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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티디 님의 서재입니다.

교주가 되자 세상이 멸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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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티디
작품등록일 :
2023.12.22 09:39
최근연재일 :
2024.02.16 19:2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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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
글자수 :
88,512

작성
24.01.0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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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9.기사 시종으로 살아남기

DUMMY

개인 설정 창을 닫자 시스템의 다음 메시지가 떴다.


[집합 베가에서 대응 상대를 탐색 중...]


[연결 방법을 선택하여 주세요.]

[새로운 연결 방법 ‘대화’가 추가되었습니다.]


뭐지? 이제 생명도 많아졌겠다, 뭐가 유리한지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는 게 좋겠어.


[대화 선택]


“안녕하세요. 지구인 강 명한님. 저는 시스템 일부로 대화형으로 사용자에게 최적의 연결을 돕는 존재 ‘포트’입니다.”


“그럼 그쪽이 시스템이란 건가요?”


“일부입니다.”


“시스템이란 게 뭐죠?”


“시스템은 의지입니다.”


신의 의지 같은 건가?


“지구와 베가를 이런 식으로 컨텍트 하는 이유가 대체 뭐죠?”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정보 제공 횟수와 범위를 넘었습니다. 대화를 종료하고, 다음 단계로 진행합니다.”


뭐? 벌써 대화 끝? 시스템도 정보를 쉽게 주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더 물어봐야 안 되겠지?


“새로운 연결이 필요합니다. 방법은 이전처럼 일방 연결로 하시겠습니까?”


“네.”


“연결 상대나 미션 난이도에 대한 요구사항이 있습니까?”

미션 난이도까지 선택 가능하다고? 매니저는 미션은 본인도 모른다고 했는데.


“음. 상대에 대한 주입 정보가 너무 많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 물론 인간, 남자로 해주시고요. 미션 난도는 쉬운 수준이면 좋을 거 같고요.”


그래 이제는 뭐가 뭔지 조금은 알 거 같고, 죽음에 대한 부담도 적으니 워밍업 하는 기분으로 해보자.


[최적의 상대를 탐색 중입니다.]

[매칭 상대 결정]

[베가로 영혼을 이동시킵니다.]


또다시 매스꺼움과 두통.

강제로 정보를 주입하다 보니 머리가 멍해진다. 나의 기억 한도를 초과한 지 오래다.


[동화율 63.894133%]


나의 이름은 랜스.

어라~ 이번에도 전에 디오보다도 나이가 비슷하거나 조금 어린 느낌인데.


헉! 근데 이번에는 사회적 지위가 아예 땅바닥에 처박혀서 노예가 돼버렸다. 왕자였다가 노예로 추락하다니!


원래부터 완전 노예 가문까지는 아니고, 농노의 집에서 태어나 어릴 때 팔려가서 노예가 되었다. 그래서 정확한 나이도 모르는 거고.


나는 제국의 북쪽 변방에 있는 브라이튼 백작 가에 속한 전투 노예로 주로 기사의 보조 역할을 맡고 있다. 노예에도 나름의 ‘급’이 있는데, 따져보면 완전 최악까지는 아니다. 왜냐하면 공을 세우거나, 몸값을 치르고 해방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전쟁 같은 게 우리 같은 처지에는 큰 기회인데, 아니나 다를까 그 중요한 이벤트가 지금 진행 중이다. 저 야만인 약탈자 캄베르 족이 성을 일주일 넘게 두드리고 있으나, 지금까지 잘 수비 해 온 것이다.


인근 영주들의 연합 원군이 온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이제는 잠잠하기만 하다. 그래도 내가 기사들과 가까운 위치라 주워들은 게 있는데, 오다가 캄베르 족과 평야에서 맞붙어서 대패했다나 뭐라나.


어쨌든 여기가 워낙 오지라서, 중앙의 원군이 오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 성벽이 두텁고 튼튼해서 적들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함락하기 쉽지 않은데, 문제는 성안에 있었다.


우리와는 오랜 앙숙인 캄베르 족이 이번 전쟁에서 대규모 원정군을 데리고 와 ‘모조리 학살’을 예고하자, 소문을 들은 지역 주민들이 성으로 엄청나게 몰려버렸다. 브라이튼 백작은 또 정에 이끌려 기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피난민들을 다 받아줘 버린 것이었다.

원래 두 달도 버틸 수 있는 식량이 급속도로 소진되기 시작했고, 적의 투석 공격으로 인한 꾸준한 피해와 성내에서도 사고가 터져 사기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보조하고 있는 기사 스펜서가 어제 투석기에서 날아온 돌덩어리를 맞고 죽어버렸다.

천벌이라도 내린 건가? 잘 죽어버려서 속이 시원하다. 게이 자식! 힘없는 나한테 화풀이나 하는 쓰레기.


내 그 자식과 관련된 기억을 최대한 안 받아들이고 거부했는데, 남은 기억만 해도 토할 거 같다. 아예, 생각을 말자. 베가는 아직 야만의 땅이니.


그러나저러나 나는 이제 어떻게 되지?


“어이, 랜스”


병참 보급 업무를 하는 라멜란 이었다.


“네가 모시던 스펜서 님이 전사했으니, 새로운 주인을 모셔야지. 근데 지금 전쟁 중이라, 합이 안 맞는 어린아이를 원하는 분이 많이 없단 말이야.”


라멜란은 곁눈으로 나를 한번 훑었다. 맞다. 이 자식도 게이다. 내가 잘생긴 것도 아닌데, 그래, 만만해서겠지.


“어쩔래? 내가 그래도 안전한 기사 보조 시종 자리 알아봐 줄까 아님, 빡세고 위험한 일반 병사 역할을 할래?”


[미션(E급) ‘5일 동안 생존하기’가 진행됩니다.]


[플러스 미션(D급) ‘8일 안에 고향 집으로 돌아가기’ 성공 시 보상치 3배]


드디어 미션이 떴다!

그리고 뭔가 선택의 순간이 오고 말았다. 어떤 면으로 보더라도 병사보단 기사의 시종이 열 배는 낫다. 나도 이제 시종 생활을 많이 해봐서 그쪽으로는 모르는 것도 없고. 게이만 안 걸리면 뭐 괜찮다.


“할 수 있으면 시종 자리로 해주세요.”


“음.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은데... 나도 얻는 게 있어야지. 니가 그렇게 입으로 잘한다며?”


완전히 토할 것 같다.


“지금 전시 상황에서 그런 거 걸리면 큰일 나는 거 아시잖아요? 다 끝나고 조용해지면 제가 잘해드릴게요.”


어차피 미션이 끝나면 나는 지구로 복귀하니, 일단 모르겠다. 막 던지고 보자.


“다들 알게 모르게 잘하는데 왜 그래. 나도 요즘 전투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서 급해.”


하. 그냥 일반 병사로 해달라고 할까? 그럼 어린애한테 이 지랄을 하는 이 자식 성격상 최악의 장소로 배치하겠지?


“한 번만 봐주세요. 제가 사실 이틀 전부터 입안에 뭐가 나서 병 옮길까 봐 스펜서님한테도 못 해 드렸어요. 다음에 꼭 많이 해드릴게요.”


“쓸모없는 자식. 저기 북문 쪽으로 가서 시종 자리가 필요한 지 기사님들께 물어봐.


다행히 포기는 빠르네. 입안을 보자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그나저나 이 자식 나한테 괜히 겁줬냬. 구체적으로 누구한테 가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잘 됐다.


나는 북문으로 갔다. 쉬고 있는 기사들이 몇 보였다.

짬이 짬인 만큼 전부터 아는 기사들도 많다. 그게 아니더라도 기사인지 아닌지는 입고 있는 갑옷이나 분위기로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나는 평소에 호감이 갔던 기사 제프리에게 모르는 척 다가갔다. 제프리는 최근에 이쪽으로 온 자로 실력과 매너 둘 다 갖춘 이 성에서 몇 안 되는 기사다운 기사였다.


제프리가 텃세를 부리던 나의 주인이던 스펜서를 실력으로 망신 주는 모습을 보고 팬이 됐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제프리가 게이가 아니란 것!


“보급 담당이 보내서 왔습니다. 저는 백작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있는 랜스라고 합니다. 혹시 시종이 필요하신가요?”


“다른 데서 찾아봐야겠는데? 나는 잔심부름하는 시동이 하나 있어. 걔로 충분하고.”


역시 제프리는 관심이 없는 듯했다. 아니야. 나는 살기 위해서는 네가 필요해.


“지금 전투 중이라 잡일이 많을 걸로 압니다. 각종 잡일은 그 시동이 할 수 있겠지만, 갑옷 착용이나 무기 손질 같은 전문적인 부분은 제가 경험이 많아서 훨씬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전투 보조까지 할 수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옆에서 끝까지 보조하겠습니다.”


“크크. 재밌는 녀석이네. 됐어.”


“혹시 경비가 부담되십니까? 지금은 무료로 임시 계약을 하고, 이번 전쟁이 끝나고 맘에 들면 정식 계약을 하는 게 어떻습니까? 전의 주인한테도 한 달에 4실버를 받아서 부담도 없을 겁니다.”


내가 백작가의 소속이긴 해도 고용 기사한테 별도로 소액의 수고료를 받기는 했다. 제프리는 말없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관찰하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왜 이렇게 치근대지? 근데 어디서 본 거 같더니, 어제 죽은 스펜서의 시종이구나.”


“네 맞습니다.”


“흥. 근데 너 게이냐?”


“아니에요.”


“근데 왜 내 시종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구냐?”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진심을 담아 얘기했다.

“살고 싶어서요. 분위기도 점점 험악해져서 저도 기댈 곳이 있었으면 해서요.”


“하하하! 너 바보구나. 내 시종이 되면 오히려 죽을 가능성이 클 텐데. 그렇게 하고 싶으면 당분간은 너를 내 시종으로 하지.”


“감사합니다. 앞으로 주인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나는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했다. 드디어 승낙을 받아냈다!


“뭐 거창한 충성까지는 필요 없다. 니가 불쌍해서 받아주는 거니 괜히 객기 부리다 죽지 말고, 위험해지면 알아서 처신하고.”


기사의 종복은 기사와 같이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도망가거나 항복하는 건 불명예라 다들 언급조차 안 하는데. 역시 뭔가 쿨해! 좋았어! 이제 병사로 끌려갈 일도 없겠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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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악마와 소통하다 24.02.16 5 0 9쪽
19 19.가만히 있는데 레벨 업 24.01.28 5 0 9쪽
18 18. 모든 게 문제 24.01.27 7 0 9쪽
17 17.재회 24.01.26 7 0 9쪽
16 16.두개의 선택지, 하나의 결론 24.01.21 14 0 9쪽
15 15. 세상을 사는 기쁨이 뭔가요. 24.01.20 12 0 10쪽
14 14.약자에겐 선택권 따윈 없다 24.01.19 12 0 9쪽
13 13.인연과 인연 24.01.14 14 0 9쪽
12 12.내 남동생 같아서 그래 24.01.13 17 0 10쪽
11 11.우리는 모두 친구 24.01.11 18 0 10쪽
10 10.야만전사의 포스 24.01.10 27 0 9쪽
» 9.기사 시종으로 살아남기 24.01.08 28 0 9쪽
8 8.그녀의 교태는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24.01.07 35 0 10쪽
7 7. 우리 둘 중 누가 ‘갑’인거 같아요? 24.01.06 39 0 10쪽
6 6. 잊혀진 유물로 S급 능력을 얻다 24.01.01 40 0 10쪽
5 5.왕자로 다시 태어난다면? 23.12.31 43 0 9쪽
4 4. 매니저가 좀 사이코패스 같다. 23.12.31 59 0 9쪽
3 3.황당한 설문조사는 침대로 이어진다. 23.12.30 98 0 10쪽
2 2.(프롤로그) 200억짜리 제안, 받아들일 것인가? 23.12.22 122 1 17쪽
1 1.(프롤로그)신은 실존하는가? 23.12.22 147 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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