양물을 올려야 한다.

그 기간. 길다면 긴 한 달간은 의식의 준비를 마친 사제는 힘을 소진한다.


“미리 막는다.”


다음주가 시험이니.


“이번 주 주말이 좋겠네.”


벤치에서 일어나 자리를 뜬다. 서둘러 준비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지만, 이번에도 고양이겠거니 생각했다.




-수석(END)


작가의말

그거 고양이 아닌 것 같은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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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듣고 싶지 않은(2) +2 21.02.27 276 18 13쪽
21 듣고 싶지 않은(1) +2 21.02.26 270 16 12쪽
» 수석(2) +7 21.02.25 326 16 13쪽
19 수석(1)-(수정) +4 21.02.24 326 16 15쪽
18 담당 교수(2) +4 21.02.23 343 19 12쪽
17 담당 교수(1)-(수정) +2 21.02.22 341 18 13쪽
16 짧은 외유(5) +1 21.02.21 381 23 17쪽
15 짧은 외유(4) +3 21.02.20 448 24 13쪽
14 짧은 외유(3) +9 21.02.19 522 27 14쪽
13 짧은 외유(2) +4 21.02.18 523 21 14쪽
12 짧은 외유(1) +2 21.02.18 546 25 15쪽
11 마법사의 연초(3) +2 21.02.18 567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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