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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티디 님의 서재입니다.

교주가 되자 세상이 멸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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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티디
작품등록일 :
2023.12.22 09:39
최근연재일 :
2024.02.16 19:2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754
추천수 :
2
글자수 :
88,512

작성
24.02.1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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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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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20.악마와 소통하다

DUMMY

나의 응원을 들었는지, 갑자기 스렉이 도움닫기도 없이 공중으로 후다닥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오크 군중들을 뛰어 넘더니 재빨리 질주하기 시작했다.


[“공중제비(C)”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스렉은 겨우 군중들을 따돌리고 풀숲에 숨었다.

이 녀석 은근히 불쌍한 면이 있다.


빨리 이 녀석과 의사소통을 좀 해야 돼.

나는 스렉이 오른쪽 검지로 작게 바닥에 O 와 X를 그렸다.


“쿠엑!”

스렉이 또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소리를 들은 암컷 오크들이 주위를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칙! 어디서 변태 놈 소리가 들렸다!”

“촙! 씨앗이나 아끼는 좀생이 놈.”


스렉은 놀란 맘을 달래며, 숨소리까지 내지 않으면서 완전히 기척을 숨겼다. 다행히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고 멀어졌다.


[“은신(D)”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다시 스렉 혼자 남게 되자, 나는 또 검지를 움직여 OX를 그렸다. 좀 알아들어라 이놈아!


“너 악마냐?”

스렉의 질문에 X를 그려 대답했다.


“역시 악마가 맞았어!”

X를 그린 건 그런 의미가 아닌데! 일단 OX 의미 파악부터 시급했다. 다급히 X를 또 그렸다.


“스승님이 보냈냐?”

X다. 이놈아.


“역시 스승님이 내가 있는 곳을 알았군.”

X , X


계속 내가 X를 그리자, 그제야 스렉도 의사소통에 뭔가 오해가 있는지 눈치를 챈 것 같다.

그래. 이 녀석 오크 중에서는 상당히 똑똑한 편이었지!


“이것은 나무냐?”

나무를 가리키자, O를 그렸다.


“이것은 돌이냐?”

이번엔 옆의 나무를 가리키길래 X를 그렸다.

그래! 이제 감 잡았구나! 스렉!


스렉과 한참 OX놀이 끝에 나도 간단한 의사표시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나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었다.


마을의 입구 쪽으로 걸어가자 오크들 중에서도 가장 험상궂고 포악한 자, 바로 오크 전사들이 전통 씨름을 하고 있었다.


저거 재밌겠다. 순간 지구에서는 맨손 격투 같은 스킬이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스렉을 씨름판으로 밀어 넣었다.


“쿠엑!”

또 놀라는 스렉.


“지금 나보고 씨름하라고?”

O , 그래.


“큭. 스렉이 왔다.”

오크전사들이 스렉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스렉은 부족에서 변태나 아웃사이더 같이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호불호가 강했다.

하지만 전사들은 전반적으로 스렉을 좋아했는데, 그 이유는 오크 전사들은 원래부터 강한 자를 우러러보는 습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구 나하고 씨름하자.”


“칙! 나하고 하자!”

오크전사들은 잠시 망설이는가 하더니 서로 하겠다고 나섰다. 그들이 호전적이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강자와의 대결을 영광으로 알아서 그런 것 같았다.


먼저 나온 오크는 키가 190정도에 근육도 우람했다. 스렉도 근육질에 몸통이 굵었지만, 키가 150에 불과해서 덩치 차이는 심하게 났다.


오크 씨름은 바닥에 배나 등이 닿거나, 장외로 밀리거나 하면 지는 것으로 한국 씨름과 레슬링 등이 섞인 형태였다. 힘이나 기술 못지않게 체중이 승패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겉보기에는 스렉이 많이 불리해 보였지만, 막상 경기를 하자 힘과 기술 차이가 엄청났다. 스렉이 시작하자마자 그냥 상대를 들어서 매다 꽂아 버린 것이다.


“쿠워!!”

“역시 씨렉!”

오크전사들의 감탄했다.


“다음!”

이어서 나온 오크는 시작하자마자 괘성을 지르며 성난 맷돼지처럼 달려들었는데, 스렉이 힘을 역이용해서 경기장 밖으로 던져 버렸다.


“다음!”


“다음!”


그야 말로 적수가 없다. 힘이면 힘, 기술이면 기술.

그리고 스렉은 마나도 다뤄서 순간적으로 엄청난 힘을 쓸 수도 있다. 평범한 오크 따위는 절대 상대가 될 수 없었다.


[힘 2 증가]

[체력 1 증가]

[내구 1 증가]

[“오크 씨름(D)”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레벨 업!]


벌써 2레벨 업을 했다.

음. 이제 씨름은 됐고, 맨손 격투를 좀 해보자.


나는 스렉의 몸을 움직여 허공에 대고 쉐도우 복싱을 했다.


“쿠엑!”

역시 내가 하니 어설펐다. 이렇게 하는 거 아닌가?


“싸우라고?”

O


“때리라고?”

X , 뭐 때릴 것까지야.


“설마 죽이라고?”

X , 요령껏 흉내나 좀 내라고!


“첵! 안 때리고 어떻게 싸우라고. 미친 악마 놈!”


그 모습을 보던 오크 중 하나가 다가와 친한 척 했다.

아! 씨발 냄새! 이 오크가 누군지 알겠다.


스렉이 부족 내에서 외톨이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부족에서 스렉을 “대장”이라 부르며 친하게 지내는 전사가 몇 있었는데 그 중 하나다.

스렉이 지은 별명은 ‘입 냄새’다.


“대장! 몸속에 악마가 들어갔다면서?”


무슨 소문이 이렇게 빠르냐! 근데 가까이 좀 오지 마.


“쿠억! 진짜?”

“악마라니! 췩! 완전 멋있잖아!”

“춥춥! 악마 츄렉!”

“씨렉 강하다! 악마를 키운다.”

“역시 쓰렉이라니까!”

“칩! 사악한 쓰레기!”

“췩! 췩! 타나카이족의 영웅”


이 놈들 발음은 완전 개판 났지만, 아무튼 스렉을 칭송하는 함성이 씨름판에 울려 퍼졌다.

근데 악마가 들어갔다는 게 이렇게 칭송받을 일인가!


[카리스마 3 증가]

[통솔 1 증가]


이건 뭐만 해도 수치가 증가한다!

이런 분위기에 맨손 격투를 하기도 그렇지.

부락을 떠나 자신의 집이 있는 숲으로 걸어갔다.


저건 뭐지?

저기 계곡 밑에 회색늑대 무리가 버팔로를 사냥하는 장면이 보였다. 이미 버팔로는 부상을 입었는지 다리를 절고 있었고 늑대에게 둘러싸여 희망이 없어 보였다.


어느새 버팔로가 쓰러져 뒤집히고, 늑대들이 가장 연약한 부위인 생식기와 배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우우웨에엥

산채로 뜯어 먹히고 있는 버팔로가 고통의 울음소리를 냈다.


스렉이 사는 숲은 늑대들의 영역이다. 스렉의 집과 가까운 곳은 스렉과 친한 다이어 울프가 살고, 이곳에는 회색늑대 무리가 몇 개 있다.


다가가자 늑대들이 으르렁 거리며 이빨을 드러내고 스렉을 둘러쌌다.


“못 보던 놈인데? 우두머리가 바꿨나?”


웬만하면 늑대들도 스렉을 알아보기 때문에 이렇게 적대감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었다.

내가 누군지 모르다니!

내가 바로 이 숲의 지배자다!


“쿠워어어엉!!!”


스렉의 사자후에 늑대들이 꼬리를 내리고, 눈치를 보며 자리를 비키기 시작했다. 찔끔 오줌을 지리는 놈도 있었다.


[카리스마 2 증가]

[“야생의 포효(C)”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스렉은 버팔로에게 다가가 단도로 숨을 끊고 배를 갈랐다. 징그러웠다. 대체 뭘 하려고?


안 그래도 배는 고프다. 종일 안 먹고 힘만 썼으니.

스렉이 내장을 꺼내 들고, 입 쪽으로 손을 가져왔다.

설마 저걸 먹으려고? 진짜 몬스터긴 몬스터다!


안 돼! 스렉, 너의 몸이긴 하지만, 나는 그런 걸 맛보고 싶지 않아.


내가 내장을 움켜진 손가락을 펼쳐버리자, 내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쿠엑?”

처먹지 말라고!


스렉의 검지로 엑스 표시를 몇 번 그려줬다. 이 정도면 극혐인 거 알겠지. 잠시 멈칫했던 스렉은 이내 내장을 주위의 늑대에게 던져줬다.


이제 이 자식 말귀를 좀 잘 알아먹는다.


늑대들이 스렉의 눈치를 보며 내장을 주워 먹기 시작했다. 먹을 게 생기자 대장이 으르렁 거리며 주위의 늑대들을 위협했다. 대장부터 먹는 습성 때문이다.


“너 이리와!”

새로 늑대무리의 대장이 된 늑대를 불렀다.


“오라고!”

크르렁 거리며 약간은 반항하던 우두머리는 스렉이 다가가 주둥이를 움켜지자 “케켕~”하며 앓는 소리를 냈다.


“칙! 앞으로 나한테 까불지 마!”

우두머리는 스렉과 눈이 마주치자 어쩔 줄 몰라 하다 마침내 배를 보이며 복종의 표시를 했다.


스렉은 단도로 순식간에 버팔로의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이따금씩 고기를 베어 늑대들에게 주워 던져줬다.


어느새 늑대들은 꼬리를 흔들며 스렉의 눈치를 보며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늑대의 사냥감을 뺏은 주제에 생색은 자기가 다 낸다.


[“고기 해체(E)”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개과동물과 친화력(D)”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작업이 끝나자, 스렉은 가죽에 고기를 감싸 담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 자식 고기를 대체 어떻게 먹으려고 하지?

웬만하면 구워먹지?


기억 주입 때 잡다하고 역겨운 기억은 최대한 거부했다. 물론 뜻대로 다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인지 일상생활 같이 임팩트가 약한 부분은 기억이 좀 희미했다.


오크가 요리한다는 것도 어색하기는 하다.

어쩌면 이번 컨택트에서 제일 난관은 먹는 문제가 아닐까?


하지만,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배가 고파 꼬르륵 소리가 요동을 쳤지만, 스렉은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즐기며 요리 하기 시작했다.


고기에 향신료와 소금을 치고 강한 불에 굽고 꼴에 레스팅도 한다. 육식만 할 줄 알았더니 다른 야채도 절여 놓은 게 있고.


이것도 이종족의 마누라를 맞을 준비 중 하나인가?

스렉 그는 정말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걸까?


식사 시간은 대만족!

맛도 만족했지만, 무엇보다 맘껏 먹었다.

인간이었을 때 대식가가 아니라서 많이 못 먹었던 아쉬움을 여기서 다 풀어버렸다.

스렉은 완전 돼지 아니 흡입기 잡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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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추파충권 24.02.16 2 0 9쪽
» 20.악마와 소통하다 24.02.16 6 0 9쪽
19 19.가만히 있는데 레벨 업 24.01.28 6 0 9쪽
18 18. 모든 게 문제 24.01.27 7 0 9쪽
17 17.재회 24.01.26 7 0 9쪽
16 16.두개의 선택지, 하나의 결론 24.01.21 14 0 9쪽
15 15. 세상을 사는 기쁨이 뭔가요. 24.01.20 12 0 10쪽
14 14.약자에겐 선택권 따윈 없다 24.01.19 12 0 9쪽
13 13.인연과 인연 24.01.14 14 0 9쪽
12 12.내 남동생 같아서 그래 24.01.13 17 0 10쪽
11 11.우리는 모두 친구 24.01.11 18 0 10쪽
10 10.야만전사의 포스 24.01.10 27 0 9쪽
9 9.기사 시종으로 살아남기 24.01.08 28 0 9쪽
8 8.그녀의 교태는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24.01.07 35 0 10쪽
7 7. 우리 둘 중 누가 ‘갑’인거 같아요? 24.01.06 39 0 10쪽
6 6. 잊혀진 유물로 S급 능력을 얻다 24.01.01 41 0 10쪽
5 5.왕자로 다시 태어난다면? 23.12.31 43 0 9쪽
4 4. 매니저가 좀 사이코패스 같다. 23.12.31 59 0 9쪽
3 3.황당한 설문조사는 침대로 이어진다. 23.12.30 98 0 10쪽
2 2.(프롤로그) 200억짜리 제안, 받아들일 것인가? 23.12.22 122 1 17쪽
1 1.(프롤로그)신은 실존하는가? 23.12.22 148 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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