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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ddywhack 님의 서재입니다.

먼지 대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Q현
작품등록일 :
2016.03.15 20:10
최근연재일 :
2016.05.07 20:0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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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1,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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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18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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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 아침 (중)

DUMMY

“전 이럴 줄 알았어요.”


리쉴트의 동료 레이나가 중얼거렸다.


“무슨 소리야?”


어리둥절한 초희에게 다른 하우스키퍼 샌디가 말했다.


“리쉴트는 굼떠요. 그래서 맨날 남의 잘못을 자신이 뒤집어쓴다고요.”


“다른 짐작 가는 사람은 없어?”


“글쎄요. 그런데 마담 마르셀라는 이상해요.”


초희는 그건 동의했다. 마르셀라 부인은 항상 직원들에게 항의거리가 많았다.


부인은 이민자라고 초희에게 특히 눈을 부라렸다.


“뭐가 이상해?”


“저번에 산책로에서 봤는데…”


샌디의 목격담은 이러했다.



비가 내린 다음 날 마담 마르셀라는 남편과 딸 제나를 데리고 산책하고 있었다.


별안간 미끄러운 돌 바닥에서 제나가 미끄러졌다.


그녀는 뇌진탕이 되기 전 가까스로 엄마를 붙잡아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소녀가 붙잡은 건 엄마의 산호장식이 주렁주렁 달린 팔찌였다.


팔찌는 순식간에 끊어져 산호 알맹이들이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그런데 마르셀라 부인은 딸은 냅두고 산호 알맹이만 줍느라 바빴다는 것이다.




레이나도 말했다.


“제나 그 딸애도 좀 이상해요. 제가 청소하러 들어갔을 때 걔가 책상 위로 올라가서 환풍구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거에요.”


초희가 되물었다.


“환풍구에?”


“네, 뭘 넣는 것 같달까?”


초희는 해결의 실마리가 잡힌 것 같았다.


시계는 어느새 9시 42분을 가리켰다. 지체할 수 없었다.


초희는 어딘가에 서둘러 전화했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아….”


“아오! 평상시엔 잘도 전활 거는 사람이.”


초희는 열이 뻗쳤다. 전화 걸면서 그녀는 직원 대기실까지 왔다.


하지만 그녀가 찾은 사람은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누굴 그렇게 찾아?”


초희는 그 목소리에 하늘을 쳐다봤다. 설상가상이다.


굉장히 도도한 걸음으로 말쑥한 정장을 한 여자가 팔짱 끼고 그녀에게 걸어왔다.


“리타 에리스, 넌 또 쉬냐?”


“그럼 넌, 근무 시간 중에 왜 ‘꿀 빠는’ 건데?”


개와 원숭이가 같은 방에 있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이었다.


“내가 노냐? 난, 지금 마르셀라 부인의 불만사항을 해결하는 중이야.”


“아~ 그 이.민.자. 절도 건? 그걸 네가 왜 하지? 동족 의식이야?”


리타는 아침 시간에 그 사건을 듣고는 초희 속을 긁었다.


“리쉴트는 무죄야.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리고 있다고.”


“그럼 뭐해? 반지가 안 나오면? 마담 집도 못 들어가면서 무슨 증거로?”


“반지는 반드시 찾아. 내가 장담하거든?”


초희는 다시 통화를 시도하였다. 그러나 역시 반응이 없었다.


“’왕자’님께 전화하는 거야? 신데렐라?”


“맞췄지만 상은 없사옵니다. 금수저 아가씨.”


초희는 귀찮은 파리 같은 리타를 벗어나려 했다.


“진짜 금수저는 너 아냐? 신데렐라. 너 요새 반나절만 일하고 ‘왕자’가 어디로 데리고 가잖아.”


“석사 과정 하는 거거든? 좀 비켜라 얼른.”


리타는 계속 깐죽거렸다.


“너, 과거에 기계 만지던 주제에 이런 유니폼 입고 학위 따는 게 얼마나 보기 싫은지 알아?”


리타의 외관은 초희에 비해 왜소했다.


초희는 리타를 옆으로 밀치고 대기실 문을 닫았다.


“뭐 하는 짓이야?”


“이게 기술자 방식이야. 마담 농땡이.”


“흥! 덩치는 코끼리 같은 게 신데렐라는 개뿔.”


-----


리타가 말한 건 사실이었다.


초희는 오후 2시까지만 근무했다.


그러면 ‘왕자’가 그녀를 회사 로고가 새겨진 비행차에 태우고 사라졌다.


이후의 그녀 일과는 대학원 석사과정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임원진과 왕자가 아는 초희의 진짜 오후 일정은 그게 아니었다.


그리고 초희는 왕자와 통화를 열 번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그의 위치를 아는 다른 곳도 먹통이었다.


결국 그녀는 음성 사서함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매니저 찬드라? 여기 세아 초희에요.


당신도 연구소도 결국 전화를 받지 못해서, 이렇게 전하죠.


‘범용 테스트’를 지금 실시하겠으니 승인 좀 받아줘요. 위급한 일이니까.”


시계는 9시 58분을 가리켰다.


초희는 먼저 로비에 전화를 걸었다.


“팬, B1202의 마르셀라 부인이 들어오면 제게 연락해요.”


그러고는 그녀의 사물함을 열었다.


초희는 치마를 벗어 작업바지로 갈아입었다.


직원용 외투도 벗고 작업 재킷을 둘렀다.


그리고 그녀의 사물함 가장 깊숙이 있던 노란 플라스틱 가방을 꺼냈다.


공구함처럼 생긴 그 가방에는 ‘실험장비 - 개봉 시 주의’라는 문구가 큼지막했다.


그녀는 바로 공조실로 향했다. 공조실 책임자 꽝 리엔은 초희를 바로 알아보았다.


“오늘은 안 도와줘도 되는데.”


“알아요. 오늘은 본사에서 지정한 거 할 거에요. 대신 아무도 안 들어오게 OK?”


최근 본사는 초희가 공조실에 출입하는 데 필요한 권한을 올려주었다.


그래서 꽝은 그녀의 공조실 출입을 예전처럼 받아들였다.


“응 OK.”


초희는 B구역으로 냉방을 전달하는 장비실에 들어갔다.


문을 닫고, 그녀는 노란 가방을 열어 그 안의 물건을 꺼내기 시작했다.


먼저 방독면을 쓴 초희는 옆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얼굴을 덮는 유리면이 액정화면으로 변했다.


“녹화 장치 작동, 1,2,3, 아아, 실험 시작하겠습니다. 현재시간 10시 01분.


과니타 분자로봇 연구소 실험 번호 xxxx번, 실험자 세아 초희…”


그 다음 그녀는 장갑을 끼고, 파란 물이 든 시험관을 스프레이 건에 장착했다.


“목적: 잃어버린 물건 원래 자리에 갖다 놓기.”


방독면 액정에 메시지가 떴다. 음성은 그녀만 들을 수 있었다.


“분자로봇 크리요Cryo-5를 전개합니다. 알파화(수분제거작업) 시작”


그러자 시험관의 파란 액체는 순식간에 증발하더니 보일락 말락 하는 가루로 바뀌었다.


‘분자로봇 초기화 완료.’


그 다음 스프레이 건의 초록 단추를 눌렀다.


‘분자 로봇 스웜(swarm; 곤충의 무리, 여기는 대규모 무리라는 뜻) 복제 시작.’


초희는 B1202호실이라 적힌 중앙 냉방 버튼을 잠시 껐다.


그리고 배관도를 확인하고 연결되는 냉방 관에 스프레이건의 분사구를 장착했다.


‘크리요-5 복제 완료.’


곧바로 초희는 붉은 색 단추를 눌렀다.


‘사출!’


칙 하는 낮은 소리와 함께 푸른 빛 알갱이들이 발사되었다.


그리고 어두운 통로를 따라 모래알 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건 사람 눈에 거의 보이지 않았다.


-----


분자로봇들은 그들의 크기가 분자 크기 만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그들은 머리카락 굵기보다 훨씬 작았다.


하지만 자기 스스로를 신속하게 복제하고,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이들은 나노미터 (10의 9승 분의 1 m) 단위 크기라서 나노머신, 나노로봇이라고도 불렸다.


초희는 명목상 실험 중이지만, 회사에서 정식 허가를 받지 않고 쓰는 것이 불안했다.


하지만 억울한 사람의 누명은 빨리 밝혀야 했다.


잠시 후, 로봇들이 냉방용 환풍구 속 영상을 전송했다.


수많은 분자로봇들은 자신의 눈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합쳐서 만들어낸 영상은 일반 사람이 눈으로 보는 그것과 비슷했다.


그런데 냉풍구 속은 깜깜했다.


“미세조명 가동.”


메시지와 함께 내부가 밝아졌다.


“자, B1202호 실 내부로 들어가 볼까?”


초희는 장갑을 낀 두 팔로 평영동작을 취했다.


웨어러블 장치인 장갑은 초희의 동작을 로봇의 무리에게 전달했다.


분자로봇들의 속도가 빨라졌다.


초희는 환풍구 설계도를 따라 분자로봇을 이동시켰다.


문득 그녀는 레이나의 증언을 떠올렸다.


“제나가 환풍구를 손으로 만지작거린다 라…”


마르셀라의 가족은 안방 하나에 작은 방 하나인 집에 살았다.


작은 방은 당연 제나의 방이 분명했다.


로봇들이 작은 방에 달린 냉방통로를 통과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들은 좁은 먼지 여과필터를 지났다.


영상으로 과연 공기 배출구 앞에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맙소사.”


초희는 자기도 모르게 탄식했다.


제나는 엄마에게서 빼돌린 장신구를 그곳에 감춰두었다.


몇몇은 여과기와 팬 날개에 부딪혀 깨졌다.


버려진 지 몇 개월 지났는지 먼지가 잔뜩 낀 것도 있었다.


그 중에 초희는 아직 먼지가 별로 묻지 않은 진홍색 고리를 보았다.


산호반지라고 할 수 있는 건 그거 하나뿐이었다.


유레카.


이제 남은 것은 냉풍구에서 꺼내는 일이었다.


초희는 주먹 쥐는 동작을 했다.


그러자 미세한 알갱이들이 일제히 반지 주변을 에워쌌다.


이윽고 진홍색 반지는 쌓인 분자로봇들에 의해 푸른색 도넛이 되었다.


분자로봇 하나가 물건 드는 건 개미로 사람 의자 들기만큼 무의미하다.


하지만 분자로봇이 빠른 복제로 양을 무한정 늘어나 스웜, 무리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금 초희의 손으로 약 10을 70번 거듭 곱한 양의 분자로봇 떼가 반지를 나르고 있었다.


그녀는 반지가 떨어져서 깨지지 않게 조심조심 로봇을 내려놓았다.


일단 로봇을 제나의 책상위로 내려 놓았다.


책상엔 창문을 통해 아침 햇살이 들어왔다.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큰데.”


초희는 일단 책상 위에서 로봇 스웜을 충전하기로 했다.


충전하는 동안 로봇들이 소녀의 방 곳곳을 둘러 보았다.


초희는 로봇들이 전송한 책꽂이 쪽 화면을 보았다.


가구에는 사람이 잘 안 보는 곳에 작은 글씨로 들쭉날쭉한 낙서들이 있었다.


‘살아있는 나보다 죽은 산호가 더 좋다는 계모 엄마’


‘공부 못하면 또 혼자’


‘아빤 또 공부 얘기만’


초희는 착잡했다. 다음에 마담 마르셀라를 보면 한마디 해야지.


충전이 끝나고, 그녀는 시계를 보았다. 10시 14분이었다.


다시 로봇 스웜은 산호반지 주변으로 파란 도넛모양으로 뭉쳐 책상을 내려왔다.


다행히 아무런 바람이 없어 착지하기도 쉬웠다.


제나 방의 문은 잠겨있었지만, 문틈은 반지가 빠져나가기에 충분히 컸다.


납작해진 파란 도넛이 거실바닥에 나타났다.


초희가 그렇게 반지를 분자로봇들로 운반하고 있을 때였다.


“삐… 삐 삐빅”


거실에 놓인 공기청정기가 자동으로 먼지를 감지하고 있었다.


“아, 안돼.”


공기청정기가 먼지 농도 조절을 위해 흡입을 시작하면, 분자로봇들도 그대로 빨려 들어간다.


하는 수 없이 초희는 로봇을 둘로 나누었다.


다수와 소수.


다수 집단의 분자로봇 스웜은 그대로 안방까지 반지를 이끌고 갔다.


소수 집단은 공기청정기로 향했다.


안방은 열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게다가 문틈이 없었다.


소수의 분자로봇들은 재빨리 거실에 다다랐다.


초희는 공기청정기부터 손대기로 했다.


거실은 마담이 모은 온갖 장식들이 가득했다.


소라와 갑각 해산물들의 박제들이 빼곡했다.


초희는 먼저 공기청정기를 찾았다.


그것은 대나무 발 아래에서 가동 중이었다.


그냥 내려가다간 소수의 로봇들은 그냥 빨려 들어갈 것이다.


그녀는 벽걸이 대나무 발에서 너덜너덜한 조각을 보았다.


그걸 제대로 낙하시킨다면 공기청정기의 버튼을 잠시 끌 것 같았다.


소수의 분자로봇들이 발의 조각에 뭉쳐졌다.


초희는 자를 면을 장갑 낀 손으로 표시해 준 뒤 로봇에게 명령했다.


‘포식’


미세한 로봇들은 대나무를 갉아먹으면서 표시부분만 자르기 시작했다.


얼마 후, 정확히 대나무 조각이 끊어졌다. 그리고 공기청정기로 낙하하고 있었다.


분자로봇들이 조심스럽게 대나무 조각의 착륙 경로를 수정했다.


“탁!”


“띠리링.”


공기청정기의 전원이 꺼졌다.


초희는 한숨을 쉬었다. 공조실은 시원했지만, 그녀만은 더웠다.


이제 시계는 10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로비의 로저 팬이었다.


크리요-5를 대기모드로 전환시키고, 초희가 전화를 받았다.


“오, 초희 큰일났어.”


“설마 마담 마르셀라가 지금 온 걸 말하시는 건 아니겠죠?”


“그 정도가 아니야, 우리가 사정하고 있지만, 경찰이 같이 왔어.”


“맙소사! 마담 어디 있나요?”


팬의 마지막 대답은 정문이라고 말했다. 초희에게 이제 남은 시간은 길어야 5분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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