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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급 흑마법사가 종말방송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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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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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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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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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야외 방송 - 마경 탐사 (2)

DUMMY

「마왕」이 강림한 이후로 팔란디아 대륙은 마기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저항력이 없는 일반인들이 순식간에 죽어 나가거나 대륙의 변두리로 도망친 이유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마경이 된 팔란디아에 생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바싹 마른 것이라 할지라도 나무와 풀들이 있는 것처럼 가끔 움직임을 보이는 동물도 있었다.


‘먹을 수는 없지만.’


그걸 생각하니 새삼 고기를 먹은 지 오래되었다는 게 떠올랐다.


괴이들의 공통점은 마기에 의해 본래의 형태를 잃었다는 것.


마기를 흡수한 정령도 그렇다.

원래 죽었어야 했으나, 죽지 않고 마기를 받아들이는 육체로 진화한 것이다. 살아 움직이나 살아있다고 하기엔 애매했다.

그것들의 행동은 지성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본능이기 때문이다.


언데드와 생명의 경계선에 걸쳐있으니 판단하기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었다.


‘다행히 사람은 안 만나서 다행이지.’


정령이야 육체가 없었기에 어디까지나 인간 형태를 흉내낸 것이지만, 짐승과 인간은 본래의 육체를 기반으로 변질되었기에 방송에서 보여주기엔 혐오스러운 부분이 너무 많았다.

특히 밖으로 튀어나온 장기 부분은 썩어서 냄새가 고약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운이 좋았던 건지, 괴이를 만났던 이후로 전투가 벌어지지 않아 빠른 속도로 ‘1호’의 근처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원래 괴이가 종종 돌아다니는데, 다행히 마주치지 않았네요. 다른 곳으로 옮겨갔거나 수가 줄어든 거면 좋을 텐데.”


대충 짐작은 간다.

최근 지나갔던 함대의 영향을 놈들도 받은 것이다.


[불노루99 – 아까 그 징그러운 것들도 자기들끼리 싸워요?]


“무조건은 아니에요. 각자 개체에 따라 다르다고 해야 할까.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놈이 있는가 하면 공격당해야 반격하는 놈도 있고···, 반격도 안 하고 가만히 있다 죽는 개체도 있었네요.”


거점의 주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말을 하면서 화면을 전환했다.

장시간 움직였음에도 비교적 쾌적해 보이는 내 얼굴이 나타났다. 주기적으로 공기를 신선하게 정화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아마 개체의 기질에 영향을 크게 받은 게 아닐까 싶어요.”


[17:43:28 방송 중]

[현재 342명 시청 중]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시청자는 여전히 많았다.


아까 크리처를 잡고 나선 순간적으로 시청자가 800명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또다시 여기가 진짜 마경이냐는 등 같은 질문이 반복되는 현상이 있었지만, 이번엔 기존에 보고 있던 시청자들이 대신해서 설명까지 해주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비교적 얌전하게 잦아든 상태다.


당연한 현상이다. 처음엔 충격적이었던 마경의 풍경도 잔잔하니 지루해졌고, 괴이도 마주치지 않아 자극적인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벌써 성공적인 컨텐츠였다.

3일 만에 이 정도 성과라니. 유동으로 왔다 갔다 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미 몇천 명은 내 방송을 봤을 것이다.


그들의 입소문으로 팔란디아에 누군가 생존하고 있다는 게 점차 퍼지겠지.


바로 나, 아이반 데르가 말이다.


“자, 잠시 화면은 가릴게요. 제 거점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드리고 싶지만, 청소를 안 해서 내부가 좀 그렇거든요.”


팔란디아 MP가 차단되었더라도 아스파라 대륙에 이계의 침입자가 이미 진입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보를 얻기 쉬운 개인 방송이란 매체를 이용하지 않을 리가 없다.

어쩌면 이미 내 방송을 보고 있을지도.


‘유클리드12가 그래서 신경 쓰였단 말이지.’


마경.

그 키워드에 이끌려 이제야 막 방송을 시작한 내게 찾아와서는 비밀 방송으로 보여달라는 건···.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꺼림칙하다.

중간중간 채팅창을 확인할 때도 유클리드12는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나는 화면을 끄고 가로막혀 있는 절벽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절벽이 뒤틀리며 그 자리에 숨겨져 있는 웅장한 모습의 방공호가 나타났다.


반가운 내 거점, 1호는 벙커 형식이다.

내가 지은 건 아니고 과거에 물려받은 것이다. 내부로 들어가기에 앞서 설치한 마법들을 빠르게 확인했다.


야외 방송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마경 탐사라고 말했었다. 내가 거점들을 보수하러 간다는 말은 언급하지 않았으니 이런 걸 보여줄 순 없지.


역시 보안이나 신호 마법 등 술식의 회로가 조금씩 타버린 상태였다. 그것들을 보수한 후에 거점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역시 먼지가 쌓여 있었다.

환기구가 있긴 했지만 필터가 기능을 다 한지 오래라 새까맣게 물들었다.


사실 이쯤 되면 눈속임이란 역할을 못 하는 거 같긴 하네.

누군가 이 거점을 발견하더라도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것 같다. 아마 이게 내가 1호를 찾아오는 마지막이 되겠지.


가볍게 바람을 일으켜 주변을 청소하고 꺼놨던 화면을 다시 켰다.


“늦어서 죄송해요. 청소 좀 하느라고.”


[나톨 – 방풍경 노잼이네 원래 살던 집이랑 뭐가 다른 거임?]


“거긴 컴퓨터가 없죠. 거기가 우리 집이라면 여긴 친척 집 느낌?”


[나톨 – ㅇㅎ 묘하게 불편하다는 거군]


뭐, 사실은 안 쓰는 거점이다만.

비슷한 느낌이다.


‘슬슬 어지럽네.’


의자에 앉으려는데 살짝 현기증이 일었다.

아무리 나라도 하루종일 마나 실드를 유지하니 정신력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도중에 공격 마법이나 정화까지 병행해서 사용하기도 했고.


이따가 방송을 종료하고 나면 마나 실드의 술식을 마법진으로 구현할 생각이다. 그러면 내가 직접 운용하지 않아도 돼서, 뇌의 부담이 줄어들고 잘 수도 있다.


휴식을 취하는 김에 칼로리 섭취를 위해 로브에서 식량과 물을 꺼냈다.


‘아. 이것도 나름 먹방이니까 보여주는 게 낫겠네.’


나는 단말기를 세워놓고 화면에 음식을 들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이도록 조정했다.


“먹방 같은 거 하면 보통 탁자에 차려서 하던데, 전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네요.”


대신 내가 만든 식량들을 보여주기 위해 단말기에 가까이 댔다. 초점이 잡히도록 음식 뒤를 손바닥으로 가리니 뭔가 우스꽝스럽다.


화면에 잡힌 건 진흙을 뭉친 듯한 생김새였다.


“이건 추뇨라는 감자 요리에요. 요리라고 하기엔 단순하게 얼렸다 해동한 걸 으깬 거지만요. 수분을 쫙 뺀 다음 건조시킨거라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해요.”


[깡냥꽁 - 무슨 맛임?]


“···짭짤한 감자맛이요. 원래 양념이랑 같이 먹는 거긴 한데, 챙겨오기엔 좀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소금간만 해뒀어요. 그리고 이건 비스킷. 제가 농사지은 밀로 만든 거예요.”


[나톨 - 오]


노잼무새에게 감탄하는 반응이 나오자 묘하게 기분이 좋다. 인정받은 기분이랄까?


“대신 그냥은 못 먹어요.”


시험 삼아 비스킷을 탁자에 내리치자 굉음만 울릴 뿐 흠집도 나지 않았다.


[나톨 - 오 ㅋㅋ 왜 이리 단단함?]


연달아 들어오는 질문에 버터랑 계란 없이 순수하게 밀가루, 물, 소금을 뭉쳐서 만든 거라 설명했다.

그나마 기름에 튀기고 설탕을 잔뜩 발라 맛은 있지만, 차마 베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내구도를 자랑했기에 물에 적셔 먹어야 했다.


팔란디아의 병사들도 이렇게 먹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지.


그렇게 낑낑거리며 먹는 게 웃겼는지 채팅창은 웃는 내용으로 도배되었다.


[zell369 - 체력이 진짜 장난 아니시네요.]


“감사합니다. 원래 더 좋았었는데 고기 같은 걸 못 먹어서 줄었어요. 마법사면 체력이 약하다는 느낌이 있던데 요즘은 아니죠.”


[젖소가싫어요 – 마나 안 부족해요?]


“제가 마법사면 그랬을 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흑마법사는 조금 달라서요.”


나는 간신히 물에 불려 말랑해진 비스킷을 억지로 삼켰다.


“마법사는 마나 회복을 하려면 물약을 마시거나 시간이 지나야 하지만, 흑마법사는 융통성이 좀 좋아요. 마나를 체력까지 끌어다 쓸 수 있거든요.”


내가 괜히 체력이 좋은 게 아니다.

전부 흑마법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단련했기 때문이다.


“대신 어디까지나 정석이 아닌 사도라 7성급 마법사는 있어도 7성급 흑마법사는 현대에 없으니 장단점이 있는 거죠. 그리고 이 마기가 흑마법에 조금 도움을 주거든요. 도착 지점은 달라도 가리키는 방향은 비슷한 느낌? 그래서 실제 마법의 위력보다 더 효과적으로 출력되고 있는 부분도 있어요.”


[젖소가싫어요 – 뭔가 되게 쉽게 얘기하시네요?]


···어째 말투가 조금 예의를 차리는 것 같은데.

고생하는 나를 보니 차마 평소처럼 말을 하진 못하겠나 보다.


“그거랑 별개로 제가 특이한 편은 맞아요. 으, 뻑뻑해.”


목이 메어 물을 마시고 말을 이어나갔다.


“예전에 제 은사가 저한테···. 아, 그러고 보니 이거 말 안 했었구나? 은사는 제 컴퓨터나 이런 장비들도 전부 구비 해주신 분이에요. 아스파라 대륙으로 넘어가면 연락할 수단이 없으니 방송으로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zell369 – 아 그래서 방송 시간이 원래 많았던 건가요?]


“네.”


놀랍게도 그렇다.

비밀번호 방을 만들어서 은사랑 주기적으로 연락을 취했다. 그때 방송을 해둔 덕분에 인증이 되어서 MP가 차단되지 않은 것이다.


“그땐 이렇게 스노우볼이 굴러갈 줄은 몰랐네요. 조금 더 늦어졌으면 인증도 못 해서 차단당했겠죠. 그거 없었으면 님들이랑 얘기도 못 나눴을 거고, 쓸쓸히 죽었을 듯.”


[젖소가싫어요 – 그분이랑은 지금 어떻게 됐나요?]


“······.”


말해주기 뭣하다.

못 본 척하고 남은 비스킷을 입에 털어 넣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튼 밥도 먹었겠다, 슬슬 여기서 마무리하고 내일 뵐게요. 지금까지 봐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많이 와주셔서 덕분에 힘이 났네요.”




***




“그랑. 방금 네 채팅 보고도 무시한 거지?”


옆에 붙어 있는 세피아가 그랑의 어깨를 흔들었다.


“응? 방금 네 채팅 보고도 무시한 거 맞지?”


“아오! 네 걸로 봐, 왜 이리 부벼대.”


그랑은 옆에서 부산스럽게 하는 세피아를 팔뚝으로 밀어냈다. 세피아는 그 이후로 자기 방에 가지 않고 쭉 같이 아이반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대답해주기 싫었나 보지. 뭔가 다 사정이 있을 테니까.”


“쯔쯧, 바보. 후원해서 물어보면 되지. 너는 시청자 적은 하꼬방만 보면서 후원은 절대 안 하더라. 그거 은근 악질인 거 알아?”


“······!”


뜬금없이 비수를 찌르는 말에 그랑이 시선을 피했다.


“하긴. 프리미엄 구독도 안 해서 영상 볼 때마다 일일이 광고 보는 검소하신 성녀님이시니까···. 그래도 천 실링 정도는 쓸만하지 않아? 이 사람한테 존재감은 있어야 그랑의 계획을 들어주든 말든 할 거 아니야?”


“···이 사람 후원 최소 단위가 백만 실링이야.”


아마 은사란 사람이 세팅해준 값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니 ‘방송에 돈을 쓰는 건 낭비다’ 라는 생각을 가진 그랑이 후원하는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그 말을 들은 세피아는 별일 아니라는 듯 가볍게 물었다.


“쏴줘?”


“어?”


마침 방송을 마무리하려는 분위기였다.


<-그럼 내일 조금 이른 시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쏜다?”


세피아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자신의 계정으로 빠르게 로그인해 순식간에 후원 메시지까지 작성했다.


“자, 대왕 후원갑니다~”


그렇게 외치며 엔터를 힘차게 눌렀다.


띠링!


‘세피아짱이올시다’님이 ‘1,000,000’실링 후원!

[-잠방 부탁드려요잉]


[-???]

[-뭐야 찐임?]

[-ㅁㅊ 찐이네]


동시에 잔잔했던 채팅창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이 정신 나간 년아!”


“아, 왜~! 천 실링도 아니고 무려 백만 실링이잖아?”


그랑은 시시덕거리는 세피아의 행동에 경악하고 말았다. 단순히 후원 때문만이 아니다.

그녀가 알고 있기론 세피아는 현재 일정으로 인해 휴방을 한 지 일주일이 되어갔다.


즉, 방송을 시작한 지 이제야 3일째가 된 신입방에.


[세피아수호단 - 세피아방송켜세피아방송켜세피아방송켜세피아방송켜세피아방송켜세피아방송켜세피아방송켜세피아방송켜세피아방송켜]

[분홍색좋아함 - 세피아 출몰했다는 게 ㅈㅉㅇㅇ?]

[용사방송만봄 - 세아가아장아장 세아가아장아장 세아가아장아장 세아가아장아장 세아가아장아장 세아가아장아장]

[세피아크로닐사랑개 – 뭐임?뭐임?뭐임?뭐임?뭐임?뭐임?뭐임?]


‘좌표’를 찍었다는 것이다.


체급만큼이나 유독 극성이라 할 수 있는 세피아의 팬덤, ‘성창’의 반응은 매우 즉각적이었다.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순식간에 아이반의 방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현재 4,255명 시청 중]


<-어?>


거액의 후원, 그리고 갑작스러운 화력에 괴이를 침착하게 사냥하던 아이반조차 잠시 당황한 모습이었다.

이윽고 그가 내뱉은 첫마디는─.


<-···그, 죄송한데. 이분이 누구신데요?>


“허업.”


“앗.”


용사 파티조차 예상하지 못한 발언.

그랑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고 채팅창을 바라봤다.


그 순간.

채팅창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

[-?]

[-?]

[-?]

[-?]

[-?]



···무수히 도배되는 수많은 갈고리로 통일되었다.




***



[19:09:12 방송 중]

[현재 8,281명 시청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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