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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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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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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696

작성
24.01.2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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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51. 내친 김에 어디 한번 3

DUMMY

9.


건우는 갑자기 바빠진 스케줄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줄리가 이사로 임명되면서 사실상 업무가 두 배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임원으로서의 한 이사.


그리고 연예인 줄리 한.


이 두 가지 역할을 제법 잘 해내는 줄리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건우는 머리가 터질 것 같고 발바닥에 불이 났지만, 일정을 하나씩 클리어할 때마다 뿌듯함이 차올랐다.


이제 자신도 뭔가 역할을 해내는 존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과거 집안에서는 아무 도움 안 되는 말썽꾸러기 아들.


강제로 보내진 청운당 안에서도 눈치 보이는 천덕꾸러기.


그랬던 이전 자기 모습에 비하면 지금의 건우는 그야말로 제대로 성공한 인생이 아닌가?


건우는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를 받으면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네, 앙드레! 지금 학원 끝났어요. ···어디로요? ···갑자기요? ···알았어요.”


또 일정 변경이다.


2시에 마리 엔터 사장하고 회의가 잡혀있었는데, 내일로 연기.


대신 내일 드라마 촬영 스케줄이 오늘로 당겨져 왔다.


장소는 인천 선재도 목섬.


인천까지 여기서 얼마나 먼데, 빨리 오라고 호들갑일까.


사무실에 들러 줄리의 의상을 챙긴 건우는 내비게이션을 켜고 목적지를 찍었다.


내비 화면에 뜬 예상 도착시간이 1시간이었다.


건우는 한숨을 내쉬면서 액셀을 밟았다.


건우의 세단이 미끄러지듯 도심을 빠져나간다.


혼잡구간을 지나자 운전대에 손을 올린 채 가만히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금세 졸음이 쏟아졌다.


건우는 늘어지게 하품과 동시에 얼굴을 흔들었다.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서울에 온지 말이다.


나름 탈 없이 잘 정착하고 있는 건 다행인데, 한편으론 걱정도 깊어지고 있었다.


청운당!


“왜 이렇게 조용한 걸까?”


분명 가만히 있을 도사들이 아니다.


그냥 나온 것도 아니고 부적까지 훔쳐 나온 마당 아닌가.


작정하면 자신이 있는 곳을 찾아내는 건 며칠이면 족할 것이다.


그런데···.


“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거지?”


건우는 그간 해방감과 성취감으로 부풀었던 행복이 근심으로 조금씩 사그라들자 불안해졌다.


그러면서 그들이 바로 앞에 나타났을 때 자신이 보이게 될 반응을 상상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추상같은 운천, 그리고 정철, 일성, 철산, 송담, 유정, 만봉, 영일 법사.


그들의 얼굴이 차례대로 떠올랐다.



10.


나찰은 타고 가던 공용자전거를 길에다 버리고 얼른 택시를 잡아탔다.


“아저씨 저 앞에 벤츠 따라가 주세요.”


기사는 차를 출발하지 않고 자꾸만 백미러로 뒤를 힐끔댔다.


표정을 보아하니 지금 저 학생이 요금을 낼 만한 승객인가 아닌가로 고민하는 것 같았다.


나찰은 얼른 지갑을 꺼내 들어있던 현금을 세는 척했다.


기사는 다시 시선을 전방으로 돌리더니 액셀을 밟았다.


건우의 차는 계속 서쪽으로 움직였다.


그러다가 서울 외곽지점에서 방향을 인천 쪽으로 트는 게 보였다.


마침내 인천으로 들어서는 타이밍이 되자 기사가 다시 백미러를 봤다.


나찰은 기사와 눈을 마주쳤다.


“아저씨, 돈 있으니까 계속 따라가세요!”


살짝 짜증까지 섞인 목소리.


거기에 주눅이 든 건지 기사는 그 후론 두 번 다시 백미러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바다가 슬쩍 보이는 지점에서 도로가 잠시 정체되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나찰의 코가 갑자기 크게 벌어졌다.


“오호···! 언제 따라붙은 거지?”


운천의 냄새!


건우가 탄 세단의 트렁크 안이었다.


건우가 학원에서 나올 때 못 따라오는 줄 알았는데, 제법이었다.


관리실 직원의 빗자루질을 잘도 피해 도망친 모양이었다.


나찰은 세단의 트렁크를 노려보다 학원 로비에서 했던 생각이 이어졌다.


‘아니 왜··· 저 아이의 주위를 어슬렁대기만 하는 걸까?’


잡으려면 잡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나찰 자신이 도착하기 전부터 말이다.


‘뭘까? 왜일까?’


자신을 거칠게 대하는 것에 비해 유독 저 아이만은 싸고도는 것 같은 이유!


‘저 아이가 중요한 뭔가를 알고 있거나 가지고 있는 건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생각이 딱 멈춘 건 나찰이 들고 있던 지갑을 바지 주머니 안에 밀어 넣을 때였다.


주머니 안에 구겨진 채 들어있던 부적이 만져졌다.


나찰의 머릿속에 번쩍하고 불이 켜졌다.


‘아! 부적··· 그래 일성이 한 말이 생각난다. 저 아이가 청운당에 있던 부적 거의 전부를 가지고 달아났다고 했다.’


나찰은 그래! 하는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몇 장 정도면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양이 많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또 의문도 생겼다.


‘그런데 저 아이가 부적을 가진 게 왜? 부적은 어느 정도 술을 부릴 줄 아는 자가 쓸 수 있는 건데··· 설마!’


나찰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피식 웃음이 터졌다.


‘저 아이가, 도술도 부릴 줄 안다는 얘긴가?’


택시의 천장을 보고 잠시 헛웃음을 뱉던 나찰이 다시 무표정한 얼굴이 되었다.


나찰은 조만간 건우의 몸을 취하려던 계획을 잠시 뒤로 미뤄야겠다고 생각한다.


‘저놈이 어딘가에 숨겨뒀을 부적을 찾아낼 때까지 말이야··· 후훗!’



11.


세단 트렁크 안.


“놈이 알아챈 것 같습니다.”


철산이 몸을 웅크리자 정철은 오히려 당당하게 몸을 치켜들었다.


“너무 좋은 때입니다. 택시에는 기사와 그놈, 단둘뿐입니다. 지금 바로 공격하시지요!”


운천은 잠시 주저했지만, 결국 고개를 젓는다.


“놈을 잡기야 하겠지만, 소란 중에 사고라도 난다면 저 기사는 크게 다칠 수 있다.”


정철은 몸에 기운이 빠지는 걸 느끼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좋은 기회는 기다리면 오게 되어있다. 서두르지 말라!”


운천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건우의 세단이 선재도에 들어섰다.


건우가 앙드레에게 전화하니 다짜고짜 음식 주문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잠깐만요! 천천히요. 도시락 8개, 콜라 1.5리터 3개, 생수 1.5리터 2개··· 그리고 또 뭐라고요?”


받아 적을 데도 없고 해서 근처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가 테이블 냅킨을 한 장 뽑아 펼쳤다.


그리고 누가 치우지 않고 간 도시락에 남은 간장을 젓가락으로 찍어 글자를 적었다.


편의점 직원이 황당한 얼굴로 지켜보다가 종이와 펜을 빌려주었다.


“아, 고마워요!”


건우은 후다닥 날려적은 메모를 보면서 편의점 바구니에 메뉴를 하나하나 담았다.


계산대에서 지갑을 꺼내는데 앙드레가 또 전화를 했다.


- 오고 있어?

“지금 계산하는데요?”

- 뭐야? 빨리 안 오고. 여기 목섬은 하루에 물길이 두 번밖에 안 열린다고. 빨리 뛰어와!


미칠 노릇이었다.


이걸 들고 거기까지 또 어떻게 뛰어가나.


계산을 마치고 비닐봉지를 들어 올리니 양팔이 저렸다.


“어휴···.”


건우는 편의점을 벗어나자마자 야외테이블에 다시 봉지를 내려놓는다.


거친 숨을 몰아쉬던 건우.


그런데 별안간 눈가에 웃음이 확 살아난다.


“가만있자! 내가 그거 가져왔지, 흐흐흐···.”


건우는 부적이 생각나자 얼른 주차해 둔 세단으로 뛰어갔다.


나찰은 편의점에 들어갔다 나오는 건우를 보고 지갑을 꺼냈다.


만 원, 오천 원, 오천 원, 천 원, 천 원, 또 천 원···.


택시비가 턱없이 모자랐다.


백미러로 나찰을 노려보는 기사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았다.


나찰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오천 원 두 장을 꺼내더니 기사의 손 위에 척하니 올린다.


그러고는 지폐를 받아 드는 기사의 손을 덥석 쥐었다.


기사의 눈이 갑자기 흐리멍덩하니 풀린다.


“십만 원인이에요. 잔돈은 됐어요.”


기사는 나찰에게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합니다.”를 반복한다.


택시에서 내린 나찰은 건우가 갑자기 어디론가 뛰어가는 걸 보고 멈춰 섰다.


주차해 둔 세단 쪽이었다.


나찰의 시선이 건우를 따라갔다.


건우가 뒷좌석에서 가방을 뒤지는 게 보였다.


나찰은 그 모습을 보고 낄낄대고 웃었다.


“건우야! 너 지금 찾는 게 이거냐?”


나찰은 바지 주머니 안에 든 부적 다섯 장을 만지작대며 중얼거렸다.



12.


선재도 상공.


세단 트렁크에서 나와 갈매기로 변했던 법사들이 천천히 하강했다.


법사들은 나찰과 건우의 모습을 동시에 살피면서 세단 위를 선회한다.


“스승님! 지금의 절호의 기회입니다. 건우도 잡을 수 있고, 나찰도 칠 수 있습니다.”


정철은 애가 탄 듯 울부짖는 목소리였다.


철산도 정철과 생각이 같은지 그렁그렁한 눈으로 운천을 바라보았다.


운천이 마침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런데 그때, 나찰의 시선이 돌연 하늘로 향한다.


운천의 냄새를 맡은 것이었다.


“호오··· 이번에는 하늘이라! 언제 저길 올라간 거지? 부지런도 하셔라.”


빙그레 웃은 나찰은 목섬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에서 노는 한 아이에게 다가갔다.


초등학교 저학년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아이는 비비탄총으로 썰물에 드러난 조개와 갯지렁이를 쏘며 짓궂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연신 깔깔대는 웃음이 그칠 줄을 몰랐다.


나찰은 아이에게 다가가 등에다가 부적 하나를 슬쩍 붙였다.


아이가 순간 멍해지더니 몸을 돌려 총구를 하늘로 향했다.


표적은 갈매기들!


타타타-!

타타타-!

타타타-!


혼비백산한 갈매기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급상승하자 아이는 사격을 잠시 멈춘다.


아이는 조금이라도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면 혼을 내주겠다는 듯 조준사격 자세로 꼼짝을 안 한다.


어디선가 나타난 아이의 부모가 깜짝 놀라 달려왔다.


부모가 아이를 끌어당기는데 아이는 쉽게 끌려갈 기세가 아니었다.


멀찍이 달아난 갈매기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어 준 나찰이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밖으로 건우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재빨리 편의점 매대를 훑었다.


나찰의 눈에 맥반석 왕오징어구이, 손질 가자미, 임연수어, 갈치가 들어왔다.


“히야··· 요즘엔 편의점에서 이런 것도 파네.”


남은 돈을 싹싹 털어 계산을 마친 나찰이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건우는 아직도 뒷좌석 안에서 가방을 뒤지고 있었다.


나찰은 오징어와 생선들의 포장을 벗겨내더니 주머니에서 부적을 꺼냈다.


“우리 운천 도사님! 깜짝 놀라게 해 드려야지. 흐흐흐···.”


구김이 반듯이 펴진 부적이 오징어와 생선의 몸에 붙었다.


나찰이 그 위를 톡 건드리자 곧 꿈틀꿈틀 진동이 왔다.


“얘들아 일어나라!”


나찰의 명령에 왕오징어와 손질한 생선들이 벌떡 몸을 세웠고, 곧 붕 떠올랐다.


휘이익-!


축축한 비가 흩뿌리는 섬 주변을 가르는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


그 소리를 신호로 오징어와 생선들이 어느 한 지점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바로 법사들이 떠 있는 하늘이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을 철산이 먼저 감지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스승님! 저··· 저건!”


운천도 사기가 가득 실린 무언가가 맹렬한 기세로 다가오는 걸 느꼈다.


정철도 그 사기를 감지하며 예사롭지 않음에 경계한다.


“사기는 사기인데, 부적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철산의 말에 운천의 눈가에 주름이 잡혔다.


“부적? 건우가 던진 것이냐?”

“아닙니다. 그게···.”


철산이 답이 없자 운천은 큰일이 난 듯 호들갑을 떤다.


“아니, 그럼 건우가 가지고 있던 부적이 저놈의 손에 들어간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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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063. 이 애는 안 돼요! 2 24.02.24 6 0 11쪽
62 062. 이 애는 안 돼요! 1 24.02.23 6 0 12쪽
61 061. 부엌혈전 4 24.02.21 7 0 12쪽
60 060. 부엌혈전 3 24.02.17 7 0 12쪽
59 059. 부엌혈전 2 24.02.16 9 0 12쪽
58 058. 부엌혈전 1 24.02.14 10 1 12쪽
57 057. 부적은 어디에 2 24.02.10 8 0 11쪽
56 056. 부적은 어디에 1 24.02.07 10 0 12쪽
55 055. 주인이 바뀐 돈 2 24.02.03 12 0 12쪽
54 054. 주인이 바뀐 돈 1 24.02.02 12 0 11쪽
53 053. 내친 김에 어디 한번 5 24.01.31 13 0 12쪽
52 052. 내친 김에 어디 한번 4 24.01.26 14 1 11쪽
» 051. 내친 김에 어디 한번 3 24.01.25 16 1 11쪽
50 050. 내친 김에 어디 한번 2 24.01.24 13 1 11쪽
49 049. 내친 김에 어디 한번 1 24.01.23 17 1 11쪽
48 048. 쫓기는 놈 쫓는 놈 3 24.01.22 25 1 12쪽
47 047. 쫓기는 놈 쫓는 놈 2 24.01.20 18 1 12쪽
46 046. 쫓기는 놈 쫓는 놈 1 24.01.19 2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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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043. 차가운 남풍 3 24.01.16 20 1 11쪽
42 042. 차가운 남풍 2 24.01.15 1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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