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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급 흑마법사가 종말방송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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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격크
작품등록일 :
2024.06.1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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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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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프롤로그

DUMMY

나, 아이반 데르는 실로 오랜만에 절망이란 감정을 느꼈다.


“내 소중한 흙이···.”


손에 움켜쥐고 있는 토양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또 죽어 버리다니···!”


제기랄. 이토록 지독한 무력감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흑마법으로 지력을 회복시키며 계속 사용한 애착 흙이었다.

그러나 세 번이란 횟수에 도달하자, 또다시 한계에 봉착했는지 흙이란 구조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져버렸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제 비축한 토양을 전부 소모했다는 것.

새로운 토양을 구할 방법이 없으니, 앞으로 농작물을 기를 수 없다는 의미였다.


이건 내게 있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매우 중대한 사항이었다.


마법사는 충분한 수면과 영양 상태를 유지해야 마나를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식량을 자급자족할 방도가 사라졌기에, 비축한 식량을 전부 먹는 순간부터 마나를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게 된다.


거기서 더 나아가 현재 거주지의 기반 시설들을 정상적으로 유지 보수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그 원동력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마나였으니까.


식량 문제를 해결할 가장 간단한 방법은 타인과의 거래를 통한 구매가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난 그럴 만한 사정이 되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은 마왕 강림으로 멸망한 대륙, ‘팔란디아’이기 때문이다.


마기의 침식으로 인해 황폐화가 된 마경인지라 주변에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니, 적어도 내가 인식하기론 팔란디아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나밖에 없다.


“아···. 이제 어쩐담.”


막막한 현실에 뒤로 벌러덩 누워버렸다.

무엇을 고려하든 결론은 사망에 도달했다. 애초에 마나를 회복하지 못한다는 문제보단 본질적인 원인은 굶어 죽을 운명이란 것이다.


‘흠. 마법 개량에 더 신경을 썼으면 괜찮았으려나?’


흙의 지력을 회복하는 마법은 성공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깨끗한 토양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침식으로 오염된 흙의 정화는 그동안 몇 번 시도해봤음에도 끝내 마나만 낭비한 채 실패하고 말았다.


그럼 현상 유지에 너무 안일했던 걸까?


지금도 최소한의 생활 수준을 간신히 영위하고 있기에 다른 곳에 힘쓸 여력이 없었던 것은 맞다.

실험의 횟수를 늘렸을 경우 실패했다면 지금 이 시기가 더 빨리 찾아왔을 테니까.


하지만 성공했더라면···?


‘나는 끝내 [영구동력]이란 생존의 진리에 도달하고야 말았겠지.’


그럼 이런 고민도 하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뭐, 이렇게 됐으니 아쉬운 생각을 하는 거겠지만.


어차피 불확실한 도박에 성공했다는 가정에 불과하다.


홀로 마경이 된 팔란디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이런 음습한 사고에 매몰되어선 안 된다. 그러니 지금 할 수 있는 방법부터 찾도록 하자.


“일단 내 1순위 목표, 생존은···! 실패나 다름없고.”


이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2순위 목표를 움직여야 할 때다.


그것은 바로.


‘나, 아이반 데르의 흔적을 세상에 남기는 것.’


내가 마경에서 죽었다는 걸 그 누구도 알지 못하거나, 기록하지 못한다면 그만큼 진정한 개죽음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를 이루기 위한 적당한 물건은 이미 갖고 있다.


시선이 방구석으로 향했다. 그곳엔 먼지가 가득 쌓여 있는 네모난 모양의 마도공학품 세트가 자리 잡고 있었다.


바로 ‘컴퓨터’라고 불리는 마도공학품.

아무리 먼 거리여도 서로 간의 정보 공유와 소통을 가능케 한 마도학자들의 아티팩트다.


그것을 보니 과거의 추억이 떠올랐다. 몇 년 전, 아직 팔란디아가 완전히 멸망하지 않았을 때쯤 내게 큰 도움을 ‘은사’가 남겨주고 간 것이다.


다만, 본래의 소통 기능은 무의미했으니 여태까진 공간을 차지하는 비싸기만 한 인테리어에 불과했다.


‘팔란디아에선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하니까.’


‘MP’란 약자를 가진 마나 프로토콜로 접속 위치를 추적하기에 아무리 우회하더라도 다중 보안 마법이 모조리 차단해버렸다. 아마 마경에 살아가는 녀석들에게 지성이 있기 때문이겠지.


통상적으론 나에 대한 기록을 남길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일하게 내 MP로도 차단되지 않고 접속이 가능한 사이트가 있다.


[온 월드].


바로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은사가 알려주기론 일반인 혹은 유명 인사들이 인터넷 방송이라는 오락성 컨텐츠를 통해 재미를 주는 대신 대륙인들에게 실링을 후원받는 형식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실물 재화’와 ‘추상적 재화’의 거래라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막상 다른 사람의 방송을 본 적은 거의 없지만.

마도공학품을 사용할 때마다 마나가 필요했으니 그런 사치를 부렸을 리 없다.


‘하지만 이젠 의미가 없지.’


비축한 식량은 최대한 아껴먹어도 2, 3개월. 그에 비해 정화 시설이나, 다른 물자들은 반년은 충분히 쓰고도 남는다.


즉, 잉여 마나가 남아돈다는 것이다. 예기치 않은 전투가 발생했을 때 필요한 마나를 제외하더라도 말이다.


아끼면 며칠이라도 더 사는 건 가능하겠지.

그래도 그렇게 살아갈 바에야 아이반 데르란 인간의 마지막 일대기를 정리하면서 세상에 남기고 싶었다.


방송을 하면 그 영상이 기록으로서 남을 테니 그야말로 내 목표와 부합하다고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어느 정도 낙천적인 사고라 생각하지만···, 그건 내가 정신적으로 끝까지 내몰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괜찮더라도 막상 죽기 직전이 된다면 불안에 몸서리치다 고통스럽게 죽을지도 모른다.


‘방송을 하면 그 많고 많은 대륙인들 중에 한두 명은 들어와 주겠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으니 누군가와 소통을 한다면 마지막까지 굳건하게 남아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하단에 위치한 본체에 마나를 주입했다. 자그마한 진동과 함께 모니터에 불이 들어왔다.


방송이라 하기엔 애매하지만 어쨌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켜본 경험 자체는 있었다. 캠과 마이크 등 여러 장비도 구비되어 있었고. 기억을 더듬어 OBS를 켜서 저장된 세팅을 찾았다.


“어디 보자. 방송 제목은···.”


[흑마법사의 마경 생존기 1일차]


흠. 이거면 괜찮지 않을까?


흑마법사란 존재는 보통 배척받는 존재에다가 마경은 그 누구도 살 수 없는 곳이다.

은사에게서 제목은 누구나 관심 끌 수 있는 키워드들을 섞어야 한다 했으니 이거면 충분하겠지.


큭. 막 1천 명, 2천 명씩 들어오면 어떡하지?


그럴 리 없다 생각하면서도 묘한 기대를 품은 채 ‘방송하기’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갑자기 화면을 가득 채운 음침한 몰골의 사람이 나타났다.


“윽. 깜짝이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화면 속의 남자도 나랑 같은 동작을 취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잠시 굳어버렸지만.


······아.

이거 나구나?


내 몰골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극히 오랜만인지라 알아보지 못했다. 화면에서 보이는 ‘나’는 정리되지 않은 검은 머리가 부스스하기 짝이 없었다.


“······.”


깔끔하지 않고 꾀죄죄한 꼴을 직시하니 묘하게 부끄러워진다.

이 꼬라지로 내 일대기를 남겼다간 훗날, 누군가 이 기록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지 상상해봤다.


···역시 긍정적인 방향은 아니군.

내 시선이 OBS로 향했다.


[현재 1명 시청 중]


참고로 저 1명은 나다.

그 정도의 상식은 있다.


‘방금 켰으니 바로 들어오진 않겠지.’


사람들이 들어오기 전에 빨리 씻고 오면 될 것이다.


그렇게 나는 방송을 켜둔 채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20분 후.


[젖소가싫어요 - ?]

[젖소가싫어요 - 진짜 마경이에요?]


공백이었던 채팅창에 누군가 나타났다.




***




[‘IVAN’ 님이 방송을 시작하셨습니다.]

[00:21:32 방송 중]

[현재 2명 시청 중]



작가의말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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