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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티디 님의 서재입니다.

교주가 되자 세상이 멸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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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티디
작품등록일 :
2023.12.22 09:39
최근연재일 :
2024.02.16 19:2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746
추천수 :
2
글자수 :
88,512

작성
24.01.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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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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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4.약자에겐 선택권 따윈 없다

DUMMY

음. 그래도 분위기상 뭘 하라는 건지는 알 것 같았다.


“너희 누구야? 왜 우릴 공격했지?”


“살려줘. 나는 원래 티오르트 자작님을 모시는 군인이다. 지금은 브라이튼 백작을 도와주러 온 연합지원군 소속으로 정찰 중에 야만족이 보여서 공격한 거야.”


“그아르 에게! 그아르 에게!”

하아. 뭘 또 물어보란 소리지?


내가 우물쭈물하고 있자, 게란바토의 시미터의 압력이 더 강해지자 병사의 목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으으윽! 다 말한다고. 빨리 이 야만족 좀 말려봐!”


“잠깐만요!”

내 말을 들은 게란바토가 압박을 약하게 했다.


“뭐가 궁금한데? 어차피 우리도 지원군으로 왔지만, 당장 너희 야만족과 전쟁해서 피를 흘릴 생각까지는 없어. 이미 이런 분위긴 거 알잖아?”

“음...”


“그아르 에게! 그아르 에게!”


“아! 이 야만족이 뭐라는 거야? 알아들어야 대답을 할 거 아니오?”


“음...”

나도 모르겠다. 게란바토는 뭐가 궁금한 걸까?

병사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숲 쪽을 가리켰다.


“이 숲길을 따라 저쪽으로 더 들어가면 연합군 진지가 나와요. 숫자는 천 명 정도고, 숲 밖에 또 진지가 더 있어요.”


- 쏴악!


조금 전까지 말하던 병사의 목이 잘리며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내 얼굴에도 묻어버렸다. 조금 전까지 살아있던 인간의 피는 뜨거웠다.


“아. 깜짝이야!”


게란바토는 내 말에 아무런 반응도 없이 시미터를 집어넣었다. 더 이상 병사에게 들을 말이 없는가 보다.

그리고는 자신과 말에게 박힌 화살을 뽑고 대충 응급처치하더니 내 짐을 내리고 숲 쪽을 가리켰다.


“그으르그”

이제 나 혼자 숲 쪽으로 가란 말인가?


“이제부터 혼자 가라고요?”


게란바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타고 쿨하게 돌아가 버렸다.


조금만 더 가면 우리 편인 제국의 지원군을 만날 수 있다. 쓰러져 있는 제국군의 시체를 보자 내가 누구의 편인지 잠시 헷갈렸다.

뭐 아무렴 어떤가? 설마 평범한 소년인 나를 제국군이 해치지는 않겠지.


숲길을 한 시간 정도 걸어 들어가자, 제국군의 초병과 마주치게 되었다.


“꼬마야 이리 와봐. 너 어디 가냐?”


“제국의 용사님! 만나서 다행이에요. 저는 야만족 놈들의 침략을 피해서 지금 고향으로 가는 중입니다.”


“어디서 왔는데?”


“브라이튼 백작님의 영지에서 왔어요.”


“따라와.”

초병들은 수군거리더니 나를 연합군의 진지로 데리고 갔다. 내 대답이 이상했나? 왜 데리고 가지?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들이 나를 데려온 곳은 낡은 텐트 안이었다.

그곳에는 험악하게 생긴 군인들이 여러 명 있었다.


“나는 정보 수집을 담당하고 있는 조사관이다. 그냥 간단하게 몇 개 물어볼게. 성에서 도망쳐 나왔다고?”


“네.”


“너처럼 꼬마가 어떻게? 어이~ 이 자식 소지품 다 꺼내 봐.”


뭐지? 설마 나를 야만족의 첩자 같은 걸로 의심하는 상황인가? 신분을 밝혀야 하나? 노예란 걸 들키면 좋을 게 없으니, 평민인 것처럼 얘기하자.


“저는 브라이튼 백작님의 충성스러운 기사 제프리 님의 시종 랜스입니다. 민가에 계속 숨어 있다가 기회를 봐서 겨우 도망 나왔습니다.”


“흥~ 주인을 버리고 도망가는 게 뭐 그리 자랑이라고.”


“흑. 기사님이 먼저 제 고향인 베네트 지역으로 가 있으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가는 길이에요.”


이런 상황은 생각도 못 해봐서 임기응변이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다. 내가 봐도 좀 어설퍼 보였다.


조사관은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는 내 소지품을 살펴보더니 무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 퍽


조사관이 갑자기 나의 따귀를 때렸다!

충격으로 머리에 별이 돌고, 옆으로 쓰러졌다.


“새파란 놈이 거짓말은. 네 행색을 봐라.

허겁지겁 도망쳐 오는 놈이 멀쩡한 옷에 이렇게 여행 채비를 완벽하게 갖췄다고? 내 피난민을 수백 명 봤지만, 너 같은 놈은 처음이다.”


“그냥 운이 좋았어요. 믿어주세요.”


이렇게 된 이상우기는 수밖에 없다. 뺨이 얼얼하다.


“이 돈은 뭐야? 10골드라니. 너 같은 꼬마가 갖고 다니기는 너무 많은데? 훔쳤냐?”


“아니에요. 기사님의 돈이에요.”


“거짓말! 이 단검은 또 뭐야? 오~ 이 정도 마감이면 이런 촌에서 나올 만한 물건은 절대 아닌데.”


“그건 정말 제프리 님의 집안에서 내려오는 가보라고 했어요. 나중에 꼭 찾으러 온다고 했어요!”


“단검은 기사님 것이고, 골드는 훔쳤다? 맞지?”


“전부 기사님 거예요.”


“한 번만 더 거짓말하면, 거꾸로 매달고 몽둥이질을 할 줄 알아. 그 골드 민가에서 훔친 거 맞지?”


와~ 조사관 이 새끼 진짜. 뭘 어쩌란 거지?

까딱하다가는 여기서 첩자나 도둑으로 몰려서 또 감옥에 갇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식은땀이 흘렀다.


내가 대답이 없자, 조사관이 의외의 결론을 내렸다.

“그래. 원래는 너 같은 놈은 혼 좀 내줘야 하는데, 네가 훔친 돈을 인정하고 자수하니까 이번에는 봐주마.”


“네?”


“너 물건 다 주고 풀어줄게. 대신 훔친 돈은 전부 몰수다. 이의 없지?”


“하~ 네.”


이제 보니 처음부터 이놈들 목적은 나한테 돈을 뜯는 것이었다. 그래도 놈들이 단검은 제프리의 것이라고 믿어서 뺏기지 않은 게 불행 중 다행이랄까?


그렇게 나는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연합군에서 그 조사관 놈들 외에는 나 같은 꼬마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진지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혼자 길을 걷게 되었다. 차라리 혼자가 안전한 것 같다.


- 타닥 타닥


갑자기 뒤에서 다급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잠깐! 랜스. 뭘 두고 갔잖아.”


어? 저 사람 어디서 봤지?

아까 텐트에서 봤던 수사관을 돕던 병사다.

혼자 말을 다급히 몰고 온 것이다.


그는 말에서 내리더니, 주위를 한 번 쓱 둘러보더니 나에게로 걸어왔다.

뭐지? 왜?


“뭘요?”


- 푸욱!


그는 아무런 대답 없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갑자기 나의 복부에 단검을 쑤셔 넣었다.


“크흑!!”

엄청난 고통! 피가 쏟아져 나오는 복부를 손으로 감싸며 쓰러졌다. 눈물이 나왔다. 피가 역류하면서 입에서 나왔다.


“많이 아프지?”


- 스으윽


“웁!!”

병사가 이번에는 나의 목을 그어버렸다.


“음~ 음~ 음~~”

나의 움직임이 둔해지자, 병사가 콧노래를 부르면서 내 몸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 단검이 비싼 물건인 걸 알고 뺏기 위해 나를 따라왔구나.


귀에 들리는 콧노래 소리가 작아지고, 몸에 감각이 점점 사라졌다.


[플러스 미션에 실패했습니다.]

[사망했습니다.]


[지구로 영혼 자동 이동]

[동화율 94.82453%]


정신을 차렸다.

이번에는 병실에 나 혼자 밖에 없었다.


이계에서 또 죽다니.

두 번이나 타살당하니까 충격도 충격이지만, 착잡하고 씁쓸한 맘이 들었다.


이번 생에 확실히 깨달은 게 있다면 약하면 그냥 짓밟힌다는 것이다. 강해져야 한다!


유니가 방문을 열고 싸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 짝!


내 볼에서 또다시 경쾌한 소리가 병실에 울려 퍼졌다.

이계에서 조사관에게 맞은 지 얼마 됐다고 또!


“왜, 왜 그래요?”


“명한 씨, 정말 이런 식으로 나를 배신할래요? 내가 지금까지 너무 잘해 줬죠?”


뭐지? 왜 또 이렇게 화가 났지?


“플러스 미션 실패해서 그래요?”


“그게 아니라! 왜 연결방식 ‘중개’를 선택 안 했어요? 내 목소리가 그렇게 듣기 싫던가요?”


“아니요. 미리 얘기해 줬으면 중개를 선택했을 텐데. 다음부터 중개로 할게요. 됐죠?”


“뭐 됐죠? 명한 씨. 내 경고하는데, 한 번만 더 ‘됐죠?’ 같은 말투 쓰면 끝인 줄 알아요.”


하아. 또 말투 지적이다.


“네. 유니. 정말 미안해요.”


“이제 아이템에 대해 말해 봐요.”


나는 윤회의 성배에 있는 두 가지 스틸 윤회와 영혼 주입에 관해 얘기해 줬다. 좀 숨길까 하다가, 그래봐야 이득도 없을 것 같아 그냥 솔직하게 다 얘기해 버렸다.


내 얘기를 듣는 동안 유니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저런 모습 처음이다.


“아~ 그런 거구나. 그럼 명한 씨 이제 목숨이 887개 남았네요. 이제 명한 씨는 그 목숨 다 쓸 때까지 이 병원에서 못 나가요. 다 늙어야 나가겠는데요.”

“네? 맘대로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인상 쓰지 말고~ 그리고 미션에 실패했죠? 확실히 할 건 확실히 하자고요. 내가 미션에 실패하면 벌을 받는다고 했는데, 내 말 무시했어요?”

“아, 아니에요.”


무섭다. 웅카르의 매니저는 안 그렇다는데, 얘는 왜 이렇게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


“자~ 지금부터 매니저로서 시스템으로부터 받은 공식징계 권한을 사용하겠어요. 명한 씨는 태업을 했어요. 가벼운 저주를 벌칙으로 줄게요. ‘탈모’와 ‘발기부전’ 이 두 가지 중에 맘에 드는 걸로 골라요.”


“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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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악마와 소통하다 24.02.16 5 0 9쪽
19 19.가만히 있는데 레벨 업 24.01.28 5 0 9쪽
18 18. 모든 게 문제 24.01.27 6 0 9쪽
17 17.재회 24.01.26 7 0 9쪽
16 16.두개의 선택지, 하나의 결론 24.01.21 14 0 9쪽
15 15. 세상을 사는 기쁨이 뭔가요. 24.01.20 12 0 10쪽
» 14.약자에겐 선택권 따윈 없다 24.01.19 12 0 9쪽
13 13.인연과 인연 24.01.14 14 0 9쪽
12 12.내 남동생 같아서 그래 24.01.13 17 0 10쪽
11 11.우리는 모두 친구 24.01.11 18 0 10쪽
10 10.야만전사의 포스 24.01.10 27 0 9쪽
9 9.기사 시종으로 살아남기 24.01.08 27 0 9쪽
8 8.그녀의 교태는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24.01.07 35 0 10쪽
7 7. 우리 둘 중 누가 ‘갑’인거 같아요? 24.01.06 38 0 10쪽
6 6. 잊혀진 유물로 S급 능력을 얻다 24.01.01 4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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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매니저가 좀 사이코패스 같다. 23.12.31 58 0 9쪽
3 3.황당한 설문조사는 침대로 이어진다. 23.12.30 98 0 10쪽
2 2.(프롤로그) 200억짜리 제안, 받아들일 것인가? 23.12.22 122 1 17쪽
1 1.(프롤로그)신은 실존하는가? 23.12.22 147 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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