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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티디 님의 서재입니다.

교주가 되자 세상이 멸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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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티디
작품등록일 :
2023.12.22 09:39
최근연재일 :
2024.02.16 19:2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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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
추천수 :
2
글자수 :
88,512

작성
24.01.0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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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8.그녀의 교태는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DUMMY

“환자분, 뭐 두고 간 거 없죠? 여기가 좀 외진 곳이라 호출 택시 지금 불러 놨어요. 그리고 이거는 원장님이 환자분 차비 하라고 챙겨주신 거예요.”


두툼한 봉투의 겉에는 ‘408호 차비 지급(천만원)’이라고 적혀 있었고, 열어보니 오만원권이 가득 들어있었다. 이틀 일한 것 치고, 페이 하나는 엄청났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간호사는 생글생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나를 호출 택시까지 바래다주었다. 간호사들은 그냥 평범한 사람이겠지? 그들은 유니가 어떤 ‘인간’인지,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나 할까?


밖에서 보니 병원 건물이 5층에 규모가 꽤 컸다. 병원의 이름은 ‘파라다이스’. 나 같은 ‘환자’가 얼마나 많은지는 몰라도. 그렇게 나는 이틀 만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


정신이 얼마나 혹사당했는지 피로감에 나흘 동안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잠만 잤다. 다른 사람의 일생의 기억이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는 것, 한 번 죽음을 경험해봤다는 것, 이 두 가지는 절대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다.


‘디오’와 관련된 꿈을 계속 꾸고, 독살당했을 때의 고통과 절망감이 나에게 트라우마가 남았는지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확실히 사람의 두뇌에 단시간에 너무 많은 양의 정보를 주입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과부하로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뇌가 터질지도 모른다는 유니의 말은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 인간은 애초에 하나의 정신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설계된 게 분명하다.


앞으로 이러한 컨택트를 계속해야 한다면 그 끝은 뻔해 보였다. 이계에서 죽거나 아니면 현세에서 미치거나 둘 중 하나겠지.


약속한 일주일이 다가오자, 나는 엄마를 보러 병원으로 찾아갔다. 엄마의 무지막지한 병원비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계속해야 해서, 평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시간을 겨우 내서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나를 키운다고 식당의 주방에서 일을 오래 하셨는데, 그 때문인지 4년 전쯤 엄마는 폐암 3기를 판정받았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버텨오셨는데, 1년 전에는 폐암 4기로 모든 장기로 암세포가 전이되어 2년을 넘기기 어려울 거라 진단받았었다.


“엄마. 아들 왔어요.”


엄마를 볼 때마다 눈물이 어리는 걸 감추려 최대한 밝은 척 노력했다.


“명한아.”


엄마는 오랜 투병으로 앙상한 손으로 내 손을 잡았다.


“명한이 무슨 걱정 있니? 얼굴이 많이 안 좋아졌어.”


“아니에요. 잘 먹고, 잘 사는데요 뭘. 엄마는 좀 괜찮아요?”


“나도 잘 먹고, 잘살고 있어요. 아들이 걱정 안 해도 돼.”


엄마의 주름진 눈가, 야윈 볼, 마른기침 소리 모든 것이 가시가 되어 나의 가슴에 박혔다.


이제 엄마에게는 얼마나 시간이 남았을까?

그 전에 내가 당할 수야 없지.

컨텍트고 이계고 뭐고 간에 다 상관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일주일 후 나는 다시 유니가 있는 남양주의 병원으로 출발했다. 싫어도 갈 수밖에, 사실 다른 방법도 없었다.


한편으로는 지난번에 획득한 아이템 ‘윤회의 성배’에 어떤 건지 궁금한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 모르긴 해도 베가에서 미션을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이미 고서에서 비슷한 설명을 본 적이 있었다. 이게 그거 인지는 불분명하지만. 고서에서도 윤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말 그대로 죽고 난 뒤 전생에 대한 기억을 어느 정도 가진 채 환생을 하는 것이었다.


윤회를 하게 되면 사실상 죽지 않으므로 영생을 살 수 있다. 그래서 좋을 것 같지만, 사실 단점도 있다고 나온다. 제일 먼저, 성숙한 정신으로 갓난아기로 되돌아가서 성장을 다시 해야 하는 것이다.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그리고 윤회를 거듭할수록 정신의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치게 되는 결말도 책에서 봤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내가 베가에서 죽었지만, 현세에서 죽지 않은 게 윤회의 성배 덕분인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 베가에서 죽는다 해도 현세에서 괜찮으니 미션에 대한 부담은 확 줄어들 것 같기는 하다.


마침내 도착한 병원.


“환자분, 이번 입원 일정은 좀 길어질 수 있다고 들으셨죠? 주의사항대로 전날 저녁부터 아무것도 안 드셨을 테고, 이제 관장약 먹고 장을 깨끗하게 비울 거예요.”


대장 내시경이라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


방을 배정받고 한참 뒤에야 유니가 반가운 얼굴을 하고 나타나 눈웃음을 쳐댔다.


“명한 씨, 보고 싶었어요. 드디어 우리에게 즐거운 날이 찾아왔네요.”


얼라? 코맹맹이 소리? 이 여자가 나한테 교태를 부릴 때면 꼭 나쁜 일이 생기곤 했다.


“네?”


“그거 있잖아요? 우리 보물을 확인해 봐야죠.”


“아~ 아티팩트 말이군요.”

근데 그게 왜 ‘우리’ 보물이지?


“오늘 환자가 너무 많아서 좀 바쁘네요. 아주 일정을 엉망으로 짜 놨어요. 우리 명한 씨하고 얘기할 시간도 없네요. 자~ 그럼 누워요. 결박하게.”


또 설명 없이 진행은 오지게 빠르다. 근데 왜 자꾸 사람 몸을 묶는 걸까?


“결박은 좀 안 하면 안 돼요? 처음도 아닌데.”


“해야 해요. 환자들이 발버둥을 많이 친다고요. 그러다 침대에서 떨어져서 다칠 수도 있고요.”


“그럼 관장은 왜 하는 거예요?”


“내장을 비우는 게 정신 집중에 좋아요. 또 환자가 이계에 접속 중일 때도 수시로 간호사가 환자 건강관리를 해주는데, 똥 같은 거 싸면 뒤처리하기도 힘들고 해서요.”


나름의 이유는 다 있구나. 의외로 생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닌 거 같다. 근데 오늘 기분이 좋나? 설명도 잘해주고.


“아무튼 안 죽이니까, 걱정 마요.”

그 말만은 절대 못 믿겠다.


“그리고, 접속하자마자 개인 상태 창부터 확인해 봐요. 윤회의 성배가 뭐 하는 건지 나한테 전부 다 보고하는 거 알죠?”


“네.”


“자~ 접속할게요. 전처럼 편하게 하면 돼요.”


5

4

3

2

1


[시스템에 접속을 시도 중...]


“으아악!”

역시 죽을 것 같은 두통. 시작이구나.

근데 기분 탓인지 첫날보다는 그래도 견딜 만했다. 불확실성과 공포가 덜해서 그런가.


[시스템에 접속 성공했습니다.]


또다시 내 몸이 광활한 우주에 떠 있다.


[접속자의 고유 특성 확인 중...]

[지구 – 한국 – 강명한]

[고유 특성이 확인되었습니다.]


[확인하지 않은 아이템이 있습니다. 개인 상태 창을 확인하세요.]


말 안 해도 알아서 알려주는군. 개인 상태 창은 처음에는 붉은색으로 ‘비활성화’라고 적혀 있었으나, 내가 창을 열자 ‘활성화’ 상태로 바뀌면서 정보를 보여 주었다.


이름 : 강 명한

레벨 : 5

.....


[근력 4] [내구 3] [민첩 4] [체력 6] [지력 6]

[마력 0] .....

(잔여 능력치 포인트 10)


나에 대한 각종 정보가 보였다. 저번에 미션 성공으로 레벨 5가 되었구나.


레벨업이 이미 반영된 숫자 같은데. 민첩 속성이 붉은 색깔이고 숫자가 1밖에 안 된다. 뭐지? 설마 장애 때문에 내가 빨리 못 달려서 그런 건가? 젠장! 여기서도 장애가 영향이 있다고?


시스템이 자동으로 능력치를 배분한 것 같다. 근데 내구는 또 뭔데 높아? 내구에 손을 대자, 세부적인 항목이 나왔다.


신체에 타격당했을 때의 내구력이나 회피력, 상처 회복, 불과 물 등에 대한 원소 공격에 대한 저항 등 항목이 훨씬 복잡했다.


그중에서 눈에 들어오는 게 ‘영혼’ 항목으로 다른 것보다 색깔이 훨씬 진하다. 뭐지? 어쨌든 당장은 별로 쓸모없어 보인다. 잔여 능력치 포인트는 민첩에 6, 근력과 체력에 1씩 배분해 버렸다.


알림이 뜬 ‘아이템’을 클릭하자 마침내 어렵게 찾은 아티팩트가 보였고, 친절하게 설명도 있었다.


영혼 종속 아이템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윤회의 성배(S급) : 신화시대 때 만들어진 아티팩트로 사용 시 두 가지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윤회: 총 999회의 환생을 제공합니다. 지구인이 사망시 지구에서, 베가 인이 사망 시 베가에서 환생합니다. 컨택트 상태에서 사망 시 영혼이 무사히 신체로 복귀됩니다. 현재 잔여 환생 수는 888회입니다. 귀하는 총 1회를 자동 사용하였습니다.


·영혼 주입: 어떠한 대상에 영혼을 주입할 수 있습니다. 레벨이 낮을수록 대상의 반발로 실패 확률이 높으며, 레벨이 높아지면 무생물까지도 영혼을 주입할 수도 있습니다.


윤회는 대충 비슷한 것으로 예상은 했었다. 지구인과 베가 인에게 다르게 적용된다는 점은 좀 특이했다. 하긴 지구에서 사망했는데, 베가에서 환생한다면 좀 곤란한 일이긴 하다.


이상한 건 생뚱맞은 영혼 주입이다. 하지만 이것도 생각해보면 고서에서 본 동화 비슷한 얘기가 하나 떠오르긴 했다.


고대의 신 중 장난꾸러기 하나가 있었는데, 자신의 영혼을 다른 대상으로 이동시켜, 본래 그 대상인 척하며 다른 이들을 속이고 농락하기 좋아했다고 한다.


이런 고얀 장난은 같은 신에게까지 이뤄졌는데, 이를 노여워한 다른 신이 그를 그만 죽여 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나중에 후회하여 윤회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던가, 뭐던가 암튼 그런 내용 비슷했던 것 같다.


터무니없는 얘기이기는 한데, 또 생각해 보면 조합이 맞는다. 윤회해서 아기로 태어났다고 해도 영혼 주입을 통해 신체를 갈아탈 수 있다면 엄청난 시너지가 있을 것 같다. 음. 그렇게 하면 엄청난 빌런이겠는데?


뭐 그런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사실 앞으로 베가에서 죽어도 상관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을 얻은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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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내 남동생 같아서 그래 24.01.13 17 0 10쪽
11 11.우리는 모두 친구 24.01.11 18 0 10쪽
10 10.야만전사의 포스 24.01.10 27 0 9쪽
9 9.기사 시종으로 살아남기 24.01.08 27 0 9쪽
» 8.그녀의 교태는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24.01.07 35 0 10쪽
7 7. 우리 둘 중 누가 ‘갑’인거 같아요? 24.01.06 38 0 10쪽
6 6. 잊혀진 유물로 S급 능력을 얻다 24.01.01 40 0 10쪽
5 5.왕자로 다시 태어난다면? 23.12.31 43 0 9쪽
4 4. 매니저가 좀 사이코패스 같다. 23.12.31 58 0 9쪽
3 3.황당한 설문조사는 침대로 이어진다. 23.12.30 98 0 10쪽
2 2.(프롤로그) 200억짜리 제안, 받아들일 것인가? 23.12.22 122 1 17쪽
1 1.(프롤로그)신은 실존하는가? 23.12.22 146 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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