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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천재 흑마법사는 종말방송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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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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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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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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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침공 (1)

DUMMY

‘마법’.


그것은 마나 하트에서 흘러나온 마나가, 마나 로드를 타고 손끝으로 도달하는 과정을 거쳐 현실에 출력되는 현상이다.


내가 여러 마법을 발현할 때마다 손등에 그어지는 푸른 선의 형태가 각기 다른 것도 그 때문이다.


정해진 공식을 따라 관측된 결과를 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나처럼 자신만의 법칙을 통해 답을 도출해나가는 마법사가 있다.


이 중 무슨 방법이 옳고 그른지는 없다.

보편화된 공식은 역대 마법사들의 지혜와 의견을 통해 결론지어진 가장 규격화된 술식이니까.


‘단지 나는 내게 필요 없는 부분들을 덜어냈을 뿐이지.’


특히 [마나 실드]는 내 오리지널리티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뜯어고쳐 커스텀한 마법이다.


규격화된 [마나 실드]는 보통 보호막을 전방에 형성하고, 소모한 마나의 양에 따라 방어력이 강해져 그만큼의 충격을 막아내는 단발성 효과를 가졌다.


그에 반해 내가 사용하는 [마나 실드-改]는 나를 기준으로 형성된 영역을 유지하고, 그 방어력 또한 기습을 막아내는 수준에 불과하다.


덧붙여 마나를 아무리 소모해도 유지 시간과 영역의 크기만을 조절할 수 있을 뿐 방어력은 변함없다는 차이가 있다.


‘방어 마법이라는 본래의 용도보단 마경에서 활동하기 위해 범용성을 최대한 끌어올린 느낌이지.’


나는 탁자를 벽에 밀어붙인 뒤, 공간을 확보한 바닥에 앉아 팔짱을 꼈다.


“그럼 이 술식에서 「신성」을 끼워 넣으면 된다는 건데.”


마나와 개별적으로 운용하는 건 해본 적 없는 방식이라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흙의 지력을 회복시켰을 땐 신성력을 마나와 함께 [흑마법]으로 발현하니 효과가 발휘되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도 자세한 원리는 모르니 얻어걸렸다고 봐도 무방하지.


일단 술식의 회로를 그대로 유지한 채 강화가 가능하다는 내 이론이 맞는 방식인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저번 1호에 갔을 때처럼 마나 실드의 술식을 마법진으로 구축했다. 바닥에 그릴 순 없으니 종이 위에 그리고 마나를 조금 흘려보냈다.


곧 발현된 [마나 실드]가 영역을 확보했다.

회로를 따라 푸른 빛을 내뿜고 있는 마법진에 손을 올리니 요동치는 마나가 느껴졌다.


원래 내가 사용하던 방식은 이대로 신성을 흘려보내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건 여태 그랬던 것처럼 마나와 신성, 두 개의 기운이 섞이고 마는 방법이다.


‘단순하게 접근해 보자.’


나는 손 위로 「신성」의 구체를 만들어냈다. 구체의 범위에 든 마법진이 빛에 닿고 있었다.


술식이 신성력에 노출되었음에도 눈에 띄는 즉각적인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마나가 아니라, 「신성」이라 불리는 조화로운 기운이다.


‘설명을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다면.’


이런 방식으로도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대로 시간이 흐르자 잔잔한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웅! 마나의 채도가 더욱 높아졌다고 해야 할까, 푸른 빛을 내뿜던 기세가 거세졌다.

「신성」의 빛이 마법진에 깃든 것이다.


그 변화를 확인하고자 광채를 내뿜는 마법진에 손을 올려, 신성력의 영향을 받은 술식의 상태를 확인했다.


“······!”


됐다···!

똑같은 술식과 같은 양의 마나를 쓴 동일한 조건이었음에도, 「신성」의 개입 하나만으로 기존 출력보다 강화되어 있었다.


‘단순하게 접근하는 방식이 맞았어.’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아도, 그저 「신성」에만 노출시킨다면 그 영향을 받은 술식이 강화되는 방식이었다.


이런 간단한 방식으로 쓰려고 한 적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아 외면했던 방법이었는데···, 설마하니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했을 줄이야.


결론적으로 마나와 신성이 섞이진 않더라도, 조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선 서로에게 영향을 줄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여태 즉각적으로 발현되는 마법을 사용하다 보니, 반응은 곧바로 일어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던 탓이다.


‘아직 마나 펄스를 버티기엔 부족한 강도이긴 하네.’


하지만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개량할 가능성이 충분히 엿보였다.


이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신성」의 강화를 슬롯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 그리고 강화를 기준으로 ‘마나 펄스’에도 버틸만한 강도로 술식을 커스텀하는 것이다.


‘일단 강화를 하려면 「신성」의 범위에서 일정 시간 동안 영향을 받아야 하는 건데.’


시험 삼아 [마나 실드]를 활성화하고, 나 자신을 신성에 노출시켜봤으나 이번엔 아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마법진처럼 술식 그 자체가 영향을 받아야 강화되는 모양이다. 또한, 「신성」을 회수하니 마법진의 강화도 다시금 본래의 출력으로 돌아갔다.


즉, 강화를 유지하기 위해선 내 체내의 마나 로드가 지속적으로 「신성」에 노출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마나와 신성을 섞지 않고서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관건이었다.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었지만, 그런 첫걸음을 내디뎠어도 아직 할 일은 많았다.


“크큭.”


문득, 나는 이 작업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걸 깨달았다.


역시 본업은 어쩔 수 없는 건가?

어쨌건 해결할 문제가 많을 때 가장 빠르고 도움 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레퍼런스’를 참고하는 것.

술식을 커스텀하기 위해선 많은 경우의 수를 인지해야 최적화를 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세상은 그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단 말이지.




***




마나 회복을 위한 취침 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온 월드]에 접속했다. 그리고 마법 태그로 들어갔다.


[현재 473,524명 방송 중]


그곳엔 수많은 마법사들이 방송을 하고 있었다.


예능적인 마법을 선보이는 퍼포먼스형 마법사가 있는가 하면, 마법과 관련된 주제로 심도 있는 토론을 하거나 연구를 하면서 그냥 켜두기만 한 사람도 많았다.


이런 걸 스터디 방송이라고 하던가?

보통 시청자가 극소수인 방송이 이랬다.


어쨌건 다른 사람들이 커스텀한 술식을 찾아보기에 좋은 환경이다. 보통 방송을 하는 마법사라면 규격화된 공식보단 자신만의 방법으로 개량한 술식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 개량의 특징에서 마법사의 성향과 환경을 엿볼 수 있었다.


나처럼 생존을 위해서 효율성을 이점으로 두거나, 아니면 마나 로드를 과부하하면서까지 화력을 끌어올린 경우도 있고 위력을 희생하여 마법 발현의 간격을 줄이는 마법사도 있다.


라이브 중인 방송 말고도 ‘다시 보기’ 형태로 저장된 방송만 서칭해봐도 여러 레퍼런스가 있다.


얼마 찾지 않았음에도 마나 실드와 관련된 영상만 벌써 다섯 개나 확인했다. 그중에는 5성급이라는 수준급의 마법사도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그들의 감각대로 개량한 술식 중 괜찮은 부분을 봤을 때 곧바로 외웠다. 이렇게 필요한 부분만을 모아서 퍼즐 짜 맞추듯이 술식을 구축한다면, 마나의 효율을 비교적 유지하면서 강도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오랜만에 봐도 유용하구만.’


이렇게 마법 방송을 찾아본 건 거의 2, 3년 만이다.


은사와의 소통을 위한 방송을 그만두면서 컴퓨터 아티팩트를 켜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동안 손도 대지 않았는데 고장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면 자료 수집은 충분하고···.’


일어서서 기지개를 켠 나는 간단하게 포만감을 채운 후 [방송하기]를 눌렀다.

기울어진 캠을 바로 잡는 동안 시청자가 조금씩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들어올 때마다 채팅창에 인사를 하고, 나는 그 인사에 답해주다 보니 어느새 10분이 지났다.


[00:13:52 방송 중]

[현재 101명 시청 중]


저번 생존 신고 방송처럼 빠른 속도로 시청자가 차지는 않았고 천천히 늘어났다. 대략 낮이 되는 시간쯤에 키고 있는데, 슬슬 고정 방송 시간을 정해야 하려나?


세 자릿수 시청자를 이렇게 빨리 찍을지는 몰랐다 말이지. 2만 명이란 목표엔 턱없이 부족하긴 하다만.


“네, 안녕하세요. 다들 식사는 하셨나요? 저는 오늘도 대충 때웠답니다.”


시청자들에게 무슨 밥을 먹었는지 묻자 다양한 음식이 나왔다. 오일 파스타와 빵에···, 벌써 스테이크를 먹은 사람도 있고.


아스파라 대륙 아니랄까 봐 음식 걱정은 없다.

다른 건 몰라도 식사에 관해서는 정말 부럽다는 감정이 느껴졌다. 나는 오늘도 비스킷을 빙자한 돌덩이를 물에 녹여 먹었는데···.


[지붕맛 - 가장 먹고 싶은 게 뭐임ㅇㅇ?]


“가장 먹고 싶은 게 뭐냐고요? 하···. 진짜 너무 많은데. 잠깐만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만약, 내가 아스파라 대륙으로 가게 된다면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무엇을 먹을 것인가.


그야 당연히···.


“아무래도 고기죠? 버터를 녹여서 미디움레어로 익힌 스테이크에, 얼음 가득 넣어서 표면에 물방울이 맺힌 시원한 탄산음료 한 잔. 거기에 스테이크 한 조각을 큼지막하게 썰어서 겨자씨가 들어간 머스타드 소스에 푹 찍고 곁들여 나온 빵과 같이 먹고 싶네요.”


한 번 욕구를 말하자 생각하지 않아도 내면에 감춰졌던 말이 술술 나온다.

제기랄. 이젠 기억에서도 그 맛이 떠오르지 않는데 침이 저절로 고인다.


[지붕맛 – ㅋㅋㅋ 진짜 먹고 싶나 보네]

[지붕맛 - 나중에 만날 기회가 생기면 공짜로 고기 구워드림]


“캬, 공짜로요? 감사합니다.”


그래. 말이라도 고맙다. 식사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 떠들고 나니 채팅창에서 질문이 올라왔다.


[나톨 – 그래서 오늘은 뭐함?]


“음. 오늘은 이렇게 잔잔하게 그냥 얘기나 해볼까 해요. 이틀 뒤에 마경을 또 탐사할 예정이라 저도 준비할 게 있거든요.”


[zell369 – 또요?]

[나톨 - 또?]


그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다.

나도 또 나갈 줄은 몰랐거든.


“저도 원래 나갈 생각이 없었는데 상황이 좀 변해서요. 누군가가 식량이 있다는 구역을 제보해줬거든요? 그걸 찾으러 갈 생각이에요.”


[나톨 – 오 ㅋㅋ 이럼 ㅇㅈ이지]

[지붕맛 – 잘됐네]


“그쵸? 지금 남은 식량 비축분이 2개월 정도라 갈 거면 최대한 빨리 가는 게 낫겠더라고요. 야외 방송 컨텐츠 간격이 좀 짧은 것 같긴 하지만.”


나는 종이에 적고 있는 술식을 슬쩍 캠에다 보여줬다.


“그래서 지금 장거리 탐사를 대비해서 제 마법을 새로 커스텀하고 있는 중이에요.”


[zell369 – 그러면 그 성직자님이랑 한다는 컨텐츠는 어떻게 됐나요?]


아, 그 부분에 대해서 말을 해줘야겠구나.


“일단 제가 식량을 찾아오기 전까진 시간이 안 되고, 그분도 개인 사정 때문에 일정이 안 맞을 거 같더라고요. 기한 없이 미뤄지게 된 거라 날짜가 정해지면 말씀드릴게요.”


[zell369 – 넵]


나는 그렇게 술식을 그리면서 채팅창과 소통을 하다 시청자 수를 확인했다.

두 자릿수를 예상하고 정신적 충격에 대비해 조심스레 봤으나···.


[00:52:11 방송 중]

[현재 131명 시청 중]


엥? 거의 스터디 방송인만큼 지루해서 나갈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시청자 수가 유지됐다.


그렇다고 채팅창이 활발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가끔 말 한마디씩 던질 때 반응해주는 사람이 두, 세 명만 있을 정도로 참여율이 낮았다.


“근데 님들은 지금 뭐 하세요?”


그 질문에 방송을 조용히 듣고 있던 사람들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zell369 – 저도 공부하고 있어요]

[유클리드12 – 회의중이여 ㅋㅋ]

[나톨 – 켜두고 다른 방송 봄]

[불노루99 – 다른 방송 보는 중]


“······.”


딱히 방해되지 않으니 방송을 끄진 않고 각자 할 일을 하는구나. 시청자 유지가 되니 이 방식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나톨 – 님 그러면 다른 마법사들 방송도 봄?]


“다른 마법사요? 아까 보고 오긴 했죠. 저는 다른 커뮤니티를 못 보니까 마법을 공부하려면 방송밖에 없거든요.”


[나톨 – 그럼 파르스2088 <<<< 이 사람 봐보셈]

[나톨 – 지금 님 얘기 나오고 있음 ]


“···제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요?”


뭐야. 처음 듣는 닉네임인데 누구지?

곧장 [온 월드] 상단에 파르스2088이란 닉네임을 검색했다.


“······!”


그리고 라이브 중인 방제를 보고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실제 상황) 팔란디아를 관측하던 중 바닷가에서 위험한 걸 발견했습니다ㄷㄷ]

[파르스2088 - 현재 29,422명 시청 중]



침공을.


들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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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컨텐츠 (1) +1 24.06.21 373 2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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