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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티디 님의 서재입니다.

교주가 되자 세상이 멸망하고 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비티디
작품등록일 :
2023.12.22 09:39
최근연재일 :
2024.02.16 19:2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748
추천수 :
2
글자수 :
88,512

작성
23.12.31 11:10
조회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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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4. 매니저가 좀 사이코패스 같다.

DUMMY

“여기서는 요즘 사람의 신체를 부위 별로 팔게 되면 얼마 받을 수 있을까요? 식용이든 뭐든 간에요.”


머리털이 쭈뼛 서고, 식은땀이 흘렀다. 이건 장난이 아니다. 나는 지금 납치되었고, 이 여자는 나의 장기를 판매하려는 것이다!


그럼 그렇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해서 말도 안 되는 설문조사를 했을 때까지 전부 이상했다. 갑자기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기 시작했다.


“하하. 다 장난이에요. 장난. 명한 씨가 워낙 표정이 안 좋아서. 하여튼 이 곳 사람들은 유머 감각이 좀 떨어진다니깐.”


뭐가 장난이고, 뭐가 웃기지? 그리고 자기는 이 곳 사람이 아니란 건가? 당황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정윤희는 주사기를 꺼내 들고 나에게 보여 주었다.


“이게 처음이 좀 어렵거든요. 약물 없이 성공하는 사람도 있는데, 또 실패하는 예도 있어요.

우리 안전하게 그냥 약물 쓰고 하죠. 마취제 쪽으로 갈까요? 아니면 마약 쪽? 장단점이 달라서요. 개인적으로 마약 계열인 히로인이나 모르핀을 추천해요.”


대화가 갈수록 이상해진다. 그리고 점점 무서워졌다. 저 여자는 대체 나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이동식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각종 앰풀은 이번에는 저 여자의 말이 단순한 허풍이 아니라는 걸 보여 주고 있었다.


주사기 바늘이 이렇게 무섭긴 첨이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못 차리면 끝이다!


“윤희 씨. 이러지 마세요. 저 아직 결혼도 못해봤고, 어머니한테 효도 한 번 못해봤어요. 이렇게 죽을 순 없어요. 살려주세요.”


정말 다급해지니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지고, 목소리가 울먹거린다.


“무슨 소리예요? 내가 당신을 왜 죽여요?”

“그럼 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하! 아까 설문조사 때 힌트를 줬잖아요. 그땐 귀담아듣지도 않더니. 그리고 내가 경험해보니까, 설명 같은 건 시간 낭비더라고요. 명한 씨가 직접 경험해보면 무슨 일인지 다 다 알게 될 거예요.”

“네? 대체 무슨 얘기를 하세요? 설명을 좀 해줘야 알 거 아니에요!”


“아! 해줄게요! 해줄게. 소리 지르는 데 괜히 힘 빼지 마요. 그러니까 ‘이세계’ 말이에요.”


“무슨 이세계요? 지금 외계인 얘기하는 거예요?”


“아~ 귀찮아. 다 됐고! 이게 설명하기도 너무 길고, 그냥 해보면 다 알게 돼요. 일단 접속부터 해보자고요.”


“윤희 씨!!!”

내가 고함을 지르며 온 힘을 쓰자 침대가 뒤흔들렸다.


“어휴~ 내가 원래 설명 같은 거 잘 못 해서 안 하는 스타일인데, 하도 시끄러워서 특별히 해줄게요.

그러니까 컨택트를 하려면 시스템과 영혼 호환이 잘 돼야 하는데, 명한 씨 기운이 맑다고 내가 말했잖아요.

나는 당신과 시스템을 중계하는 매니저 ‘유니’고요. 빨리 컨택트부터 해봐요.”


아! 설명을 들을수록 미칠 것 같다. 이 여자는 무슨 과대망상 같은 정신병이 있는 걸까?


“더 이상 질문은 안 받아요. 약이나 빨리 선택해요. 나 바빠요. 삼 초 내에 결정 안 하면 히로인을 그냥 투여할게요.”


히로인이면 마약 중에서도 가장 질이 안 좋다고 들어본 것 같은데. 나 정말 제대로 엿 된 거 같다.


“윤희 씨 아니 유니! 우리 그러지 말고 일단 주사기 내려놓고, 대화로 풀어 봐요. 뭔가 오해가 있는 거 같아요.”


살기 위해서는 필사적으로 이 미친 여자를 설득해야만 한다.


“아 진짜. 시간 없다니까!”


유니가 짜증 섞인 얼굴로 앰풀에 주사기를 꽂아서 알 수 없는(아마 히로인이겠지) 내용물을 주입하였다.

날카로운 주사기 바늘의 끝에서 액체가 흘러나왔다. 소름이 돋는다. 주사는 절대 피해야 한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아까 약물 없이도 한다고 했죠? 지금 꼭 해야 한다면 약물 없이 할게요.”


“후회하지 마요. 나중에! 아니 나중은 없겠네요. 잘못되면 어차피 죽을 테니까.”


유니는 다행히도 주사기를 내려놓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열 개의 손가락으로 나의 머리에 감싸더니 지그시 눌렀다.


“마음 편하게 가져요. 너무 흥분하면 뇌가 터져요. 그냥 꿈을 꾼다고 편하게 생각해요. 자~ 시작할게요.”


5

4

3

2

1


[시스템 접속 시도 중...]


“으아악!”

엄청난 두통!!


예전부터 나를 괴롭혀왔던 편두통과는 차원이 다르다. 고통의 크기도 훨씬 크고, 그 부위도 한군데가 아니라 내 머리 여러 부분을 정으로 박는 듯한 느낌이다.

정말 말 그대로 내 머리통이 이대로 부서질 것만 같다. 이건 상상도 못 해본 고문이다.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시스템 접속 성공했습니다.]


마침내 두통이 사라졌다.

문득 주위를 보니 내 몸이 우주에 떠 있는 것 같다.

별빛의 무리, 밤하늘에 우유를 뿌려놓은 듯한 은하수.

수많은 별빛의 성단.


꿈에도 상상해 본 적 없는 광활하고 신비한 광경에 감동까지 느껴진다.


[안녕하세요. 본 시스템은 지구인과 베가인의 컨택트를 위하여 만들어졌으며, 지구인에게는 게임을 모방한 환경을 제공하여 최대한 빠르고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나의 머리에 전달되는 메시지.


‘이게 뭐지? 지금 꿈을 꾸는 건가?’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하다. 조금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다 기억이 난다.

하지만 현실이라 하기엔 너무 말이 안 된다. 나의 신체가 투명하게 변한 상태가 내 눈에 보이니까.


[접속자의 고유 특성 확인 중...]

[지구 – 한국 – 강명한]

[고유 특성이 확인되었습니다.]


[집합 베가에서 대응 상대를 탐색 중...]

[연결 방법을 선택하여 주세요.]


‘자동’ ‘랜덤’ ‘중개’ 등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게 뭐지?’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데 뭔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어차피 꿈이라면, 아무것도 모르니 그냥 아무거나 선택할까? 하지만 좀 전에 매니저가 한 말이 정말이라면? 현실적으로 와닿지는 않는 얘기지만, 지금 상황이 이런 걸 보면 영화나 소설로는 있을 법한 얘기다.


이게 진짜고 현실이라면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으니.


‘자동’의 이미지 근처에 손을 갖다 대자 다행히도 설명이 나왔다.


[시스템의 판단으로 최적의 상대를 매치합니다.]


그럼 ‘랜덤’은?


[무작위로 상대를 매치합니다.]


이건 좀 당연한 얘기 같고. 그럼 ‘중개’는?


[매니저의 중개로 매칭을 진행합니다.]


매니저? 아~ 설마 조금 전에 나에게 무턱대고 마약을 놓으려고 했던 그 미친년을 말하는 건가?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앞의 두 개는 동전을 던져서 운명을 결정하는 느낌이라면, 그래도 이건 대화가 가능한 매니저를 통한다.

매니저가 이상하고 대화를 거부한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조금의 힌트라도 얻을 수 있는 게 낫겠지. 나는 중개에 손을 대서 선택했다.


[중개를 선택했습니다. 매니저인 유니의 정신을 호출합니다.]


“명한 씨, 정신 손상 없이 접속에 성공했네요. 안 그래 보이던데 의왼데요? 뭐 암튼 축하해요.”


유니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자고 있을 때 다른 약물을 주입한 건 아니지? 이게 전부 환각? 아니면 꿈?”


“아 또 그런 얘기. 짜증나게! 지금 보고도 몰라요? 좀 현실을 받아들여요. 자꾸 시스템에 반항하는 쪽으로 나가면 나도 더 이상 좋게 못 해줘요.”


언제는 나를 도와줬나? 하지만 짜증이 드러나는 말투에 덜컥 겁이 났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매니저와 적대적인 관계를 만들어 봐야 좋은 것 없다. 맘에 안 들어도 최대한 매니저를 이용해야 한다.


“알았어요. 일단.”


“그래요. 그럼 진행할게요. 접촉할 이세계의 이름은 베가 이고요. 매칭 상대는 지금 한 20개 정도 검색되는데 잠시 더 기다려보죠. 더 기다리면 좋은 게 걸릴 수도 있으니.

먼저 매칭 속성부터 정하죠. 일방 연결과 쌍방 연결이 있는데, 뭐로 할래요? 쌍방 연결을 추천해요.”


“속성은 뭐죠?”


“그냥 추천대로 하지. 명한 씨 은근히 말 많네요.

매칭 속성은 쉽게 말해서 일방 연결은 당신의 영혼만 베가로 보내는 거고, 쌍방 연결은 당신과 베가인의 영혼을 맞교환하는 거예요.

아무래도 쌍방 연결은 서로가 경험치를 올리고, 별도 보너스가 있으니 그게 낫죠.”


뭐? 지구상에 있는 나의 육체에 알지도 못하는 이계 사람의 영혼이 들어간다고? 현실 세계에서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는데? 그건 절대 안 돼.


“일방 연결로 해주세요.”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닌데, 뭐 본인이 원한다니 그렇게 해줄게요.”


확실히 이 유니라는 매니저는 지구인의 기준으로는 뭔가 필수적으로 있어야 할 중요한 요소가 빠져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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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세상을 사는 기쁨이 뭔가요. 24.01.20 12 0 10쪽
14 14.약자에겐 선택권 따윈 없다 24.01.19 1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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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내 남동생 같아서 그래 24.01.13 17 0 10쪽
11 11.우리는 모두 친구 24.01.11 18 0 10쪽
10 10.야만전사의 포스 24.01.10 2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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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잊혀진 유물로 S급 능력을 얻다 24.01.01 40 0 10쪽
5 5.왕자로 다시 태어난다면? 23.12.31 43 0 9쪽
» 4. 매니저가 좀 사이코패스 같다. 23.12.31 59 0 9쪽
3 3.황당한 설문조사는 침대로 이어진다. 23.12.30 98 0 10쪽
2 2.(프롤로그) 200억짜리 제안, 받아들일 것인가? 23.12.22 122 1 17쪽
1 1.(프롤로그)신은 실존하는가? 23.12.22 147 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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