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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급 흑마법사가 종말방송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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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격크
작품등록일 :
2024.06.15 21:14
최근연재일 :
2024.06.3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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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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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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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0쪽

첫 번째 시청자

DUMMY

내 거주지, ‘아이반 하우스’의 구조는 1, 2층으로 나뉘어 있다.


마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거주지를 지하에 숨겨야 할 것 같지만 그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팔란디아가 마경이 된 것은 ‘마기’라 불리는 기운에 침식됐기 때문인데, 이 마기는 바닥에 계속해서 가라앉는 성질이 있다.


즉, 지하에 거주한다는 건 스스로 죽음의 구렁텅이에 들어가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 밖의 것들도 비슷한 사정이다.

밀과 채소 같은 농작물은 땅에 묻는다던가, 서늘한 지하에 보관한다면 마기에 오염되어 못 써먹게 된다.


그래서 오랫동안 보관하기 어려운 것은 빠른 시일 내에 먹거나, 수분기를 빼내 건조하는 방식 등으로 처리해야 한다.


‘마기를 정화하는 것보다 진공 상태를 만드는 게 싸게 먹혔지.’


그렇게 만든 식량은 현재 진공 상태인 창고에 넣어둬서 보존 기간을 최대한으로 늘렸다. 내 마지막 식량을 보관 중인 가장 소중한 곳이다.


거실이라 불릴 만한 공간에는 물자들이 선반에 진열되어있다. 거기서 아껴뒀던 향료를 첨가한 비누를 챙기고 반대편에 있던 방문을 열었다.


그곳엔 요리 도구, 욕조, 그리고 수세식 변기까지. 같이 있어선 안 되는 조합이 한데 모여있었다.


이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듯한 광경······.

나쁘지 않다.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잔혹함과 효율성이 엿보인다고나 할까.


물이 필요한 행위들은 이 공간에서 전부 처리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용변을 보는 곳에서 밥까지 해 먹는다는 소리다. 물론 끝과 끝이라 거리는 있지만.


“후우. 개운하네.”


잠시 후, 목욕재계를 마치고 나왔다. 본래 계획대로 사용했더라면 2주는 쓸만한 물자였지만, 아껴봤자 소용없으니 이 정도 사치쯤이야.


참고로 사용한 목욕물은 정화 장치에 알아서 흘러 들어간다.


나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마른 천으로 머리를 말리며 올라왔다. 그리고 모니터를 확인하는 순간 눈이 커졌다.


[현재 2명 시청 중]


“어?”


[젖소가싫어요 - ?]

[젖소가싫어요 - 진짜 마경이에요?]


채팅창에 누군가 나타나 있었다.


“뭐야, 진짜 들어왔잖아? 아직 계세요?”


아차. 타인과의 교류는 몇 년 만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목표를 잊지 말자.

이건 어디까지나 아이반 데르의 마지막 기록을 남기기 위함이니까. 그러니 점잖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크흠.”


헛기침을 하고 차분히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시간을 보니 채팅이 떠오른 건 대략 15분 전쯤. 아쉽지만 이미 나가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그런데 몇 초 후.


[젖소가싫어요 – 네 아직 있어요]


반응이 나타났다. 아까의 결심이 무색하게도 실로 오랜만에 반갑다라는 감정을 느꼈다.


“와, 젖소가싫어요 님. 안녕하세요! 저 사람이랑 대화하는 거 진짜 몇 년 만인 것 같아요!”


[IVAN – 안ㄴ녕하세요 저 사람이랑 대화하는거 진짜 몇년만인것 같아요!]


어찌나 반가운지 육성으로 말하면서 그 내용을 그대로 써버렸다.


[젖소가싫어요 – 오 그런 컨셉이에요?]


“?”


컨셉이라니. 무슨 소리지?

화면 속에 보이는 내 모습에서 의아해하는 표정이 드러났다.


[젖소가싫어요 – 방제요 마경에서 산다면서요]

[젖소가싫어요 – 요즘 같은 전시 상황에 이런 어그로는 쫌]


‘아, 그 소리?’


나야 이곳에서 살아남은 지 오래됐지만, 다른 사람들에게선 3년 전에 빼앗긴 대륙이나 다름없다. 믿지 못할 테니 반감을 가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진짜 사는데 뭐 어떡하라고?


“어그로가 아니라 진짜 마경이에요. 현재 팔란디아에서 방송 중입니다.”


나는 몸을 옆으로 누워 방 풍경을 보여줬다. 바깥의 빛을 모조리 차단한 채 자그마한 등불만 켜놨고, 가구 따윈 보이지 않는 삭막한 방이었다.


“봐봐요. 이런 데서 숨어 산다니까요.”


[젖소가싫어요 – 흠 ㅋㅋ;]

[젖소가싫어요 – 마경에선 모든 접근이 차단인데여]


이마저도 컨셉이라 생각했는지 어째 채팅에서 의미 모를 적의가 느껴졌다. 상대의 얼굴이 보이진 않지만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상상이 갈 정도다.


'이게 컴퓨터를 통한 소통이란 것인가···.'


새삼 마도학자들을 숭배하게 된다.

어쨌건 이대로 나가버릴 것만 같아 상황을 설명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교류하는 사람에게 오해받는 것도 싫었고.


“차단인 거 저도 알죠. 근데 [온 월드]가 예전에 막 열렸을 때는 MP 기반 차단이 없었잖아요.”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 – [온 월드]는 5년 전 열렸다. 마침 은사가 마경에서 지나갔을 때도 그쯤이었다.


“시간이 좀 지나고 [온 월드]에서도 팔란디아 쪽 MP는 차단한 걸로 알고 있는데, 전 그때 잠깐 방송을 해서 인증이 됐었거든요.”


[젖소가싫어요 – 어?]

[젖소가싫어요 – 진짜 그러네요;]


잠시 간격을 두고 채팅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내 계정의 첫 방송일을 확인하거나 다른 곳에서 찾아본 모양이다.


“오해가 풀렸으면 다행이네요. 저도 유일하게 [온 월드]만 들어올 수 있지, 다른 플랫폼은 아무것도 못 봐요.”


[젖소가싫어요 – 뭐야 그럼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 그 질문을 기다렸다.

나는 캠에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외쳤다.


“그건 나중에 얘기할 생각입니다! 전 방송을 통해 저에 대한 존재를 세상에 남기고 싶거든요.”


[젖소가싫어요 –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 별 건 아니고 식량을 이제 못 구해서요. 한 2개월 정도 남았나? 그때까지 버티다 굶어 죽을 것 같긴 한데 지금은 건강합니다.”


슬쩍 화면을 확인하니 얼굴에서 드러난 입가가 씁쓸하게 올라가 있었다.


[젖소가싫어요 – 흠]

[젖소가싫어요 - 이름이 뭐예요?]


이번 채팅은 아까보다 시간이 더 흐른 후 올라왔다.


“아이반. 아이반 데르요.”


···그래도 적어도 한 명은 내가 누군지는 기억하겠구나. 충동적으로 시작한 방송이었지만 아무래도 키길 잘한 것 같다.


“자, 부정적인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뭐 물어보고 싶은 건 없으세요? 이곳이 어떻다든지?”


···.


······?


···왜 대답이 없지?


[현재 1명 시청 중]


“에라이.”


매정하긴. 이름만 먹고 튀어 버리냐?

갑자기 맥이 탁 풀려버리는 기분이다. 첫 방송은 테스트해봤다 치고 여기서 끌까.


‘흐음. 그러고 보니 방송에서 뭘 할지 딱히 정하진 않았네.’


저스트 채팅처럼 나 혼자 썰풀 듯 이야기하는 게 나으려나. 아니면 소위 말하는 컨텐츠? 후자는 일단 사람들이 몰려야 의미가 있겠다만.


그럼 그걸 지금부터 생각해보는 걸로 하자.

그렇게 방송 종료를 누르려는 순간 무언가를 발견했다.


“어? 크큭.”


[총 팔로워 2명]


팔로워가 무려 1명이나 늘어나 있었다.

아까 그 사람이다. 이러면 나중에 켰을 때 올 확률이 높아졌···.


구우우우웅─────!


그때 바깥에서 대기를 타고 거센 진동이 울려 퍼졌다.


“컥···!”


마나 하트를 직격하는 고통.

나는 가슴을 부여잡고 즉시 컴퓨터부터 꺼버렸다. 다행히 과부하가 오기 전에 종료해서 아티팩트가 고장나지 않았다.


서둘러 유일한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살짝 들어 올렸다.


“······.”


붉게 타오르고 있는 상공에 거대한 부유체가 유유히 날아다니고 있었다. 마치 갑주를 두른 해파리가 헤엄치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구우웅─!


이 진동은 함대의 엔진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동시에 주변의 생체 신호를 체크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탈환 전쟁’에서 저 기능을 활용해 인파가 몰린 쪽으로 병력을 인선하고, 효율적인 폭격을 쏟아부었지.


그로 인해 자원과 시간적 여유의 격차가 점차 벌어져 인류는 팔란디아라는 대륙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러면 마법 보수를 하러 가야겠네.”


저런 류의 공격은 마법을 당장 파훼하는 것보다 금을 생기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방금의 충격파로 보안 마법에 충격이 간 건 확실했다.


진동을 가하면 가할수록 그 범위가 기하급수적으로 넓어지기에, 금이 간 상태를 내버려 둔다면 다음 공격에선 마법이 망가질 게 틀림없었다.


“사람 귀찮게 하긴.”


탁자 위에 올려둔 가스 마스크를 끼고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아이반 하우스에는 밖으로 나가는 정상적인 문이 존재하지 않는다.


예전엔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며 쌓인 마기의 높이가 상승했는지, 그 자그마한 문 틈새로 흘러 들어왔기 때문이다. 일일이 정화하기엔 낭비가 심해 아예 메워버렸다.


그러면 외출이 필요할 때마다 어디로 나갔다 오느냐?


‘바로 이쪽이지.’


바닥을 덮고 있는 카펫을 빼내자 여닫이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손잡이를 잡고 차례대로 삼중으로 겹쳐진 입구를 열었다.


끼익. 곧 경첩에서 울리는 소리와 함께 빛 한 점 보이지 않는 어두운 지하가 나타났다. 단순히 바라보고만 있음에도 불쾌해지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바로 ‘마기’라 불리는 것.

그것들이 지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안으로 몸을 들이밀기 전, 다시금 가스 마스크를 확인했다.


정화 필터는 오케이. 밀폐 상태도···.


“아아─.”


좋아.

완벽하다.




***




[‘IVAN’ 님의 방송 통계]

[총 방송 시간 ‘112’시간]

[최고 시청자 2명]

[평균 시청자 2명]

[팔로워 2명]


[팔로워 변동 +1명]

[‘젖소가싫어요’ 님이 팔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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