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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ddywhack 님의 서재입니다.

먼지 대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Q현
작품등록일 :
2016.03.15 20:10
최근연재일 :
2016.05.07 20:03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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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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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96

작성
16.03.2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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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 점심 (상)

DUMMY

설거지 끝낸 초진은 거실에 앉았다.


거인은 TV를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거대한 투명 플라스틱 판이 켜졌다.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마리나도 행성을 찾는 방문객들이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화면 속 해변에는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가득했다.


초진은 집게손가락과 엄지를 모았다가 폈다.


수영복 관광객들의 우아한 자태가 실물크기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뉴스는 곧 휴양지 건물 화면으로 바뀌었다.


“체, 누나 일하는 곳이겠지.”


다음 뉴스는 이민자 얘기였다.


“최근 전쟁으로 마리나도에 유입된 티산 족 이민자가 17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들은 처우 문제로, 자국민뿐 아니라 아첸 족, 노시 족 등 다른 이민자들과 충돌이…”


“휴.”


뉴스는 별로 그에게 좋은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 다음 뉴스는 선박사고가 급증했으나 대부분 불법 선박이라 신고 되지 않는다는 소식이었다.


초진은 TV를 꺼버렸다.


확실히 새벽에 늦잠 자서 꽤 피곤했다.


그는 천장을 멍하게 쳐다보았다.


재수생 학원 교재를 꺼내봐야 할 것 같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눈이 감길락 말락 했다.


초진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띠링, 띠링.”


하필 이럴 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밀라?”


초진이 나가서 확인했으나 누나였다.


그러나 누나는 이상하게도 출근할 때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고등학교 교복 차림을 한 그녀 등 뒤로 무거운 가방이 매여 있었다.


옆에는 초진도 있었다. 그는 평소에도 하얗지만 오늘따라 더 하얗게 질려 있었다.


“빨리 나오지 않고 뭐해?”


초진이 부리나케 내려왔다.


세 남매는 마리나도의 거리에 있지 않았다.


저 멀리 검은 연기가 솟구쳤다.


초진은 앞을 보았다. 거대한 우주선 한 척이 떠 있었다.


그리고 자신과 우주선 사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우주선으로 향하는 피난민들이었다.


저마다 들 수 있을 만큼 가재도구를 잔뜩 가지고서.


폭음이 들렸다. 사람들이 일제히 몸을 움츠렸다.


초희가 다급하게 외쳤다.


“초진아 넌 계속 키 낮추고 있어!”


“왜…?”


초진의 궁금증은 순식간에 풀렸다.


거인들이 서서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었다


그들은 ‘징집감시관’이라고 적힌 완장을 단 민병대들이었다.


“우리 아첸은 항복하지 않는다!”


“싸울 수 있으면서 도망가는 자들은 우리가 잡기 전에 나와라.”


그들은 키가 큰 남자들을 우선해서 붙잡기 시작했다.


“얘들아 얼굴 가려, 얼른!”


초희가 두 동생들을 있는 힘껏 속도를 내어 걷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서 아첸 남자들이 징병감시관들에게 걸려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끌려갔다.


젊은 남자 한 명이 감시를 피해 우주선을 향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배신자, 넌 아첸의 수치다!”


민병대 하나가 총을 난사했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도망치던 남자의 뒤통수가 구멍이 뻥 뚫렸다.


우주선에 있던 다른 군인들이 뭐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민병대들은 알 바 아니라는 듯이 악을 썼다.


“여긴 우리 구역이다, 외국 악마들아! 신경 꺼!”


“형…”


초진이 일파를 돌아보았다. 일파가 부들부들 떨며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있었다.


“조금만 참자, 여기만 통과하면 중립국 난민선을 타.”


초진이 일파를 위로했다.


“거기, 너네 셋. 멈춰.”


민병대들이 세 남매를 붙들었다.


초희는 당당하게 외쳤다.


“전 열 여덟, 제 동생들은 열 넷입니다. 징집 대상 아니에요.”


하지만 덩치가 초희의 배는 되어 보이는 남성이 비웃었다.


“어디 거짓말이야. 저놈이 스무 두 살인 걸 모를 줄 알아?”


그가 나이를 맞추자 당황한 초진이 자신을 둘러 보았다.


누나와 동생은 옛날 체격이라 작았지만, 자신만 22살 현재의 체격 그대로였다.


“끌어내!”


“안돼요, 아악!”


민병대가 초진을 붙잡던 초희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 바람에 초희가 넘어졌다.


“개자식들, 누나 건드리지 마!”


“초진아 도망쳐!”


하지만 민병대는 이미 초진을 끌고 가고 있었다.


“안돼!”




초진이 재빨리 악몽에서 깨어났다.


현재의 자신은 거실소파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


그는 한숨을 푹 쉬고 식은 땀을 닦았다. 벌써 점심시간이었다.


“젠장.”


초진은 탁자에 있던 전화를 이리저리 살폈다. 그의 친구들의 메신저가 수두룩했다.


그 중 지금 급한 녀석의 번호를 먼저 눌렀다.


“지상이냐? 미안, 자다가 이제 봤다. 나 곧 간다, 밥 먹지 마.”



-----



“그러니까 꿈에서 징집감시관이 나타났다고?”


지상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소스 바른 생선튀김을 씹으면서 말했다.


“응, 놈들에게 잡힌 거만 빼면 진짜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줄 알았다니까.”


“걔네 그러는 거 불법이잖아?”


“그럼 뭐해? 정부가 망해서 아무도 단속 안 했어.”


초진은 침울하게 감자튀김을 입에서 우물거리고 있었다.


“지상, 넌 피난민 시절이 꿈에서 나오냐?”


“나야…. 뭐 거의 나오지는 않지, 그닥.”


지상은 초진보다는 편히 빠져 나왔다는 말을 못했다.


“그냥 개꿈이라고 생각해 초진아.”


둘은 말없이 먹기만 하다가 지상이 화제를 얼른 전환했다.


“밀라는 어떻대?”


“몰라. 이틀째 연락이 없어.”


“왜 그렇게 무심하냐?”


“또 틀림없이 쿠드 브루노의 봄 시즌 경기 응원하러 난리겠지.”


신입 프로 야구선수인 쿠드는 밀라 브루나의 친 오빠였다.


“같이 응원가지 그랬어?”


“걔네 오.라.버.니.께서 내 면전에 대고 경기장에 나오지 말라신다, 하!”


초진이 포크로 피시 앤 칩스를 휘저었다.


“네가 밀라를 사랑해서? 아니면 네가 야구를 더 잘해서?”


지상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둘 다.”


초진은 대답과 함께 포크로 생선과 감자튀김을 동시에 찍었다.




주말에 지상은 초진을 따라 쿠드-밀라 남매를 공설운동장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날은 쿠드의 소속팀 반산스 피셔맨 Bentas Fishermen이 훈련에 돌입하기 전이었다.


밀라는 오빠가 대학시절부터 촉망 받는 지명타자라고 소개했다.


지상은 초진보다 작지만, 쿠드 옆에 서자 미어캣 옆의 곰이 된 것 같았다.


지상이 물었다.


“저도 야구 되게 좋아해요, 쿠드 형. 저도 선수 하고는 싶은데…”


하지만 밀라는 그에게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다.


“선수 아무나 하는 줄 알아요? 오빤 여러 경기로 검증된 실력자라고요.”


오기가 난 지상은 자신이 쿠드의 타격 연습을 돕겠다고 자청했다.


초진은 포수로 나섰다.


그는 마운드에 올라 반산스 신입 타자를 향해 공을 세 번 날렸다.


쿠드는 두 번의 커브와 한번의 직구 헛스윙에 만족해야 했다.


세 남자는 멋쩍게 체면상 웃었다.


이번에는 쿠드와 초진이 서로 위치를 바꾸었다.


그리고는 지상이 아까 그대로 공을 던졌다.


초진은 초구 파울, 2구 1루타, 마지막은 2루타를 쳤다.


밀라의 표정은 뭐 씹은 것 같았다.


지상이 다시 멋쩍게 웃었다.


나머지는 웃을 수 없었다.


이후로 초진이 밀라와 만나는 날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난 공부에 집중하기로 했다 초진아. 대학가면 대학 야구라도 할 테니까.”


“하면 좋지만, 아첸 사람 중에 방송에 나온 스포츠 스타가 실제로 있냐?”


초진의 말에 지상이 낙담했다.


“ ‘이민자’낙인이 이렇게 크군.”


“그러게, 그것도 제일 큰 ‘거인 족 이민자’ 아첸.”


지상이 탁자를 둘러보자, 5인분아치 요리들이 접시만 남았다.


4인용 소파 탁자는 두 사람이 앉은 지금 2인용 같았다.


탄산음료를 마시며 초진은 오늘 아침을 곱씹어 보았다.


누나가 대학가서 공부하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를.


지상은 초진보다 재수하는 지금 상황을 훨씬 초조해 했다.


“이번엔 대학 붙어야 하는데…”


“붙어도 우린 대학 나와 무슨 일 할지 걱정해야 잖아?”


뒤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듀드Dude, 나 같으면 그럴 시간에 자습실 들어갈 텐데?”


그렇게 말하면서 들어오는 건 현지 친구 베이트였다.


“요, 티쳐 베이트. 어쩌다가?”


“지나가는 길이다.”


“점심은?”


“먼저 먹었지.”


베이트는 두 아첸 족 거인과 동년배였다.


다른 점이라면 그는 대학생이자, 두 사람의 언어 강사였다.


세 사람은 이민자 아첸 족의 실업 현안을 토의했다.


베이트는 현지인이라고 별 반 다를 바 없다고 했다.


“학원 선생이라 해도 날 봐, 학자금 때문에 두 탕 뛰잖아?”


“그래 봐야 이민자보단 낫지. 우린 아예 기회도 없어.”


“아첸 족은 그래도 워낙 튼튼하고 부지런하단 평을 받던데?”


한숨을 쉬며 지상이 답했다.


“튼튼하고 부지런해서 막 부려먹던걸? 우리 어머니만 봐도…”


“아직도… 아줌마 아파트 출근하셔?”


지상의 어머니는 그가 대학에 갈 때까지 파출부를 할 모양이었다.


“아, 젠장. 이래서 공부해야지.”


초진이 목 메인 지상의 등을 토닥였다. 베이트도 머쓱해졌다.


“휴, 초진이 누나를 생각하면 네 꿈도 멀리 있지 않을 거다.”


“초희 누님은 시기를 잘 탄 거야, 베이트. 예전엔 이민자들이 지금보단 적잖아.”


“하기야 요즘 이민자들이 갑자기 늘어서, 이민자들간에도 취업 경쟁이 좀 심해졌지.”


“티산 족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초진은 아침 뉴스를 기억했다.


“걔네 많이 무섭다던데…갱단도 있고…”


“소문에 카노나 규율대인가 뭔가를 운영한다더라.”


“그게 뭔데?”


지상이 자기 본 걸 얘기했다.




티산 사람들은 카노나라는 관습법이 있었다.


그래서 그 카노나 대로 엄격한 생활을 했다.


문제는 그 관습법을 타지인에게도 적용하려 드는 것이다.


지상의 식구는 그걸 적용하는 현장을 목격했다.


그들은 주말을 맞아 외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카노나 규율대라는 띠를 두른 공사 헬멧을 쓴 사람들이 주점을 에워쌌다.


카노나에는 술은 마귀의 피라고 적혀 있었다.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명령하자 일제히 쇠파이프를 들고 상점으로 돌격했다.


가게 안 주인이 다급히 경찰에 신고했지만, 그 때 상점 문이 박살 났다.


경찰이 왔으나 문제는 그 패거리들에 비해 수가 적었다.


권총을 들었으나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도 지원을 기다리는 동안 가게가 초토화되는 걸 보고만 있어야 했다.



초진이 말했다.


“그냥 가게 삥 뜯으려는 놈들이구먼.”


베이트가 말했다.


“이런 일이 자꾸 생겨서 토착민들이 ‘이민자 수색국’이란 걸 만들었어.”


“정부기관인가?”


“자경단 같은 건데, 두고 봐야지. 옛날엔 그런 목적으로 나온 폭력단이 많았거든.”


베이트는 조용히 말했다.


“혹 모르니까 다들 조심하고.”


“우리에게 불똥 떨어질지도 모르겠군.”


멀리서 가게 종업원이 도도하게 이쪽을 째려보고 있었다.


초진은 자신이 식당에 너무 오래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계산하자.”


-----



지상은 자습하러 먼저 헤어졌다.


베이트와 초진은 사거리에 남았다.


“선생, 우리 누나 얘긴 어떻게 안 거야?”


“저번에 리조트 관련 잡지에 사진을 봤지. 미소가 참 이쁘더라.”


초진이 기가 차서 웃었다.


“얼굴만 이쁘면 뭐하냐? 몸집이 멧돼지인데. 다이어트는 하는지 원.”


“야, 초진. 친누나를 그렇게 욕하지마. 그러는 넌 ‘곰탱이’이야.”


“시끄러, 베이트. 오늘 일수는 찾았냐?”


초진이 본론을 얘기하자, 베이트의 눈빛도 달라졌다.


“남항 수산시장에 한 건 있어. 같이 가볼래?”


“거기서 뭐 한데?”


“가봐야 알아, ‘경매’라고 만 들었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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