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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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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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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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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5.


다시 법사들이 움직였다.


방문이 보이자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성취감 때문인지 철산의 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법사들은 방문 앞 카펫 밑의 작은 구멍 안을 파고들었다.


그 구멍은 그대로 방안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데 방안으로 막 들어선 순간이었다.


갑자기 어디선가에서 외침이 들렸다.


“아아앜-! 저게 뭐야?”


제법 나이 든 노인의 목소리였다.


깜짝 놀란 법사들은 황급히 구멍 안으로 다시 돌아 들어갔다.


이어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윤 집사님, 왜 그러세요?”


익숙한 목소리였다.


건우···!


법사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장마철이 다가오니까 저놈의 바퀴벌레 새끼들이 또 기어 나오네.”


다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법사들이 숨은 그 작은 공간으로 가늘고 긴 대롱 하나가 불쑥 들어왔다.


낯설고 신기한 대롱이었다.


정철은 그 대롱을 더듬이로 건드리면서 정체를 확인하려 애썼다.


그런데···.


철산이 눈을 부라리더니 악을 쓰며 외친다.


“안 돼! 위험해! 거기서 떨어져어어어어어~!”


그것과 거의 동시였다.


운천이 몸을 날려 정철을 떠밀었고, 두 마리의 바퀴벌레는 그대로 보일러 파이프 밑으로 굴러 들어갔다.


치이이이이이잌-!


하는 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순식간에 앞은 짙은 안개로 뿌예졌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독한 안개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마비시킬 것만 같았다.


법사들은 날개를 앞으로 펼쳐 모아 얼굴을 가렸다.


안개 속에서 철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괜찮으십니까? 콜록··· 살충제입니다. 몸에 닿지 않게 하십시오. 그대로 마비가 됩니다. 콜록···.”


정철을 부둥켜안고 있는 운천은 오히려 철산 쪽이 걱정인 모양이다.


자신들이야 몸을 날려 그나마 안전한 곳으로 피했는데 철산은 맨몸으로 그 자리에 서 있지 않았던가?


“그쪽은 괜찮은가?”


운천은 대답 대신 요란한 기침 소리를 들었다.



6.


살충제가 걷히자 빛이 보였다.


작은 구멍의 틈새로 스며드는 햇살이었다.


정철은 몸을 일으키다 말고 사지를 부르르 떨었다.


“으흐흐흐흐읔-!”


아무래도 살충제가 닿은 부위에 퍼진 마비가 아직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부자연스러운 몸이었지만, 애써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기 옆에 스승 운천이 웅크리고 있는 게 보였다.


아까 몸을 날려 자신을 밀쳐낼 때 다치신 건 아닌지 걱정이었다.


장성한 제자가 노쇠한 스승에게 그런 도움까지 받다니.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정철은 조심스레 운천을 흔들어 보았다.


“스승님, 괜찮으십니까?”


운천은 가벼운 신음과 함께 더듬이를 들어 올렸다.


날개나 몸체, 다리, 크게 다치신 것 같지는 않았다.


살충제가 묻은 것 같지도 않았다.


“나는 괜찮다, 쿨럭···. 어서 철산에게 가보아라!”


틀어박혀 있던 보일러 파이프 밑에서 빠져나와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아주 끔찍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구멍 안으로 빛이 점점 더 들어오자 몸을 뒤집고 있는 곤충들이 보였다.


파리, 모기, 나방, 귀뚜라미, 심지어는 빈대까지.


정신이 번쩍 든 정철은 철산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철산은 뒤집어진 몸으로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날개가 바닥에 깔린 채 천장을 보고 누운 자세!


“철산, 괜찮소이까? 정신이 드시오?”


다행히 목숨이 위태롭지는 않아 보였다.


하지만 기운이 달리는지 계속해서 몸을 뒤집지 못해 버둥대고 있었다.


“으으으으으읔-!”


정철의 목소리를 듣고 반응한 걸까.


철산은 겨우 고개를 들었다.


“이보시오 정철, 나 좀 뒤집어 주시게나!”


정철은 즉시 철산의 몸 밑으로 자기 머리를 밀어 넣었다.


철산의 몸이 가까스로 뒤집어졌고, 그의 정신도 조금씩 맑아졌다.


“이런 곳에서 살충제를 맞을 줄은···.”


철산은 인상을 쓰면서 괴로워했다.


“처음에 대롱이 들어왔을 때는 잘 피했으나, 두 번이나 찌를 줄은 미처 몰랐소이다.”


철산은 아직도 양 날개 밑에 스민 냄새를 맡아보면서 몸서리를 쳤다.


“스승님은 괜찮으시오?”

“다행히 무사하시오.”

“어서 여기서 나갑시다. 방문 위쪽에 전선이 지나는 공간이 있으니 그리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오.”

“바로 스승님을 모시고 오겠소.”


철산은 아직도 얼얼한 더듬이를 바로 펴면서 방향을 잡았다.


움직일 때마다 여전히 땅이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정철처럼 요령껏 강술을 쓰면서 헤쳐 나가고 싶었지만, 스승은 그런 그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정철이야 후계자이니 폭주해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정도에서 그치지만, 철산은···.


“그래, 나는 정철하고는 입장이 좀 다르지···.”


철산은 나타난 스승과 정철을 보고는 천천히 다시 움직였다.


방문 벽을 타고 올라 전선이 지나는 구멍을 파고들자 환한 공간이 드러났다.


은은한 밝기의 조명, TV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음악 소리,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향긋한 음식 냄새.


낯설지만 감각을 한 번에 사로잡는 빛과 향과 소리는 철산을 잠시 멍하니 만들었다.


“제가 먼저 들어가서 안전한지 확인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철산은 뒤따라오던 두 사람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조심하게!”


꼬리 뒤에서 운천의 건조하고 지친 목소리가 들렸다.


철산은 더듬이를 서로 비벼 감각을 되살리면서 전진했다.



7.


철산이 다시 돌아온 건 이십여 분이 지난 후였다.


그동안 제법 몸도 회복하고 정신도 차린 운천과 정철은 철산이 돌아오는 걸 보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지금 바로 들어가시지요. 건우는 보이지 않습니다. 방도 비어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적이 들어 있는 상자도 확인했습니다.”


철산의 말에 운천과 정철은 반가운 반응을 보였다.


두 사람은 곧바로 철산의 꽁무니를 따라 복도의 끝방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한 줄로 간격 없이 쭉 늘어선 바퀴벌레 세 마리!


하지만 이번에는 다들 더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전보다 더듬이질에 신경을 더 집중하면서.


“여깁니다!”


철산이 방구석 옷장 앞까지 다가가자 더듬이를 쫑긋 세우며 말했다.


운천은 주위를 빠르게 훑어보더니 명령을 내린다.


“잠깐 회복술을 쓴다!”


운천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짧은 파열음과 연기가 피어올랐다.


펑-!

펑-!

펑-!


순식간에 세 법사는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철산은 옷장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옷걸이에 걸린 수십 벌의 옷이 빽빽하게 들어찬 옷장이었다.


정말 철산의 말대로 경면주사의 향이 진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철산은 옷장 안으로 얼굴을 쑥 들이밀었다.


그러고는 곧 그 안에 있던 초코파이 상자를 들고나왔다.


빨간 상자의 반쯤 열린 틈새로 부적 뭉치가 보였다.


운천은 그때 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철도 안심이 되는지 얼굴이 밝아졌다.


그런데 그때였다.


“청소나 좀 해 볼까!”


밖에서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


살충제를 뿌렸던 바로 노인이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법사들은 입을 벌린 채로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발소리가 다가오는 게 들렸다.


느리지만 점점 가까워짐과 동시에 커지는 발소리!


마른침을 꿀꺽 삼킨 운천은 가장 먼저 냉정을 되찾았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부적을 도로 넣어둬라. 다시 변신술을 써서 숨는다.”


부적을 발견한 김에 가지고 나갔으면 좋으련만.


영험한 기운이 깃든 부적은 도사들의 도술이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변신술로 그 형태를 바꿀 수는 없다.


그래서 나중에 다시 찾으러 올 거니 도로 넣어 두라 한 것이었다.


펑!

펑!

펑!


가볍게 터지는 울림이 세 차례 일었다.


도사들은 다시 사람의 모습을 잃고 작아졌다.


이번에 변한 건 개미였다.


세 마리의 개미가 카펫 위에 떨어졌다.


그런데 떨어진 위치가 좀 애매했다.


하필이면 융털이 많이 뭉쳐있는 곳이라니···.


카펫의 융털 사이에 걸린 개미들이 허우적댔다.


기를 써서 겨우 몸을 바로 세우긴 했으나, 그 틈에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방문이 열리면서 그 노인이 들이닥치는 게 아닌가.


게다가 이상한 기계소음까지 방안을 울렸다.


위이이이이잉-!


노인은 바닥에서 공기를 빨아올리는 이상한 막대를 밀면서 천천히 법사들 쪽으로 다가왔다.


진동은 점점 심해졌고,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있던 법사들의 몸도 격렬하게 흔들렸다.


이번에도 위험을 가장 먼저 직감한 철산이 소리를 질렀다.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합니다. 저건 진공청소기입니다. 저기에 빨려 들어가면 끝입니다. 어서!”


셋은 있는 힘을 다해 길을 내보려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개미들이 발악을 하면 할수록 융털은 점점 꼬여만 갔다.


정철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슬쩍 철산과 눈을 마주쳤다.


둘 사이에 은밀한 눈짓이 빠르게 오갔다.


고개를 끄덕인 철산은 운천을 거드는 척하면서 갑자기 운천의 얼굴을 가려버렸다.


그리고 그 사이.


정철이 재빨리 수인을 맺었다.


전정술이었다.


콰직~!

콰지지익!


짧고 가늘게, 벼락이 치는 공명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저 요란한 진공청소기 소리에 그 작은 소음은 바로 묻혀버린다.


법사들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곳에서 작은 불꽃이 일었다.


그 불꽃은 그대로 동그랗게 살아나더니 데굴데굴 굴러 반대편 벽까지 가 닿는다.


그리고 불꽃이 지난 자리에는 작은 오솔길이 만들어졌다.


바닥이 시커멓게 그을고 매캐한 냄새가 나는 길!


하지만 지금 법사들에게 그 길은 구원의 길이었다.


“이쪽이요!”


정철이 갈라진 목소리로 외쳤다.


철산은 얼른 혼비백산한 운천을 이끌었다.


요란한 소음에 놀라 귀를 막고 있던 운천은 제자들에게 몸을 맡기고 따른다.


마침내 반대편 벽에 도착한 법사들은 한 화분 뒤로 몸을 숨겼다.


“휴우···.”


정철은 진공청소기로 방을 휘젓는 노인을 보면서 한숨을 내뿜었다.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저 진공청소기의 먼지봉투 안에서 생을 마감할 뻔했으니까.


운천은 아직도 정신이 멍한지 가쁜 숨을 자꾸 헐떡였다.


노인이 진공청소기의 방향을 틀었다.


법사들이 있는 쪽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음이 사라진다.


“어라, 바닥이 왜 이래? 아니 여기 웬 그을음이 생긴 거지? 담배빵인가? 아니, 우리 식구 중에는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는데···.”


식식대는 목소리에서 짜증이 그대로 묻어났다.


“설마, 건우 이놈이 담배를 피우나?”


또 건우의 이름이 들렸다.


정철이 빠꼼이 고개를 내밀어 보았다.


노인이 뭔가를 뒤지고 있었다.


“가방에서 담배는 못 봤던 거 같은데···. 이놈 자식, 피울 거면 밖에 나가서 피울 일이지···.”


아마도 건우의 가방인 듯싶었다.


다시 지퍼가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갑자기 그걸 이쪽으로 휙, 하니 던진다.


깜짝 놀란 정철이 다시 고개를 숨겼다.


턱-!


하고 벽에 부딪힌 가방이 화분 옆에 떨어졌다.


위이이이잉-!


그리고 다시 살아난 진공청소기의 소리가 법사들을 향해 다가왔다.


소스라치게 놀란 철산이 머리를 쑥 들어 올렸다.


“어서 피해야 합니다. 이쪽으로 똑바로 오고 있습니다.”


운천은 허둥대는 철산을 달래며 가방을 가리켰다.


“일단 저 가방 안에 숨도록 하자! 어쩌면 다른 곳보다 저 안이 더 안전할지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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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060. 부엌혈전 3 24.02.17 7 0 12쪽
59 059. 부엌혈전 2 24.02.16 9 0 12쪽
58 058. 부엌혈전 1 24.02.14 10 1 12쪽
57 057. 부적은 어디에 2 24.02.10 8 0 11쪽
56 056. 부적은 어디에 1 24.02.07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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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054. 주인이 바뀐 돈 1 24.02.02 12 0 11쪽
53 053. 내친 김에 어디 한번 5 24.01.31 13 0 12쪽
52 052. 내친 김에 어디 한번 4 24.01.26 14 1 11쪽
51 051. 내친 김에 어디 한번 3 24.01.25 16 1 11쪽
50 050. 내친 김에 어디 한번 2 24.01.24 13 1 11쪽
49 049. 내친 김에 어디 한번 1 24.01.23 17 1 11쪽
48 048. 쫓기는 놈 쫓는 놈 3 24.01.22 25 1 12쪽
47 047. 쫓기는 놈 쫓는 놈 2 24.01.20 18 1 12쪽
46 046. 쫓기는 놈 쫓는 놈 1 24.01.19 20 1 11쪽
45 045. 안 보이나 느껴지는 2 24.01.18 20 1 12쪽
44 044. 안 보이나 느껴지는 1 24.01.17 19 1 11쪽
43 043. 차가운 남풍 3 24.01.16 20 1 11쪽
42 042. 차가운 남풍 2 24.01.15 1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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