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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흑마법사가 방송을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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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격크
작품등록일 :
2024.06.1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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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3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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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세피아짱이올시다 : 아 농담 농담이에요ㅠㅠ 그러지 말아주세요]


“휴.”


세피아의 반응을 보니 이제 안심이 된다.

자고로 사과는 상대가 무안해질 정도로 해야 효과가 있다. 앞으로 익명 후원으로 책잡힐 일은 없겠지.


문득 눈을 뜨니 용사로부터 귓속말이 와있어서 얼마나 놀랐던가.


심지어 24시간 방송 중이란 걸 알고 있으니, 설마 컨텐츠 삼아 공개적으로 보낸 줄 알고 비몽사몽한 기운까지 싹 날아가 버렸다.


‘다행히 휴식 시간에 보낸 것 같지만.’


그 와중에 자신이 던진 농담이 후회됐는지 귓속말이 연달아왔다.


[세피아짱이올시다 : 후원도 환불받고 싶지 않아요ㅠㅠ]

[세피아짱이올시다 : 저 나름대로 응원? 그런 의미로 보낸거라...ㅠ]


···아무래도 이쪽도 나랑 같은 방법을 쓰는 것 같은데.


차이가 있다면 나는 의도적이지만, 세피아는 몸에서 자연스레 묻어 나오는 행동이었다.

이대로라면 내가 오히려 마음이 쓰일 것 같다.


역시 가짜는 진짜를 이길 수 없는 것인가···!


[IVAN : 너그럽게 넘어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IVAN : 저도 놀래가지고 너무 경직해서 반응했던 거 같네요 ㅎㅎ]


친근감의 표시로 뒤에 웃는 의미까지 삽입하자 안심했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세피아짱이올시다 : 휴... 저야말로]


[IVAN : 혹시 나눠보자는 얘기가 이런 거였나요?]


[세피아짱이올시다 : 딱히 그렇다기보단 마경에 거주하시니 말이라도 붙여보고 싶었거든요ㅠㅠ]


이건 기회다.

고민에 대해 꺼내 볼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IVAN : 저 그러면 마침 제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세피아짱이올시다 : 네! 뭐든 물어보세요]

[세피아짱이올시다 : 방송적으론 제가 대선배니 뭐든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그걸 물어보려던 건 아니긴 하다만.


[IVAN : 식량 찾으러 가기 vs 방구석 방송]

[IVAN : 뭐 고르실 건가요?]


[세피아짱이올시다 : 넹?]


장난은 여기까지 하고, 그녀에게 차근차근 내용을 정리해서 귓속말을 보냈다.


마경 탐사 후 누군가가 식량이 있다는 위치를 보내왔는데, 이런 불확실한 정보를 믿고 찾으러 가는 게 옳은 것인가.

아니면 변수를 바라지 않고 그냥 방송을 하는 게 나은 건지 말이다.


그 정보를 준 상대가 마족이란 부분은 아무리 세피아라 할지라도 구태여 말할 필요가 없기에 언급하지 않았다.


‘어떻게 대답해주려나.’


면식이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상대로 이런 질문이 무겁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가장 적절한 상담이 가능한 대상이었으니 나로선 어쩔 수 없었다.


[세피아짱이올시다 : 흠]

[세피아짱이올시다 : 아이반님이라 불러도 괜찮나요?]


[IVAN : 넵. 편하신 대로 불러주세요]


[세피아짱이올시다 : 찾으러 가세요]


그런 용사로부터의 대답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즉각적이었다. 세피아의 입장에서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의미였다.


그게 누군가의 목숨이 걸린 선택지라도.


[IVAN :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세피아짱이올시다 : 전자는 생존하려는 선택이고 후자는 죽음을 기다리는 선택이니까요]


흐음. 그런 걸까···.

다만, 그건 내 생존수칙에 어긋나는 행위였다. 나는 리턴이 있는 리스크를 짊어질 바에야 리턴을 포기해서 지금껏 살아남았으니까.


[IVAN : 그럼 방송은 다시 기회가 찾아올까요?]


[세피아짱이올시다 : 장기간 휴방을 하면 복귀하고 나서 사람들이 보지 않을까 봐 그런 거죠?]

[세피아짱이올시다 : 초행길이라 방송도 못 켜시는 거고]


[IVAN : 넵]


[세피아짱이올시다 : 아마 그러긴 할 거예요]

[세피아짱이올시다 : 휴방을 오래 하면 그동안 다른 방송으로 마음을 옮긴 시청자들이 많아요]

[세피아짱이올시다 : 특히나 아이반님 같은 신입이라면 그분들과 정이 쌓인 기간도 없으니 더더욱 그렇겠죠]


경험이 많은 세피아는 방송에 대한 얘기까지 곁들이며 대답했다. 아마 그녀가 직접적으로 겪어본 일이 아니었을까.


“···음?”


그런데 뒤이어 말한 내용은 아무리 그녀라도 반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세피아짱이올시다 : 그러니까 이번 탐사 때처럼 방송을 켜고 다녀오면 만사 해결이지 않을까요?]

[세피아짱이올시다 : 같은 컨텐츠가 오래 지속되면 시청자가 갈릴 위험이 있긴 한데... 아이반님은 채팅창이랑 계속 소통이 되니까 그 부분에선 괜찮을 것 같네여]


[IVAN : 그렇게 하면 저도 좋겠지만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IVAN : 제가 그쪽 지역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어서요]


안타깝게도 나는 용사처럼 초행길을 서슴없이 갈 정도로 오감이 그렇게 밝지 않다. 그렇다고 탐색 마법까지 활성화하면서 가기엔 마나가 턱없이 부족할 테고.


[세피아짱이올시다 : ㅋㅋ 그건 걱정마세여]

[세피아짱이올시다 : 벨피론 산맥의 지하라 그랬죠?]


뒤따라 날아온 세피아의 귓속말에.

왜 그녀가 내 목숨이 걸린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쉽게 대답했는지 알 수 있었다.


[세피아짱이올시다 : 제가 그쪽에 잠시 머물렀던 적이 있어서 ㅎ]


[IVAN : 헉...!]




***




[세피아짱이올시다 : 좌표가 대충 어딘지는 짐작이 가요!]


팔란디아의 대륙 이곳저곳을 쏘다닌 세피아는 과장을 극히 보태서 ‘지명’이 있는 곳이라면 모두 돌아다녀 봤다고 한다.


[세피아짱이올시다 : 아이반님이 현재 사시는 위치는 물어보지 않을게요]

[세피아짱이올시다 : 그냥 인근 지형이 어떤지만 알려드리면 알아서 잘하실 테니까]


이게 진짜 「용사」구나···.

자칭 용사와는 태생이 다르다. 나도 모르게 숭배합니다라는 귓속말을 보낼 뻔하다가 간신히 참았다.


그런데 벨피론 산맥이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지형이었나?


[IVAN : 산맥 지형이 생각보다 간단한가 보네요?]


[세피아짱이올시다 : 아뇨 그건 아니긴 한데... 일단 오늘은 일정 더 없으시죠?]


[IVAN : 네 이대로 휴식을 취할 거 같아요]


[세피아짱이올시다 : 그럼 제 방송 보세여ㅋㅋ 썰 풀면서 그림으로 은근슬쩍 설명해드릴 테니까]

[세피아짱이올시다 : 그럼 괜찮지 않을까용????]


“이것 참···.”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로 도와준다고?

대화도 오늘 처음 나눠보는 내게 자기 방송을 활용하면서까지?


···바보처럼 왜 이렇게 도와주냐고 묻진 않겠다.


[IVAN :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냥 호의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나는 컴퓨터에 앉아 세피아의 방송으로 들어갔다. 마침 휴식 시간도 끝났는지 채팅창에서 다들 세피아를 찾고 있었다.


[용사방송만봄 – 세아가 오기 10초전...]

[세피아크로닐사랑개 – 이분 담배 한갑 피움?]

[세피아수호단 – 세피아그만쉬고방송켜세피아그만쉬고방송켜세피아그만쉬고방송켜세피아그만쉬고방송켜세피아그만쉬고방송켜]

[용사방송만봄 – 세아가 오기 7초전...]


정확히 표현하자면 울부짖고 있었지만.


<-님들아! 제가 돌아왔습니다.>


곧 목소리가 들리자 세피아의 캠이 켜졌다.

캠을 가린 손바닥이 인사처럼 한 차례 움직이고 나서, 나시가디건을 입고 깔끔하게 뒤로 머리를 묶은 세피아의 모습이 나타났다.


<-조금 늦었죠? 찝찝해서 옷 좀 갈아입느라고요. 머리 묶은 거 어울린다고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방송이 재개된 지 5분 후.


<-그때는 팔란디아가 아직 안전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많았죠? 저도 그랬고.>


“···대단하네.”


어느 순간, 대화의 흐름이 팔란디아에 대한 주제로 자연스레 넘어갔다. 그리고 그 흐름에 타서 세피아의 경험담까지 나오게 됐다.


<-산맥도 툭하면 걸어서 넘어갔죠. 제가 몸이 가녀려 보여서 그렇지 튼튼해서 한 시간이면 두 개는 넘을걸요? 그, 어디더라. 벨리론? 벨피론 산맥이었나?>


세피아는 벨피론 산맥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놀랐던 부분은 그림 그리는 장비가 이미 구비되어 있었고 그 솜씨도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훌륭한 편이었다.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주변이 어떤 지형인지 확실히 묘사되었다.


나는 컴퓨터의 기능을 활용해 그 그림들을 계속 캡처해나갔다.


‘방송에서 종종 그림을 그렸던가?’


원래 그런 컨텐츠가 있는 줄 알았지만, 채팅창 반응도 나와 다를 게 없었다.


[-뭐야 그림 왤케 잘그림?]


<-원래 미대 지망생이었거든요. 보시다시피 진로가 바뀌게 되었지만요.>


[-아...]

[-좀 아쉬웠겠네]


<-아쉬웠겠다고요? 아하하. 그런 느낌은 아니에요. 제가 선택한 거니까요.>


확실히 체급이 크다는 것을 증명하는 건지, 내게 필요한 정보를 그림과 함께 설명하면서도 세피아의 과거사와 섞어서 듣는 재미가 있었다.

자칫하다간 나도 지형의 설명보단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을 빼앗길 뻔했다.


‘흐음. 내가 가는 방향으론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네. 그리고 인근에 큰 호수가 있고.’


용사가 얘기하는 시점은 최소 2년 전이었으니 지금은 풍경이 바뀌긴 했을 테지만, 웬만해선 지형까진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그거라면 충분하지.


그때였다.


[-ㅋㅋ 씨발 이젠 하다하다 이런것도 자랑이라고 얘기하네]

[-결국 팔란디아 멸망했는데 뭐하러 용사라고 빨아주냐 ㅉ]


채팅창에 갑자기 나타난 원색적인 비난.

나를 대상으로 한 말이 아님에도 흠칫 놀라게 됐다. 다른 채팅들이 빠르게 올라가는 도중에도 그 채팅만큼은 내게도 확연히 눈에 띄었다.


관리자가 2초도 걸리지 않아 삭제했지만, 마침 채팅창을 보며 소통하던 세피아가 못 봤을 리가 없다.


<-이 인근에 마족들도 있었는데 따로따로 활동했어요. 서로 협력이 안 되다 보니 별개로 활동하는 게 더 호흡이 맞더라고요. 크큭.>


그럼에도 그녀는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도대체 무슨 기분일까.

몸을 헌신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했기에, 용사로 비난받는 기분은.


그렇게 썰풀기를 빙자한 두 시간가량의 정보전달이 끝나고 세피아는 24시간 방송 2일 차의 마지막 컨텐츠를 시작했다.


[IVAN :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이번엔 방해되지 않게 익명 후원이 아닌, 귓속말로 감사를 표했다.


대답은 금방 돌아왔다.



[세피아짱이올시다 : 파이팅 (。•̀ᴗ-)v]




***




지도를 컴퓨터 앞으로 갖고 온 나는 방송 도중에 캡처한 그림들과 교차하며 정보를 인지하고 기억했다.


‘이쪽이 이 지역이겠네.’


새삼 용사의 기억력에 감탄하게 된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에도 잘 나지 않았을 텐데, 묘사한 그림과 지도의 능고선에 대한 오차가 거의 없었다.


‘그러면 마족이 활동하고 있었다는 지역이···.’


이윽고 내 아이반 하우스에서 출발한 선이 벨피론 산맥의 경계선에 걸치는 저지대에 도달했다.


···잠깐. 이게 경계선이라고?


“유클리드12. 이 새끼가?”


벨피론 산맥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구역이었다.

능선을 타고 올라가는 게 아니라 올라가기 직전의 평지 부근에 있다니.

설마 이런 곳에 거점이 숨겨져 있을까 싶지만, 마족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유클리드12의 정보를 신뢰할 수 있었다.


‘하마터면 물자만 소모하고 거점도 못 찾을뻔했네···.’


역시 생존에는 내 수칙이 옳다. 리턴을 포기하더라도 리스크라는 경우의 수가 아예 없는 편이 생존에 알맞은 방식이었다.


아마도 세피아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결국 나는 좌표를 찾아가지 않고 방송하는 걸 선택했겠지.

유클리드12에게 마경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별개로 말이다.


‘게다가 젖소가싫어요도 「신성」을 다루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했으니까.’


설령 거점을 찾았는데 통조림이 한 개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을 직면하더라도.

농사만 재개할 수 있으면 물자와 식량, 둘 다 부족해지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것이다.


“음?”


정보와 지형을 머릿속에 넣고 지도를 정리하는 도중, 마침 벨피론 산맥 너머에 내가 표시해둔 커다란 사건이 있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어째서 세피아의 기억력이 그렇게 명확했는지도 납득이 갔다.


[* 용사의 성검이 꽂혀있음]

[위험도 : ★★★★?]

[특이사항 : 무언가가 봉인되어있음]


“이곳은···.”


용사가 성검을 잃었던 장소로부터 가장 가까운 산맥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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