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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급 흑마법사가 종말방송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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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격크
작품등록일 :
2024.06.1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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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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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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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1)

DUMMY

지근거리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다.


지하 통로의 벽을 더듬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로브를 뒤집어썼음에도 피부에 닿는 감촉이 꽤 불쾌했다. 누군지도 모를 수십, 수백 명의 타인이 내 전신을 어루만지는 기분이라고 할까···.


‘으. 기분이 더럽네.’


마기의 농도가 유독 짙은 것은 내가 어느 정도 환경을 조성해놨기 때문이다.


아이반 하우스는 평지보다 높은 지면에 세우고 주변의 땅은 움푹 파인 형태다.

높낮이를 조절한 채 지하 통로를 만들어, 본래 지상에 맴돌고 있어야 할 마기를 이쪽에 고이도록 유도한 구조였다.


도배까지 모조리 해둔 덕분에 인근의 땅이 침식되는 속도를 늦추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렇게 침식의 가속화를 막고, 주변 토양을 정화하여 주기적으로 보급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생각대로 되지 않았지.’


오염이 덜한 그마저도 정화하지 못한 것은 계산 착오였다.

어쨌건 현명한 행동이긴 했다.

노동력과 물자가 꽤 소모된 큰 공사였지만 그때 조치를 취하지 않았더라면 이미 난 죽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 지하에 쌓인 농도가 원래대로라면 거주지에 맴돌 양이나 마찬가지니까.


탁.


어느 정도 걷자, 벽을 짚고 가던 손에 설치되어 있는 사다리가 걸렸다.

행여 부식되었을까 확인차 흔들었다.


문제없이 고정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천장을 막고 있는 뚜껑을 치웠다. 그러자 훨씬 밝고 그만큼 을씨년스러운 지상이 나타났다.


자색에 가까운 색을 띠고 있는 땅과 말라비틀어진 나무들. 어딜 보더라도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곳뿐이다.


지하에서는 마기가 워낙 짙은 탓에 아무것도 보이진 않았지만, 지상은 안개가 꼈더라도 그 정도로 시야 확보가 어렵진 않다.


우선 필터의 오염도부터 확인하자 대략 4분의 1쯤이 까매져 있었다.

돌아갈 시간까지 고려하면 꽤 빠듯하니···.


조금 서둘러야 할 것 같네.




***




기울어진 땅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차츰 내려갔다.


저지대로 향하는 만큼 마기의 농도가 짙어질 것 같지만 의외로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지하 통로와 다르게 토양과 식물들이 마기를 계속해서 흡수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침식의 오염도는 심각하지만.’


지면에서 피어오르는 기운으로 인해 필터의 소모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곧 설치해둔 마법의 가장자리에 도착했다.


바싹 마른 나무에 새겨진 문양.

그 위에 손을 올리고 정신을 집중했다. 우웅! 푸른빛이 흘러나와 문양을 밝혔다.


역시 중심을 잡은 축이 틀어져 있었다.

이 보안 마법은 주변의 환경과 동화되는 방식이다. 은신과는 조금 다르다. 지금 상태로 외부에서 이쪽을 본다면 풍경이 살짝 어긋나있는 그런 느낌으로 보일 것이다.


‘에휴. 이럴 줄 알았으면 나중에 씻을걸.’


한 차례 보수를 마쳤을 땐 가스 마스크로 인해 머리가 땀으로 젖어 버렸다.


게다가 이 근방 말고도 멀리 떨어진 거점들도 보수할 필요가 있었고.


나, 아이반 데르의 스위트홈은 총 다섯 곳이 있다.


이곳, ‘아이반 하우스’와 몸을 피하기 위한 대피처. 그리고 나머지 세 군데는 기반만 다졌을 뿐 거주한 적은 없는 눈속임용이다.

1, 2, 3호라는 넘버링으로 칭한 그곳들은 아이반 하우스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흩어져 있다.


가끔 정찰병이나 어떠한 존재가 그 근방으로 다가온다면 이곳까지 경계 신호가 오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몇 번 있었지만, 이렇게 외진 곳까지 찾아오는 것은 나란 존재를 눈치채서 그런 건 아니다.


‘단순히 뺑이치고 있는 거였지.’


인간이나 타 종족들도 군대가 굴러가는 방식은 비슷했단 말이지.

아무튼 그쪽 마법에도 무리가 가긴 했을 텐데···.

세 군데를 쉬지 않고 이동한다 쳐도 2, 3일 정도 걸릴 것이다. 그럴 만한 노동과 물자도 필요하겠고.


어차피 죽는 미래가 확정되었으니 그냥 냅둘까, 라는 안일한 생각이 드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다.


“······!”


그때 저 멀리 지평선에 가까운 산맥 위로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원근법을 무시하는 광경이다.

인간의 형상을 흉내 냈으나 저렇게 거대한 것은 내가 알고 있는 한 가지밖에 없다.


바로 살아있는 전략 병기, ‘생체거인’.


'골렘'과 '호문쿨루스'.

두 창조 계열의 마법을 조합한 고등 크리처다. 아마 현대의 로스트매직이라 감히 칭할 만한 경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연이어 두 개의 머리까지 더 나타나 총 세 마리의 거인이 진군했다.

거리가 먼 탓인지 땅을 뒤흔드는 진동은 이곳까지 닿지 않았지만, 주변 환경이 떨리고 있는 것은 충분히 보였다.


거인들은 아까 하늘을 부유하던 함대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제야 어디로 가는지 알 것 같았다.


‘해안선이군.’


해안선까지 완벽히 점령한 놈들은 고작 2년 만에 옆 대륙, ‘아스파라’로 진군하려는 목적이 분명했다.

아직 팔란디아 내부에서도 영역 다툼이나 항거 중인 레지스탕스 세력이 있을 텐데, 벌써 다른 대륙을 탐내다니.


그 정도로 자신이 있다는 걸까.


「이계의 침입자」들께선.


‘뭐, 결국은···.’


내 손아귀에서 벗어난 일이지만.


나는 지나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능선에 숨겨진 아이반 하우스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애매한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차라리 고지대와 저지대라면 각각 위치에 따른 일장일단이 있긴 할 것이다. 허나 장점은 상대가 파악하고 있는 이점이고, 단점은 그 존재만으로 죽을 가능성을 넓혀주는 경우의 수에 불과하다.


그러니 생존을 위해선 둘 다 존재하지 않는 어중간함이 필수였다.


···바로 나처럼 말이다.




***




“으음.”


확실하다.

아무래도 [온 월드]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01:14:35 방송 중]

[현재 1명 시청 중]


‘···왜 아무도 안 오는 거지?’


다른 사람들도 그런가 싶어 방송 목록들을 훑어봤다. 그런데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 문제는 나에게만 생긴 모양이다.


특히 그중 상단에 위치한 방송의 시청자 수는─.


[현재 1,354,411명 시청 중]


“어엉?!”


아니, 미친.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아?

방송에 달아둔 태그를 보니 쿡방 위주였다. 요리하는 게 뭐가 재밌다고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챙겨보는 거지?


도대체 무슨 컨텐츠를 하나 싶어 방제목을 봤다.


[오늘 뒷산에 사는 화룡 이그니르한테 빙수 대접하러 갑니다! 죽을 수도 있음ㅠ]


“······.”


다른 상단에 위치한 방송인들도 훑어봤다.


[오늘 아는 인간 남사친한테 수인족 친구 소개팅해줍니다♥]

[서큐버스는 올해 20년 차 몽크를 꼬실 수 있을까?]


“······이야.”


육성으로 감탄사가 나온다.

그야말로 리스펙트. 이게 프로방송인이라는 것인가.


확실히 컨텐츠 구상이란 것도 어려운 거였다.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선 그 방송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를 보여줘야 했다.


아무래도 단순히 떠드는 것만으론 시청자를 끌어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다.


‘그럼 내가 이 방구석에서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지?’


상당히 심오한 문제다. 조만간 다른 거점의 마법도 보수하러 가야 하는데···.

그 순간, 고개를 일으킬 정도의 비상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거라면 먹힐지도?”


[젖소가싫어요 – ㅎㅇ 뭐가 먹혀요?]

[젖소가싫어요 – 어제 급한 업무가 생겨서 갑자기 나가게 됏네용]


그때 공백이었던 채팅창이 처음으로 채워졌다.

어제 이름을 먹튀한 사람이다. 역시 찾아와줬구나.


‘굳이 업무라고 묻지도 않은 걸 언급하는 걸 보니 백수가 아니라고 어필하는 걸까?’


어쨌건 마침 잘 왔다.

안 그래도 지금 내 아이디어에 대해 평가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어, 잘 오셨어요! 제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일단 기록이란 것도 사람들이 봐야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많이 보면 볼수록 그 가치 또한 커지는 거고요.”


[젖소가싫어요 – ? 갑자기?]

[젖소가싫어요 – 네 맞는 말이긴 하죠]


“그럼···. 야방은 어떨까요?”


실시간 마경의 탐사 정도라면 대륙인들이 호기심을 못 참지 않을까. 무엇보다 오직 나만이 가능한 컨텐츠다.


“팔란디아에서 하는 야외 방송이라면 사람들이 눈 돌아가지 않을까요?”


내 획기적인 발상에 대한 반응이 금방 떠올랐다.


[젖소가싫어요 – ???????]

[젖소가싫어요 – 님 진짜 븅신임?????]



***



[관리자에 의해 ‘젖소가싫어요’ 님이 ‘30’초 동안 임시 차단됐습니다.]



***



30초 후,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새 채팅이 올라왔다.


[젖소가싫어요 – 절대 묻힐거에요 누가 그런걸 봐요?]


흐음. 이렇게 단호하게 선언할 정도인가 싶다.

아무리 무명이라지만 입소문을 타면 그래도 몇백 명은 들어오지 않을까?


내가 아는 지식으론 방송을 보는 시청자층은 자신의 본진 말고도 대부분이 ‘유동’이라고 한다.

재밌는 것만 찾아서 먹으러 다니는 부류라고 해야 할까.


예를 들어 평소 2천 명이 보던 방송인이 유명한 사람과 함께 방송하거나, 자극적인 컨텐츠를 할 때 시청자가 1만 명 오버로 펌핑되는 경우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만큼 실시간 스트리밍의 주 시청자는 유동층인데, 마경의 실시간 탐사라면 그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뭐냐. 언데드가 나타나는 공동묘지 탐사 방송도 있었고.’


그런 걸 고려했을 때 내 컨텐츠 쪽이야말로 손발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있는 재미로 더더욱 대리만족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


그 사람들이 내 일대기를 들어줄 고정 시청자가 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아이반 데르’란 이름은 확실히 기억에 남겠지.


[젖소가싫어요 – 예전에는 가능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불가능임]


“진짜 그 정도라고요?”


이런 논지로 얘기했음에도 여전히 부정에 가까운 뉘앙스였다. 역시나 ‘젖소가싫어요’는 꽤 오래전부터 방송을 많이 본 골수 시청자인 듯했다.


[젖소가싫어요 – 한 3년 전이면 가능했을지도?]


이에 대해 젖소가싫어요는 5, 6줄이나 되는 장문을 가득 채우며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을 시작했다.


채팅이 올라오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 것을 보아하니 신났다는 감정이 화면 너머로 느껴질 정도였다.


문득.


-님 아는 거 나왔다고 신나셨네용ㅋ


···라고 한 번 채팅을 써서 반응을 보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왠지 이 말을 꺼내면 영영 내 방송을 보러 오지 않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쨌건 장문의 설명을 이해한 바로는, 과거에는 방송은 하는 사람만 하는 나름 블루 오션이자 재밌으면 확실히 뜨는 시장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탈환 전쟁’으로 인해 여러 특수한 상황이 겹치면서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은 [온 월드], 한 곳만 살아남게 되었다.


모든 방송인들이 한 플랫폼으로 통합되었고, 실직하거나 사업체가 망한 후 방송을 시작한 사람도 많아져 결국 급격한 포화 상태가 되었다.


재능 있는 사람도 인파에 묻혀서 접을 정도로.


방송을 보는 사람들의 수는 유입 없이 거의 그대로인데, 하는 사람들만 가파르게 증가했으니 당연한 현상이었다.


‘흐음. 어쩐지 중견 방송인 없이 상단과 하단의 격차가 심하다 했는데.’


다른 플랫폼의 방송인들까지 한 곳에 모여서 그런 거였군. 이쪽 계열에 대한 근황이 없는 내겐 충분한 도움이 되는 설명이었다.


결과적으로 [온 월드]를 만든 CEO, ‘파이텐’은 전후과정을 제치고 실시간 스트리밍이란 시장을 독점하게 되었다.

보통 이렇게 된다면 신흥 플랫폼들이 연달아 나타나지만, 독점에도 불구하고 수수료나 광고 등 여러 이점을 계속해서 유지했다고 한다.


‘결국 중소 자본으론 파이 싸움조차 불가능해 1년도 버티지 못했다는 거고···.’


[온 월드]가 새롭게 등장한 시점이 5년 전.

플랫폼으로서 자리 잡은 시간을 고려한다면 팔란디아의 전쟁 시기가 참으로 절묘했다.


[젖소가싫어요 – 그리고 애초에 방제도 구려요 누가 마경에 산다는 걸 믿어요?]

[젖소가싫어요 – 대놓고 어그로를 끈다 생각하면 역으로 안 오는 법인데]


참고로 오늘 방제는 [흑마법사의 마경 생존기 2일차]다. 사람들 눈에 띄어야 하지만, 대놓고 자극적인 제목을 짓는 것은 또 안된다니.


“아, 어렵다어려워.”


결국 의자에 몸을 맡기고 뒤로 젖혔다.


‘방송’.

마법과는 다른 방향으로 심오한 세계다. 생각할수록 머리가 복잡해지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런 정신적 자극은 새로워서 나쁘지 않다. 일단 현실을 외면할 수단 중 하나니까.


아무튼 도와준 시청자께 보답은 해야겠지. 화면 속의 내가 힘차게 몸을 일으켰다.


“젖소가싫어요 님은 어느 쪽에 사세요?”


[젖소가싫어요 – 그건 왜요?]


왜긴 왜야. 위험하니까 그렇지.


“만약 아스파라 해안선에 가까이 살면 미리 대피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업무가 있다는 거 보니 백수는 아니신 것 같은데···, 만약 근처에 사시면 잘리시더라도 도망부터 치세요.”


[젖소가싫어요 – 팔란디아 대륙에 젤 가까운 곳이면 늘 위험한 거 아니에요?]


“아뇨. 어제 함대랑 거인들이 해안선 쪽으로 몰려가더라고요. 당장은 몰라도 곧 공격을 시작할 것 같아요.”


팔란디아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안일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호들갑 떨지 말라거나, 금방 끝날 테니 옆 대륙까지 도망칠 필요까진 없다고.

그리고 그런 발언을 한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다른 건 몰라도 안전에 대해선 호들갑 떨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어제 젖소가싫어요 님이 말씀하신 대로 전시 상황이면 더더욱.”


일단 여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말 전부다.

그냥 방송을 통해 어쩌다 알게 된 사람에게 이 이상의 설득을 할 순 없겠지.


[젖소가싫어요 – 아니; 님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음? 어떻게 아냐니···. 그야 봤으니까 그렇죠.”


[젖소가싫어요 – 허ㄹ]

[젖소가싫어요 – 헐]

[젖소가싫어요 – 님 진짜 마경에 사셨군요?]


어쩐지 내가 생각했던 반응이 아니다. 내가 알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 건가.


······잠깐만. 애초에 이 사람.


‘내가 마경에 산다는 걸 아직도 안 믿었던 거야?’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면 방송은 왜 보러 와준 거지?


“젖소가싫어요 님. 제가 마경에 있다는 걸 안 믿으신 것 같은데 그럼 방송은 왜 또 보러와 주신 거예요?”


그 의문을 묻자 곧바로 채팅이 떠올랐다.


[젖소가싫어요 – 죽겠다는 사람인데 그게 진짜면 찝찝하잖아요ㅎ;]

[젖소가싫어요 - 제 직업이 직업인지라]


···이건 마음씨가 상냥한 말이군. 생각해보니 어제 내가 인증한 건 내 방 풍경밖에 없긴 했다.

헛소리라 받아들였어도 자살하려는 사람인 줄 알고 그냥 와줬던 거였나?


[젖소가싫어요 – ㅋㅋ 일단 전 도망 안쳐도되긴해요]

[젖소가싫어요 – 암튼 이제 진짜믿음 말해줘서 ㄱㅅ]


“뭐, 그러면 다행이고요. 아무튼 야방은 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갔다 와야되려나?”


내일 당장 출발하는 건 무리가 없잖아 있다.

고작 어제 함대와 거인들이 지나갔다.

후열대가 더 있는 건 확실하니, 괜히 움직였다가 들킨다면 여러모로 피곤해진다.


‘여유 있게 모레 출발하면 되겠지.’


한때 몇 놈 잡아 족쳤다고 코앞까지 추적해왔을 때는 좀 위험했으니 말이다. 엮이지 않는 게 최우선이다.


그때 채팅창에 못 보던 닉네임이 나타났다.


[나톨 – 여기무슨방임?]

[현재 4명 시청 중]


이럴 수가. 뉴페이스다.

게다가 어느새 동시 시청자가 4명을 달성했다. 순식간에 최고 기록을 갱신한 것이다.


“안녕하세요! 제가 죽기 전에 저, ‘아이반 데르’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방송이에요. 여기 마경이 어떤지도 물어보시면 알려드···.”


[나톨 – 노잼이네]

[현재 3명 시청 중]


“······.”


[젖소가싫어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방송을 오래 켜두니 그 이후로도 사람들이 종종 들어오긴 했다.


대충 추측하자면 방송의 위치가 최하단이라 오히려 발견하기 쉬웠던 것 같았다.

다만, 방제목에 이끌려서 들어왔다기보단 그냥 별 의미를 갖지 않고 들어오는 듯했다.


그들은 내가 마경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떠들었으나 딱히 그에 대해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나란 사람 자체와 1대1로 얘기할 수 있으니 적당히 말을 맞춰주는 것 같았다. 서로 소통할 상대가 필요해서 그 대상을 찾을 뿐 그게 누군지는 상관없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도 그럴 게···.


“아니. 한 명도 안 늘었잖아?!”


꽤 오래 대화를 나눈 시청자들이 있었음에도 팔로워는 단 한 명도 늘지 않았다.


역시 단순한 잡담만으론 안 된다.


망하더라도, 확실한 컨텐츠가 필요했다.




***



[‘IVAN’ 님의 방송 통계]

[총 방송 시간 ‘116’시간]

[최고 시청자 6명]

[평균 시청자 3명]

[팔로워 2명]



***




‘마나 포션은 하루당 한 병이라 치고, 혹시 모를 전투를 대비해 비상용. 그리고 이것저것 합치면···.’


다음 날, 보수 작업을 출발할 때 필요한 짐을 메모하면서 정리하고 미리 챙겼다.


마나 포션은 대충 견적을 내도 꽤 필요했다. 마기가 가득한 외부에서 장기간 활동하기 위해선 마나 실드를 계속해서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정화 필터가 있긴 하지만, 이젠 지하 통로를 왕복하는데도 절반 가량이 소모될 정도니까. 2, 3일이란 시간 동안 활동하면서 계속해서 교체하기엔 현재 남아있는 물자론 부족했다.


짐을 어느 정도 꾸리고 나서 식사를 위해 감자를 삶았다. 쓸데없이 충분한 설탕도 적당히 넣었다. 참고로 껍질은 벗겨 먹지 않는다. 껍질에 있는 것도 소중한 영양분이니까.


“으윽···.”


어제는 짭짤하게 먹었으니, 오늘은 달게 먹었지만 역시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먹어도 물린다.


‘몸이 축 처지네.’


간신히 유지하던 건강 밸런스가 무너지고 있다고 느껴졌다. 그나마 토양이 있을 땐 조금이나마 신선한 채소를 골고루 섭취했으나, 앞으론 그마저도 먹지 못하니 몸이 더더욱 망가지긴 할 것이다.


‘땅이 없어도 수경 재배가 있긴 하지만.’


문제는 수경 재배의 난이도가 상당하다는 것.

이미 계속 실패해서 모종만 여러 번 날리고 말았으니 이 이상 시도하는 건 낭비였다.


대충 포만감을 채우고 야방을 위한 장비를 체크했다. 이 역시도 은사가 남겨줬던 장비 중 하나다.

아예 방송 관련해서는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고 봐도 된다. 전부 5년 전 장비이긴 하지만.


세팅은 어렵지 않았다. 휴대용 캠으로 쓸 단말기에 컴퓨터의 마나 코딩을 그대로 링크하고, 내일 출발하기 전에 본체에서 회선을 빼서 삽입만 해두면 된다.

동일한 마석으로 만든 칩을 그대로 꽂아 쓰는 거라 MP 인증도 필요 없었다.


“됐군.”


아이반 하우스 외부로 나가서 단말기를 들고 다닌다면 인위적인 마나 흐름 때문에 주변의 정찰병이 있을 경우 이를 감지할 것이다.


허나 이 또한 마법으로 한 차례 비틀어주면 보안에 문제없다. 생존 관련된 분야로서 내 마법 활용은 일류나 마찬가지니까.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방송을 위해 컴퓨터를 켰다. 가끔씩 들어오는 유동들에게 내일 컨텐츠를 설명해주면 당일 두 자릿수는 가능하지 않을···, 음?


“뭐야, 이건.”


그런데 [온 월드]에 들어가자 사이트 상단에 ‘1’이라는 숫자가 떠올라 있었다.


누군가로부터 귓속말이 와있었다.


[유클리드12 : 안녕하세요. 아이반 데르님. 혹시 마경 탐사를 하실 때 비밀번호를 걸어서 저한테만 중계해주실 수 있나요?]


처음 보는 닉네임이다.

게다가 다짜고짜 비밀방송 요구라니. 무슨 의도인가 싶었지만, 이어지는 귓속말을 보곤 어이없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유클리드12 : 그렇게 해주신다면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허.”


···이건 뭐 하는 새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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