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비티디 님의 서재입니다.

교주가 되자 세상이 멸망하고 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비티디
작품등록일 :
2023.12.22 09:39
최근연재일 :
2024.02.16 19:2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767
추천수 :
2
글자수 :
88,512

작성
24.02.16 19:20
조회
2
추천
0
글자
9쪽

21.추파충권

DUMMY

‘이제 마음을 다스려서 악마를 몰아내야겠다.’

배가 부르자 스렉은 스승에게 배운 대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과 호흡법을 시작했다.


엄청난 집중력!


무념무상.

사계처럼 자유자재로 변화하는 호흡법.


이게 뭐지?

미세하게 느껴지는 마나의 흐름.

체내에 조금씩 쌓이고 있었다.

이 자식 지금 마나연공을 하는 구나!

나도 스렉의 정신과 몸에 집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스렉이 “휴우”하고 긴 숨을 내쉬고 눈을 떴다.

신체의 에너지를 많이 사용했는지 벌써 소화가 다 돼버렸다.

그리고.


[마력 5 증가]

[체력 1 증가]

[“마나 연공법(B)”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명상(C)”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악마 아직도 거기 있냐?”


“....”


“크아아아악! 드디어 쫒아냈다.”

내가 아까 전 마나의 움직임을 생각하느라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진짜 자기가 쫒은 줄 아는 모양이다.


“캇하하 나는 스렉이다! 챡! 나는 천하무적이다!”

손가락을 움직일까 말까 고민하던 차에, 스렉이 쌍봉을 들고 벌떡 일어났다. 그래 필 받았을 때 수련이나 해라.


쌍봉을 휘두르자 바람 가르는 소리가 가득했다.

-휭! 휭! 휭! 휭!


스렉은 마치 가상의 적이라도 있는 듯이 화려하게 움직이면서 쌍봉술을 펼쳤다.


“책셔! 어림없다!”


이 자식. 자신의 봉술에 심취했나 보다.

좋아! 잘하고 있어. 스렉.


한 시간 동안이나 쌍봉을 정신없이 휘두르던 스렉이 마침내 멈추었다.


[체력 1 증가]

[“쌍봉술(B)”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스렉의 전투 경험은 중요한 기억 같아서 기업주입 당시 회피하지 않았다. 그때도 느꼈지만 스렉의 쌍봉술이란 게 참 오묘했다.


쌍봉의 다채로운 공격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 병기를 붙여서 당겨오는 ‘흡’, 반대로 밀거나 빗겨버리는 ‘퇴’, 병기 자체를 부셔버리는 ‘파’의 기술처럼 현계에서 쓸 수 없는 기술도 스렉은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갑옷 내부나 무기에 충격의 파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추파충권’이야 말로 스렉이 마스터로부터 전수받은 핵심 무술이었다.

그 스킬은 반드시 배워야 한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고, 온 몸이 땀으로 젖었다.


스렉은 개울물로 가 온 몸을 담궜다.

거참 목욕 한번 편하네.

그래도 오크가 씻는 게 어딘가?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 눈을 감고 움직임이 없어졌다. 자나? 아니다.

또 다시 명상에 빠져들었다.


눈을 뜨고 물의 표면을 가볍게 “퉁~~” 치자 물결이 퍼졌다. 다시 한번 약하게 “통~” 치고는 생각에 잠긴 듯 했다.


지금 뭐 하는 거지?

이 순간은 스렉의 생각이 전해지지 않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스렉은 계속해서 물결파를 일으키며, 진동이 어떻게 주위로 전파되는지를 보는 듯 했다.

몸 안의 마나가 움직이면서 진폭과 주기, 진동수가 다채롭게 변하기 시작했다.


한참 뒤에는 손가락 하나로 가볍게 물 표면을 퉁 쳤을 뿐인데, 물결파가 멀어질수록 점점 커졌다. 마치 커다란 바위가 떨어진 것처럼 물가에는 엄청난 파장이 일어났다.


저게 가능한 건가? 대체 어떻게 한 거지?

나도 어느새 스렉이 일으키는 파동에 빠져들고 말았다.


마침내 스렉이 개울물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미 사방이 온통 어두워져 있었다.

언제 이렇게 깜깜해졌지?

나 역시 몰입해 있었나 보다.


[지력 2 상승]

[“명상(C)” 스킬이 LV2로 향상되었습니다.]

[“추파충권(A)”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와! 드디어 추파충권 스킬을 얻었다.

아직 뭐가 뭔지도 모르겠지만;


스렉은 집으로 가자마자 골아 떨어졌다.

코고는 소리는 또 얼마나 요란한지!


근데 이렇게 방비가 허술해도 되나?

하긴 스렉의 집 근처가 다이어 울프의 서식지이긴 하다. 그래 경비견이 있기는 하네.


나도 어느새 잠이 들었다.

길었던 하루가 끝났다.


다음날 스렉은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잠만 잤다.

그래 그건 전날 무리해서 그렇다고 치자.


이 녀석은 한번 먹을 때 폭식을 하고 평소에는 배고픔을 참는 데 익숙한 것 같다. 문제는 내가 배고파 죽겠다는 거다.

랜스 때 감옥에서 강제로 혹독한 다이어트를 해봤더니 더 배고픈 걸 못 참겠다.


안되겠다. 깨우자.

이번 접속에서 뽕을 뽑아야 된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나는 몸을 일으켰다.

어제 육포와 말린 과일, 야채가 보관돼있는 식료품 창고가 생각났다.


“쿠웩!”

내가 몸을 일으켰을 때는 잠에서 깨지도 않더니, 걸음을 몇 발자국 걷자 뒤늦게 놀란다.

이 녀석 이런 쪽으로는 좀 둔하구나.


“너. 악마. 너 진짜...”

뭐? 어제 진짜로 쫒아 낸지 알았냐?


일단 밥부터 먹자. 그럴 듯한 걸로.

나는 스렉의 몸을 움직여 식료품 창고로 갔다.

얼라? 스렉이 몸을 멈췄다.

내가 다시 움직였다. 멈췄다.

몇 번 실랑이를 해보니 서로 어쩌지를 못했다.


“칙. 알. 알았다. 밥 먹자고?”

O , 그래.


“그래. 나는 배 안 고픈데 먹어주지. 대신 오늘 하루 동안 신체를 맘대로 쓰지 마라.”

안 고프긴? 나는 죽겠는데!

그리고 이 신체를 혼자 하루 종일 맘대로 쓰겠다고?


경고하는 뜻으로 오른 손으로 옆구리를 세게 꼬집었다.


“쿠웨엑!!”

아아악!


너무 셌다! 아니야. 이래선 둘 다 힘들다.

공존해야 해.


스렉도 나와 비슷한 생각인지 이 후로는 고분고분 식사도 하고, 내 뜻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늘 하루 동안 다른 일도 안하고 숲에서 계속 단련만 했다. 일단 어제 배우려 했던 “격투술” 스킬을 배웠다. 그리고 추파충권을 땅, 나무, 돌맹이 같은 데 후려 패면서 연습해 봤다.


뭐 다른 것도 좀 해봤는데, 혼자서 수련을 해서 그런지, 아니면 이틀째여서 그런가? 오늘도 속성 수치가 좀 오르고 스킬도 배웠지만, 어제 같지가 않았다. 어제의 삼분의 일정도 밖에 성과가 없고, 레벨도 1밖에 못 올렸다.


그래도 소득이라면 스렉과 나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쪽으로 더 변했다고나 할까?

스렉은 저녁을 먹자 바로 바닥에 뻗었고, 나는 ‘내일은 뭘 해야 하지’ 하고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까아악. 까아악.


웬 밤중에 까마귀 소리?

불길한 울음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응? 스렉이 자다 말고, 갑자기 일어나 쌍봉을 들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늦잠 잘 때만 해도 그렇게 둔하더니.


갑자기 창문으로 웬 까마귀 한마리가 날아와 창틀에 앉았다. 까마귀는 순식간에 형체를 바꿔 헐벗은 사람의 형태로 변하였다. 그래. 마법이구나. 신기하네.


창백한 회색의 피부색, 새까맣고 긴 머리색, 굴곡이 뚜렷한 여체. 종족은 다크 엘프 맞나? 성별은 확실히 암컷이고, 마법사로구나.


스렉의 지인 중에 저런 종족도 있었나?

이번 기억주입은 너무 대충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난다. 설마 적은 아니겠지?


어디서 나왔는지 얇고 검은 색 천이 스르르 나오더니, 신체 중요부위를 아슬아슬하게 가렸다.


“훗, 오랜만이다. 쓰레기.”

빨간 혀를 내밀어 자신의 입술을 핥으며 비웃는 눈으로 쳐다본다. 저건 스렉을 비웃는 것인가? 나를 비웃는 것인가?

어느새 끈적끈적하고 퇴폐적이면서도 그리고 무언가 알 수 없는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것 같다.


“아~~ 밤의 여신이여!”

나보다 스렉이 먼저 압도당하고 말았다!

네발로 기어서 다가가더니, 그녀의 발에 얼굴을 댔다.

그리고 발등에 입을 맞추더니...


“쿳, 킁”

미친놈이 발 냄새를 왜 맡아?

지금까지 그래도 스렉이 로맨티스트라 생각했건만, 저놈은 진짜 변태인가 보다. 스렉의 흥분도가 높아지는 게 나에게도 느껴진다.


“변태짓은 여전하구나.”

여신님이 발로 스렉의 얼굴을 밀어버리자, 스렉이 얼굴을 붉히며 무릎을 꿇고 고개를 들었다.

스렉 지금 부끄러워하는 건가? 대체 무슨 사이지?


“밤까마귀 리스레티아가 무슨 일로 여기에 왔나?”


“스렉,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취. 거래라면 대가부터 말해줘야...”

역시 계산은 확실하게 하는 게 좋지.

미인계에 넘어 갔으면 실망했을 거야. 스렉.


“하찮은 오크 주제에! 이건 명령이다.”


“쿠에엥”

리스레티아가 인상을 쓰면서 차갑게 내뱉자, 스렉이 바로 쫄아서 고개를 숙이고 만다.

뭐 이래?

우리 오크족의 용맹한 전사 스렉은 어디로 갔지?


“얼마 전 너의 스승과 우연히 만났다. 널 여전히 잊지 않았더군. 그 분으로부터 너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들었다.”


“크헝! 마. 마스터가?”


“그래. 그분은 네가 죽었다고 알고 있더군. 내가 사실만 얘기하지 않으면 영원히 그렇게 알겠지. 그렇게 되느냐는 지금 너의 대답에 달려있다.”


협박인가? 이거 나도 어디서 많이 당해봤는데.

하여튼 지구나 이곳 베가나 협박하는 놈은 계속 하고, 당하는 놈은 당하기만 한다.

절대 굴복하지 마! 스렉.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교주가 되자 세상이 멸망하고 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21.추파충권 24.02.16 3 0 9쪽
20 20.악마와 소통하다 24.02.16 6 0 9쪽
19 19.가만히 있는데 레벨 업 24.01.28 7 0 9쪽
18 18. 모든 게 문제 24.01.27 7 0 9쪽
17 17.재회 24.01.26 8 0 9쪽
16 16.두개의 선택지, 하나의 결론 24.01.21 14 0 9쪽
15 15. 세상을 사는 기쁨이 뭔가요. 24.01.20 13 0 10쪽
14 14.약자에겐 선택권 따윈 없다 24.01.19 13 0 9쪽
13 13.인연과 인연 24.01.14 14 0 9쪽
12 12.내 남동생 같아서 그래 24.01.13 17 0 10쪽
11 11.우리는 모두 친구 24.01.11 20 0 10쪽
10 10.야만전사의 포스 24.01.10 27 0 9쪽
9 9.기사 시종으로 살아남기 24.01.08 28 0 9쪽
8 8.그녀의 교태는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24.01.07 36 0 10쪽
7 7. 우리 둘 중 누가 ‘갑’인거 같아요? 24.01.06 39 0 10쪽
6 6. 잊혀진 유물로 S급 능력을 얻다 24.01.01 43 0 10쪽
5 5.왕자로 다시 태어난다면? 23.12.31 43 0 9쪽
4 4. 매니저가 좀 사이코패스 같다. 23.12.31 59 0 9쪽
3 3.황당한 설문조사는 침대로 이어진다. 23.12.30 99 0 10쪽
2 2.(프롤로그) 200억짜리 제안, 받아들일 것인가? 23.12.22 122 1 17쪽
1 1.(프롤로그)신은 실존하는가? 23.12.22 150 1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