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비티디 님의 서재입니다.

교주가 되자 세상이 멸망하고 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비티디
작품등록일 :
2023.12.22 09:39
최근연재일 :
2024.02.16 19:2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749
추천수 :
2
글자수 :
88,512

작성
24.01.06 13:30
조회
38
추천
0
글자
10쪽

7. 우리 둘 중 누가 ‘갑’인거 같아요?

DUMMY

“어서 의원을 불러와!”

누군가 큰 소리를 냈다.


그리고 갑자기 성배를 든 손이 무게로 내려가고 시작했다.


“왕자님! 정신 차려요. 이 와중에 포도주는 왜 자꾸 부어 달래요?”

누군가 내가 꼭 움켜 지고 있는 성배에 포도주를 부어 준 것이었다!


이제야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 것 같다.


무뚝뚝한 면도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나를 지금까지 보살펴 준 고마운 사람.

내가 아기였을 때도 나의 옹알이를 귀신같이 알아들은 한 사람.


제이아!


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성배를 들어 포도주를 마셨다. 그리고는 끝이었다. 의식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미션에 성공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사망했습니다. 원인 : 치사량의 맹독 섭취]


[지구로 영혼 자동 이동]


“어~ 어! 이상하다.”


마치 꿈속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목소리.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로 왠지 거부감이 든다. 그래, 이 목소리의 주인을 알 것도 같다.


비로써 나는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동화율 92.5648%]


이곳은 다시 지구의 알 수 없는 장소. 침대 위에 여전히 나는 묶여 있는 상태이다.


“명한 씨, 대체 어떻게 미션에 성공했죠? 사실 난도가 꽤 높았고, 데스 카운터 속성이 98이라서 곧 죽을 운명이었는데.

그리고 미션에 성공해도 베가에서 사망 메시지가 떠서 죽어야 정상인데. 왜 또 여기 신체가 살아있지? 이상하네!”


끔찍한 소리를 자연스럽게 잘한다. 이 목소리의 주인은 나의 매니저 유니가 확실합니다!


“하아. 하아. 먼저 몸부터 풀어줘요.”


“싫다면?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해주면 풀어줄게요.”


자기는 설명해 주기를 그렇게 싫어하더니, 나보고는 해달란다. 역시 사이코 같아. 그동안 당한 느낌이 있어 왠지 쉽게 알려주기는 싫어졌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싫다면?”


“음. 명한 씨 그런 식으로 나올 거예요? 대답하기 싫다고요? 그래요. 우리 사이 정리부터 확실하게 하죠. 내가 서비스를 해주는 처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 사이에 관계를 따진다면 누가 우위에 있을까요? 우리 둘 중 누가 갑이라고 생각해요?”


싸늘하다. 왠지 내가 을인 것 같다.


“우리 그런 사이 말고 서로 협조하죠. 나도 경험해보니,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어느 정도 알게 되었으니까.”



“아니에요. 틀렸어요. 내 질문에 대답부터 해요. 오늘 하기 싫으면 내일 다시 얘기하죠.”

유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잠.. 잠깐.”


“젠장!”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나도 유니에게 묻고 싶은 게 많다. 그리고 마지막 시스템 메시지인 동화율이란 건 뭐지?

내가 베가로 갔을 때는 분명 칠십몇 퍼센트였다. 기억 주입을 거부했더니, 확실히 디오의 기억은 희미한 느낌이 있었다.


문제는 지구로 돌아왔을 때 92%란 게 뭐지? 왜 100%가 아니지? 설마 이전에 강명한의 기억 중 92%만 복구됐다는 뜻은 아니겠지?


“환자분~”


이번에는 간호사가 방으로 들어왔다. 전에 봤던 간호사와는 또 다른 사람이다.


“몸이 아주 불편하세요? 지금 식사는 안 되고, 영양제 수액 좀 놔드릴까요?”


“여기 어디예요?”


“음. 원래 환자와 일반적인 대화는 방침상 금지돼 있어요. 미안해요. 다른 거 불편한 건 없어요?”


“여기 병원인가요? 어디 병원이죠? 그것만 제발 알려줘요. 저 지금 납치당한 것 같아요.”


“하~ 납치라니요! 큰일 날 얘기 마세요. 그럼 제가 그 질문만 답해 줄게요. 대신 제가 알려줬단 말 절대 하지 마세요.”


“네.”


“여기는 남양주에 있는 사설 정신병원이에요. 환자분이 안정을 취하면 당연히 바로 나갈 수 있어요. 여기 이용하시는 환자분들이 입소문으로 많이 찾아오는 곳이에요.

다들 며칠 있다가 무사히 돌아가시고, 또다시 재방문하시고 뭐 그러던데요? 다들 잘 적응하시던데 환자분처럼 납치 같은 얘기하는 분 처음 봐요. 그러니까 안심하시고, 회복만 신경 쓰세요.”


“음...”


사설 병원이라고? 간호사의 말이 거짓 같지는 않다. 그래 일단 큰 위기는 넘긴 거 같으니 기다려보자.


- 다음 날 -


종일 시계도 티브이도 없는 방에서 멍하니 누워 있는 것도 고문에 가깝단 생각이 들었다. 차분하게 생각해 봐도 일단 최대한 매니저에게 협조하는 척하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이계에서 한 번 죽어보니, 생존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후가 돼서야 유니는 방으로 찾아왔다. 전날의 싸늘함이 아직도 얼굴에 드리워져 있다.


“명한 씨, 이제 좀 생각이 바뀌었어요?”


심지어 방안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문고리를 잡고 나에게 묻는다. 하! 내가 조금만 반항하면 또 나갈 기세인 거 같다. 참자. 참는 수밖에 없다.


“네 많이 바뀌었어요. 어제는 미안했어요. 앞으로 윤희 씨 말 잘 들을게요.”


“윤희 씨 말고 유니라고요.”


“네. 미안해요. 유니씨”


“씨 빼라고!”


유니의 언성이 높아지고 얼굴이 표독스럽게 변한다. 이름 뒤에 씨를 붙이는 게 저렇게 화낼 일인가? ‘님’자라도 붙여야 하나? 아니 그냥 빼자.


“네. 미안해요. 유니”


“명한 씨가 이제는 좀 정신을 차린 거 같네요.”


유니는 말없이 한참 동안 나를 빤히 보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다행히 호칭 문제로 더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근데 자기는 왜 ~씨를 자꾸 붙이는 거지? 하여튼.


“네. 제가 앞으로 더 잘할게요. 유니.”


“흥~ 앞에서는 살살거리고, 도망가는 사람들 가끔 있더라고요. 그런 사람을 우리는 ‘이탈자’라고 부르는데, 뭐 그렇게 되면 나도 사람 써서 죽여 버려요. 재수 없잖아요. 명한 씨는 그런 사람 아니죠?”


그러려니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죽이다니! 역시 이 여자는 완전히 미쳤어. 내가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네. 제가 왜 그러겠어요. 편의점 알바 때문에 가야 하니까 그러죠. 벌써 교대 시간 놓쳤어요. 그래도 대리운전하고 같이하기 좋은 직장이었는데 잘리게 생겼네요.”


“명한 씨도 참 궁상맞네요. 나이 먹고 그런 일이나 하고, 신분증 보니까 주소가 고시원이데요.”


“......”

또 참자. 내 지갑까지 열어봤구나.


“명한 씨가 앞으로도 컨택트를 계속해야 하고, 또 일정이 오래 걸릴 수가 있거든요? 원래 이번처럼 미션이 그렇게 빨리 끝나는 경우가 드물어요. 그러니 직장은 이제 관둬요.”


“음. 저도 그러고 싶은데. 먹고 살아야 해서 그러죠.”


“이렇게 찌질한데 어떻게 미션은 성공했지? 그 얘기나 해봐요.”


“하~ 가문의 유산을 찾는 게 미션이었는데, 독살당해서 거울에 피를 뿜은 게 열쇠가 돼서 운 좋게 해결하게 됐어요.”


“그럴 줄 알았어요. 운빨 밖에 없었겠지. 그래서 보상은 뭐 받았어요?”


“‘윤회의 성배’라는 아티팩트를 얻긴 했는데 바로 죽어버려서 뭐가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게 끝? 시스템에 접속해 보면 알겠죠. 지금 해볼래요? 접속하면 매칭도 다시 해야 하는데, 짧게 다녀왔으니까 괜찮죠?”


뭐? 또다시 베가로 영혼 이동해서 목숨 걸고 미션을 다시 하라고?


“아니요. 미안하지만 그건 좀 무리일 거 같아요. 이게 육체적인 피로가 문제가 아니라, 정신력 소모가 너무 커요. 정말로요.”


유니는 또 나를 빤히 쳐다봤다. 저 무표정이 제일 무서웠다.


“명한 씨. 앞으로 말할 때 ‘미안하지만~ 어쩌고저쩌고’하는 말투 쓰지 마요. 기분 나쁘네요.”


“미안해요. 유니. 기분 나빴다면 그 부분은 제가 정중히 사과드리겠습니다.”


나는 지금 비굴한 게 아니다.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가엾은 어린 양을 어찌 비굴하다 할 수 있겠는가?


“치~ 착한 척은. 말만 잘 들으면 풀어줄게요. 일주일 뒤에 여기로 다시 와서 입원해요. 어머니가 지금 백산 병원에 계시죠? 도망가면 알죠?”


지금까지 유니가 했던 말 중에서 가장 소름 돋고 무서운 말이었다. 벌써 내 뒷조사까지 했다고?


“엄마는 어떻게 알았죠? 조금이라도 해를 끼치면 내 절대 참지... ”


“폰만 열어봐도 다 아는걸. 근데 뭐 참지 않겠다고?”


다시 유니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풀어주기 직전이었는데!


“제발 가족은 건들지 말아 주세요.”


“명한 씨가 잘하면 내가 왜 가족을 건드려요. 그리고 다시는 나한테 방금 같은 건방진 표정 짓지 마요. 지구인들이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니 이번 한 번은 봐줄게요.”


유니가 드디어 나의 손발 결박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어지러운 와중에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주의 사항을 알려줄게요. 다른 사람에게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 시스템의 공식 징계가 있을 거예요. 머리가 터지거나, 심장이 멎을 수도 있어요.”


아무 일도 얘기하지 말라고?


“그리고 말했다시피 매니저인 나도 명한 씨가 태업을 한다거나 하면 공식 징계 권한이 있어요.

물론 내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비공식적으로, 개인적으로 벌을 내릴 수도 있고요. 특히 다른 환자들과 함부로 대화해도 가만 안둘 거예요.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뒤! 잊지 마요!”


유니는 이어서 간호사를 호출해서 ‘이 환자 퇴원 도와드려’라 하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방을 나가버렸다.


사실 유니를 힘으로 제압하고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따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말도 안되는 게 저 여자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니, 내가 제압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일단 풀어준다는 데 그럴 필요도 없겠지.


간호사는 나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더니 드디어 병원의 1층 데스크로 안내해 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교주가 되자 세상이 멸망하고 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21.추파충권 24.02.16 2 0 9쪽
20 20.악마와 소통하다 24.02.16 5 0 9쪽
19 19.가만히 있는데 레벨 업 24.01.28 5 0 9쪽
18 18. 모든 게 문제 24.01.27 7 0 9쪽
17 17.재회 24.01.26 7 0 9쪽
16 16.두개의 선택지, 하나의 결론 24.01.21 14 0 9쪽
15 15. 세상을 사는 기쁨이 뭔가요. 24.01.20 12 0 10쪽
14 14.약자에겐 선택권 따윈 없다 24.01.19 12 0 9쪽
13 13.인연과 인연 24.01.14 14 0 9쪽
12 12.내 남동생 같아서 그래 24.01.13 17 0 10쪽
11 11.우리는 모두 친구 24.01.11 18 0 10쪽
10 10.야만전사의 포스 24.01.10 27 0 9쪽
9 9.기사 시종으로 살아남기 24.01.08 27 0 9쪽
8 8.그녀의 교태는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24.01.07 35 0 10쪽
» 7. 우리 둘 중 누가 ‘갑’인거 같아요? 24.01.06 39 0 10쪽
6 6. 잊혀진 유물로 S급 능력을 얻다 24.01.01 40 0 10쪽
5 5.왕자로 다시 태어난다면? 23.12.31 43 0 9쪽
4 4. 매니저가 좀 사이코패스 같다. 23.12.31 59 0 9쪽
3 3.황당한 설문조사는 침대로 이어진다. 23.12.30 98 0 10쪽
2 2.(프롤로그) 200억짜리 제안, 받아들일 것인가? 23.12.22 122 1 17쪽
1 1.(프롤로그)신은 실존하는가? 23.12.22 147 1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