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대륙급 흑마법사가 종말방송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대격크
작품등록일 :
2024.06.15 21:14
최근연재일 :
2024.06.30 12:25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2,060
추천수 :
151
글자수 :
71,491

작성
24.06.26 15:23
조회
150
추천
12
글자
12쪽

좌표 (1)

DUMMY

내 직감이 날카롭게 외쳐댔다.


‘유클리드12’.

이 녀석은 마족이라고.


[유클리드12 : 엏ㅅㅎ]

[유클리드12 : 머임?]


[IVAN : 맞나보네요]

[IVAN : 반말은 미안합니다.]


[유클리드12 : ...어케 아셨나요?]


부정해봤자 소용없다고 느꼈는지 유클리드12는 순순히 수긍했다.


‘어떻게 알았긴···.’


이 묘하게 빡치는 말투와 눈치 없는 행동.

바로 마족이란 종족의 특성이다.


귓속말로 비밀 방송 요청, 빙빙 돌려 말하며 있어 보이는 척, 거기다 채팅창 도배까지.

이 모든 것들이 마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납득간다.


그렇다고 이걸 그대로 말할 순 없는 노릇이다.


[IVAN : 마족이 마왕을 얼마나 따르고 있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유클리드12 : 아!]


틀린 말은 아니지. 마왕개새끼란 말을 쓰지 못한 사상 검증이 증거는 맞았으니까.


유클리드12의 정체를 알고 나니 여태 호감 가지 않는 인물이었음에도 이야기를 할 마음이 생겼다.

마족이라면 현 마족의 동향을 들을 수도 있고.

그건 마경이나 [온 월드]에선 알기 어려운 정보다.


‘그래도 여기서 이야기를 나누긴 힘들지.’


아까 방종을 하고 나서부터 급격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해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불편한 단말기로 계속 귓속말을 나눈다면 주변을 경계할 겨를이 없다.


[IVAN : 일단]

[IVAN : 제가 위험한 데에 있어서]

[IVAN : 집으로 돌아가면 그때 연락드릴게요]


[유클리드12 : 헉 이야기해주시는 건가요?]


[IVAN : 전 마족에 꽤 호의적이거든요]

[IVAN : 전쟁 때 도움도 꽤 받았고]


이건 '탈환 전쟁'에 참가한 자들이라면 대부분 마족에 대해 인정하는 부분이었지.


이계의 침입자가 사용한 무기들은 함대나 고등 크리처같이 몇 단계씩이나 진보한 것들이라 매우 위력적이었다.


어설픈 수준조차 무려 준아티팩트급 정도의 위력. 게다가 마법만큼 강력하지만 짧은 간격의 원거리 화력까지 갖추고 있어 무장만으로도 전력 차가 상당했다.


무엇보다 날아오는 폭격을 뚫어내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자원한 자들은 있었지만, 그들을 단순히 고기 방패로 소모하기엔 아까운 자원이었고 개죽음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그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마족이었다.


마족은 종족의 재생력을 믿고 선봉에 나서서 달려들어 길을 만들어냈다. 재생한다지만 엄청난 고통을 감수한 행위는 그들의 마왕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해냈다.


그건 ‘임시 동맹’이라는 결속을 더욱 단단하게 해주는 효과까지 있었다.


[유클리드12 : 전쟁 참가자셨어요...?]


···당연한 소리를.

이렇게 눈치 없는 소리를 하니 새삼 본인이 마족이 맞다는 걸 인증했다.


[IVAN : 그러니까 지금까지 살아있죠]

[IVAN : 아무튼 이제 돌아가서 연락드릴게요 답장 안 하셔도 됩니다]


그렇게 말하고 단말기를 안으로 넣었다.

우웅! 그러자 또다시 진동이 울렸다.


“······.”


마족에 대한 호감이 조금 떨어지려고 한다.


그 사이 주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더욱 어두워졌다. 마경의 밤은 매우 위험하다. 마기의 효과가 더욱 증폭되며, 존재감이 더욱 옅어져 인기척을 느끼기 힘들어진다.


‘마경이 이래서 돌아다니기 힘든 거지.’


어제 방송에서는 시야 공유를 위해 랜턴을 사용했지만, 그건 내 거점이 근처에 있어서 사용한 것이다. 굳이 내 위치를 노출 시킬 생각은 없다.


시야에 마나를 적용하자, 주변의 지형이 경계선처럼 강조되어 뚜렷하게 표시됐다.

탐색 마법까지 활성화하면 편하겠으나 내가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슬롯」은 두 칸.


이미 마나 실드를 활성화 중이니 남아있는 슬롯은 한 칸뿐이다. 그마저도 가끔 정화 마법을 돌리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슬롯을 3개 이상 쓴다면 마나가 너무 낭비된단 말이지.’


그리된다면 마나를 아끼기 위해 마법을 개량한 이유가 없어진다. 대신 마경의 풀들은 바싹 마른 덕분에 밟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울린다.


그래서 시각보단 청각에 집중하다 보면 미리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부스럭-.


바로 지금처럼.


파악! 짙은 안개를 뚫고 무언가가 날아왔다. 실드를 소모하지 않고 순간적으로 영역을 줄여 회피했다.


‘뭐지? 무기는 아니고.’


옆을 지나간 통나무처럼 두꺼운 그것은 곧바로 회수되었다. 공격이 날아온 곳을 응시했다. 그러자 바닥에 질질 끌리는 소리가 더욱 커지며 놈의 형체가 경계선으로 표시되었다.


“···진짜 창의적으로 생겼네.”


인간이 변질된 것인지, 방송 중이었다면 정지를 먹었을 정도로 역겹기 짝이 없는 구조였다.


상체는 사람의 형태였지만, 밖으로 전부 튀어나온 장기가 마치 달팽이처럼 물결치듯 움직여 다리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까 들린 소리의 원인으로 보였다.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놈의 오른팔. 왼팔이나, 양다리가 모조리 오른팔에 뭉쳐져 있어 크고 두꺼워진 형태였다.


‘방금 피한 공격의 정체가.’


저걸 날린 거겠지.

아마도 신축성이 있는 소재로 변질된 듯하다.


우웅! 마나를 끌어올렸다. 아까 포션을 마신 덕분에 마나가 부족할 리는 없었다. 손등에 푸른 선이 그어지곤 이번엔 흑마법이 아닌, 속성 마법을 발현했다.


[아이스 스피어]


허공에 생긴 일곱 개의 얼음 창.

그것들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 괴이에게 꽂혔다.


치이익!


그러나 틀어박힌 얼음창이 놈을 빙결시키기 전,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처음 보는 반응이었다.


“뭐야···. 이제 와서 또 신종이 나타난다고?”


내가 지금껏 발견하지 못한 건지.

아니면 마기가 더욱 짙어진 까닭에 괴이가 새로운 형태로 변질된 건지 구분할 수 없는 게 문제였다.


“······!”


그때 전조도 없이 오른팔이 급격히 늘어났다. 얼마나 튼튼하지 확인하기 위해, 피하지 않고 마나 실드를 앞세워 정면으로 부딪쳤다.


쩌엉! 충격을 흡수하며 괴이의 팔이 휘어졌다. 채찍처럼 휘둘렀으나 실드의 내구도를 뚫어내지 못한 탓이다.

애매모호한 위력이다.

무기로 사용한 오른팔이 보이는 것에 비해 단단하지도, 가볍지 않아 속도가 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흠. 산성이란 성질이 추가된 대신에 육체적 강도가 낮아진 건가?’


실망스럽다.

이러면 별거 없잖아.


탐색은 끝이다. 마나 하트에서 마나를 끌어올렸다. 손등까지 그어진 푸른 선에서, 이번엔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초점은 괴이.

손으로 조준한 순간, 주먹을 있는 힘껏 쥐었다.


[익스플로전]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괴이가 형체도 남기지 못하고 폭발했다.


산성은 여전한지, 산산조각난 육체의 파편이 지면 곳곳을 녹이며 파고 들어갔다. 내 마나 실드에도 묻어 타들어 가는 소리를 내며 흘러내렸다.


이번 괴이는 너무 이도저도 아닌 형태의 변질이었다.


어쨌건 신종은 신종이니···.

이 정보도 복귀하면 기록해두도록 하자.




***



약 6시간의 행군을 마치고 나서야 아이반 하우스로 무사히 복귀했다.


그 과정에서 방송을 켜지 않아 정신적 피로는 덜했지만, 역시 강행군이 한계에 도달했는지 굶주린 육체가 고통을 호소했다.


마음 같아선 모조리 집어던지고 이틀 내내 잠만 자고 싶었다. 그러나 내 상황은 그런 여유가 허락되지 없는다. 혹시 모를 오염을 대비해 모든 장비에 정화 마법을 시전했고, 그 이후에 뜨거운 물로 샤워까지 마쳤다.


“후우···.”


졸리다.

자고 싶다.

마나 실드도 해제해 모래 주머니를 놓아버린 기분이다. 이대로 침대에 드러누우면 그 누구보다 행복하겠지···.


그러나 나는 그 욕망을 기어코 참아내고 곧바로 컴퓨터에 앉았다. 확인할 것이나 할 일이 많았다.


우선 방송 통계부터.

이번 야외 방송의 성과를 확인해야 했다.


그 결과는···.


[‘IVAN’ 님의 방송 통계]

[총 방송 시간 151 시간]

[최고 시청자 12,177명]

[평균 시청자 432명]

[팔로워 4,918명]

[팔로워 변동 +4,911명]


“미친···.”


엄청난 상승세다.

소위 말하는 은어로 ‘떡상’.


최고 시청자는 방송 시작 3일 만에 1만명을 돌파했고, 평균 시청자도 400명대에 도달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결과를 확인하니, 마우스를 잡은 손이 땀범벅이 될 정도라 기쁨보단 놀라울 따름이다.


“근데 팔로워가 왜 이렇게 많이 늘어났지?”


야외 방송을 하면서 유입들에게 딱히 팔로우를 해달라고 말한 적은 없었다. 짜잘하게 들어오기도 했고, 막상 내가 크게 유입 시청자를 받은 건 세피아가 나타났을 때뿐이었는데.


팔로우 목록을 확인해보니 실제로 팔로워 대부분이 그때 유입이었다.


“거의 다 세피아 팬덤이네.”


그마저도 다음날 방송을 했을 땐 안 보이던 이들이다. 내 존재를 알린 것 자체는 좋지만, 방송 볼 생각은 아닐 텐데 굳이 팔로우는 왜 하는지 궁금해졌다.


‘흐음. 해도 상관없어서 그런 건가?’


당장 떠오르는 이유는 그것뿐이다. [팔로우]는 그냥 버튼 하나만 딸깍 클릭하면 되는 것이니까. 그 방송을 보든 말든, 딱히 시청자가 달라지는 건 없었다.


팔로우 목록에 한 명이 추가되는 것 이외엔.


‘그러고 보니 다른 방송인들도 시청자보다 팔로우가 훨씬 높기는 했지.’


그러면 이게 당연한 현상인가보다.

뭐, 이런 심는 방송 켰을 때 젖소가싫어요나 다른 시청자한테 물어보면 되겠지.


자, 이제 유클리드12 차례인가.


나는 아까 마지막으로 받은 ‘1’이 떠오른 귓속말을 확인했다.


[유클리드12 : 넵 답장안할게요!]


“···에휴.”


답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이런 대답을?

나오려던 한숨을 결국 참지 못하고 귓속말을 보냈다.


[IVAN : 계십니까?]


[유클리드12 : 네 복귀하셨군요! ]


계속 자리에 있었는지 유클리드12의 대답이 곧바로 돌아왔다.


[IVAN : 그래서 저한테 궁금한 것들이]

[IVAN : 그냥 마경에 대한 정보인 거죠?]


[유클리드12 : 네ㅠㅠ]


[IVAN : 공유하는 과정이 까다롭겠지만, 알려드리는 것 자체는 상관없어요. 나중에 이런 일이 생길까 봐 수기로 정리해놨거든요]


내가 마주친 괴이들의 특성.

그리고 지형의 변화 등등 내가 마경에서 생존하며 기록한 일지가 있다. 그거라면 마경에 대해 파악하기 충분하다.


[유클리드12 : 정말요? 감사드립니다ㅠ]


[IVAN : 대신 저도 몇 가지 좀 물어봅시다]


나도 여러모로 궁금한 게 많단 말이지.


[IVAN : 왜 비밀방송을 요구하셨나요?]


[유클리드12 : 그게]

[유클리드12 : 다른 사람들이 마경에 대한 관심을 갖는 걸 최대한 피하고 싶었거든요...]


엥? 어째서 이런 생각을 한 거지. 마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좋은 거 아닌가. 새로운 의문이 떠올랐으나, 일단 원래 묻고 싶었던 것들을 물었다.


[IVAN : 식량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건요?]


[유클리드12 : 제가 알고 있는 숨겨진 거점이 있거든요. 그 좌표에 아직 식량들이 남아있습니다.]


“······!”


눈이 부릅떠지는 정보다.

식량이 남아있다고?


[유클리드12 : 전쟁 당시 보급으로 쓰던 곳이에요. 건조 식품 같은 것들은 마기 때문에 이미 오염되었겠지만, 통조림들도 많이 비축되어 있어요]


[IVAN : 혹시]

[IVAN : 고기도 있습니까?]


[유클리드12 : 넵. 고기통조림 말고도 과일통조림도 있어요]


“······크으으!”


이게 방송인들이 거액의 후원을 받은 느낌인가? 흥분으로 인해 몸에 열이 오르며 급격히 숨이 차올랐다.

감정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침착하게 귓속말을 보냈다.


[IVAN : 나쁘지 않은 거래네요. 그럼 서로 협력하도록 하죠]

[IVAN : 근데 왜 마경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세요?]

[IVAN : 어차피 아스파라에 계신 거 아닌가]


[유클리드12 : 그게... 진짜 혼자 생존하신 거 맞죠?]


[IVAN : 여기까지 와서 놀리시나요]


[유클리드12 : 죄송해요ㅠ 많은 사람이 알면 안 되는 거라서요]


“어?”


곧 떠오른 귓속말은 내 눈을 의심케 했다.


동시에.

왜 사람들이 마경에 대해 관심 갖는 현상을 피하려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유클리드12 : 조만간 마왕님을 탈환하기 위해 팔란디아에 진입할 계획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륙급 흑마법사가 종말방송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유입을 위해 제목은 주기적으로 변경될 예정입니다! [천재 흑마법사의 종말방송] 24.06.26 29 0 -
공지 매일 오후 12시 20분 연재 예정입니다 24.06.26 74 0 -
12 선택 (2) NEW +1 4시간 전 58 5 12쪽
11 선택 (1) +1 24.06.29 145 12 13쪽
10 좌표 (3) +2 24.06.28 135 10 12쪽
9 좌표 (2) +3 24.06.27 144 12 14쪽
» 좌표 (1) +2 24.06.26 151 12 12쪽
7 야외 방송 - 마경 탐사 (3) +1 24.06.25 147 14 16쪽
6 야외 방송 - 마경 탐사 (2) +2 24.06.24 161 15 13쪽
5 야외 방송 - 마경 탐사 (1) +2 24.06.23 172 16 15쪽
4 컨텐츠 (2) 24.06.22 174 12 12쪽
3 컨텐츠 (1) +1 24.06.21 208 15 20쪽
2 첫 번째 시청자 24.06.21 224 12 10쪽
1 프롤로그 +7 24.06.21 336 16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