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paddywhack 님의 서재입니다.

먼지 대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Q현
작품등록일 :
2016.03.15 20:10
최근연재일 :
2016.05.07 20:03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4,059
추천수 :
30
글자수 :
161,096

작성
16.03.29 20:35
조회
170
추천
1
글자
12쪽

5. 일상 (상)

DUMMY

“제 말이 맞지 않아요?”


“그래서 또 뭐요? 초희 뒤에 거대 권력이 숨어 있다는 얘기?”


리타는 아침부터 로저 팬을 잡고 자기 이론을 펼치고 있었다.


그녀 생각으론 초희는 입사 때부터 이상한 여자였다.


초희는 처음에는 공조실 직원이었는데, 무슨 사정으로 갑자기 일반직원 유니폼을 입고 다녔다.


휘트리아가 명문대를 나온 리타를 설득하는 데는 ‘대학원 석사과정 병행’이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팬을 비롯한 호화 레지던스 직원들은 그 말이 맞으려니 했다.


리타는 달랐다.


“걔 대학원 안 가요.”


“증거는요?”


리타는 기세등등했다.


“제가 언젠가 임원용 회계장부를 슬며시 봤죠.


휘트리아는 직원의 자녀, 형제, 자기 자신에게 학비를 전액 제공 하는거 알죠?


대학원은 본인이 갈 경우에 제공받지만, 거기에 세아 초희 그 이름은 어디에도 없어요.”


로저 팬은 심상치 않은 느낌은 들었다. 하지만, 워낙 피로해서 얼버무렸다.


“저기, 나도 좀 간밤에 이런 저런 주거민 문제로 시끄러웠던 거 알죠?


그럼 루머는 루머로만 남기고 자기는 좀 물러가요.”


리타는 그만 둘 생각이 없었다.


“걔는 이민자 출신에서 계속 승진으로 자기가 무슨 여왕 행세하던 것 같던데, 차장급도 아닌 주제에 깝친다는 생각 들면 좀 열불 나지 않으세요?


게다가 중졸 주제에 기술을 얼마나 안다고?”


“초희씨가 중졸이라고? 그 사람은 여기 오기 전에 공장을 엄청 돌아다녔잖아요.”


“그렇죠. 그렇게 밑바닥 인생에서 여기까지 온 걸 인생 역전으로 꾸며서 회사가 신화 만들기 하려는 거에요.


요새 이민자들이 취업이나 이런데 불만이 많은 거 알잖아요? 그걸 무마하려는 거죠.”


“흥, 나라면 그전에 당신 위치부터 생각해 볼 텐데?”


카밀라가 하우스키퍼들에게 전달 사항을 마치고 걸어 나왔다.


그녀는 리타가 아침부터 돌아다니는 게 맘에 들지 않았다.


“카밀라 씨는 혼자 상번 했잖아요? 초희씨가 멋대로 늦는 거에 불만도 없는 거에요?”


“당연히 있을 리가 없지. 그 아인 지금 징계위원회에 불려갔잖아?”


“그럼 뭐해요, 결국 임원들이 회사 이미지를 위해 그냥 둘 걸요?”


“넌 사람 상처 돋우는 일을 굉장한 업적으로 삼는데, 휘트리아는 더불어 사는 곳이다? 기억해.”


카밀라는 리타와 직급이 비슷하지만 연배가 한참 앞섰다.


“이해가 안돼요. 걔가 가난한 이민자라면 다 동정 받아야 하나요?


저는 지금 대우가 과하다는 지적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이만.”


기세에 눌린 리타는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나갔다.


“체, 지랄하네. 지는 미대 나와 직업 없다더니 회장 친척으로 자리 차지해 놓곤.


저렇게 남 까는 시간에 지 일이나 잘 하면 될 것을.”


카밀라가 투덜거렸다. 그녀는 로저 팬은 피곤한 표정을 보았다.


“이제 하번 해. 당신도.”


“알아요. 근데 리타 쟤가 말은 재수없어도 맞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뭐가?”


“초희가 수상하대요. 오후에 대학원 가는 게 자기 말로는 아니라나 뭐라나.”


때마침 회사로고가 달린 비행차가 로비 밖에서 멈췄다.


찬드라 매니저를 알아본 카밀라가 말했다.


“본인이 행차하셨으니 직접 물어 보자구.”


차에서 내리는 초희의 표정은 많이 굳어있었다. 팬이 말했다.


“징계 강도가 셌나 본대요?”


-----


“견책? 그런데 뭣 때문에?”


앞서 리쉴트를 위해 분자로봇을 무허가 사용했기 때문이지만 초희는 기밀이라 말하지 못했다.


“제가 주민 상대로 ‘기계 작업’하는 게 내부감사에서 적발 됐어요.”


“왜?”


“자꾸 직원이 가정집을 드나드니 보안상 문제가 있다구요.”


팬은 피로가 몰려오면서도 의아했다.


“아니, 지금까지 초희 씨가 무상 가전 수리를 해준 걸 누가 고발한 거에요?”




초희가 입사 초기, 공조실 직원으로 있을 때 이야기다.


그녀는 어떤 마담(여기서는 주거지의 귀부인을 의미) 의 요청을 받았다.


마담의 집 공조기를 수리가 끝나기 무섭게 고장 난 자기 에어컨을 봐달란 것이었다.


대형 냉방 설비와 소형 냉방장치가 완전히 같은 구조는 아니었다.


그러나 마담 생각은 초희가 큰 기계도 이렇게 고치면, 작은 건 얼마나 쉽게 고치겠냐는 거였다.


초희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대신해달라는 요청보다는 나아서 수락했다.


그리고는 조금 시간을 들인 끝에 냉풍기를 정상 작동시켰다.


문제는 그 마담이 레지던스에서 소문을 잘 퍼뜨리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초희는 다른 집 가전이 고장 났을 때도 AS기사인양 불려가기 시작했다.


도저히 안되겠는데요 라고 초희가 말하면.


“그런 게 어디 있어? 미스 세아. 넌 잘하니까 안되면 되게 해.”


라고 턱없는 칭찬에 출장비도 없이 초희를 부려먹었다.


초희의 일반 유니폼에 쇳가루 범벅이 되거나 스타킹이 부속에 찢어지는 건 알 바 아니었다.


만약 부품을 교체해야 하면 초희는 근무시간을 쪼개 진짜 가전기사를 통해 부품을 사서 마담들에게 청구했다.


처음에는 오리발이던 그들은 ‘요즘 소비자고발위원회가 자주 온다’ 는 초희의 말에 돈을 주었다.


부유층의 갑질 문제가 마리나도 사회가 떠들썩한 시점이었다.



팬과 카밀라는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었다.


“하여간 있는 것들이 더 심해. 하아아아암.”


“지들 편하다고 쓸 때는 언제고. 혹시 아까 리타 그게 일러바친 거 아닐까?”


팬은 점점 잠이 몰려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아닐 거에요. 아까 그 여자는 초희가 오후 일과가 수상하다는 말만 하던데.”


초희는 그 말을 듣자 뜨끔했다.


“전 정말, 대학원 가는 거에요. 정말로.”


“그런데 리타가 회계까지 봐서 아니라고··· 어쩌고...”


초희는 찬드라에게서 들은 그대로 말했다.


대학원에서 별도로 연구비가 나와서 회사가 지원하지 않는다. 라고


듣던 팬은 밤 새어 일했기에 그냥 집에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정말 죄송해요 미스터 팬. 이제 가도 좋아요.”


“천만에요. 근데, 전달사항 있어요.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으면 안받는 건데···”


초희는 말끝을 흐리는 팬에게 이유를 물었다.


“‘기계 작업’ 세 개가 할당 됐어요.


그 중 두 개는 오늘 공조실 직원들이 정비를 대신 부탁했어요.


나머지 하나는 오늘 오는 새 입주자를 위해 공조기 좀 봐 달래요.”


초희로선 도둑이 사면 받자마자 다시 도둑질 하러 가는 격이었다.


그녀는 하겠다고 하고는 곧바로 공조실로 갈 채비를 했다.


가기 전에 카밀라가 궁금한 듯 물었다.


“초희야 네가 공조실에서 일한 건 알지만, 그전엔 뭘 했지?”


초희는 기억나는 것만 먼저 말했다.


“바로 전엔 에어컨 AS기사에요.”


-----


다시 찾은 공조실에는 사람이 없었다.


오늘 직원은 인공지능 온도 조절-고장 감지기였다.


책임자 꽝과 그 일행이 새 설비를 위해 파견 나가고 없었다.


방에 아무도 없는 날은 초희가 분자 로봇으로 점검하기에 훨씬 편했다.


초희는 연구소에서 제공받은 흰색 신형 작업복을 입었다.


그것은 착용자를 우주비행사를 연상케 하는 물건이었다.


그녀는 찬드라에게 전화로 작업 승인을 요청했다.


“이젠 이런 얘기 할 필요 없다고 회사가 말했어요. 그 CAPI 때문에···”


“그렇군요. 궁금한 게 있어요. 찬드라 매니저님은 분자로봇 일에 관심 없나요?


저보다는 더 잘 하실 것 같은데···”


찬드라는 초희처럼 일하는 것보다 화이트 컬러가 더 제격이라 생각했다.


비록 공대의 우수한 인재였지만, 주로 기술 경영으로 쌓은 이력이 편했기 때문이다.


“이젠 설비 계약할 때 기술적으로 필요한 사양을 조사, 분석하는 게 더 익숙합니다.”


“네, 그럼···”


“그런데 초희씨, 이건 기술 문제입니다만, 지금 컨디션으로 작업 괜찮겠어요?”


찬드라의 휴대전화는 분자로봇 조종자 상태를 실시간 전송 받을 수 있었다.


초희의 작업복은 지금 그녀의 심장상태가 일상보다 더 요동치는 걸 표시했다.


“전 그 카피CAPI 설명 듣기 전엔 이 먼지 로봇 알갱이들이 참 친근했어요.


그런데, 이걸로 싸울 수 있다니 두렵네요. 그리고 훈련도 이상해졌고···”


찬드라는 그 훈련이 역시 초희의 마음을 괴롭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초희는 방독헬멧을 쓰기 전, 한마디만 하고 통화를 끊었다.


“작업 시작하겠습니다.”


-----


카피CAPI 에 대한 설명을 들은 다음부터, 분자 로봇 연구소 일상의 변화가 생겼다.


가장 큰 것은 군사 훈련이었다.


당연히 연구원 중 군사 훈련을 즐길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한 사람, 빅토르 나젠코프만은 예외였다.


그는 해군의 음파 레이더 관측병 출신으로 지금은 초음파를 분자로봇에 접목하고 있었다.


“뭐, 우린 연구원이니까 웬만한 위험한 상황은 다 군인들이 커버하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맛보기만 할 거니. 걱정들 맙시다.”


빅토르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훈련 교관들을 내세운 리비에르 중령의 말은 그보다 더 재미없었다.


“현 상황에서 여러분의 로봇장비는 200m 보다 먼 거리에선 검은 물을 제압하기 불가능합니다.


고로 여러분은 비상시 검은 물과 감염자로부터 최소한 자신을 방어하는 연습부터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여 그들은 연구소 옆의 잔디 운동장을 달리기 시작했다.


초희는 군사체육인 점을 빼면 달리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축구장 옆에 지은 높다란 간이 헬기 모형탑은 또 얘기가 달랐다.


그들은 뜬금없이 강하훈련까지 했다.


“젠장 우리가 과학 연구자인지, 특수 부대원인지... 아니다. 우주비행사?”


흰색 신형 작업복을 입고 로프를 잡은 이사벨라가 중얼거렸다.


그녀 옆에서 같은 옷을 입고 같은 행동을 하는 초희가 물었다.


“누가 먼저 뛸까요?”


“당연히 덩치 좋은 너지, 요것아.”


그렇게 솔선수범한 초희는 처음엔 단말마의 비명을 지른 후, 짝다리로 착지했다.


여기까진 좋았다.


초희의 마음에 슬슬 들지 않은 건 사격이었다.


화기교관은 꽤 큼지막한 권총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기관권총입니다. 20발에서 40발짜리 탄창을 낄 수 있습니다.


이건 방아쇠를 누르면 누른 만큼 발사됩니다. 지금은 3연발 점사로 사격해 보겠습니다.”


연구소 뒷산의 체육시설은 한쪽 언덕을 깎아 총알을 받게 해 둔 상태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 과녁들이 일렬로 있었다.


초희는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그 권총을 들고 과녁 앞에 섰다.


교관이 말했다.


“방아쇠가 더 이상 당겨지지 않으면 탄창이 비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준비!”


사격 개시.


타타탕! 타타탕!


아첸 족의 억센 악력 덕분에 초희는 반동을 다루기 편했다.


문제는 과녁들이었다.


엄청난 가속도로 날아간 탄환은 사람 상반신 형상의 과녁을 마구 후벼 팠다.


“퍼퍼퍽!”


순간 그것은 초희에게 전혀 좋지 않은 기억을 회상케 했다.




초희는 초진과 일파를 양손으로 꼭 잡고 앞만 보고 걷고 있었다.


피난민들의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아첸 족 징집감시관들이 구석에서 나타났다.


그들은 피난민 사이에서 도망자들을 쫓고 있었다.


‘이 반역도들아, 도망치지 말고 싸워라.’


추격하다 지친 그들의 긴 소총이 불을 뿜었다.


타타탕!


도망자중 한 명이 뒤통수가 터지며 즉사했다.


남자의 붉은 피와 허연 뇌수가 뿌려지자, 아녀자들은 질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초희의 호흡이 가빠졌다. 아직 방아쇠는 세 번 당겼고, 총알은 11발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손을 들어 교관에게 말했다.


“열외 신청합니다.”


그것이 초희가 징계위원회에 가기 전날의 오후 일과였다.


훈련은 이제 일 주일째 접어들었다.


(계속)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먼지 대전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근황과 향후 일정 18.09.05 35 0 -
공지 염치없고 면목없이 시작하는 인사 16.06.03 117 0 -
공지 대독자 사과문- 휴재로 인하여 죄송합니다. 16.05.03 130 0 -
공지 5월 초(5/1~5/7)와 이후 연재에 대한 안내 16.04.09 35 0 -
28 10. 철야 (중) 16.05.07 142 0 21쪽
27 10. 철야 (상) 16.04.30 151 0 18쪽
26 9. 휴일 (하) 16.04.28 140 0 16쪽
25 9. 휴일 (중) 16.04.26 139 0 18쪽
24 9. 휴일 (상) +1 16.04.23 138 1 14쪽
23 8. D데이 (4/4) +1 16.04.21 169 1 13쪽
22 8. D데이 (3/4) +1 16.04.19 133 1 14쪽
21 8. D데이 (2/4) +1 16.04.16 131 1 14쪽
20 8. D데이 (1/4) +1 16.04.15 156 1 11쪽
19 7. 막간 (하) +1 16.04.14 114 1 11쪽
18 7. 막간 (중) +1 16.04.12 129 1 11쪽
17 7. 막간 (상) +1 16.04.09 82 1 13쪽
16 6. 비번非番 (하) +1 16.04.07 128 1 12쪽
15 6. 비번非番 (중) +1 16.04.05 131 1 15쪽
14 6. 비번非番 (상) +1 16.04.01 147 1 11쪽
13 5. 일상 (하) +1 16.03.31 130 1 13쪽
12 5. 일상 (중) +1 16.03.30 135 1 10쪽
» 5. 일상 (상) +1 16.03.29 171 1 12쪽
10 4. 저녁 (하) +1 16.03.25 138 1 15쪽
9 4. 저녁 (상) +1 16.03.24 116 1 14쪽
8 3. 점심 (하) +1 16.03.23 126 1 13쪽
7 3. 점심 (상) +1 16.03.22 150 1 11쪽
6 2. 아침 (하) +1 16.03.18 173 1 9쪽
5 2. 아침 (중) +1 16.03.18 157 1 12쪽
4 2. 아침 (상) +1 16.03.17 153 1 10쪽
3 1. 달밤 (하) +4 16.03.16 178 3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