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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ddywhack 님의 서재입니다.

먼지 대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Q현
작품등록일 :
2016.03.15 20:10
최근연재일 :
2016.05.07 20:03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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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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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수 :
161,096

작성
16.04.1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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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 막간 (중)

DUMMY

<메르 오 마탱>은 비공식적으로는 마리나도, 아니 우주에서 제일 큰 소라고둥일 것이다.


이 해저식당은 그 갑각류의 모양을 하고 물속을 바라보며 고급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항상 외부 관광객들이 붐비던 이곳은 풍랑으로 오늘 한산했다.


에리크는 밀대로 주방을 청소하다가 이따금 강화유리로 된 창을 바라보았다.


창 밖으로 어두운 바다가 보였다. 원래는 형형색색의 산호와 물고기들이 가득했다.


이따금 스쿠버 다이버들이 유리너머 관광객들을 상대로 쇼를 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오늘 따라 그곳이 여간 을씨년스러웠다.


점심 영업이 끝났지만, 다른 곳 직원들이 하나 둘 와서 값싼 메뉴를 사 먹었다.


에리크의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시저스 드레싱을 얹은 파스타 샐러드를 먹는 여성이었다.


레베카 니시아스. 우아한 그녀는 요트 부두 경리로 일했다.


에리크는 계속 이곳에서 마주치지만 한번도 그녀에게 말을 걸어 본 적이 없었다.


그녀 곁에는 앤드류라는 요트 부두 관리자가 항상 주변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새우튀김을 통째로 씹는 그는 덩치나 실력으로나 에리크가 따라갈 수 없었다.


딜롱이 두 남녀 사이에 끼어들지 않았다면 에리크는 한숨 쉬고 창 밖만 보려 했다.


“요새 자꾸 수산물 가격이 올라서 큰일이야. 함라 폭발사건 이후로 더 그래.”


“무슈 딜롱, 늘 그래왔던 거잖아요? 마리나도의 어획량이 고갈되고 있는 사실을?”


“그래도 요즘 바다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아. 앤드류, 자네 그거 들어봤나?”


“뭘요?”


딜롱 주방 선임은 선장에게서 들은 심상치 않은 이야기를 했다.


“요즘 비명 지르는 배라는 것들이 떠 다닌대.


처음에는 해무에 가려서 괴성만 들리다가 갑자기 배가 나타나면 사람 형상이 갑판 위에 있대.


꼼짝도 않고 서서.”


“그래서요?”


레베카가 호기심으로 눈이 커졌다.


“이런 거 마드모아젤에게 말해도 괜찮겠어?”


“그럼요. 전 웬만한 공포 영화뿐 아니라 좀비나 하드고어도 종종 보는 걸요.”


그 소리를 멀찍이서 들은 에리크가 살짝 실망했다.


“갑자기 입에서 검은 물을 토하면서 선원들을 덮친대. 그리고는 그 선원들도 그렇게 되는 거야.”


“오, 신이시여. 직접 봤대요?”


제일 겁 먹은 사람은 덩치 좋은 앤드류였다.


“몰라, 그 선장 돈 적게 받았다고 나한테 분풀이로 그런 말 하는 거겠지.”


“배 위의 좀비라. 요즘 바다가 미쳤다는 말이 돌던데, 육지로 올라오는 거 아니겠죠?”


“아우, 레베카 말이 씨가 될지도 몰라.”


에리크는 그만 듣고 밀대를 정리하려 하자, 딜롱이 그를 불렀다.


“자네 식당 배수관 좀 청소하게.”


“예예.”


한 숨 쉬고 에리크는 세제와 끌개를 들고 외부 배수관을 보러 갔다.


-----


배수관을 봐야 하는 이유는 따개비와 홍합 때문이었다.


해저식당에는 이따금 그것들이 배수관을 막아서 배수관이 새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세제를 푼 물을 압력펌프로 바다로 배출하면서 귀찮은 갑각류를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독한 세제가 해산물에 안 좋다면서 딜롱은 에리크에게 웬 술병을 건넸다.


“압생트. 악마 같은 녹색 요정이지. 사람들이 취해도 골로 가는데 미물들이야 오죽하겠나?”


식당 종업원은 교양과목에서 ‘겁 없는 예술가들의 독한 친구’로 압생트를 기억했다.


확실히 술을 사용한 배수관 청소는 썩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결국에는 뾰족한 끌개로 긁어야 했다. 귀찮은 작업이었다.


그러나 에리크가 휴학하기 전의 홍합은 맛있는 찬거리 이상의 소재였다.


당시 그는 남들이 소마나이트를 찾을 때 홀로 생물 모방 연구를 선택했다.


그는 자연물의 특성을 인간이 따라 응용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홍합이나 따개비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물속에서도 떨어지지 않는 접착성 때문에 강력 접착제와 수술 봉합제로 쓰였다.


물론 지금은 오후 일과를 귀찮게 하는 작은 괴물들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 무슨 문제로 압력 펌프가 역류했다.


바닷물들이 어느새 식당 입구와 계단 사이 움푹 패인 공간에 고였다.


식당은 구조상의 이유로 지상에서 식당으로 가는 계단이 내려갔다 올라가는 U자 형이었다.


그곳에 물이 고이는 것이다.


“아, 젠장.”


펌프를 재빨리 잠갔지만, 앞으로 남은 바닷물을 빼는 게 골치 아팠다.


딜롱이 여기 없기를 바라며, 그는 황급히 주방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그는 다른 사람들과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빠져나간 뒤였다.


한숨 돌린 에리크가 배수 호스를 고를 때였다.


“쿵!”


무언가가 육지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


초진은 문닫는 소리가 너무 크지 않았나 걱정했지만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다.


베이트와 그는 검정 스키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가린 뒤 헬멧을 다시 썼다.


그리고는 아슬아슬하게 창고의 노란색 들보를 따라 걸어갔다.


드디어 거래현장이 눈앞에 들어왔다. 베이트는 숨을 극도로 낮추며 카메라를 꺼냈다.


툭.


베이트는 하마터면 소리지를 뻔 했다. 초진도 마찬가지였다.


“당신들 누구야?”


그와 다른 동료로 보이는 자가 서바이벌 게임 용 안면 보호구를 쓴 채 말했다.


숨죽여서 말하는 걸로 보아 적은 아니었지만, 경계하고 있었다.


“그럼 당신네들은?”


얼굴을 가린 남자들이 창고 들보에서 짝을 지어 노려보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어 빌어먹을 자크 자식. 다른 파파라치들을 동원해서 형을 엿 먹였어.”


베이트는 자크가 형에게만 정보를 주려고 한 거래를 파기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뭔 개소리? 우린 자크의 취재반이 아니야. 지금 이 방에 얼마나 많은 동족이 있는지 봐.”


서바이벌 남자는 아래를 가리켰다. 드럼통과 사람 크기만한 나무상자들에서 인기척이 났다.


초진이 돌아보니 들보 가장자리에 가느다란 두 사람이 더 있는 게 보였다.


“끝내 주는 보도경쟁이군.”


“베이트, 여기 파파라치만 열 명은 될 것 같아.”


초진의 말을 무시하고 서바이벌 남자 중 하나가 속삭였다.


“요즘 함라 사건을 정부가 덮으려 하자, 네티즌들이 온, 오프라인으로 진상을 밝히겠다고 난리야.”


“왜지?”


“그걸 알려던 언론인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고 있거든.”


거인과 학원강사는 섬찟했다. 자칫하면 이 사람들뿐 아니라 자신들도 사라질 수 있는 거 아닌가?


베이트의 형이 경찰이라도 승진이 밀리는 말단이니 무슨 힘으로 그들을 돕겠는가.


두 남자는 금새 시무룩해졌지만, ‘서바이벌 (헬멧) 남자’는 영상장비를 무음으로 동작시켰다.


“시작됐다!”


아래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드디어 거래가 시작된 것이다.


검은 양복차림의 사람들과 선원들이 각각 마주보고 있었다.


검은 양복들은 하나같이 새빨간 장식을 우측 가슴에 달고 있었다.


“이민자 수색국이야. 뭘 하려는 거지?”


선원들은 아직 비닐 포장도 제대로 뜯지 않은 거대한 회색 직육면체를 가지고 왔다.


“소마나이트인가? 빨리 찍어!”


그들은 선장으로 보이는 사람에게서 작은 조각을 집어 들었다.


서바이벌 헬멧 남자들이 그 장면을 녹화해서 전송하려 했다.


이민자 수색국의 우두머리가 단추를 눌렀다. 갑자기 선원들 옆의 기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상한데? 카메라가 꺼졌어. 다시 켜지지도 않아.”


“이것 봐, 전화도 안 되는데?”


다들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때 서바이벌 헬멧 남자 하나가 발을 헛딛었다.


그가 균형을 잃기 전에 초진이 묵직한 팔로 그를 붙잡아 끌어올렸다.


하지만, 아래 사람들의 행동이 심상치 않았다. 갑자기 이민자 수색국들은 거래장소를 이탈했다.


그리고는 창고의 하역물 사이를 이 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젠장 들켰다.”


벌써 드럼통에 있던 2인조가 끌려 나왔다. 나무 상자에 있던 사람들도 잡혔다.


“아직 여긴 모르겠지?”


베이트가 안심하는 순간, 갑자기 노란 들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이잉


일동은 가까스로 난간을 붙잡거나 매달렸다.


그들이 천장에 딛고 서 있던 건 들보가 아니라 호이스트Hoist라는 천장 크레인이었다.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던 서바이벌 헬멧 남자 하나가 떨어졌다.


그의 몸은 거기서 멀지 않은 높다란 하역물에 부딪치며 소리를 냈다.


“망했다.”


초진이 중얼거렸다.



-----


“완전 망했군.”


에리크는 물 빼는 일을 관두어야 했다.


배수펌프 자체가 맛이 가서 U자 계단에 고인 물을 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미숙하게나마 고치기 위해 연장을 찾으러 갔다.


아까 충돌 소리가 무엇인지는 이제 관심 밖이었다.


가끔 얼간이들이 요트를 정박하다 엉뚱한 곳에 부딪혀 좌초하는 소리가 비슷했다.


그러면 떡대 같은 앤드류가 그 일을 처리하느라 진땀 뺐다.


에리크는 힘이 약해서 별로 구경만 해야 했다.


딜롱은 그거 볼 틈에 빨리 식재료나 다듬어라 고 했다.


상사 말이 틀리지는 않아서 에리크는 이후 일에 무신경해졌다.


신경쓰기 시작한 건 그가 전화를 받으면서였다.


“<메르 오 마탱>입니다.”


“여, 여보세요, 거기 구조대 아니에요?”


엘리시온 파크는 응급 전화와 식당전화가 끝 번호가 살짝 달랐다.


그래서 가끔 관광객들이 번호를 잘못 누르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풍랑으로 관광객이 없으니, 직원이 실수한 것이다. 흔하지 않게.


별거 아니라는 투로 에리크가 정정하려는 순간,


“으아아아 사람 살려!”


그 비명소리가 나고 전화가 끊어졌다.


에리크는 순간 딜롱과 앤드류, 레베카가 식탁에서 하던 대화를 떠올렸다.


에이 설마. 하지만, 그는 꼭 이런 순간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붙었다.


그래서 올라가 보기로 했다. 혹시 모른 그는 아까 홍합을 떼던 끌개를 들고 나섰다.


에리크가 지상으로 돌아왔다.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상하게도 해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불현듯 그는 두려움이 들어 끌개를 꽉 쥐었다.


순간, 한 여 종업원이 정자에서 튀어나와 방갈로르 (해변가에 놓인 집)로 내달렸다.


그녀는 에리크를 봤는지 모르는지 소리를 질렀다.


“살려주세요!”


그 순간 뒤에서 달려온 검붉은 형상이 여자를 낚아챘다.


에리크는 냉큼 해변의 정자형 칵테일 바로 숨어들어가 그 장면을 보았다.


흉측한 형상이 검은 물을 토하자 여자가 그걸 맞고 비명을 질렀다.


에리크는 고개를 숙였다. 섬뜩한 소음이 뒤를 이었다.


이윽고 끌려나간 여자 옷을 입은 괴수와 끌고 들어간 괴수가 함께 뛰어다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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