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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ddywhack 님의 서재입니다.

먼지 대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Q현
작품등록일 :
2016.03.15 20:10
최근연재일 :
2016.05.07 20:03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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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1
추천수 :
30
글자수 :
161,096

작성
16.03.1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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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 아침 (하)

DUMMY

초희는 반지를 운반하던 분자로봇에서 다시 소수를 뽑았다.


반지가 들던 로봇이 줄어 위태롭게 문에 붙어 있었다.


초희는 로봇들에게 주변의 먼지 자국을 찾아 ‘증식’을 명령했다.


리쉴트의 오늘 청소솜씨가 약간 서툰 덕분에 분자로봇은 먼지를 빨리 흡수했다.


먼지는 분자로봇들에게 증식에 필요한 기본 먹이였다.


그렇게 로봇의 수가 전보다 배로 늘어났다.


소수 로봇은 문의 열쇠고리를 들어가 조작하기 시작했다.


“하~ 이러다 내가 진짜 도둑이 되겠…”


초희는 말하다가 실험이 녹화중인 걸 알고 입을 다물었다.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안방 문이 열렸다.


문고리를 가까스로 연 로봇들은 다시 반지를 이끌고 안방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반지를 내려두고 문을 다시 잠갔다.


초희는 장신구 상자의 위치를 확인했다.


장신구 상자는 처음 보는 잠금 장치가 달려 있었다.


그 낯섦이 다급한 초희를 좌절시켰다.


“아…”


시간이 없지만, 초희는 잠금장치 내부를 보았다.


적외선 감지기가 잠금장치가 뜨거운 걸 알렸다.


두 개의 잠금쇠가 고온을 유지하며 보석함의 문을 굳게 닫고 있었다.


초희는 그것이 마리나도의 특수 광물로 만든 장치임을 알았다.


그 특수광물은 열팽창 할 때 부피 변화가 매우 컸다.


데워진 물체는 부피가 늘어난다. 이를 열팽창이라고 한다.


다리 표면의 의 지그재그모양의 철 구조물이나 철도 선로의 틈은 이를 이용한 것이다.


초희는 열쇠는 못 봤지만 아마 열을 식혀서 잠금쇠 부피를 줄이는 방식이라 추측했다.


그녀에게 운이 따르고 있었다.


그녀가 조종하는 크리요(Cryo=‘저온’의 접두어)-5는 냉각 기능에 특화된 분자로봇이었다.


초희는 잠금쇠에 분자로봇들을 일제히 달라붙게 했다.


그리고 ‘급속 냉각’을 명령했다.


순식간에 로봇 무리들이 주변 온도를 낮췄다.


곧바로 잠금쇠의 크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


초희는 긴장했다. 만일 강제로 개방해서 경고음이라도 들리면 끝장이다.


드디어 보석함이 열렸다. 다행히 소리는 없었다.


초희는 크리요-5로 산호 반지를 집었다.


그 순간, 밖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났다. 드디어 마담 마르셀라가 돌아온 것이다.


초희는 할 수 없이 로봇으로 반지를 던지다시피 집어넣었다.


마담이 거실에서 소란스럽게 대화하는 소리가 났다.


파란 먼지들이 힘겹게 상자 뚜껑을 닫자, 전자음이 낮게 울렸다.


그 소리는 B1202호실 냉풍기가 가동되면서 묻혔다.


마담이 켠 것이다. 초희가 혀를 찼다.


“타이밍 차암 좋네…”


이제 로봇의 탈출구가 사라졌다.


거만한 걸음 소리와 함께 마담이 안방 문을 열쇠로 열었다.


초희는 서둘러 B1202호에 있던 모든 분자로봇들에게 긴급 명령을 내렸다.


‘자동파괴_먼지화’


안방에서 먼지가 피어 올랐다.


분자로봇 크리요-5들은 그렇게 모두 연기처럼 사라졌다.


파괴되기 전, 로봇은 마담이 경찰 두 명과 안방에 들어오는 장면을 보여줬다.


“휴, 이제 난 몰라.”


초희는 두 손을 내려놓았다.


시계가 10시 26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


초희는 로비로 돌아왔다.


로저 팬의 표정은 다행히 좋았다.


“어쩌다 늦은 거에요?”


“공조실에서 일 생겨서 좀 봐주고 와야 했어요.”


그녀는 나오기 전에 그곳 사람들과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내 이럴 줄 알았어.”


“죄송해요. 마담은 어떻게 되었죠?”


로저 팬은 무용담 전하는 사람 표정으로 이야기를 전했다.



마담 마르셀라는 정말 리쉴트를 철창에 놓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는 경찰과 대동해 보석함을 열었는데, 사라진 줄 알았던 산호 반지가 그 안에 있었다.


어안이 벙벙한 그녀는 누가 찔리니까 반지를 돌려놓은 거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레지던스의 감시카메라에는 B1202호의 현관과 창문으로 아무 일도 없었다.


리쉴트도 무죄로 판명 나기 전까지 계속 여성 직원들에 의해 움직일 수 없었다.


집에 혹시 침입자를 수색하던 도중, 경찰들이 무심코 가구마다 적힌 제나의 낙서를 읽었다.


수상히 여긴 그들이 제나의 방을 뒤지자, 환풍구 외에도 벽장 깊숙한 곳에서 산호 장식이 발견되었다.


마담은 별안간 아동 학대 여부를 조사받았고, 그녀가 남편까지 들먹이며 잡아떼 겨우 집에 남았다고 한다.




초희는 시치미를 뗐다.


“저도 아침에 제나에 대해 들은 게 있는데, 사실이었군요. 리쉴트는요?”


“혐의 풀렸으니 일터로 돌아와야죠. 대신 아침에 너무 울어서 반차 휴가 써야 할지도 몰라요.”


“고마워요. 제가 없는 틈에 일이 다 마무리 해줘서.”


팬은 슬며시 놀리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지금은 잠시 비번 해도 돼요?”


“그래요. 대신 딱 제가 자리 비웠던 1시간 20분 동안만. 위에서 물어보면 직원실 청소한다고 할게요.”


팬이 곧바로 쉬러 직원 전용 출입구로 들어갔다.


초희는 미소를 지으며 로비 밖을 응시했다. 순간, 미소가 점점 사라졌다.


휘트리아 로고가 박힌 흰색 비행차가 도착했다.


“아직 아침인데 왜 벌써 왔지?”


그리고 그곳에서 정장의 남자가 로비로 오고 있었다.


남자는 문을 공손하게 열었다. 그리고는 초희를 노려보았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찬드라 매니저님. 음성 메시지는…”


“다 들었어요. 얼른 타세요.”


“제 연수시간은 오후 3시잖아요?”


“긴급 사항입니다.”


매니저는 초희보다 작았지만 그녀는 기세에 눌렸다.


전화를 다시 잡았다.


“팬, 죄송하지만 지금 비번 취소해 주실래요?”



-----



비행차는 빠른 속도로 긴 다리를 지나고 있었다.


무인 운전 중이라 찬드라 라드미쉬는 급하게 서류들을 정리했다.


평소라면 초희는 비행차가 지나는 반산스 만의 풍경을 감상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얼이 나가 있었다.


“본사 임원들이 노발대발 했어요.”


“그 말씀 아까 하셨잖아요?”


“당신은 지금껏 사칙 위반이 많았지만 회사가 놔둔 건 결과가 좋아서였습니다. 하지만…”


본사는 초희가 그들 승인 없이 분자로봇을, 그것도 주거지역에서 사용한 걸로 열불을 냈다.


찬드라 라드미쉬는 휘트리아의 기술 고문이었다.


나이도 초희보다 대여섯 많고 그녀와 달리 공과 대학도 졸업한 사람이었다.


초희는 그녀가 이런 소리 들을 바에는 찬드라가 차라리 이 ‘프로젝트’를 맡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회사 임원을 무시한 이번 행위는 용납할 수 없어요.”


“하지만 프로젝트 팀이 연구소 밖에서 실험 해도 된다고 정식허가 냈잖아요?”


“그렇더라도 당신을 직속 관리하는 곳은 우리 휘트리아입니다! 멋대로 하지 마요!”


초희는 답답해서 언성을 높였다.


“그럼 억울한 미혼모 직원을 실업자 만들고, VVIP 거주자가 옆 레지던스로 이사 가는 걸 임원진이 책임질 건가요?”


“분쟁조정과 재판이 왜 있겠어요? 초희씨 상식적으로 살아요.”


“그 상식이란 게 1시간 안에 문젤 끝낼 수 있어요? 여기선 재판만 2주 걸리잖아요?”


“제길, 더럽게 드세가지고는 말끝마다!”


찬드라가 참지 못하고 말았다. 그는 회사 내규에 철저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매니저는 내규대로 곧 사과했다.


“미안해요. 오늘 아침부터 바빠서.”


“저도 잘한 건 없어요. 근데 무슨 일이 있던 거에요? 전화를 그렇게 했는데?”


“임원들이 이 프로젝트에 대해 비밀회의가 있었어요. 저도 불려갔죠.”


비밀회의 중 전화사용은 절대 불가였다. 그게 찬드라와 초희를 단절시켰다.


“무슨 내용이 오갔나요?”


“저거요.”


어느새 비행차는 목적지인 섬에 상륙했다.


찬드라가 가리키는 건 경계중인 무장 군인들이었다.


예전에 없는 광경에 초희는 놀랐다.


“제가 회사 승인 없이 실험했다고 군인들이 잡아가나요?”


“농담하신 거죠? 회사는 아직 징계 검토 중이에요.”


비행차가 초소에 서자, 군인들의 검문이 시작됐다.


두 사람이 내려 신분증과 관련 서류를 제시하자, 초소장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곧 내부 회의가 있습니다. 서두르십쇼.”


그들은 곧장 걸어서 <과니타 분자로봇 연구소(GML)> 건물로 들어갔다.


인증 절차가 끝난 두 사람은 연구소 회의실에 도착했다.


그녀는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60대 남성을 만났다. 그가 먼저 인사했다.


“당신이 크리요-5의 세아 초희 씨군요. 오늘 활약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걸 어떻게?”


“쟈코모 마주첼리 교수님이십니다. 군의 분자로봇 권위자시죠.”


찬드라가 계속 설명했다.


“초희씨의 모든 실험장비는 녹화 즉시 연구소로 전송돼요.


그게 아니었다면 교수님이 본사 임원진에 양해를 구할 수 없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뭘요. 전 당신처럼 사명감 강한 아첸 족이 맘에 듭니다.”


자기 출신을 들은 초희는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일행을 따라 회의실로 들어갔다.



(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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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5. 일상 (상) +1 16.03.29 171 1 12쪽
10 4. 저녁 (하) +1 16.03.25 138 1 15쪽
9 4. 저녁 (상) +1 16.03.24 116 1 14쪽
8 3. 점심 (하) +1 16.03.23 126 1 13쪽
7 3. 점심 (상) +1 16.03.22 15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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